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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만나던 날(옆구리 찔린죄)

아름세상 |2003.10.24 10:32
조회 42,174 |추천 0

<2003 최고의 오늘의 톡!을 뽑아라>에서   을 수상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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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만나던 날 (옆구리 찔린 죄)-----------------

 


지난날을 되돌아 본다.
그녀를 처음 만나던 날을 회상해 본다.
비오는 늦은 봄날
신록이 차쯤 산야를 덮어갈 때였는가 보다.

 


오늘도 만원버스에 올랐다.
버스가 아니라 마치 콩나물 시루 같았다.
그리고 탑승한 우리들은 그저 짐짝이나 다를 바 없었다.
무거운 책가방은 지금처럼 등에 메는 것이 아니고
순전히 손으로 들고 다녔다.
불편하기 그지 없었지만
그 당시에는 학생용 가방은 손으로 드는 것이었고
교복과 두발 모두 통일된 모습이라 멀리서 보면
누가 누군지 알아보기 힘들정도로
우린 똑같은 모습으로 그렇게 학창시절을 보냈다.

 


비가오면 버스안은 더욱 불편했다.
손에 든 가방에 그리고 우산까지...
차 안은 우산에서 떨어진 물로 미끄러웠으며
빈틈없이 비좁은 공간은 갑갑하기만 했다.
그렇게 우린 통학을 했다.
부딪혀 오는 몸이 여학생이라 해도
그걸 짜릿하게 느낄(?) 여유도 없었다.
그래도 이 한몸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실어나르는 그 버스가 고마울 뿐이었다.

 


비좁은 차안에서 가까스로 몸을 지탱하고 있는데
갑자기 내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 그 무엇.
불편한 자세로 손으로 잡아보니
딱딱하고 뽀족한 우산 끝의 쇠.
글쎄 그놈의 것이 내 왼쪽 옆구리 갈비뼈
3번과 4번 사이를 마구 찔러대는데
얼마나 아픈지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참다못해 팔을 뻗쳐 그 우산을 확 옆으로 재꼈다.
근데 그 우선은 여자용이라 그리 견고하지 못했나 보다.
그만 우산이 휘어지고
그대로 쓸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그걸 본 그 여학생 드디어 얼굴에 주름이 생기고
나한테 요란한 항의.
나는 안절부절 못하고 얼굴이 빨개졌다.

 


글쎄 그래도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이 몸을 괴롭힌 것은 우산이고
피해를 당한쪽은 나인데도
그 여학생은 자기 우산만 생각했다.
고문당한 내 갈비뼈는 어떡하고...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그래서 그 우산을 빼앗아 창 밖으로 집어 던져 버리고 말았다.
그 여학생은 울고 말았고
나는 더욱 기가찼다.
하지만 그래도 이 대한남아가 참아야지.
그 여학생 내리는 학교앞 정류소에 나도 따라 내렸다.

 


밖은 비가 무척 내리고 있었다.
나는 내 우산을 그 학생에게 주고는
"내일 이자리 8시에 나와. 좋다 내가 우산 사 준다"
하고는 쏟아지는 비를 아랑곳하지 않고
용감하게 비속을 헤집고 그 자리를 떠났다.

 


옷은 흠뻑 젖었고
책가방은 물론
조상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나의 옥체(?)는
물에빠진 생쥐처럼 초라한 모습이 되었다.
물론 중하디 중한 내 거시기(!)의
위풍당당(?)한 모습은 어디가고
빗물에 쪼그라들대로 쪼그라든 안봐도 불쌍한 모습이었을 거다.
화가 난 덕분에 그 화로 인해 그래도 학교까지
비를 맞고 당당하게 걸어 갈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오기였으리라.
결국 비 쫄딱 맞고 지각하고 말았다.

 


그 다음날 우산을 사 주려고 하니
진짜 억울하기 그지없었다. 아니 뼈골이 쑤셨다.
상처받은 내 갈비뼈
그리고 줘버린 내 우산
비까지 흠뻑 맞은건 또 어떡하고
거기다가 새로 사줄 우산값의 경제적 손실...
피해만 왕창 보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내가 베풀어야지.

 


나는 비슷한 색깔의 여자용 우산을 하나샀다.
그리고는 그 장소에 갔는데
아니 얌체도 좋지.
그 여학생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어코 우산 받으려고 나와 있지 않은가.
마치 빚 받으러 나온 사람같이...
(아마 미안하다는 말 해 줄려고 나온 모양이었을 거야)
내심 화가 났지만 나는 일단 새로 산 우산을 던져주고는
다른 말 들으려 하지 않고, 그리고 나도 아무 말 없이
뒤돌아 보지도 않은 채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는 기억에서 멀어져 지워졌다.

 


그 후 세월은 많이 흘렀다.
내가 군에서 제대를 하고
객지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을때
큰 형님의 등쌀에 결혼 하기로 마음 먹고
정해진 장소에 여자를 만나러 나갔다
그런데 아니 이럴수가...
그 자리에 나온 여자는 어딘가 낯이 익어 보이는가 했더니
아 글쎄 오래전 그 여학생이 아닌가.

 


이게 인연인지 나참...
그 이후 우린 얼마간 서로 같이 다녔고
그리고 결혼을 하게 되었다.
(자고로 남녀는 붙어 다니면 일 만드는 법이여...)
그때 우산끝으로 <옆구리 찔린죄> 땜에 결혼을 하고 말았고
그제사 생각하니 그 여자는 내 옆구리 찌른것이 결정적 효력을 본 것이다.
<옆구리 찔린죄> 하하하하

 

......
오늘도 비가 내린다.
문득 그때 일을 생각하며 나는 어디론가 가고 있다.
내 한손에는 우산,
그리고 다른 한손에는 그녀앞에 바칠 한 묶음의 꽃을 들고
지금 옛일을 회상하며 가고 있다.
그녀는 지금 거기에 있다.
이 비를 맞으며 말없이 누워있다.
그 옛날의 일들을 회상하고 있을까.
나는 그녀앞에 꽃을 놓고는
비를 가슴으로 맞으면서
엎드려 머리를 숙인다.

 


상현엄마!
내가 왔소.
당신은 떠났지만
지난날의 당신과의 그 추억들을 가슴에 묻은 채
이렇게 내가 왔소.
당신이 가고 없는 지금
난 당신이 남겨준 숙제인양 열심히 살고 있소.
애들은 착하게 잘 크고 있다오.

 


바보같이...
흰머리 파뿌리 될때까지 같이 살자고 해 놓고선...
내 절을 그리도 받고 싶었나.
그래 받고 싶었다면 원없이 해 주리다.
그 옛날 그녀를 만나던 날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어느새 내 눈동자엔 이슬이 맺히고
따뜻한 물줄기가 양 볼에 주루룩 흘러 내린다.
묘지에는 하염없이 비가 내리고
굵어진 빗줄기는 내 가슴속에도 내린다.
그래 한없이 내려라.
차라리 지난날 그 사연일랑 깨끗이 씻어가 다오.


(상처입은 굴이 진주를 만든다는 것을 늘 상기하며 열심히 살겠습니다.)

 

2003. 10. 24.  -비오던 날 아내 묘지를 찾아가던 기억을 씀- 마산에서 <아름세상>

 

 

☞ 클릭, 네번째 오늘의 톡! 남편 폭력 대처 방법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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