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투표)를 통해 새 교황이 선출됐음을 알리는 한 줄기 흰 연기가 시스티나 성당의 굴뚝을 통해 어둑해지던 하늘 사이로 피어오르던 순간 성당 주변 10만여명의 신자들 사이에 흥분과 동요가 일어났다.
“하베무스 파팜!(교황이 선출됐다)”이라고 외치며 사람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앞서 두 번의 검은 연기를 겪으며 교황 선출의 진통에 익숙해지던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희미하게 보인 흰 연기는 확신을 주지 못했다. 혹시나 하며 애태우던 중 잠시 후 성 베드로 대성당의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환호성이 터져나왔지만, 6시를 알리는 타종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다시 실망에 빠졌다.
하지만 축복과 환희의 타종 소리는 그리 머지않았다. 첫 종소리의 여운이 사그라질 쯤 다시 종소리가 울렸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탄생을 알리는 낭보였다. 광장이 떠나갈 듯한 환호와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다.
“비바 일 파파!(교황 만세)” 첫 흰 연기가 피어오른 지 13분 만이었다. 10만이 넘는 인파가 광장과 인접 도로로 뛰쳐나오고 시민들의 함성과 자동차 경적 소리, 이탈리아와 교황청 국기가 로마 시가지를 뒤엎었다. 신부들과 신학생들도 인파에 가세했다.
새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발코니에 첫 모습을 드러내며 축도를 내리자 인파들은 한순간에 잠잠해졌다. 10만 군중은 광장의 돌바닥에 무릎을 꿇었고, 광장은 이어 환호와 함성, 찬송과 찬미로 뒤덮였다.
바티칸시티=APAFP연합뉴스
세계 반응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선출 소식을 접한 세계인들은 열렬한 환호와 축하를 보냈다. 특히 베네딕토 16세의 고국인 독일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 반면 교황의 보수성을 우려한 중남미 일부 신도들은 실망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19일 “독일 출신이 교황이 된 것은 독일에 크나 큰 영광”이라며 기뻐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교황 베네딕토 16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1951년 바티칸과 단교한 중국도 이날 외교부 성명을 통해 축하의 뜻을 표시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고향인 폴란드 바도비체는 베네딕토 16세가 요한 바오로 2세의 보수주의 족적을 따르는 후계자라며 환영했다. 일부는 독일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진보적 교황을 고대했던 중남미는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멕시코의 종교 전문가 베르나르도 바랑코는 “해방신학을 없애려 한 라칭거 추기경의 선출은 중남미에 재앙”이라고 불평했다. 알레한드로 고이크 칠레 주교회의 의장은 “78세의 고령으로 과도기적 교황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베네딕토 16세의 저서와 관련 물품들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그의 저서 ‘지상의 소금’ ‘진실과 인내’는 순식간에 인터넷 서점 아마존닷컴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진입했다. 인터넷 경매 사이트 e베이에도 그의 이름과 사진 등이 담긴 물품이 폭주했으며, 한 판매자는 그의 서명이 있는 1978년 사진을 2499달러(약 250만원)에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