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원래 종교가 없고 단지 불교의 넓고 자유로운 사상에 호의적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신랑을 만나 종교에 대해 다시 생각하면서 결국 언젠가 종교를 갖는다면
그것은 기독교가 될 것이라고 정리했습니다.
무슨 종교적인 고민때문에 이 글을 쓰는건 아니에요.
얼마전 어머님의 갑작스러운 세례를 받겠냐는 전화에 당황해서 '그거 공부해야하잖아요'하고 말소리가 작아지니 신랑이 거칠게 핸폰을 뺏어서는 어머니께 싱경질을 냅니다.
'아니 이제 막 교회다니기 시작하고 아는 찬송가 나오면 좋아하는 애 한테 무슨
그런 부담을 주느냐. 어머니는 그냥 의견을 물었다지만 어느 며느리가 싫으면 싫다고 잘라말하느냐. 당분간은 내가 가르치겠다'며 방패막이가 되어주더라구요.
저는 그 말을 들으면서 한편으론 신랑이 고마웠고 한편으론 어머니께 죄송했고 한편으론 절 가르친다는 말에 웃음이 났지만 꾹 참았습니다.
사실 예전에 제가 물었었죠 '하나님은 전지전능하시다면서 왜 선악과를 만드셨어? 결국 뱀이 하와를 꼬시고 아담이 먹게 될걸 아셨다면 애초에 만들지 말았어야지'
그러자 신랑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런건 묻는게 아니야. 그런건 머리로 이해하지 말고 그냥 믿어'![]()
답답한 저는 또 다른 걸 물어봤죠. 그랬더니 그 다음 답도 별 다를게 없더라구요.
암튼 그런 신랑이 저를 가르치겠다고 어머니께 방패막이가 되어주니 한편으론 고맙고 한편으론 우스웠던거에요.
결국 며칠 후 어머니께 전화드려 올해는 맘의 준비가 안되어있고 내년 부활절때는 세례를 받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뭐 그렇다고 저희 어머니가 며느리를 억압하고 그런 분 절대로 아니거든요. 제 생일이라고 대전으로 내려오라 하시곤 다리를 다치셨음에도 불구하고 장에가서 이것저것 장봐다 제 생일상 차려주시곤 좋아하시는 분이세요.
제가 아직 생각없이 교회다니는 걸 아시는지라 십일조도 신랑것만 내도 별말 없으시죠. 하지만 대전 시댁에 갈 때마다 주일날은 반드시 교회에 가야합니다.
교회에 가도 저희를 배려해서 신랑과 저는 어머니 아버지 아가씨와 좀 떨어져 앉을수 있게 해주십니다.
얼마전 모르는 찬송가를 억지로 삑사리 나면서 부르고 앉아 목사님 말씀을 듣고 있는데 신랑이 제 귀에 속삭입니다. "사랑한다고 말해줄께"
저는 깜짝 놀라 신랑을 쳐다봤죠. 아무일 없다는 듯이 성경책을 보고 있습니다.
또 화면에 비치는 목사님 얼굴을 보고 있는데 또 속삭입니다. "알라뷸"
곧 이어 "워아이니" "이히리베디히" 그리고 일본말도 해줬는데 기억이 안나네요.
암튼 저는 주변에 눈치를 살피며 흐뭇하게 그 말들을 듣고 있었습니다.
그리곤 또 속삭입니다.
"이번에는 불어로 해줄께"
그럼 뭐 "쥬뗌므"나 그런거 아닙니까?
잠시 뜸을 들이더니 신랑이 재빠르게 속삭입니다
"뚜레쥬르"![]()
뚜레쥬르라면 제과점 이름 아닙니까? 제 예상을 빗나간 사랑고백에 저는 그만
한참 우스게소리와 강경한 어조를 섞어 말씀하시던 것을 정리하는 부분..그러니까 목사님이 경건하게 마무리 하는 시점에서 그만...그만..
'이히히~'하고 웃어버렸습니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아아...민망하여라..
저는 볼록 올라온 제 배를 내려다보고 아기에게 하소연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네 아빠는 도대체 왜 저러는거니...'
지금도 그 '뚜레쥬르'라는 발음을 최대한 원어민수준으로 발음하려고 오바해서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던 신랑을 생각하면 웃음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