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지 2년이 조금 넘은 애기 아빠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지금 애는 9개월 이라, 기어다니기만 합니다.
아이의 얼굴을 볼 때마다 죄스러운 마음을 가눌 길이 없네요.
아내와 저는 만난지 5개월만에 결혼했습니다.
아내는 어려운 생활을 하면서도 꿋꿋하게 인생을 개척할 줄 아는
멋진 여자라고 생각했었죠. 이리 저리 사연이 많은 사람이었으니까.
친아버지에게 버림받고, 큰 아버지 밑에서 고등학교 까지 자라다가,
취직하고, 다시 공부해서, 대학교, 대학원까지 졸업한 똑똑한 여자였습니다.
사회에서 인정받는 사람이었던것 같아요.
그에 반해서 전 별로 모아놓은 재산도 없고, 그다지 변변한 직장도 다니지
못하고 있었다고 생각되네요... (그래도 아내보다 연봉은 많았죠)
저는 애초부터 분가 계획은 없었어요. 그로 인해 예전에 살던 집에서,
시어머니와 결혼 안한 손윗 시누이와 함께 신접살림을 시작했답니다.
제게는 누나만 셋이 있었어요. 시누이 많은 집이다 보니, 이리 저리 분란도 끊이지 않았겠죠.
하여간, 아내에게는 이것저것 어려운 상황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아내는 계속 밖으로만 돌게 되었고, 하루 걸러서 술을 마시면서, 자기 연민에 빠지는 일이 잦아지게 되었어요. 사실 예전부터 워낙 고생을 하면서 커온 사람이다 보니, 스트레스 해소하는 방법을 잘 모르고, 술을 즐기곤 했었죠. 그건 알고 결혼했었지만, 막상 무섭게 술마시는 것을 보니 더럭 겁이 나더군요.
결혼하지 1개월만에 아내는 회사를 관뒀고, 제가 영어 학원을 보내줬습니다. 약 두달간 영어학원을 열심히 다녔었죠. 물론 그 기간에도 이틀에 하루 씩은 꼭 취했었고, 취한 아내를 데리러 제가 자주 다녀야 했었죠. 2개월 후에 영어학원 등록을 못해서, 아내는 도서관으로 공부를 하러 다니면서, 밤에는 작은 학원에서 강사일을 했습니다. 날마다 밤늦게 들어오고, 술취해 들어오는 일이 잦았던 터에, 시댁 식구들과는 대화가 거의 없다 보니, 점점 가족들간의 불신의 골이 깊어졌고, 결국 아내는 제게 이혼을 요구했죠.
하지만, 전 이혼할 생각이 없었어요. 차라리 분가를 하면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돈 한푼 없이 분가를 감행했습니다.
융자를 끼고 사는 빌라가 한참 유행이었죠. 서울을 벗어나면, 깨끗한 집들도 많았고, 왠지 새로 시작하면, 모든 것이 잘 될 것만 같았어요. 결국 실입주금 800만원에 융자를 4500 끼구, 작은 빌라를 얻어서, 살기 시작했어요. 워낙 없는 살림이었다 보니, 아내에게 변변하게 잘 해준 것도 없었지만, 전 그 일로 인해 식구들과 소원하게 지낼 수 밖에 없었어요. 홀어머니와 누나들과 거의 연락도 하지 않고, 단 둘이서만이라도 오붓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지요.
분가해서 산건. 약 1년 6개월, 그 사이에 애를 하나 낳게 되었습니다. 애를 가졌을 땐 술을 한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애를 낳고 나서, 산후도우미를 쓰자는 저의 제안을 거절하고, 혼자서 힘들게 애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출산후 약 2주일 후부터 아내는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어요.
거의 항상 하루 걸러서 소주 2병 정도씩은 마시죠. 안주도 없이... 담배도 다시 피기 시작했고... 지속적인 이런 생활에 저는 지쳐가기 시작했답니다.
함께 살던 손윗 누이가 결혼을 하게 되고, 시어머니와 사이가 많이 호전되면서, 가끔 시댁을 왕래할 수 있었어요. 때마침 아버님 기일에 아내와 나는 갓태어난 아이를 데리고 본가에 가게 되었죠.
거기서 또 하나의 사건이 발단되었습니다. 서로 인사도 안하고, 쳐다보지도 않던 누나들과 아내. 아내는 참을 수 없다며, 나가겠다고 했고, 저는 누나들에게 나가라고 소리쳤습니다. 결국 아주 큰 싸움이 벌어지게 되었고, 누나들은 욕을 해댔죠.... 그 날의 기억은 아내에게 엄청난 충격이 되어서, 술을 먹을 때마다 단골로 나오는 주제가 되고, 저는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죠. 그 후 누나들과는 완전히 담을 쌓고 삽니다.
함께 살았던 손윗누나의 결혼으로 인해, 어머니가 혼자 계시는 걸 안타까워 하던 아내는 함께 살자고 권했고,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지금은 어머니와 아내와 저, 그리고 9개월된 제 아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다시 돌아온지는 약 3개월 정도 되었군요.
아내의 술은 돌아와서도 계속되었습니다. 침대방에 혼자 앉아서 소주를 먹거나, 컴퓨터 앞에서 고스톱을 치면서 마시거나 합니다. 항상 어떤 이유가 있죠. 우울한 일, 집안일이 힘든거.. 등등..
그리고 친구를 만나게 되면, 12시를 넘기기에는 다반사이고, 만나는 친구들은 거의가 남자들입니다.
집에 돌아올 때는 항상 만취상태가 되고,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침대위에서 오바이트를 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나와 아들 뿐이라며, 자신을 믿어달라는 말을 하고, 술을 많이 마신 날은 꼭 잠자리를 요구하죠. 전 술,담배 냄새에 찌들은 아내의 모습에 심한 거부감을 느끼고, 그런 날은 밀치고 댕기면서 큰 싸움을 하게 되는 일이 많았어요.
그렇게 지내면서, 요즘은 점점 애보는게 너무 힘들고, 집안일이 힘들다고 푸념을 늘어 놓습니다.
사실 하루 술먹고 하루 쉬고, 그럴 때 옆에서 애가 찡찡대면 당연히 힘들꺼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술을 먹지 말라고 강하게 얘기하고, 그러면 내가 왜 술을 먹냐? 내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줄꺼냐? 나는 뭐 배우고 싶은데, 돈도 없고, 시간도 없다. 애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너 때문에 내 인생 망가졌다는 둥 막말을 하면서, 화를 내고 힘들어 합니다.
그런 일이 있으면, 여지없이 술을 먹는지라, 어지간하면, 웃으면서 대하고, 심하게 얘기안할려고 하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화가 날 때가 많더군요. 아내가 고래고래 소리지르면서 이혼하자고 외친게 한 두번이 아니었지만, 아이 생각, 힘들게 살아온 아내 생각에 도저히 이혼은 할 수 없었을 것 같았어요.
그러다, 사건이 벌어졌어요.
바로 어제인데, 저한테 거짓말하고, 남자와 여행을 갔다가 왔어요. (하룻밤 자고 왔죠)
그러면서 자기는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결코 떳떳하지 않은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제가 전화했을 때는 완전히 만취상태였는데...
저와의 결혼으로 사태가 악화된건지, 아니면 원래 그렇게 살던 사람인지...
아니면, 어려서의 고생을 극복 못한건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원망하고, 미워하고픈 생각은 없습니다.
한달에 250 받는 월급 절반 쪼개서 저축하고, 아끼고 아끼면서 살고 있습니다.
전 결혼하고 나서 친구들도 자주 안만나고, 술취해서 집에 들어온 적도 거의 없었어요.
회사에서 일이 없으면, 거의 퇴근하고 바로 들어왔죠.
그리고 아내가 힘들다고 할 때마다, 안마해주고, 저녁 설겆이도 해줄려고 노력하고...
휴일엔 단 하루도 어디 따로 나가본 적 없습니다.
과연 제가 어떻게 해야 할 까요?
지금 저는 심각하게 이혼이라는 명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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