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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동맹이란 무엇인가?"

마파람 |2003.10.06 05:55
조회 206 |추천 0

동맹(同盟)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야 한다"
한국최초 여성안보전략가 송영선 국방연구원 안보정책실장 인터뷰
이라크 전쟁 파병안(派兵案)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던 지난 3월20일 'MBC 100분 토론'에 한 여성 패널(panel)이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똑 부러진 논조(論調)와 시원스런 언변(言辯)으로 상대 패널들과 배심원들의 주장을 받아치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그녀의 빨간 옷 색깔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정책실장 송영선. 그녀의 현 직함이다. 여성으로서 독특한 직함을 지닌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식목일인 4월5일 그녀가 근무하고 있는 한국국방연구원을 찾아갔다.
'100분 토론'에 출연한 후 달라진 점에 대해 묻자 그는 "인터뷰와 강연요청이 많이 들어와 상당히 바빠졌다" 라며 며칠 전 강연장에서 겪은 얘기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어느 날 강연 후 모 기업의 회장이 국가안보를 위해 써달라며 홈페이지 개설 비용을 줬다. 그는 '김정일을 타도(打倒)하는 일은 하나님의 일이고, 하나님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이 일을 할 수 없다'면서 성경책도 함께 줬는데 그것이 나에게 너무나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송 실장은 MBC 토론 출연 뒤 많은 네티즌들로부터 인신공격적인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80여 통의 격려 전화도 받았다고 했다. 전화 내용은 모두 이 어려운 때에 용기 있게 국가를 위해 우리의 좌표와 나아갈 길에 대해 말해 준데 대해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송 실장은 "'MBC 100분 토론'은 최근 대다수 젊은이들이 어떤 성향의 안보의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체감(體感)하게 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며 “안보분야에서 미력(微力)이나마 무언가 공헌을 해야겠다는 절박감(切迫感)을 느끼게 됐고, 그것이 국가를 위해 분명히 의미가 있는 일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내가 꼭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 준 훌륭한 선생님 역할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새로이 구축될 국제질서 속에서 미래 지향적인 국익을 추구해야 한다"
그는 우리나라 안보현실을 걱정하며 국회에서 파병동의안이 겪지 말아야 할 진통을 겪으며 통과된 데 대해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라크 파병결정에 따른 국익(國益)과 관련 "국익이라는 것은 국가가 생존하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생존권 보장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라며 국익에 대해 먼저 정의를 내리고 설명을 이어나갔다.
"사람들이 국익을 얘기 할 때 이해를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국제관계 함수 속에서 국익이 뭔지를 정의 내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제관계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는 UN도 그 태생적(胎生的) 배경을 보면 '평등'이라는 이상과 '힘'이라는 현실이 교묘하게 결합시켜 만들어 낸 것이다. 1국가 1표라는 총회(總會)가 바로 '평등'의 개념을 대표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결정은 안보리 5개국의 거부권이 국제관계 행동의 '합법성'과 '비(非)합법성'을 규정짓는 잣대로 쓰이고 있다. 즉, 평등이라는 이상이 아니라, 힘이라는 현실이 국제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번 이라크 전쟁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국가가 안보리 5개국 중 3개국이었고, 이런 이유만으로 이 전쟁이 '불법(不法)'이 된 것이다"
결국 "힘있는 국가가 국제질서를 통제·리드(lead)해 나가는 것이 국제관계이다. 패권주의(覇權主義)는 불가피(不可避)하다. 따라서 어떤 국가가 힘있는 국가가 되는 게 우리에게 이익이냐를 따져보면, 그래도 공공선(公共善)에 가장 가까운 정책을 취하고, 도덕적이고 인류 보편적인 가치관을 가진 국가가 패권을 쥐어야만, 힘의 논리 속에 있는 국제사회가 그나마 가장 적은 분쟁 속에 평화롭게 지낼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국가가 미국이다. 놀라운 사실은 우리나라에서 최근 동맹의 파트너(partner)로 미국과 중국을 거의 차별화 하지 않는 시각들이 상당히 팽배(膨湃)해졌는데, 이것은 아주 감상적(感傷的)이고 국제관계의 기본을 알지 못하는 경우다. 동맹의 첫째 조건은 적(敵)이 같아야 하고 동일한 안보관(安保觀)을 가지는 것이다" 라고 주장했다.
송 실장은 또 "이번 파병도 이러한 맥락에서 보아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파병을 과거 6.25 때 이 곳에서 이 땅의 평화를 위해 피 흘리고 죽은 미군 3만4,000여 명의 죽음에 보답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도덕적 차원에서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향후(向後) 이라크 전쟁 후에 전개될 국제관계를 들여다보면, 우리는 서둘러 파병을 해야 한다"는 지적을 했다.
"즉, 아주 냉철(冷徹)하고 계산적인 입장에서 말한다면, 향후 절대 최강국(最强國)으로서의 위상(位相)을 지속(持續)시켜 나갈 미국과의 동맹관계 유지(維持)는 국제사회에서 살아 남고, 미국 주도(主導)의 질서 속에서 우리가 차지할 수 있는 파이(pie)를 키우기 위한 투자(投資)라고 해도 과언(過言)이 아니다.
과거 미국에게 빚진 것을 갚기 위한 파병에 끝날 것이 아니라, 미래에 더 큰 이익을 얻어내기 위해서 파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파병은 힘의 논리에 의해 유지되는 국제관계에서 향후 절대 권력으로 자리 매김할 미국에 대한 보험이라는 측면에서 더 큰 의의를 찾아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우리는 미래의 한미동맹을 위한 파병을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그는 미국이라는 나라를 "국제사회를 지금까지 지켜왔던 결과를 보면 미국은 그나마 가장 공공선을 추구하고 도덕적인 가치관을 지닌 국가이다. 미국은 전세계 군사력의 50%, GDP의 30%를 생산하는 하드웨어적(hardware的) 힘에서 세계 최고이다. 그러나 정작 미국의 위대함은 단순한 하드웨어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사회가 갖고 있는 소프트웨어적(software的)인 힘, 부국강병(富國强兵)에 필요한 요인(要因)들을 받아들여 조화롭게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개방성(開放性)과 융통성(融通性)이 필요하다.
작가 시오노 나나미(鹽野七生)의 「로마인 이야기」를 보면 'Pax Romana(팍스 로마나, 로마에 의한 평화)'를 추구하게 한 원동력(原動力) 중의 하나가 바로 개방성과 융통성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미국도 역시 'Pax Americana(팍스 아메리카나, 미국에 의한 평화)'를 추구해 나갈 소프트웨어적인 힘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라고 설명했다.
이라크 전쟁 후 향후 세계질서에 대해 그는 "이 전쟁 후 미국이 전후(戰後) 질서 구축(構築)과정에서 다소 고전(苦戰)하게 되겠지만, 미국은 결코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니며, 향후 최소 20-30년 동안은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가 유지될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선택은 한미동맹의 지속이다.
소련이 붕괴하고 난 뒤의 일본을 보라. 적의 개념이 없어지자, 미-일 동맹의 명분(名分)에 대해 일본은 고민(苦悶)하고, 독자적인 안보 정책추구에 대해 약 2년여간에 걸쳐 고민했다. 그러나 2년 후 일본은 미-일 안보 동맹에 남아 있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고, 안전하게' 일본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일본 스스로의 치밀한 계산에 의해서였다. 결국 일본은 냉전(冷戰) 때보다 미-일 동맹을 더욱 강화시켜 나간다는 노선(路線)을 택한 것이다. 일본이 무조건 옳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더욱 강화시켜 나가는 것이 일본의 국익에 가장 부합된다는 결론을 내린 과정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분명 명분보다 실리(實利)가 절대적인 작용을 하게 된 것이다. 결국 실리가 국제 사회를 지속시켜 나가는 연결 고리이다" 라고 국제 질서와 국익과의 관계에 대해 정열적으로 설명했다.
"동맹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야 한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은 민족적 자존심 운운(云云)하고, 차라리 중국이나 일본 또는 다른 중립국과 동맹을 맺자는 주장을 지적하며 "한국과 같이 지정학적(地政學的)으로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국가가 이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사막에서 폭풍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
우리는 인류 보편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민주주의적인 가치관을 가진 패권국의 힘을 빌려야 한다. 이것이 바로 생존의 방법이다. 자생력을 가질 때는 타의(他意)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홀로 설 수 있게 된다" 라고 간결(簡潔)하고 짤막한 어조(語調)로 주장했다.
그는 덧붙여 "동맹이라는 것은 동일한 적의 개념과 동일한 안보 의식을 가진 국가가 서로 연맹(聯盟)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것을 '등맹(等盟)'으로 혼동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즉,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연맹하자는 것이다. '대등함'이란 권리(權利) 내지 권한(權限)만이 아니다. 대등함에는 책임이 따른다.
미국과 대등한 관계를 요구하려면, 먼저 대등해 질 수 있는 책임을 맡아야 한다. 대등한 권리만 주장한다고 대등해질 수는 없다. 대한민국 독립을 선언하거나, 외친다고 독립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독립할 수 있는 능력과 책임을 가져야만 그 독립이 자기 것이 된다. 얼마나 많은 국가들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독립을 주장함으로써 그들의 독립 가능성을 더 줄여 나가고 있는가"
"동일한 선상(線上)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전쟁이 터진 후의 최근 프랑스나 러시아의 행동은 우리에게 시사(示唆)하는 바가 많다. 프랑스는 세계인구의 1/100밖에 되지 않으면서 유엔 상임이사국이라는 권한을 이용, 유럽연합을 등에 업고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미국에 대해 정면 대결에 나섰던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대(對)테러전쟁을 명분 없는 전쟁, '침략전쟁화' 시키는 데 앞장섰다.
미국 주도의 패권주의에 정면 도전한 것이다. 즉, 설마 미국이 이러한 반대를 무릅쓰고 전쟁을 하지는 않으리라는 기대 심리도 상당히 작용했다. 그리고 러시아나 중국 등 상임이사국이 프랑스의 행동에 힘을 실어 준데 대해 다소 자신감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전쟁이 시작되자 말자, 프랑스는 현실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전쟁이 언제 끝나든간에 결국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가 지속될 것이며, 그 구도(構圖)는 더욱 강화되어갈 것이라고 본 것이다. 서두르지 않으면 자기 몫조차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더불어 UN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체통(體統)과 위신(威信), 영향력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미국 눈에 완전히 벗어나서는 안되겠다는 다급성을 느낀 것이다. 다소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러한 프랑스의 행동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나무랄 수는 없다. 그것이 바로 국제사회는 힘의 논리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을 극명(克明)하게 보여주는 예가 되는 것이다.
프랑스는 국익을 위해 뒤늦게 나마 영리(怜悧)하게 처신(處身)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터키를 보면 똑같다. 미국에게 기지 사용을 불허(不許)함으로써 연합군의 작전에 상당한 차질(蹉跌)을 줬지만, 지금이라도 미국에게 영원히 밀려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적(敵)은 분명히 북한이다"
북한 문제에 대해 그는 "요즘 근본적으로 안보관이 흔들리고 안보관이 없어지고 있다. 지난 5년간 햇볕정책으로 북한을 적대시(敵對視)하기보다는 동포로서 협력하고 함께 하자는 시각이 강조됐는데, 그 영향이 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햇볕정책이 아니라, 이를 잘못 인식(認識)하고 받아들인 사람들의 사고(思考)이다.
햇볕정책은 두 가지 기조(基調)로 구성되어 있다. 그 하나는 'peace-making(평화 건설)'이고 또 다른 하나는 'peace-keeping(평화 유지)'이다. 전자(前者)는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평화적인 분위기를 조성(造成)해 나가자는 것이며, 후자(後者)인 평화 유지는 북의 위협을 억제(抑制)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현재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군사적인 억제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후자 부분은 거의 강조가 되지 않고, 전자만 강조되었다는 것이 문제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심각한 것은 북한과 김정일 정권을 동일시(同一視)한다는 것이다. 북한 동포는 분명 우리가 도와야 하는 대상이지만, 김정일 정권은 타도해야 하는 대상이다. 이라크 전쟁을 보라. 미국은 이번 전쟁을 '이라크 해방 작전'이라고 했다. 후세인 제거(除去)를 통한 이라크 국민을 해방시키자는 것이 이번 작전 목표이다" 라며 북한 동포와 동일한 연장선상에서 김정일 정권을 바라보는 이 사회의 상당수의 안보 시각에 대해 송 실장은 통렬(痛烈)하게 비판했다.
"북한이 우리의 적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은 북한의 정치체제와 이념을 이해 못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통치 이념은 선군(先軍)정치에 근거한다. 군(軍)의, 군에 의한, 군을 위한 즉, 모든 걸 군 중심으로 생각하는 체제이며, 이러한 선군정치 사상은 공산주의식 통일을 하기 위한 하드웨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이런 공산주의식 통일이 '무엇이 잘못되었냐?'고 묻는 젊은이들의 맹목적(盲目的)인 친북(親北) 정서(情緖)는 나를 안타깝게 한다"
송 실장은 그 해결책으로 "정치 지도자들이 국민에게 뚜렷한 안보관과 북한이 적이라는 개념을 확실히 심어줘야 한다. 적이 명확하지 않으면 군의 역할도 모호(模糊)해진다. 군이란 바로 적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자들이다. 우리의 적은 분명히 북한이다" 라고 말했다.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선 강병(强兵)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국가 안보와 관련해 해야 할 일을 묻자 송영선 실장은 "대통령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꼭 지켜줘야 할 국익은 두 가지, 바로 국방과 경제이다. 옛날 임금들은 부국강병이라고 했다. 국방(國防)이 잘 되려면 군대가 튼튼해야 하고, 군대가 튼튼하려면 막강한 군사력과 이를 뒷받침할 국방비가 있어야 한다.또, 훌륭한 군사력은 좋은 훈련이 전제(前提)되어야 하고, 좋은 훈련은 확실한 적의 개념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부국(富國)은 경제이다. 경제도 세계화가 되어있기 때문에 지금, 全 세계 경제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살아나갈 수 있는 방법은 가장 강한 국가가 주도하게 될 전후 새로운 세계질서나 시장에 우리도 끼어 들 수 있는 여지(餘地)를 발빠르게 만들어 두는 것이다"
"한반도 안보가 불안해지는데 자원(資源) 하나 없는 이 나라에 누가 투자를 하겠는가. 북한 핵 위기가 일어나고, 미국이 북한에 군사적 제재(制裁)를 가할 수도 있다는 시사(示唆)를 하자말자, 주가(株價)가 폭락(暴落)하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는가. 주가 폭락은 그만큼 투자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불안하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선 먼저 강병이 되어야 한다"
한국 중요해도 미군은 철수한다
많은 사람들이 주한미군 철수문제를 놓고 생각할 때 가장 크게 오해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한국이 중요하니까 미국이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또 한국과 미국이 동맹이고 한반도의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이 당사국이므로 의견을 존중해 미국이 우리의 동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생각은 냉정한 국제현실과 바뀌고 있는 미국의 입장을 고려해 볼 때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다. 미국은 9.11 테러를 당한 이후 기본적인 외교안보전략이 바뀌었고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유엔의 상임이사국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反테러전쟁'의 일환으로 이라크 전쟁을 수행할 만큼 나름대로의 틀을 가지고 있다.
미국이 어떠한 기준을 가지고 있고 그 틀에서 플러스가 되는가, 마이너스가 되는가에 따라 행동을 한다면 '주한미군이 절대로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나 '미국이 우리의 동의 없이는 한반도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참으로 안일(安逸)한 생각이고 오해이다.
미국은 해외 주둔군의 철수문제를 고민할 때 크게 두 가지 상황을 고려해 그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그 하나는 미국의 군사전략과 세계 및 지역전략의 틀이고, 다른 하나는 주재국(駐在國)의 여건 즉 정치, 경제, 사회적 환경의 변화가 고려대상이다. 만약 한국과 미국이 전략적 차원을 고려해 주한미군철수, 감축 또는 재배치를 논의한다면 사실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한미간의 협의를 통해 합의가 이뤄질 것이고 문제점에 대해서는 충분한 보완책이 강구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여건이나 한국내의 정치, 사회적인 변화가 문제가 돼 어쩔 수 없이 군사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린다면 문제의 해결은 어려워질 것이고 껄끄러운 관계가 설정돼 협의과정에서 불신(不信)과 오해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안보적(安保的)으로 가장 취약(脆弱)한 시기, 즉 북한의 핵문제를 놓고 앞으로 한반도에 어떤 위기가 닥칠지 명확한 위기인식을 공유하지 못한 채 주한미군철수문제를 논의하는 시점(時點) 자체도 문제가 있다.
대북(對北) 정책과 관련해 남한내 국론이 분열되고 있고, 주한미군 문제를 놓고 갈등하고 있으며, 행정수도 이전을 놓고 어수선한 상황에서 대비태세의 강화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에 주한미군 철수, 감축 또는 재배치 문제를 굳이 논의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판단도 다시 해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 제기되고 있는 주한미군 철수, 감축 또는 재배치 문제는 한미간의 오해는 없는지, 시기적으로 적절한지, 그리고 선결적(先決的)으로 해결돼야 하는 문제는 없는지에 대해 차근차근 살펴본 후 양국이 결정해야 할 사항이다. 특히 한미 양국간의 동맹관계의 신뢰회복은 무엇보다 시급히 해결돼야 할 문제다.
정부는 다양한 외교·안보의 채널을 통해 한미 양국간에 이견(異見)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고, 최근에는 양국 대통령간의 전화통화를 통해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알려지고 있지만 실제적으로 듣고 이해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듯하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 정부는 한미동맹의 회복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연구기관이나 여론조사기관에 의존하던 시기에서 벗어나 직접 예산을 투입하고 조직을 운영해서 한미간의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정부의 최고지도자부터 정부의 정책에 이르기까지 모든 여건을 다 동원해 한미관계 회복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은 우리가 나가라고 해도 안 나갈 것"이라는 생각이나 "미국이 우리의 동의 없이는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는 오해는 반드시 깨져야 하며, 미국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의 확산을 위해 전력(全力)을 다해야 한다. 미국이 지금은 전쟁억지력(戰爭抑止力) 차원에서 한국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통일 이후 장기적(長期的) 차원에서도 안정세력으로 꼭 필요한 존재임을 정부가 나서서 알려야 한다. 정부가 언론기관, 교육기관을 통해서 이 같은 사실들을 알리지 못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더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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