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은진씨 이번주 토요일에 시간되세요?"
"아니요..선약이 있는데요.."
"아..그래요? 어디 좋은데 가나봐요."
은진은 싱긋 웃으면서..
"네에.."
"좋은 사람이랑요.."
"네에.."
"좋겠네요...은진씨.."
"죄송해요..신대리님."
신대리는 기지개를 하면서...
"그러면 나는 그날 뭐하나? 집에서 티이브나 볼까?
누구는 좋겠네 주말에 좋은사람이랑 좋은곳에 가서... 부럽네요."
"신대리님도 곧 좋은분 나타나겠죠..."
"네에...당연히 그래야 겠죠?..그럼 수고"
"신대리님도 수고하세요."
은진은 토요일에 별표시가된 탁상캘랜더를 보면서
'그러고 보니 고수씨랑 첫번째 데이트이구나.
회사같이 다닐때도 기회는 많았는데...
아닌것 같은데 의외로 고수씨가 내성적인가봐?
그래도 남자가 대쉬를 해야지...
같이 있을때는 몰랐는데 많이 보고 싶네.'
"고수야아아~~~~"
"안돼..안된다고..."
"나도 갈래..응? 나도 같이 가자.응?"
"아니..남일하는 직장에는 왜 따라올라고 그러는건데?"
"심심하잖아..혼자서 집지키는것 싫단말이야.."
"그동안 잘했잖아. 괜히 빙의는 해가지고... "
"너두 3년 넘게 집에만 있어봐...혼자라는게 얼마나 무서운 형벌인줄 알아?"
"그래두..."
"나 그냥 얌전히 조용히 있을께..자..약속.."
"믿을수 있는거지?"
"그럼 정말 정말 내가 이 메론빵을 걸고 맹세를 할께.."
하면서 서희는 뒤에서 부시럭하면서 메론빵을 들어보인다.
"걸게 없어서 메론빵에다 걸고 맹세를 하냐?"
아니 잠깐잠깐 ..
이것 내가 어젯밤에 먹으려고 사다놓은것 맞지?
내가 그토록 찾아 온방을 다헤맬때는 없다고 하더니
왜 그게 거기서 나와?"
"글쎄? 왜 여기있을까?"
"내가 어제 너 두개 주고 난 밤에 먹으려고 냉장고에 넣어두었는데..
그런데 왜 그게 거기 있냐?"
"그게 말이야..내가 약간 심하게 메론빵을 사랑하잖아..
하하..이럴때는 그냥 웃으면서 넘어가자."
"그러면 나는 메론빵을 증오하냐? 자..내놔 내 메론빵"
"시러" 서희는 메론빵을 뒤로 감춘다.
"흥~ 그러면 나도 빙의안해줘.."
"그러면 주면 해줄거야?"
고수가 고개를 끄덕끄덕하자 서희는 아쉬움이 남는지 뭉기적거리면서
메론빵을 내놓자마자 고수는 싹~ 낚아채고
"히히~ 되찾았다..내 메론빵"
"줬으니깐 빙의하게 해줘."
"그래 알았어..들어와.."
서희는 고수의 몸속을 들어갔다.
고수: 왜 빙의해서 들어올때는 차가운 느낌이 드는지 몰라..
서희야~ 이빵은 이따가 집에와서 밤에 먹을거야.냉장고에 넣어줘.
서희는 메론빵을 들고 냉장고 앞으로 간다.
고수: 얌마~ 왜 비닐은 왜 뜯어? 그냥 넣어...야~ 야~
서희는 앙~ 하고 빵을 한입에 먹어버린다.
"아~ 맛있다."
고수: 잉~ 내 메론빵..
"사내놈이 옹졸하게 빵하나에 연연하냐? 또 사면 되지.."
고수: 성수형이 일본갔다가 일본에서도 가장 잘한다는 집에서
사가지 온거란말이야.
"그러냐? 어쩐지 맛이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리가또"
고수: 몰라..이따가 보자..지금은 시간이 없으니깐..
서희는 서둘러서 출근준비를 하고 전철역으로 뛰어갔다.
전철을 타면서 내내 서희는 창가로 스쳐가는 바깥풍경에 눈을 떼지 못했다.
하긴 몇년동안 본것이라곤 창문으로 비쳐지는 풍경이 고작이였을테니
무리도 아니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서희가 측근해졌다.
피씨방 문을 열고 들어서니
"형 왔어요.."
서희: 누구야?
고수: 민혁이..여기서 일하는 알바야.
"어..민혁이구나..짜식 잘생겼네.."
민혁은 가만히 서희는 바라본다.
고수: 아니다. 우리는 그렇게 오붓한 칭찬이 오고가는 사이가...
"형 어디 아프세요?..갑자기 왜 느끼한 맨트를 날리지? 사람 당황되게.."
"이 형이 그냥 농담한거야...설마 진짜로 받아들인것은 아니지?"
"아니...형은 아침부터 왜 그러세요?
그런데 말이 나와서 말인데 사실 제가 이겜방 떠나면
여자손님들 다 떨어져요. 다들 나볼려고 온다는걸 형도 아시죠?"
"알았다..알았어.."
서희: 매니저나 알바나 어쩜 그렇게 똑같냐?
고수: -_-;;;;;;
서희는 피씨방을 둘러보면서 부족한점은 없는지 꼼꼼히 체크를 했다.
오늘은 같이 일하는 민매니저 아이가 갑자기 아프다고 병원에 같이 있다고
못올것 같다고 해서 아무래도 아무래도 풀타임으로 뛰어야 할것 같다.
아침부터 새벽까지 고단한 하루였다.
서희: 이런 이게 뭐야..재미없게 하루종일 일만하고...
고수: 일하는게 재미가 어디있냐? 이렇게 일해서 월급이 나오고
그돈으로 쌀도 사고 세금도 내고
서희가 좋아하는 까까도 사는 거지.
서희: 우리 아빠도 이렇게 고단하게 일했을까?
고수: 사는 모습이 다 비슷하겠지 않을까?
"어..오빠 있었네..우리 매니저오빠..고수오빠.."
서희: 애는 누구야?
고수: 여기서 알게된 동생이야...선영이라고..
서희: 능력 좋네..저런 영계를..
고수: 너가 잘말해서 보내라.
"술많이 먹은것 같은데..그만 집에 들어가서 자라.."
"그럴까? 그러면 자러가자"
선영은 서희를 손을 끌고 간다.
"애가..애가 미쳤어..뭐하는거야..지금.."
"히히..오빠 웃긴다..화들짝 놀라네...귀엽네..
자는게 뭐 어렵나? 이불깔고 베개베고 자면 자는거지
안그런가?"
"그래두 기집애가...
술깨고 정신 말짱해지면 그때 애기하자..오늘은 그냥 집에 가라.
오빠 오늘 일하느라고 피곤하다."
"오빠가 피씨방에서 일하는것처럼 나두 일하고 왔어.
술마시는게 내일이거든 그변태들이랑 같이 놀아주는게 내일이거든...
그런데 오빠..내가 지금 정말정말 사람이랑 술마시고 싶거든..
그런데 우리 매니저 오빠는 맨날맨날 너무너무 바뻐서
나랑 술을 못마시나봐..아니면 내가 더러워서 인가?"
고수: 참..난감하네..
서희: 아니야..애 안에 뭔가 슬픔이 느껴졌어. 아까 손을 잡았을때..
"그래 알았다. 술한잔하자. 안그래도 술마시고 싶었는데..
선영이랑 한잔하자..자 가자"
"오빠 고마워..역시 오빠밖에 없어" 하면서 볼에 뽀뽀를 쪽해준다.
고수: 이런 내가 있을때 해주지..하필이면 오늘이냐..
하늘이 날 버렸어. T_T,,,
둘은 근처 포장마차로 자리를 옮겼다.
"아니 오빠도 내가 근사하게 쏜다고 했잖아..그런데
왠 포장마차야? 난 돈있어. 보여줄까?"
"아니..그냥 난 포장마차가 좋아.여기오면 마음이 편해져.."
"그래? 나랑 취향이 비슷하네...오빠 나두 다 때려치고 포장마차나 할까?"
"포장마차라고 아무나 하나?"
저기요...아줌마 여기 닭똥집이랑 꼼장어랑 소주한병 주세요.
소주먼저 주세요."
"오빠~ 내가 따라줄께.."
서희의 잔을 선영은 채운다. 서희는 선영의 잔을 채워준다.
서로 잔을 부딪히면서
"오늘을 기억하면서...건배"
서희는 빙긋 웃고 단순에 잔을 비웠다.
"오빠 술 잘마셔?"
고수: 그래 정말 서희 너 술 잘마시냐?
서희: 걱정을 마셔..의대생의 피는 알콜이야...
그런데 정말 간만에 마시니깐 술이 아니라 꿀이다...꿀이야..
정말 달다.
"오빠 있잖아. 왜 내가 몇번 안봤는데 왜오빠를 좋아하는줄 알아?"
홍합국물을 떠먹으면서 서희는
"너 나 좋아했냐?"
"아니 몰랐어? 존심 상하네. 내 미모에 내 몸매에 다들 넘어오는데..
그래서 당연히 오빠도 관심있을줄 알았는데.."
"그러냐? 미안하다..몰라서..."
"내가 왜 오빠를 좋아하냐면 오빠는 눈이 너무 맑아.그래서 너무 좋아.
착해보여서 너무 좋아."
선영은 전작이 있어서인지 혀가 약간 꼬였다.
"음..그래? 요즈음은 착하다는 말이 곧 바보라는 뜻이라는데..."
"바보면 뭐 어때? 다 사기꾼이면 어떻게 사기치나? 바보도 있어야지..
안그래?"
"그래...맞다..선영이 정말 똑똑하네..늑대를 위해서 토끼도 있어야지...
자~ 안주 나왔다..먹자. 맛있겠다."
술이랑 안주랑 먹으면서 이런저런 애기를 하다가
서희가
"너 잠깐 손좀 줘봐."
"손은 왜?"
"내가 손금을 볼줄 알거던..."
"오빠~ 아니 아직도 그런 쌍팔년식 수법을 쓰는 사람이 있어? 난 올림픽 끝나고
시마이 한줄 알았는데.."
고수: 왜 그러냐? 서희야~
서희: 가만히 있어봐.
"오빠가 내 손만지고 싶어서 그렇구나..자~ 만져..오빠가 처음이야
내손만지는것...뭐 앞에 3800명만 없으면 히히.."
서희는 선영의 손을 잡았다.
갑자기 손바닥이 마치 얼음짱처럼 차가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고수: 뭐하는거야?
서희: 선영의 기억을 트랜스하는거야...
고수: 사람 마음을 읽는 거잖아..
이야~ 대단하다..그러면 모든 사람을 다 읽을수 있는거야?
서희: 아니 같은 여자끼리만 가능해.
고수: 아니 왜 남자는 안돼?
서희: 서로 읽은 코드가 틀려..그리고 여자들은 세상 어디가든지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하나의 공통된 코드가 있어서 가능한거야.
고수: 공통된 코드? 그게 뭔데..
서희; 슬픔이야.
고수: 슬픔? 남자들도 슬픔은 가지고 있는데...
서희: 아니 옛날부터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고 학대받았던
그 슬픔이 유전인자로 남아있는거지...
선영은 누군가 자신속으로 들어와서 마음을 들여다보는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어떻게 할수 없었다.
서희는 손을 떼고 갑자기 얼굴을 감싸고 엉엉 울었다.
"아니 오빠 왜 그래요?"
고수: 정말 왜 그래 갑자기 그래? 쪽팔리게..
서희는 울먹울먹하면서
"선영아~ 그동안 많이 힘들겠구나."
"오빠 갑자기 왜 이래요? 나도 슬퍼지게.."
선영은 눈가에 이슬이 맺히더니 빰을 타고 흘렀다.
"그래도 선영이는 착하네..용서할줄도 알고.."
선영은 울음을 터트리면서 서희한테 안겨서 울었다.
서희는 훌쩍이면서 선영의 등을 토닥였다.
다만 고수만이 이게 무슨일인가 해서
눈만 꿈쩍꿈쩍이였다..
도대체 무슨일이야~ 누가 내게 말좀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