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역 앞의 두 사나이
1.
“목포행 완행열차냐, 아니면 대명농장의 돼지냐, 이것이 문제로다. 자...... 한잔 그려 봐~”
영등포역 앞에 있는 포장마차에서 명수가 소주잔을 들며 소리쳤다.
“좋다. 나는 무조건 탈출이야, 나는 배 타러 간다.”
맞장구치는 영구의 목소리도 힘찼다.
천안 부근에 있는 대명돼지농장에 같이 일하러 가자고 명수는 영구를 꼬이고 있었지만, 사실은 명수도 돼지농장에 일하러 갈 마음은 없었다. 영구는 벌금을 내지 않고 이리저리 피해 다니다가 걸려 교도소에서 열흘간 노역하다 그제 나왔다.
“야, 임마, 농장에서 돼지 키우면 마음은 편해. 좆같은 세상살이를 싹 잊을 수 있지.”
취기에 번들거리는 눈빛을 하며 명수가 말하자, 대뜸 영구의 큰 목소리가 날아왔다.
“씨팔, 남자자식이 돼지불알이나 쳐다보며 살 일은 없지. 나는 바다에 둥둥 떠서 살 거야. 소주에 쫄이나 가면서 낙지나 뜯어먹고 사는게 맘 편해.”
“병신새끼, 악덕선주를 만나서 뼈 빠지게 일이나 하다가 월급도 떼어 먹힐 것이 뻔해.”
피식 웃으며 명수는 중얼거렸다. 사실 명수는 영구가 돼지농장으로 같이 일하러 가자고 해도 갈까 말까하는 중이었다. 돼지 똥이나 치우며 살지 않아도 될 것만 같은 예감이 자꾸 들었다.
별안간 영구의 핸드폰이 울렸다. 거슴츠레한 눈으로 핸드폰을 바라보던 영구는 인상을 잔뜩 쓰면서 핸드폰을 열자마자 소리쳤다.
“왜 씨팔 자꾸 전화질이야? 정말 지겹다. 이제 우리 찢어지자. 소리도 없이......”
그러자 미선이의 당찬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흘러나왔다.
“야잇, 개새끼야, 누가 너 좋다고 했냐? 찢어지면 곱게나 찢어지지 내 돈을 왜 훔쳐 간 거야? 너 씨팔놈, 또 빵에다 집어넣을 거야. 정말 집에 안 들어온단 말이지? 좋아, 당장에 경찰서로 가서 도둑놈으로 너를 고소해 버릴게.”
영구는 뜨끔한 표정을 짓다가 대번에 벌컥 소리를 질러댔다.
“뭐? 내가 도둑놈이라고? 이 쌍년이 뻗으려고 기를 쓰네. 빵에 나를 집어넣는다고? 그래 빵에다 나를 쳐 넣어봐라. 빵에는 쌍년아, 앙꼬 아니면 팥이 들어가는 거야. 너 좋아하는 찐빵은 팥이 들어가고, 내가 좋아하는 호떡에는 까만 설탕이 들어간다. 나를 집어넣으면 무슨 빵이 되지? 말해봐~ 좆같은 년아.”
2.
핸드폰을 탁 끊는 영구의 표정이 흐려졌다.
아무래도 미선이가 또 경찰서로 뛰어갈 것이다. 밤이면 술집에 나가는 미선이와 동거한지 벌써 일 년이 넘는다. 그 동안에 수없이 싸워가며 살았지만 끝은 항상 영구의 패배였다.
생각해 봐라.
남자가 능력이 없어서, 여자가 술집에 나가는 것은 그렇다 치자. 그렇지만 아무리 남자가 병신 같은 새끼라도 그렇지, 새벽에 술에 잔뜩 취해서 들어온 미선이의 술주정은 정말 배알이 꼴리고 더러워서 못 참겠다.
비디오프로를 빌려보며 꾸벅거리다 잠이 들면 미선이는 새벽에 취한 걸음으로 방에 들어온다. 그리고는 발로 툭툭 영구를 차고는, 옆에 딱 붙어 앉아서 미주알고주알 옛날에 있었던 일을 캐묻고는 깐죽대는 것이다.
생각도 나지 않는 까마득한 일을 꺼내서 따지고 들면 환장한다. 언젠가 같이 길거리에 서 있던 여자가 누구냐, 지금도 그 여자를 만나는 것이 분명하다, 자기가 없는 사이에 이 방에 그 여자를 데리고 들어와 잔 것이 분명하다는 둥, 정말 짜증나게 달달 볶는 것이다.
첫 번째로 주먹이 날아간 날,
그 날은 미선이가 일찍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완전히 술에 맛이 간 상태로 방에 들어섰다. 그러더니 영구의 핸드폰을 휙 뺏어서는 찍혀 있는 수신과 발신전화번호를 일일이 확인해 가면서 누구냐고 꼬치꼬치 캐묻는 것이었다.
재수가 없으려니 별 일도 다 있다. 마침 낮선 전화번호가 찍혀 있었는데, 잘못 걸려온 전화였다. 물론 전화를 잘못 건 사람은 여자였던 것이다. 누구의 전화번호냐고 따지자, 영구는 홧김에 여자에게 걸려온 전화라고 말했다. 미선이의 성질에 가만히 있겠는가,
그 번호를 누르자 한참 신호가 간 후에 졸음에 겨운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대뜸 미선이가 소리 질렀다.
“야, 쌍년아, 너 영구하고 붙어먹는 년이지?”
물론 상대방은 어느 미친년이 전화를 했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말도 안하고 전화를 탁 끊자, 또 다이얼을 눌러서 욕을 해댔다. 상대방은 견디다 못해 전화기의 전원을 끊어버린 것이었다.
엎드려 피식 웃던 영구에게 미선이가 던진 핸드폰이 날아왔다.
이마에 퍽 꽂히는 핸드폰에 별이 반짝반짝 거렸다. 벌떡 일어선 영구의 주먹이 미선이의 얼굴로 날아갔다. 물론 미선이는 발라당 뒤로 나가자빠진 것이다. 순간 미선이의 손톱이 영구의 얼굴에 오선지를 그렸고, 다시금 날아간 영구의 주먹은 미선이의 눈텡이에 떨어졌다.
3.
“이 개새끼가 이제는 나를 때린단 말이지?”
전화통으로 달려간 미선이는 112를 눌렀다. 사람 살려 달라고 했던가, 정말 더럽고 치사했다. 누가 먼저 시비를 걸었는데, 신고를 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경찰서로 끌려간 영구는 핸드폰에 얻어맞아 혹이 불쑥 나온 이마와, 다섯줄의 선명한 손톱자국을 형사에게 들이밀며 말했다.
“이것을 보세요. 어떤 놈이 이렇게 당하고서 가만히 있겠어요?”
영구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던 형사는 말했다.
“이 사람아, 그래도 당신은 남자잖아. 저 쪽은 연약한 여자고.”
영구는 형사가 자기를 폭력범으로 밀어붙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혼인신고는 안 했어도 내 마누라예요. 부부싸움을 했는데, 그것도 죄가 되어요?”
형사는 껌을 짤깍짤각 씹으며 얄밉게 말했다.
“가정폭력도 죄가 된답니다. 빨리빨리 조사나 받으시고, 할 말이 있으면 검찰에서 하슈.”
다음날 미선이가 면회를 왔다. 한쪽 눈은 퍼렇게 멍이 들었다.
미친년 같으니, 제가 신고를 했으면 울지나 말 것이지, 창피하게 퍼런 눈텡이로 면회실에서 엉엉 울면서 배는 안 고픈가, 춥지는 않냐, 하는 것이다. 이 년은 내가 꼭 불쌍한 티가 나야, 제 정신이 드는 모양이다. 시쿤둥한 표정으로 돌아서며 영구는 바닥에 침을 퇘 뱉었다.
벌금이 떨어질 것이라는 말을 뒤로하며 영구는 석방되었다.
정말 의부증 환자하고는 못 살겠다. 영구는 경찰서 정문을 나오면서 탈출을 생각했다. 생글생글 웃으며 팔짱을 낀 미선이는 푼수처럼 영구를 가두었던 형사에게 찾아가 일일이 인사하고 지랄이다. 안대나 하고 올 것이지, 무슨 훈장이나 된다고 퍼런 눈텡이는 내 놓고 다니는지,
“호호호...... 경찰아저씨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그 날은 석방기념으로 대낮부터 술을 마셨다.
홀짝거리며 마신 술에 영구와 미선이의 몸이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말투도 제 성질대로 마구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너는 내 손안에 있어, 까불면 또 빵에 보내버린다.”
티격태격하다가 미선이가 던진 말 한마디에 영구는 벌떡 일어섰다.
“씨팔, 좆같은 소리 말아. 내가 너 없으면 못 살 줄 알아?”
영구는 식당 밖으로 나왔다.
승용차에 올라서 시동을 걸었다. 음주단속이고 뭐고 눈에 보이는 것도 없다. 저 년만 떨어뜨릴 수 있다면 지구 끝이라도 가겠다. 빽밀러로 미선이가 쫓아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영구는 가속패달을 밟았다. 징글징글한 저 년이 쫓아오기 전에 어디론가 멀리 떠나야겠다.
4.
영구는 목포를 향해 달렸다. 부둣가에 가면 선원으로 금방 취직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배를 타면 저 년이 쫓아오지 못할 것이다. 비록 백수로 지내면서 미선이가 술집에서 벌어온 돈으로 게겼지만, 이제부터는 백수탈출이며 자유인이다.
여자가 벌어오는 돈으로 사는 일처럼 처량하고 고달픈 것은 없다. 거기에다 의부증 증세라도 여자에게 있어봐라. 정말 생사람 잡는 일이지, 어찌된 일인지 요즈음에는 여자가 더 설친다. 전에는 의처증이라는 것이 여자를 괴롭혔다는데, 이제는 의부증이라고 한다.
자존심 상해서 말하지 않으려 했지만, 내가 미선이의 팬티도 빨아주고 브레지어도 빨았다.
여자 속옷을 빨면서 내가 무슨 생각을 했겠느냐는 말이다. 아무리 내가 백수라 해도 뼈대 있는 집안의 자손이다. 이조시대에 정승 판서를 하던 조상이, 계집년 팬티나 빨고 있는 내 꼴을 보면 눈알이 튀어나오겠지,
고속도로에서 웅장한 소리를 내며 달리는 커다란 트레일러를 바라보았다. 씨팔, 남자란 저렇게 우람하게 살아야 되는데, 술집에 나가는 년 밑에서 살다니, 한심하다. 썩어도 준치라는데, 매일 그 년의 뒤치다꺼리만 하고 있다니,
우선 조그만 배를 타면서 그 년을 정리하고, 큰 배를 탈 것이다. 원양어선을 타고 지구를 빙빙 돌아다니는 것이다. 태평양도 가보고, 대서양도 돌아다니면서 돈이나 척척 벌어서 돌아오면 기똥찬 여자가 나에게 짝 달라붙겠지.
영구는 자정이 넘어서 목포에 도착하여 여관을 잡았다.
마도로스가 되는 꿈을 꾸면서 잠을 청했다. 가만히 눈 감고 있으니 미선이의 독한 얼굴이 떠올랐다. 눈을 앙칼지게 부릅뜨고 달려드는 모습에 고개를 저었다. 정말 떠나오기 잘한 것이다. 한대 맞았다고 112에 신고나 하는 그 년하고 어떻게 평생을 보장한다는 말인가,
비몽사몽 잠결에 여관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새벽 네 시가 넘은 시간이다. 찾아 올 사람도 없는데 이상했다. 고개를 갸웃하며 팬티 바람으로 문을 열었다. 밖에는 경찰관 두 명이 서 있었다.
“서울 가에 0000번 소나타차를 아저씨가 타고 오셨어요?”
영구는 눈을 비비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분증을 봅시다. 선생님께서 자동차 소유주가 아니죠?”
영구는 의아한 시선으로 물었다.
“제가 타고 다니는 차인데요. 무슨 말씀이세요?”
경찰관은 수갑을 꺼내더니 영구의 손목을 잡아 당겼다.
“지금 선생님께서 타고 오신 자동차가 도난차량입니다. 같이 가시죠.”
영구는 경찰서에 끌려간 후에 내막을 알 수 있었다. 차를 살 때에 미선이가 자기의 이름으로 등록한 것이었다. 그러니깐 정확한 서류상의 차량소유자는 미선이 그 년이다.
그 년이...... 원수 같은 지긋지긋한 그 년이......
영구가 차를 타고 도망치듯 떠난 후에 곧바로 차량도난신고를 내었던 것이다. 아내의 차라고 극구 말했지만, 혼인신고도 안 되어 있는 사람을 어떻게 믿겠냐고 말하는 경찰관이었다.
그렇게 영구는 유치장에 들어갔고, 생글생글 웃는 미선이는 면회 와서는 사식을 넣어주며 눈짓을 찡긋했다.
뼈대 있는 가문의 자식이 이렇게 끌려오다니, 그리고 그 년의 속옷을 또 빨고 있다니......
5.
그 동안에 어느 정도 푸닥거리를 해서 미선이도 조심하는 눈치였다. 심했던 미선이의 의심증이 잡힌 계기가 있었으니, 이번에는 주먹도 아니고 우격다짐도 아닌 우연한 울분이었다. 싸움도 하다보면 느는 법이다. 미쳤다고 경찰에 끌려가는 주먹질을 하겠는가,
미선이가 출근하지 않은 날에 같이 쇼핑을 나갔었다.
사실 미선이는 돈을 벌어오면 영구에게 잘 쓰는 편이다. 자기 옷은 남대문시장에서 싸구려를 샀지만, 영구의 옷은 그 옆에 있는 신세계백화점으로 가서 꼭 메이커만 샀다. 허우대가 멀쩡한 영구에게 비싼 양복이나 케쥬얼을 입혀보고는 혼자서 황홀해하였다.
그 날도 비싼 티셔츠를 사서 입히고는 차 옆에 앉아서 조잘대고 있었다.
신호등에서 출발하려다가 앞차를 살짝 들이박았다. 얼른 차에서 내린 영구는 상대방 차에서 내린 여자에게 꾸벅 절을 했다. 하얀 옷을 입은 젊은 여자는 영구의 인사를 받자 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뒷범버를 살펴보더니 괜찮다고 말했다. 영구는 너무 고마워서 다정한 제스쳐를 쓰면서 다시 한번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흥, 여자라면 그저 사족을 못 써.”
차에 오른 영구에게 던진 미선이의 카랑한 목소리였다. 영구는 별안간 열 받는 기분이었다.
“내가 잘못해서 미안하다고 한 것인데, 무슨 사족을 못 쓴다고 생트집이야?”
영구와 앞차의 운전자인 젊은 여자가 대화하는 모습이 무척 식상하게 보였던 미선이었다.
“그냥 미안하다고 하면 되었지, 여자한테 왜 굽실굽실 대고 그래?”
“뭐? 내가 언제 굽실댔어? 그냥 미안하다고 했잖아.”
“그게 굽실댄 것이 아니고 뭐야? 그저 여자라면 눈깔이 휙 돌아가는 모양이지?”
이렇게 시작된 싸움이었다.
사실 영구는 억울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미선이를 알고부터는 다른 여자를 일체 만나지 않았지만 미선이는 그것을 알아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매사에 의심증을 보였다. 말이 사랑이지, 피우지도 않은 바람을 피운다고 볶아 챌 때는 정말 사랑이 원수 같았다.
“내가 봤으니 알아? 나 몰래 어느 년하고 붙었는지 알게 뭐야?”
눈을 앙칼지게 부릅뜨고 또 대들었다. 계속 미선이의 말이 비수처럼 이어졌다.
“씨팔, 남자새끼란 다 똑 같아, 나도 미친년이지, 너처럼 배알도 없이 아무 계집년한테 굽실대는 놈이 뭐가 좋아서 이러는지 모르겠어.”
영구는 차를 도로 한복판에 삑 하고 세웠다. 문을 열고 내리더니 상향으로 환히 켜져 있는 자동차 불빛 앞에 섰다.
그리고 혁대를 풀고는 바지를 휙 내렸다. 하얀 팬티가 선명히 차의 조명에 드러났다. 손을 팬티고무줄에 걸었다. 그리고 팬티마저 아래로 확 내려 버리는 것이었다.
“야잇, 씨팔년아, 내가 바람만 피는 놈팽이라고? 눈깔을 뜨고 똑똑히 봐라.”
영구는 남자의 상징을 손으로 들먹거렸다. 그리고 울분을 토하듯 허공에 대고 또 소리쳤다.
“내가 바람둥이라고? 나는 뼈대 있는 집안의 후손이다. 내가 파렴치하게 여자나 등치고 사는 놈인 줄 알아? 말해봐~ 내가 그런 놈이라면 네가 떳떳하게 말하란 말이야.”
지나가던 차가 일제히 서면서 사람들은 영구의 기괴한 행동에 넋을 잃었다.
영구는 백수의 울분을 서울 하늘에 대고 토했다. 황급하게 차에서 튀어 나오는 미선이의 모습이 보였다. 건너편에 있던 교통순경이 뛰어오고 있었다.
그 날의 울부짖음은 미선이의 의심증을 잠재우다시피 했다. 그리고 영구를 한 명의 남자로서 대우하듯 고분고분한 빛을 보였다.
6.
그런데 오늘, 정말로 떠나려고 영구는 큰소리를 펑펑 쳤다.
미선이의 전화를 받자마자 쌍욕부터 막 해댔다. 영등포역 앞의 포장마차에서 목포로 가는 열차를 찾으며 멀리 떠난다고 기염을 토했다. 사실 그럴 만한 일이 있었던 것이다.
보름 전에 미선이는 새벽에 술이 취해서 돌아왔다. 거의 매일같이 손님 받느냐 취하는 술이라서 영구는 별로 개의치 않았지만 그날은 미선이가 방에 들어오자마자 영구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 영구는 푹푹 내지르는 술냄새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미선이는 술냄새나는 입을 영구의 입에다 자꾸 들이대면서 사랑한다고 투정부렸다.
“비켜~ 냄새나는 입을 왜 자꾸 들이대고 그래?”
풀썩 던진 영구의 말 한마디에 미선이의 안색이 싹 변했다. 휙 돌아선 미선이의 눈에 광기어린 빛이 흘렀다.
“왜 그래? 내가 술집 년이라서 우습다는 말이지? 뼈대 있는 집안의 아드님.”
영구는 뭔가 낌새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비실비실 일어서며 자리를 피하려하자 미선이는 영구가 바지를 못 입게 옷을 뒤로 빼 돌렸다. 그리고 서랍에서 가위를 꺼내더니 영구의 옷을 마구 잘랐다. 영구는 가위를 뺏고는 미선이를 방구석으로 몰아쳤다. 미선이의 앙칼진 손톱이 날아오며 둘이서 방바닥으로 뒹굴렀다.
영구는 절대로 미선이를 때리지 않았다. 미쳤냐, 또 유치장에 갈 일이야 없지. 가정폭력 좋아하네......
“흥, 내가 너를 빵으로 보내줄게.”
별안간 후딱 일어선 미선이는 한마디 던지더니, 전화통을 들어 112를 눌렀다.
“웃기지마, 내가 너를 때린 적도 없으니, 네 마음대로 경찰을 불러봐, 겁날 줄 알고?”
들이닥친 경찰 앞에서 영구는 당당했다.
“저는 이 여자를 때린 적도 없으니 가정폭력은 말도 안 됩니다.”
그러자 미선이는 손가락으로 영구를 가리키며 매섭게 말했다.
“경찰아저씨, 저 사람은 벌금도 안 낸 사람이어요.”
영구는 황당했다. 벌금이라면 전에 미선이를 때렸다고 가정폭력으로 잡혀갔을 때에 나온 것이었다. 사실 돈이 없어서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벌금을 안 냈다고 이미 수배가 떨어진 것이었다. 경찰은 영구의 주민등록번호를 두드려대더니 말했다.
“같이 가시죠. 검찰에서 수배가 떨어져 있네요.”
세 번째다.
그 년 때문에 유치장으로 끌려간 횟수가......
7.
“저는 한 푼도 없는 백수입니다. 그냥 빵에 들어가서 살겠습니다.”
벌금을 마련할 사람에게 연락하라는 검찰직원에게 영구는 당당히 말했다. 그리고 호송차에 실려서 미선이의 말처럼 빵이라는 교도소에 들어갔다. 아무리 여자가 술집에서 벌어오는 돈으로 먹고 살지만, 뼈대 있는 집안의 후손인데...... 나도 고집이 있는 사람이다.
다음날에 면회 온 미선이는 벌금 삼십 만원을 달랑달랑 손으로 흔들며 말했다.
“벌금 내 줄게, 앞으로 내 말을 잘 들으면.......”
영구는 픽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는 절대로 양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마, 하루에 삼만 원씩 열흘만 까면 네 신세 안지고 나갈 수 있어.”
뽀얀 얼굴을 화사하게 유리창에 들이댄 미선이는 혀를 쏙 내밀며 말했다.
“안에서 뭐하는데, 하루에 삼만 원씩 까는 거야?”
영구는 어깨를 으쓱하며 허공에 대고 대답했다.
“봉투 붙인다. 왜, 너도 붙여볼래?”
미선이는 까르르 웃었다. 그리고 돌아서며 말했다.
“잘 해봐, 봉투 많이 붙여서 돈 많이 벌어, 내일은 십 칠만 원만 가져오면 되겠네, 기회는 있으니깐 답답하면 굴복하고 사정해도 돼.”
영구가 고집피우며 열흘을 꼬박 채우고 출소한 날에 미선이는 정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원래의 생각대로라면 영구는 미선이를 쫓아가지 않아야 되는 것이지만, 사실 영구의 주머니에는 한 푼의 돈도 없었다. 미선이가 쪼르르 달려가서 사 온 담배를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후욱 하고 허공에 뿜는 담배연기는 아름다웠다. 씨팔, 병주고 약주는 년 같으니......
그날 밤에 영구는 미선이를 끌어안고 업치락 뒷치락했다.
신음소리를 내며 달려든 미선이를 마구 짓누르면서 속으로 기원했다. 하느님, 이 년을 죽여주십시오. 아주 저 세상으로 보내주십시오. 죽어라 하고 짓누르는 영구의 몸에 미선이는 더욱 황홀한 경지를 거닐며 속으로 말했다. 이 놈은 내 손안에 있소이다.
다음날, 영구는 미선이의 핸드백 속에서 몰래 이십 만원을 꺼냈다. 이 정도의 돈이면 목포에 내려갈 경비는 충분히 되고도 남는다. 손에 들린 십만 원 짜리 수표 두 장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명수를 만나서 이별의 술이나 한잔 하고 얼른 떠나야 할 것이다.
미선이는 저녁에 출근하면서 핸드백 속에 들어있던 수표가 없어진 것을 알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분명히 배를 타러 간다고 떠날 것이지만, 너는 내 손안에 있다는 것을 명심해라.
이미 수표번호를 따로 적어 놓았다. 도망만 가면 너는 죽음이다. 빵으로 또 보내지......뭐
미선이는 속으로 말했다.
내가 너를 죽자 사자 좋아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지? 순진한 녀석...... 바로 그 순진함이 나를 황홀케하는 너의 매력이다. 너는 딱 걸린 거야. 호호호...... 귀여운 녀석.
8.
소주를 왈칵 목구멍으로 쏟아 넣는 영구를 명수는 멍청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 미선이에게 온 전화를 받은 후부터 영구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벌써 네 병째 마시는 소주에 명수도 취해있었다.
“에잇, 좆같아. 이럴 때에 로또복권이라도 탁 맞으면, 씨팔 어디가 덫나나?”
돈을 훔쳐갔다고 으름장을 놓은 미선이의 호통에 이미 맛이 간 영구의 독백이었다. 그 년은 분명히 경찰에 신고할 것이다. 그 년이 어떤 년인가, 이미 영구를 세 번 씩이나 빵에 보내지 않았는가,
로또복권이라는 말이 나오자 명수의 가슴이 뜨끔했다.
엉거주춤 뒷주머니로 손을 가져가더니, 손가락을 넣어서 얄팍한 로또복권이 제대로 있나 확인해 보았다. 인생역전의 예감이 들었다. 명수는 가느다란 눈을 지그시 감으며 눈웃음치더니 입맛을 쩝쩝 다셨다.
명수는 이미 돌아가셨지만 그토록 무섭던 아버지의 꿈을 꾸었었다.
험상한 얼굴과 커다란 덩치의 아버지는 어렸을 때부터 명수를 구박했었다. 멍청한 녀석, 제 밥그릇도 챙기지 못하는 녀석, 장가나 갈지 알 수 없는 녀석, 대충 그런 식이었다.
무섭던 아버지가 꿈에 나타났는데, 정말로 기가 막힌 행운을 예감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황금빛 도는 커다란 돼지를 끌고 오더니 명수에게 잘 키우라고 주었던 것이다. 얼떨결에 돼지를 묶은 끈을 받아 들었는데, 황금빛 돼지가 그야말로 황금빛이 가득한 똥을 명수의 발등에 싸는 것이었다. 그것을 본 아버지는 미소를 지으며 잘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는 돌아섰던 것이다.
눈을 번쩍 뜬 명수는 돼지저금통을 털어서 로또복권을 열장씩이나 샀다. 돼지꿈, 돼지똥, 그리고 돼지저금통으로 이어지는 돼지의 삼각형은 황금의 트라이앵글 같았다.
“자, 한잔을 멋지게 들어보자.”
별안간 명수는 소리치며 소주잔을 들었다. 내일 로또복권에 당첨만 되어봐라.
미선의 말에 주눅이 들어있던 영구는 명수가 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며 얼떨결에 술잔을 들고 같이 소리쳤다.
“위하여...... 원샷으로 쭉 마시자.”
그년을 한꺼번에 들이켜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들자. 아유, 지독한 년,
명수의 핸드폰에서 벨소리가 들렸다.
“형, 사장님이 물어보던데, 몇 시에 천안에 도착해요? 사장님이 마중나간다고 하던데,”
명수는 돼지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후배로부터 온 전화를 받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몰라, 짜식아, 지금 한잔하고 있으니깐 무드 쫑내지 마,”
“오늘 꼭 와야 해, 내일은 돈사를 청소해야 되거든, 돼지똥이 엄청나, 빨리 와~”
“씨팔, 좆같은 똥 얘기는 왜 자꾸 하고 그래? 전화 끊어.”
이번에는 영구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미선이의 전화다.
“자기야, 정말 집에 안 들어올 거야? 자기가 훔쳐간 수표번호를 다 적어놓았으니 자기는 꼼짝도 못해, 뛰어봐야 벼룩이지, 갈 테면 가~ 떠나는 순간부터 너는 법무부 아들이다.”
깐죽거리는 미선이의 말에 영구는 버럭 소리 질렀다.
“야잇, 개 같은 년아, 네 마음대로 해. 씨팔 빵으로 보내던지, 가락국수로 보내던지, 꼴리는대로 하란 말이야.”
9.
둘이서는 비틀거리며 영등포역으로 올라가는 높은 계단 앞에 섰다.
“야, 씹새끼야, 너는 배를 타러 가니깐, 여기서 목포로 가든지, 부산으로 꺼지든지 네 마음대로 해.” 명수가 계단 위를 손가락질하면서 꼬부라진 혀로 말했다.
“너는 씨팔놈아, 돼지똥이나 치우러 천안으로 간다고 했잖아?” 두 손을 주머니 꽂은 영구가 흔들거리며 물었다. 명수는 씩 웃더니,
“야, 이 새끼 웃기는 새끼네, 내가 씨팔놈아, 돼지똥이나 치우며 평생을 살아야 되냐? 나도 인생역전이다.”
명수는 지나가는 고급승용차 에쿠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모두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나도 씨팔놈아, 저기 있는 에쿠스를 딱 몰면서 옆에 쫙 빠진 콜라병같은 깔치 한 명을 태우고 설악산 콘도로 놀러 갈 거야,” 이렇게 말하는 순간에 명수는 진짜 로또복권에 당첨될 것만 같았다. 내일이면 완전히 인생쇼브를 볼 수 있는 날 같았다.
“에쿠스 좋아하네, 씨팔, 저 새끼도 완전 또라이 다 됐네, 에구 내 팔자야 하면서 콜라나 쳐 마시지, 병신 같은 새끼.”
영구는 완전히 기세가 꺾여 있었다. 그년이 수표번호도 적어 놓았다고 했으니, 완전히 도둑놈으로 몰려 붙잡힐 것이다. 벌써 수표 한 장은 주민번호까지 이서해서 술값으로 지불했던 것이다. 에잇, 씨팔 좆같은 년이다.
오십 대 아줌마가 힐끗거리며 다가오더니 명수를 슬쩍 부르는 것이 보였다.
“총각, 놀다 갈래? 서비스 잘하는 예쁜 아가씨 있어.” 영등포역 뒷골목의 사창가에서 손님 잡는 삐끼아줌마였다. 명수는 큰 덩치를 비비꼬듯 아줌마와 속닥거린다.
“에잇, 오만 원이면 너무 비싸, 사만 원에 하면 모르지, 여기 이 친구하고 둘인데......”
아줌마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렇게 하자고 했다.
“야, 너 말이야, 아까 술값내고 남은 돈 있지? 같이 한번 하러 갈래?”
영구는 멍한 눈으로 명수를 쳐다보았다. 이 새끼가 남의 주머니는 왜 노리는지, 웃긴다.
“씨팔 놈아 네 돈으로 써, 내가 니 좆경비도 대 주어야 돼?” 명수는 고개를 까닥이며 영수에게 매달렸다.
“헤헤~ 오랜만에 같이 한번 놀자는 친목적인 취지일 뿐이야. 내가 내일 따블로 값아 줄게. 따따블로 값을 수도 있어. 진짜 갚아 준다니깐,”
영구는 거슴츠레한 눈을 꿈뻑이다가 주머니에서 십만 원 짜리 수표를 꺼내 쑥 내밀었다. 도둑놈으로 몰리는 물건인데, 아까울 것도 없다. 그 지독한 년 돈인데......
“헤헤~ 이 새끼는 가끔 내 가슴을 흔든단 말이야. 너는 진짜 나의 평생동지야.”
명수와 영구는 쪼르르 아줌마를 따라서 어두운 뒷골목으로 들어섰다.
10.
“오빠, 정말 멋지게 생겼다. 옷 벗어.”
영구는 화장품 냄새를 진동하는 아가씨가 허리를 끌어안는 순간에 움찔했다. 눈앞이 어른거렸다. 꼭 미선이가 방문을 박차고 들이닥칠 것만 같았다. 그것도 경찰관하고,
옆방에서는 벌써 일이 벌어졌는지, 명수가 낄낄대는 목소리가 들렸고 무엇인가 쿵당거린다.
에라, 모르겠다. 이왕 벌어진 일인데, 죽을 때 죽더라도 눈앞에 닥친 떡은 먹고 볼 일이다. 주섬거리며 옷을 벗고 침대에 누웠다. 아가씨는 알몸으로 영구 옆에 눕더니 이상한 눈초리로 물었다.
“오빠, 왜 거기가 안 서?”
설 리가 없다.
독사 같은 눈빛으로 다가오는 미선이의 얼굴이 오락가락하는데, 그것이 서겠냐는 말이다. 입맛을 쩍쩍 다시던 영구는 돈이 아까웠다. 안 서면 손해다. 에잇, 정말 좆같은 좆이다. 그냥 나가면 돈도 안 물려주는데, 이 지랄하고 있다니,
열심히 기분 돋우며 세우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미선이의 시퍼런 눈빛이 사정없이 덮쳐왔다.
영구는 왼쪽으로 올라탔다가 오른쪽으로 툭 떨어졌다. 팔만 원이라는 거금이 나갔는데 왜 이런지 모르겠다. 미선이하고 하면 백발백중인데,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오른쪽에서 올라타서 꾸물거리다 왼쪽으로 툭 떨어진다. 이 꼴을 깜빡이며 쳐다보던 아가씨는 한심하다는 투로 말했다.
“오빠, 쏫타임 시간이 넘어가면 돈 더 내는 것 알지?”
영구는 여자를 밀치며 벌떡 일어나 앉았다. 완전히 생지랄하는 꼴이다.
“오빠, 메추리알이 깨졌나봐....... 쯧쯧......”
얌통머리 없게 던지는 아가씨의 말이다.
별안간 옆방에서 아가씨의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잇, 정말 웃기네, 사만 원에 한번이면 되었지, 뭘 또 하자고 그러는 거야?”
명수만 신났다. 그 새끼는 벌써 한번 한 뒤에 또 다시 여자에게 달려드는 모양이다. 개새끼 같으니, 남의 돈으로 재미 보는 주제에 엄청 껄떡댄다.
밖으로 나오는 영구의 눈이 사방을 살폈다. 수표를 훔친 것도 켕기지만, 이런 데를 들락거리다가 미선이 눈에 띄었다 하면 그야말로 죽음뿐이다. 힐끗힐끗 거리며 골목을 빠져 나오자, 싱글거리며 명수가 뒤따라 나왔다.
영등포역 광장에는 시계탑이 멀뚱히 서 있다. 오가는 사람도 뜸한 새벽이었다. 광장에 서 있는 두 사나이의 뒤로, 벤치에 몸을 눕힌 노숙자가 신문지를 얼굴에 덮고 자고 있다.
“씨팔, 배 타는 것도 물 건너갔어. 어디로 가지?”
혼자서 중얼거리는 영구의 음성이었다.
11.
명수는 피시방 구석에 앉아 있었다. 앞에는 로또복권이 쭉 펼쳐져 있고, 컴퓨터 모니터에는 복권당첨번호가 떠 있었다. 꾸벅꾸벅 거리며 졸았다. 꿈속에서 아버지가 나타났다. 몇 일전에는 황금돼지를 끌고 나타났던 아버지가 이번에는 험상한 얼굴을 한 채로 나타난 것이다.
“가서 돼지 키우라고 하니깐, 지금 뭔 지랄하고 있어?”
솥뚜껑 같은 아버지의 커다란 손이 날아오더니 명수의 뺨을 철썩 갈겼다. 명수는 깜짝 놀라서 눈을 뜨면서 소리 질렀다.
“알았어요. 돼지 키우면 되잖아요.”
옆에 앉아서 자판을 투닥거리던 피시방손님이 덩달아 깜짝 놀라며 물었다.
“돼지 키우는 게임도 있어요?”
명수는 천안 내려가는 기차시간을 떠올리며 벌떡 일어났다. 시계를 보니 십오 분 남았다. 힐끗 옆에 있는 손님을 훔쳐보았다. 돼지 키우는 게임이야 있지, 내 인생게임이 바로 그것이다. 에그, 좆같은 인생.
한편 영구는 미선이가 있는 방에 들어서고 있었다.
“옷 벗어.”
들어서는 순간에 미선이가 던진 첫마디였다. 영구는 꾸물거리며 영문을 몰라서 벙벙한 채로 서 있었다. 흡사 영등포사창가에 들렸던 일을 미선이가 알고 하는 소리 같았다.
“옷 벗으라는 말이 안 들려?” 서슬처럼 날아오는 미선이의 목소리였다.
“옷은 왜 벗으라는 거야?” 영구는 비실비실 대며 물었다.
“대낮부터 푸닥거리 하려고 그러는 줄 알아? 모처럼 네 속옷이나 빨아 주려고 그래.”
영구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옷을 벗기 시작했다. 눈치를 슬슬 보며 돌아서서 바지를 내렸다. 혹시 이상한 것이라도 팬티에 붙어오면 큰일이다. 얼른 속옷을 살폈다.
어제 꺼내 온 돈을 몽땅 날리고 왔으니 뭐라고 변명해야 할지 몰랐다.
“내 놔~”
영구는 멈칫했다. 주머니에 천 원짜리 몇 개뿐이 없는 것이다. 더듬더듬 말하는 영구였다.
“그거...... 그 것 말이야, 어제 술을 퍼 먹느냐고......”
웃음을 감추느냐 뒤 돌아서며 미선이는 일부러 날카롭게 소리쳤다.
“밑에다 벗어 놓은 빤쓰를 이리 내 놓으라는 말이야. 나갔다 오더니 머리가 좀 이상해진 것 아냐?”
끝~
글 / 은하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