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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가 빼앗아 간 청춘과 사랑과 행복.....그리고 그 후

행복한 사람 |2003.10.23 19:34
조회 4,319 |추천 0

 

게시판에 들어와 남의 사연을 읽고 나의 생각을 피력한지도 어언 수개월이 되었다. 나의 살아온 인생도 파란만장 하지만 나보다 더 환경이 좋지 않은 생활을 하는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그에 비해 남 조금이라도 행복한 사람이 아닌가하고 한번쯤 생각해 보곤 한다. 글 쓰는 재주가 워낙 없어 많이 망설였지만 오늘 부끄럽지만 몇 자 적어보기로 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양해를 구하고서.....)


난 20대 후반에 선을 보아 첫 눈에 반해 결혼을 했다. 사랑에 눈이 멀면 모든 허물은 아름답게 포장되어지고 좋게만 보이기 마련인 것 같다. 난 이 사람(나의 아내)을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고 그 결과 많은 돈을 모았었다. 첫 아들을 놓고 연년생으로 둘째 아들도 보았다. 남이 보면 그저 평범하고 화목한 가정이었다. 그 당시 난 결혼과 동시에 사업을 시작하였고 노력한 만큼 사업도 탄탄대로였다. 난 워낙 어렵게 자라온 터라 내가 결혼을 하면 가정에만은 충실하자는 신념으로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생활의 연속이지만 일이 끝나면 바로 집으로 오곤 하는 (가끔 거래처 손님들의 술 접대가 있는 날을 제외하곤) 정말 가정에 충실한 그런 사람이었다.

결혼하고 6년 동안 열심히 한 결과 전세방 생활을 청산하고 나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되던 날....난 너무 감격에 겨워 아내의 손을 마주잡고 한없이 눈물을 흘렸었다. 이제 어엿한 가장이 되었구나 하는 성취감과 똘망똘망한 눈망울을 굴리고 누워 있는 아들에게 나처럼 고생은 시키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에 잠겨 눈을 감으니 지난날 힘들고 어렵게 살아온 역경들이 기쁨과 함께 교차되어 내 머릿속을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정말 난 결혼해서 지금까지 난 열심히 살았었다고 자부했고 일과 가정밖에 몰랐었다. 그러나......이러한 행복도 잠시....호사다마라 했던가? 나의 일생에 큰 변화를 가져다 주는 일이 발생했다.

아내에게 남자가 생긴 것이었다. 너무도 철저히 위장해 전혀 눈치를 못챘었다....아니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을 안했으니까....이 세상 결혼한 모든 부부들이 이렇게 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한 사람이라도 있겠는가? 지금와서 후회한들 무엇하랴마는 그 땐 왜 그렇게 몰랐었는지....아니 난 내 아내를 그만큼 믿었었다라는 그런 말이 더 옳은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손님접대를 한다고 늦게 들어간다고 전화를 한 날에는 아이들을 재워 놓고 그 사람을 만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어느 날인가...그 날도 손님접대가 있다고 집에다 전화를 하고 거래처 사람이랑 많은 시간동안 얘기를 나누고 술집에서 나왔다. 원래 술을 잘 못하는 난 그날도 술을 별로 마시지 않았다. 손님을 배웅하고 집으로 가려고 막 차에 오르려는 순간 무심결에 나의 눈은 도로건너편에 자리 잡고 있는 모텔에 시선이 가 있었다. 그 순간 머리가 띵할 정도의 충격을 받았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순수하다고 생각하는 내 아내가 뭇 사내와 팔장을 끼고 그 모텔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분명한 내 아내였다. 소설 속에서나 등장함직한 그런 장면이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난 눈을 감고 차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차라리 이게 꿈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아니...가슴속 깊은 곳에서 밀려 올라오는 배신과 증오로 가득찬 회한의 응어리들...가슴이 찢어지게 아팠다. 그 순간 짧은 순간 이었지만 세상을 포기하고도 싶었다. 그 길로 난 술집으로 가서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술을 마셨다. 그리고 잠이 들었나보다....한참이 흘렀을까...비몽사몽간에 우리 아이들의 울음소리에 놀라 잠을깼다. 일어나 보니 그 술집의 탁자 위였다. 정신을 차리고 곧바로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그 시간이 새벽 4시경이었다. 집에 도착하니 아내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자고 있었다. 그 얼굴은 너무나 평온해 보였다. 아니, 양의 탈을 쓴 늑대의 모습 그대로였다. 숨이 막혔다. 옆에서 잠들어 있는 두 아들의 얼굴을 보니 한없이 눈물이 흘렀다. 과연 이 시점에서 내가 할 일이 무었일까?........ 어떻게 해야 좋을까?.......아무 생각이 없었다.


남의 말하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은 얼마나 남자가 무능했으면 그런 지경이 되도록 몰랐느니....아내에게 얼마나 소홀했으면 바람을 피웠을까.....하는 말들을 할 것이다. 그러나 난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한편으로 내가 느끼지 못한 그런 잔재들도 없지는 않았겠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이 세상 선남선녀들이 다 그런 것이 아니다. 나보다 더 못한 행동을 한 사람도 잘 살고 있지 않은가? 내게 주어진 복이 이것밖에 되지 않는가 반문하면서 두 아들의 얼굴이 눈에 아른거려 나만 알고 있는 일로 덮어두고 그렇게 무의미한 생활을 해 나갔었다.


이런 일이 덮어둔다고 해결되지는 않았다. 그 후로 표시나게 행해지는 아내의 외출....가끔씩 불거져 나오는 이혼해달라는 소리....당장 결판을 내고 싶었지만 두 아들의 얼굴을 보면 모든게 사라지곤 했다. 아이들이 무슨 잘못이 있는가? 나만 덮어두면 그만인 것을.....그게 잘못된 생각이었다. 마음이 편치 않은데 사업이 잘 될 리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내가 주거래를 하던 회사가 부도가 났었다. 그 당시엔 나에겐 또 하나의 충격이었다. 정말 앞이 캄캄했다. 그 사실을 아내에게 얘기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그럼 우리 이혼하자?란 이 한마디....전에도 가끔 하던 말이었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눈이 뒤집혔다. 죽이고 싶었다. 고함소리에 깬 아들의 울음소리에 자제가 됐었지만....아들이 아니었으면 지금 이 글을 감히 쓸 수 있었을까?.... 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는 그런 사람을 여태까지 사랑하고 몸을 섞었다고 생각하니 정말 기가 막혔다. 아이들 때문에 이혼은 절대 안된다고 했더니 그 길로 가출을 하여 돌아오지 않았다. 지금 그 잘난 몸뚱아리를 가지고 어디서 잘 살고는 있을까?....몹쓸사람...


그리고 몇일 후 난 모든걸 정리하고 타지인 이 곳 창원에서 열심히 살고 있다. 우리 두 아들을 위해서... 지금은 여유도 있고 가끔 웃을 수 있는 순간도 있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과 싸워왔는지 돌이켜보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부도 당시 채권자가 사주한 폭력배에게 끌려가 얼마나 맞았는지....지금도 그때의 기억은 지울 수가 없다. 타지에 아이 둘을 데리고 와서 15만원 월세방에서 생활을 시작하며 온갖 일을 닥치는 대로 했다. 몸은 점점 야위어 가고 의욕도 떨어지지만 그때마다 두 아이들을 생각하며 입술을 깨물며 일을 했다. 신문배달...청소부...막노동.....품앗이....등 정말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어느 듯 불혹의 나이가 지나고 머리엔 흰머리가 희끗해졌지만 가끔 그때 일을 돌이켜보며 입가에 쓴 웃음을 짓곤 한다. 다 지난 일이다. 이젠 잊을 만도 하다...하지만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하지만 큰 충격을 받은 사람이 쉽게 잊을 수 있을까?

이제 중학생이 된 큰 아들놈이?아빠, 이제 장가 가세요?란 말을 종종 하곤 한다. 그때의 일들이 기억이 날만도 한데 한번도 엄마를 찾은 적이 없다. 고맙기도 하지만 엄마를 대신해 해줄 수 없는 일들이 생기면 괜히 미안함이 들곤 한다.

나도 인간인지라 가끔 우울 할때나 감정이 북받쳐 오는 날이면 나도 남들처럼 가정을 꾸려 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의 행복에 안주하며 자식 커가는 것을 행복으로 여기며 혼자 여생을 보내고 싶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나보다 더 힘든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도우며 살고 싶다. 남들이 뭐라해도 순수함을 잃지 않고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나 역시 힘이 들지만 나보다 더 험한 역경에 부딪히고 있는 사람이 도움을 청하면 두팔 걷어 부치고 그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

내가 어렵게 자라온 만큼 난 남에게 베풀 것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이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요?

두서없는 글 끝까지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고난과 역경에 부대끼고 힘들어 하는 모든 분들 파이팅!!!....힘내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신 분들이 계시면 메일 올려 주세요. 또 진심으로...... 살아가는 인생얘기를 진지하게 나누실 분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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