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 전통사회에서는 혈통상속이 한 집안의 숙명적 과제였고 ‘관습헌법’과 같은 사회적 규범이었다. 과거 대갓집은 불임아내를 위해 직업적으로 아들을 낳아주는 ‘씨받이’를 들였으며, 혈손인 장자에게 문제가 있을 땐 ‘씨내리’를 이용했다.
현대에도 씨받이는 대리모로 그 맥을 잇고 있다. 시험관 아기 시술로 얻은 부부의 배아를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켜 임신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대리모의 자궁만 빌려 불임부부는 자신들의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인공적인 임신 시술의 발달은 대리모의 상업화를 야기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국내 인터넷을 통해 상업적인 대리모 출산이 성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다. 3천만원을 호가하는 ‘대리모 장사’에 아무런 법적 규제가 없다. 더구나 일본의 한-일간지에 ‘7백만엔이면 한국서 대리 출산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기사가 소개돼 ‘자궁 식민지’ 논란마저 나오는 판이다.
지난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이 공개한 ‘대리모 및 난자매매 현황’에 따르면 최근 인터넷 카페·블로그를 매개로 상업적인 대리출산이 급증하고 있다. 2005년부터는 국내외 2개 업체를 통해서 일본인 불임부부를 위한 대리출산까지 고액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해 국정감사에서 한국 여성들의 난자를 일본 불임부부에게 판매하고 있다(일명 ‘난자매매(DNA-BANK)’사건)고 폭로한 박재완 의원은 지난 16일 국감 자료를 통해 “최근 인터넷 카페·블로그 등을 통해 상업적 목적의 대리출산이 성행하고 있으며, 심지어 2005년부터는 국내·외 2개 업체를 통해 일본인 불임부부를 위한 대리출산까지도 고액에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국정감사 당시 포털사이트 N사에 대리출산을 알선하는 인터넷 카페가 4개가 있었으며, 당시 총 34건의 대리모 관련 광고가 있었음을 확인했던 박 의원은 최근 자체조사 결과, 2006년 9월 현재대리출산을 의뢰·알선하는 카페 등이 12개로 오히려 크게 늘었으며 대리출산 관련 광고도 1년 전보다 훨씬 많아졌다고 전했다.
이 같은 광고와 까페 글은 난자와 대리출산을 같이 매매·알선하는 것으로, 경우에 따라 생식세포의 매매·알선을 엄격히 금지하는 현행 생명윤리법 제13조 제3항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고 박 의원은 주장했다.
특히 박 의원은 “일본 산부인과학회의 조치로 대리출산 시술이 자국에서 불가능한 일본이 2005년부터 도쿄 시내에 있는 불임전문 업체 E사를 통해 한국을 일본인 불임부부를 위한 대리출산 출구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해 더욱 충격적이다.
실제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불임전문업체인 E사가 1996년부터 불임부부나 독신여성을 상대로 유상으로 정자를 제공하는 정자뱅크(Sperm Bank) 사업을 실시했으며, 한국인 여성에게 대리출산을 의뢰하면 여성과 업체에게 지불하는 금액은 7백만엔”이라는 보도를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재완 의원은 “대리출산에 대한 법적 규제가 전무한 우리나라가 이에 대한 법적·제도적 정비를 완비하지 않으면 상당한 고가를 지불하는 일본인 불임부부들에 의해 일본인 대리출산 기지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난자매매 사건(2005.9.22)이 1년이 지난 2006년 10월 현재에도 생식세포 매매·알선을 엄격히 금지한 생명윤리법을 위반하고 난자매매를 알선하는 인터넷 카페가 상당수 존재하는 것을 확인한 박재완 의원은 “인터넷을 통해 난자매매 브로커들이 많은 수의 여성을 확보, 의뢰인의 요구에 따라 난자 혹은 대리출산 서비스를 제공해 사실상의 ‘사설불임 크리닉’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본 불임여성까지도 한국에서 여성도너(제공자)의 매매난자로 이식수술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일본인들이 도덕적·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시술을 우리나라에서 하는 행위는 우리의 국가적 자존심과 우리나라 의료계의 도덕성과 명예도 짓밟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박재완 의원은 “종교적·윤리적 문제로 현행 법 제도에서 완전히 소외된 대리출산에 대한 적절한 법제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와 같이 대리출산을 법의 사각지대로 방치하면 태어날 아이, 대리모의 행복과 안전을 보장할 수가 없으며 일본인들의 원정 대리출산도 막을 수가 없다”며 “대리출산에 대한 합리적인 규제를 마련하기 위한 ‘체외수정 등에 관한 법률’의 조속한 심의와 통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일본인의 대리출산에 대한 엄격한 법적 규제가 시급하다”며 “일본인들에게도 내국인과 같은 엄격한 법 적용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녀를 간절히 원하는 불임부부 가정의 대리모 출산은 인도적 차원에서 동정이 간다. 그러나 고귀한 생명창조 행위가 대리모 장사라는 돈벌이 수단이 된 것은 개탄할 일이다. 생명윤리의 경시 풍조와 ‘금전 지상주의’의 결과다. 삼신할머니도 대리모 장사는 탐탁지 않게 여길 것이다.
최근 인터넷 카페·블로그를 매개로 상업적인 대리출산이 급증하여 자식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에게 접근해서 대리출산을 조건으로 사기행각을 벌이는 경우도 생겼다.
자신의 아이를 갖는 것이 소원이었던 60대 남자가 무속인과 30대 여자의 대리모 사기행각에 휘말려 뜻을 이루지 못한 채 돈만 날린 사건이 그것이다.
대전지검은 지난 18일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뒤 대리모를 빙자, A씨의 돈을 가로챈 B(36)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달아난 무속인 C씨의 행방을 추적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자신의 아이가 소원이었던 A씨는 2004년 11월경 대전 자신의 집에 세들어 살던 무속인 C씨의 마수에 걸려들었다.
C씨는 자신의 수양딸인 B씨에게 A씨의 아들을 낳아주면 생활비도 받고 재산도 얻을 수 있다는 제안을 했고 B씨를 이를 받아들였다.
B씨는 A씨가 아닌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뒤 A씨와의 성관계로 임신한 것처럼 속였고 이를 빌미로 C씨와 함께 생활비 등의 명목으로 A씨의 돈을 가로채기 시작했다.
이들은 2004년 12월경 B씨의 전세금 명목으로 A씨로부터 5백만원을 가로채는 등 1년여 동안 4천6백여만원의 금품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조사 결과 B씨는 A씨로부터 돈을 뜯어낸뒤 나중에 A씨의 아이가 아닌 것이 탄로날 것이 두려워 낙태까지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무정자증으로 임신을 시킬 수 없었던 A씨는 B씨의 임신으로 자신의 건강상태가 좋아져 무정자증이 완치돼 자신의 아이를 볼 수 있다는 한가닥 희망을 걸었으나 B씨와 C씨의 사기 행각 때문에 상처만 받았다.
B씨는 지난해 8월 A씨로부터 경찰에 고소장이 접수되자 “임신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대리모로 나섰던 것”이라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 무혐의 처리됐으나 검찰의 재수사로 범행 전모가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B씨가 성관계 후 5일만에 A씨에게 양육비를 요구한 점을 수상히 여겨 재수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