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같은거 올릴려구왔는데 올릴만한게 없어서 이곳을 택하여 올려봅니다...
기사읽다가 너무 가슴아픈글이라 퍼왔습니다 ...
오늘 전해드릴 소식은 그 중에서도 최근 가장 제 마음을 아프게했던, 다시는 취재하고 싶지 않았던 ‘기사’였습니다. 한달 전과는 180도 달라진 ‘어조(語調)’로 여러분께 간략한 제 취재기를 말씀드리죠.
지난 18일, 서울 용산경찰서에는 초췌한 얼굴에 남루하게 차려입은 한 남자가 눈물을 떨구며 경찰 앞에서 조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는 ‘반(半)식물인간’ 상태로 불치의 병에 시달리던 딸을 간호해오다 시간이 갈수록 온 가족의 숨통을 죄어오던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딸의 생명선이었던 인공호흡기를 떼내 숨지게 한 정모(49)씨였습니다.
그는 “아무래도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다른 가족들이 너무 불행해진데다, 끝없는 치료비 때문에 쌓인 빚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며 “딸을 죽인 아버지가 무슨 할 말이 있겠냐? 그냥 죄값을 치르게해달라”고 경찰에게 말했습니다. 경찰은 그에게 살인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그는 지난 12일 밤 9시40분쯤 서울 용산구 후암동 자신의 집에서 가정용 인공호흡기의 전원코드를 콘센트에서 뽑아버렸습니다. 그것은 곧 전신마비에 폐색전증까지 겹쳐 실낱처럼 이어져오던 20세난 딸의 짧은 생이 종말을 맞이하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전씨 딸이 앓던 병은 경추(목등뼈) 일부가 탈골돼 신경을 눌러 온몸에 마비가 오는 희귀병이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조짐이 보였지만 15세 되던 해부터 본격적으로 발병했고, 이때부터 이들 가족의 긴 고난은 시작됐습니다. 발병 초기 정씨는 딸을 등에 업고 전국 곳곳의 한의원을 찾아다니기도 했습니다. 정확한 병명을 몰랐기 때문이죠. 그런 과정에서 전씨는 5000여만원의 돈을 쏟아부었다고 경찰은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종의 ‘불치병’이었기 때문에 딸의 병세는 갈수록 악화되기만 했습니다.
범행 당시 정씨의 부채는 주치의가 있던 S병원측에 1500여만원·카드빚 2000여만원 등 5000여만원에 달했습니다. 택시운전을 하다 4개월여 전 그만둔 뒤 특별한 직업이 없었던 전씨는 딸 치료비로 2억여원 정도를 쏟아부었습니다. 6000만원 상당의 상계동 자택을 팔고 보증금 500만원·월세 60만원의 현 주거지로 이사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전씨 집안의 유일한 수입원은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일하는 아들(24)뿐이었습니다.
전씨는 범행 전날 밤, 금전 문제로 부인 홍모(42)씨와 심하게 말다툼을 했습니다. 홍씨는 친정으로 가버렸고, 전씨는 이튿날 밤, 딸 옆에서 소주를 들이키다 그만 범행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전원코드를 뽑고, 쫓기듯 집을 뛰쳐나간 전씨는 그러나 밖에서 소주 2잔을 들이킨 뒤, 20여분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그때 이미 딸의 심장박동은 멈춰있었고, 동공도 풀려있었습니다. 급하게 119구조대에 신고한 뒤, 전씨는 부인에게 자신의 범행을 고백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부인 홍씨는 전씨의 말을 듣고 심한 마음의 동요를 느꼈다고 합니다. 벼랑에 몰린 남편의 심정이 이해가 되기도 했지만 죽음을 눈 앞에 둔 딸의 모습을 보면서 용서할 수 없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는 거죠. 결국 홍씨는 경찰을 찾습니다. “딸이 공식적인 사망판정을 받을 때까지만 연행을 미뤄달라”고 부탁한 뒤, 남편의 범행사실을 털어놓았죠.
전씨 딸은 몸을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입을 벙긋거려 의사소통할 수 있고 음식도 씹어먹을 수 있었던 상태였습니다. 합병증으로 폐색전증(허파의 모세혈관이 막히는 증세)을 앓은 뒤부터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왔었죠. 경찰은 “전씨 딸이 죽음에 동의하지는 않았었다”고 말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행동에 그녀의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이 스쳤을까요? 그녀는 평소 의식이 있었다고 합니다.
전씨 딸이 쓰던 인공호흡기는 2000여만원 상당으로 한 방송사의 ARS모금 프로그램에 사연이 소개된 뒤 시청자들로부터 기부받은 돈과 지난 8월 말 퇴원과 함께 S병원 의사들이 모아준 돈으로 구입한 것이었습니다. 주변의 온정(溫情)도 그녀의 비극적인 죽음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수사를 담당한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경우 범인을 취조하기도 참 힘들다”며 “전씨가 나머지 가족을 위해 멍에를 짊어진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이더군요.
“도저히 어쩔 수 없어서 자기 자식을 죽여야하는 부모의 심정이 어떻게 말로 표현이 되겠습니까?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전씨도 딸을 건강하게 만들고 싶어 무던히도 노력하던 사람이었어요. 전씨는 경찰에서 ‘죄값을 받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사건을 두고 섣부른 제 개인적인 감상을 감히 꺼내놓을 수가 없습니다. 그들의 절박함을 눈꼽만치도 이해하지 못하는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과연 삶은 아름다운 걸까요? 노트북 컴퓨터 자판을 오가는 손가락 마디마디에 자꾸 힘이 빠집니다. 제가 정씨 입장이었다면 저는 과연 어떤 길을 택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