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 오늘도 보성 읍내에 설치되어 있는 우체통에 들어있는 우편물을 거두어 오려고 우
체국을 출발합니다.
작년 겨울 많은 눈보라와 싸우면서도 언제나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가
올 여름 자주 내린 비 때문에 빨간 옷이 조금씩 뜯겨나가기 시작하더니 예쁜 얼굴에는 곰보
딱지가 내려앉기도 하고 아래쪽에는 흙들이 튀어 오르기도 하여 걸레로 자주 닦고 먼지를
털어 내도 별로 예뻐지지가 않아서 아쉬웠는데 이번에 금 적색의 예쁜 페인트칠을 하여 빨
간색 옷을 입히고 소속 우체국과 번호 그리고 우편물을 거두어 가는 시간표 안내문 등을 마
치 유치원 어린이에게 이름표를 달 듯이 정성을 들여서 붙여 놓았더니 이제야 우체통들이
밝은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저를 반겨줍니다.
첫 번째 우체통을 열어 보았더니 오늘은 우편물이 한 통도 들어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천천히 우체통 속에 들어있는 우편물을 거두어 오는 순서에 따라 이리저리 옮겨다니
면서 거리에 세워진 우체통의 문을 열어봅니다.
그리고 우체통의 문을 열어볼 때마다 우체통 안에 들어있던 우편물들이 새로운 주인을 찾아
서 머나먼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가 제가 우체통을 여는 순간 서로 먼저 새 주인을 찾아서
떠나겠다고 일어서는 것 같아 저도 모르게 웃음이 번져 나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듭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쯤은 2~3백 통의 우편물을 많을 때는 500통이 넘는 우편물을 우체통에
서 꺼냈어야 하는데 오늘따라 우체통에 우편물이 100통도 채 들어있지 않은 겁니다.
“참! 이상한 일이다! 오늘따라 우편물이 이렇게 적지? 지금쯤은 적어도 200통 이상 우편물
이 우체통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데 왜 오늘따라 우편물이 적은 이유를 모르겠
단 말이야!‘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 해봅니다.
원래 우체통을 설치하는 곳은 그냥 아무 곳이나 마구 설치하는 것이 아니고 주로 관공서의
근처나 학교 앞 또는 상가 아파트 단지에 설치를 하기도 하고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기차역
부근이나 버스터미널 근처에 설치를 하며 시골마을에는 주로 마을의 중앙에 있는 회관근처
에 설치를 하여 누구나 쉽게 우체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여 우체통을 설치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 우체통에는 언제나 적게는 한 두통 정도의 우편물이 들어있다고 보아야
하겠지요?
그런데 오늘 따라 우체통에 우편물이 적게 들어있으니 조금은 이상한 생각이 듭니다 만 그
러나 우체통에 우편물이 적게 들어 있다고 해서 모든 우체통을 열어보지 않을 수는 없는 일
이어서 우체통의 문을 열어서 우편물이 들어있나 확인해 보기도 하고 혹시 우체통이 고장은
나지 않았는지 우편물을 거두어 가는 시간표를 누가 떼어 가지는 않았는지 확인을 하면서
천천히 수집을 하다보니 보성읍 옥평리 보성실업고등학교 옆에 있는 우체통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우체통의 문을 여는 순간 우체통 안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습니다.
“참! 이상한 일이다 그래도 이곳은 KBS 중계소 보성중학교 농업기술센터 보성실업고등학교
가 있어서 언제든지 우편물이 들어있는 곳인데 이상하게 오늘은 우편물이 한 통도 없네!”
하며 우체통의 문을 닫는 순간 누군가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허이! 허~이 나 좀 보고가~아!” 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우체통 건너에 있는 가게에
서 영감님 한 분께서 검정 비닐봉지에 무엇인가를 담아 들고서 저를 보고는 저에게 뛰어오
시면서 저를 부르시는 겁니다. 그래서
“예! 왜? 그러십니까?” 하고 대답을 하자 영감님께서는 제 옆으로 다가오시더니 대뜸 하시
는 말씀이 “우체통이 버버리여! 알았어? 잉!” 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제 마음 속으로 만 ‘아니 우체통이 벙어리라니? 이건 무슨 말씀이여?’ 하면서 다시
영감님께 물었습니다. “어르신 우체통이 어떻다고요?” 하고 묻자 영감님께서 하시는 말씀
“으째 우체통이 갑자기 버버리가 되야 부렇당가? 내가 청첩장을 좀 부칠라고 청첩장을 써갖
고 여그 우체통에 널라고 우체통 주댕이를 벌리니 아! 만날 주댕이가 벌려져야제 그래 갖고
는 암만 주댕이가 안 열리고 그래서 청첩장을 못 넣고는 저그 가게서 물어본께 쪼그만 있으
문 자네들이 우체통에 편지를 걷어갈라고 온다고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자네 편지 내 간 것
볼라고 지달리고 있었네!” 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우체통의 우편물 투입구를 손으로 밀어보았더니 그때서야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
습니다.
우체통에 페인트를 칠하면서 우편물 투입구에도 페인트를 칠을 하는 바람에 그만 우편물 투
입구가 붙어버린 것입니다.
그때서야 오늘 우체통에 우편물이 적게 들어있는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우체통 입구가 열리지 않으니 우편물을 넣을 수가 없게 된 겁니다. 그런데 저는 바보같이
그저 ‘이상하다! 왜 오늘은 이렇게 우체통에 우편물이 적게 들어있을까?’ 하고 생각을 했으
니 참! 제가 생각해도 제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입니다.
“어르신 청첩장은 그냥 저를 주세요! 제가 보내드릴게요!” 하고서는 우체통의 입구를 손으
로 힘껏 밀자 그때서야 입구가 벌려집니다.
“어르신 혹시 청첩장을 더 보내시려면 이제 여기다 넣으셔도 되니까요 앞으로는 저 기다리
지 마시고 여기다 넣으세요!” 하면서 우체통을 입구를 손가락으로 밀어서 보여드리자 영감
님께서는 “응 인자는 되구만 아까는 암만해도 안되드만 응! 알았네 수고하시소 잉!” 하시며
그때서야 흐믓한 미소를 띠시며 마을로 돌아가십니다.
그리고 저는 다시 다음 우체통이 있는 장미 아파트 앞 우체통으로 향합니다.
장미 아파트 앞에 거의 다다를 무렵 우체통을 바라보니 다섯 살쯤 먹어 보이는 남자 어린이
가 우체통을 두드려 보기도 하고 우체통에 귀를 대보기도 하면서 우체통 옆에서 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제가 가까이 다가가서 “아가야! 여기서 뭐하고 있니?” 하고 물었
더니 어린이는 저를 보더니 우체통을 한 손으로 가르치며 갑자기 울먹이는 소리로 말을 합
니다.
“아지찌 여기 문이 없어요!” 하면서 한 손에 들고있는 엽서 한 장을 저에게 내미는 겁니다.
“응! 그래 미안하구나! 아저씨가 우체통 문을 열어 줄테니까 조그만 기다려! 알았지?” 하면
서 우체통의 우편물 투입구를 다시 힘껏 밀자 그때서야 다시 입구가 열립니다.
“아가야! 자! 여기다 엽서를 넣어보아라!” 하였더니 방금 까지도 울상이던 아이는 배시시
웃으며 우체통에 엽서를 넣습니다.
그리고는 갑자기 큰소리로 “아빠~아! 나 엽서 우체통에 넣었다!” 하면서 어디론가 달려갑니
다.
그런데 그 순간 저의 휴대전화 벨소리가 들립니다.
“예! 류상진입니다!” 하는 순간 “여기 사무실인데요 팀장 님 지금 어디 계세요?” 하는 소리
가 들립니다.
“여기 장미 아파트 앞인데요! 왜 그러세요?” 하였더니 “지금 북문 현대 마트 앞에 있는 우
체통에 한번 가보세요! 전화가 왔는데요! 우체통 문이 열리지 않아서 우편물을 우체통에 넣
지 못한다고 전화가 왔어요! 지금 사람이 기다리고 있데요!” 하는 겁니다.
‘아이고 우체통에 새 옷을 한번 입혔더니 왜 이렇게 말썽이 많지?’ 하면서 “예! 알았습니
다! 금방 갈테니까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세요!” 하고서는 급히 북문 쪽으로 달려갑니다.
그랬더니 아주머니 한 분께서 저를 기다리고 계시더니 “아저씨 미안합니다. 우체통 문이 열
리지 않아서! 제가 우편물을 우체국에 가지고 가야하는데 광주에 볼일이 있어서 버스를 타
야하거든요! 그래서 전화를 했어요! 귀찮게 해서 정말 미안합니다!” 하시는 겁니다.
“아닙니다! 그렇지 않아도 우체통에 문이 열리지 않아서 지금 다른 곳에서도 소동이 났어요
죄송합니다. 저는 우체통에 새로 페인트칠을 해도 우체통 입구가 이렇게 붙어버릴 줄은 몰
랐거든요! 죄송합니다!” 하고는 아주머니께서 건네주신 편지를 받아 오토바이 적재함에 싣
고서는 우체국으로 달려갑니다.
그리고는 망치 하나를 가지고 1번 우체통부터 우체통 입구가 열리는지 안 열리는지를 확인
하기 시작합니다.
모든 우체통에 차근차근 우체통 입구가 열리는지를 확인을 하고 입구가 열리지 않은 우체통
은 망치의 손잡이 끝 부분을 입구에 대고서는 힘껏 밀어서 입구가 열리도록 하고 나서야 벙
어리 우체통 소동은 끝이 났습니다.
이럴 때는 우체통이 말을 할 줄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인 님 제 입이 붙어서 열리지 않
아요! 그러니까 저의 입을 좀 떼어주세요!” 하였다면 오늘의 벙어리 우체통 소동도 없었을
것인데 우체통이 말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낼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