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을 보면서 시인.수필가/황라현 때가 되면 그 시각이 다가오면 떨어져 나와야 하는 것을 꽃들은 알고 있나 보다 나무는 제 살 떼어내느라 속 끓임에 부르트고 엉겨드는 바람에 어쩔 수 없다는 듯 내려놓는다 내 사랑이라는 것도 떼 내기 전에 서둘러 떨어져 나온 꽃잎과도 같았다 쉽게 앵돌아지고 탄력 잃어 가는 뭇 마음들에 비해 못 떠나온 맨발은 곪아 터져 피고름 흘린 채 그 자리에서 맴돌고 있었다 가슴 속 결빙 소리에 어금니 깨무는 것은 이력이 났고 덜미 잡힌 기억은 부여된 시간 속에서 투명한 비애로 흘러들어만 갔다 살 비듬까지 파고드는 한기에도 훈김 쐬려 하지 않는 낯선 내 모습에 질리며 몽매한 기다림에 골병이 들었는데 바람에 덜미잡혀 몸 부르르 떨면 마음 저 면에 채워진 것 저 꽃들처럼 한정 없이 쏟아져 내리기나 해 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