연애 따로 결혼 따로.. 결혼은 현실이다.. 이런 이야기 많이 하지요.
대개 오래 사귄 사람이 있는데 결혼을 고민한다고 하면.. 만난 사람 조건이 현실에 안 맞거나, 현실적으로 좋은 조건인 사람에게 마음이 쏠려서 고민하게 되는 듯 한데 저는 반댑니다.
연애에 별로 관심 없다가 20대 초반에 현재 애인을 만났습니다. 여러 명 만나고 이런 것을 안 좋아해서 처음부터 마치 결혼할 사람인 것처럼 신중하고 진지하게 만났습니다. 연애는 그렇게 해야하는 줄 알았거든요. 그리고 집에도 서로 인사하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결혼할 상대로 굳어지고 서로 마음에 들어하십니다. 한 눈 팔아본 적도 없고 , 우리 정말 잘 지낸다고 생각하며 6년여를 만나왔습니다.
그런데 애인인 그 사람, 학벌 좋습니다. 잘 생겼습니다. 똑똑합니다. 집안도 좋습니다. 성격도 좋고요, 어쨌거나 저희 어머니 표현을 빌리면 '대한민국 어느 어머니라도 탐낼 만한 사윗감'이라십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물론 초기에 만날 때 그런 조건을 본 것은 아닐겁니다. 좋았던 이유는 다른 것에 있었거든요. 그 사람이 관심을 가진 분야가 좀 특이한 분야인데 저 역시 그런 세계를 이해하고 관심이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말이 잘 통했습니다. 그리고 겉은 남자답지만 속이 여리고 섬세한 것을 받아줄 수 있었기도 했고요. 이렇게 말은 해도, 그런 조건들도 역시 보긴 봤을겁니다. 그래서 '와 내가 이런 사람을 어디서 또 만나나. 이 사람을 사랑해야한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대개 그런 마음도 어느 정도 갖고 사귀고 결혼하잖아요.
나이도 있고 해서 결혼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합니다. 오래 사귄만큼 안 좋은 모습도 보고 실망도 하고 권태기도 오고 그렇습니다만... 평생을 함께 해야 하는데, 이 사람과 정말 결혼해도 될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권태기때문에 잠시 그런 생각이 드는건지 아니면 정말 이 사람에게 마음이 없는 것인지 스스로도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것을 판단하는 방법이라도 있을까요?
최근에는 서로 시들해져서, 애인에게 헤어지고 싶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다시 잘해보자고도 하는데 솔직히 마음이 썩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래 사귀어왔다는 것, 이 사람이 첫사랑이라는 것, 집안에서 서로 마음에 들어한다는 것, 내 나이가 만만치 않다는 것 등등으로 헤어지기가 너무 두렵습니다. 저는 요새 조건도 어느 정도 중요할지 몰라도 정말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야 평생이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저도 학벌 괜찮습니다. 상대가 좀 딸리더라도 평생 수학 정석 풀면서 살 것도 아니고 마음으로 하는 대화만 잘 통한다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사람이 학벌로 사는 것도 아니고 남 눈 의식하면서 가식적으로 살 필요도 없는 것 같습니다. 두 사람만 행복하다면 그런게 다 무슨 소용있겠어요? 밖에서는 행복한 한 쌍인데 집에서는 말도 잘 안하고 서로 거리감을 느낀다면 그만큼 불행한 것이 또 어디 있겠는지요...
사랑해야만 해서 사랑한걸까.. 내가 지금 이 사람 사랑하고 있는걸까.
결혼해도 될까.
판단이 잘 서지 않네요. marriage blue라는 것도 있다지만, 이 상태로 결혼하면 힘들어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요새는 만나도 딱히 즐겁지도 않고 눈도 잘 안 보게 되고 보이지 않는 벽이 두 사람 사이에 있는 느낌입니다. 그 벽은 제 마음이 만든 것이겠지만요.
요새 저희 부모님이 걱정을 무지 하십니다. 잠깐 흔들리는 것 가지고 좋은 사람 놓쳐서 평생 후회할까봐 딸 걱정하시는거지요. 다시 그런 사람 못 만날거라고... 그만한 사람 없으니 정신 차리고 잘해보라고. 근데 마음이 안 동하는걸 어쩝니까ㅠㅠㅠㅠㅠㅠ
시간 지나면 괜찮아질까요? 억지로 연기하면서 노력하다보면 좋아질까요? 그 사람이랑 키스하는 것도 별로 안 내킵니다. 스킨십 하고 싶지 않고요. 같이 만나도 할 이야기 없고.. 사실 그 사람이 지금까지 너무 저를 방치해두고 제 이야기는 안 들어주면서 자기 이야기만 들어달라고 해서 지친 것도 있고요. 요즘 싸이 이런데 돌아다니는 '이해해..'만 하다보니 '사랑해..'가 안 남았다는 둥 하는 낯간지러운 글귀가 무지 공감이 가더군요.
오래 사귀어 보신 분들 이런거 극복이 되던가요?ㅠㅠ
아니면 지금이라도 정말 내가 사랑할 수 있고 나를 사랑해주는 다른 사람을 찾아가야 하는건가요..어차피 사람 다 마찬가지니 포기하고 안착해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