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혼자 남겨졌다.....만 좋다. 뭐 두려울껀 없다. 정신만 차리면 호모에다가 식인종인 부족에게 끌려가
도 살아남을 수 있다. 기다리고 있었더니, 정식버스는 아닌 개인마을버스같은 게 오더니 양슈오로 가냐
고 묻고는 날 태운다.
내가 타자마자 표파는 아줌마는 어디서 잘껀지, 내일 어디갈껀지를 한대 패주고 싶을정도로 끈덕지게
물어봤다. 난 계속 웃는 낯짝으로 거절하다 나중엔 못이겨서 '휴우..대체 시설을 어떤데요?'라고 묻자 폭
포쏟아지듯 뭔가 나불나불 말해서 그냥 가서 보겠다고 해버렸다.
가서 보니 침대로 제대로 되있고, 더운물도 나왔고, 에어콘도 되서 사실 좀 의외라는 마음이 들었다.
왜냐면 가격이 딸랑 60元이였기 때문인데, 요새 장사가 안되는지 주인은 날보고 마치 군대간 자식놈이
오기라도 한듯이 반기며 활짝 웃었고, 심지어는 에어콘을 사용안하면 50元에 해주겠다고 했다.
오...음!
당장 계약하고 방에 들어가서 짐을 풀고 똥이나 쌔리려고 화장실에 갔는데 '쭈그려쏴식' 이였다.
썅...난 운좋게 군대에서도 '앉아쏴'식의 화장실을 사용했기 때문에, 이런거에 별로 익숙하지 않았다. 뭐 그래도 여기저기서 쭈그리고 때려본 적이 있기 때문에, 그냥 쓸까하다가 혹시나해서 주인에게 물어보니 오~그러냐 면서 흔쾌히 다른 방으로 바꿔주었다. 주인이 굉장히 친절하긴 했지만, 솔직히 내 느낌은 주인이 좋은 사람이라기 보다 장사가 존나게 안됐구만..이라는 느낌이였다.
어쨌거나 기분좋은 양슈오에서의 시작이였다. 가볍게 샤워를 때리고 주인에게 '시지에(西街)'가는 길을 물어보니, 친절하게도, 자기 딸래미를 가이드로 붙여서 길안내를 해주겠다고 한다.
딸래미는 '이런 씨발 이런거까지 시키냐!'는 표정이였지만, 군소리않고 날 데리고 나갔다.
저 '시지에'라는 곳은 양슈오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외국인거리'인데, 그 이국적이면서도 중국적인 풍
경 때문에 많은 외국인이 매료되어서 여기 눌러 산다고 한다. 그건 알고 있던거고, 그밖의 것들에 대해
딸래미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사투리악센트가 잔뜩 묻어나게 설명을 해주어서 고개는 끄덕였으나
사실 별로 이해가 안됐다. 하여간 시지에로 안내하는건 분명해보이긴 했다. (시지에밤거리↓)
시지에입구는 내가 생각한것만큼 시끌벅적하지도, 외국인이 많지도 않은 평범한 시골마을 같았다. 하지만 간판마다 중국어와 영어를 다 써놓긴 했다.
즐비한 기념품가게를 지나자, 조금씩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번화해지기 시작했다. 일단 뱃가죽이 등에
붙었기 때문에, 음식점부터 찾아야 했는데,
음식점간판에 '피지우위(?酒魚-맥주어 라는뜻)'라는 음식명이 많이 써있어서 궁금하기도 해서 그걸 먹어보기로 했다.
'맥주물고기'라...맥주맛나는 물고기는 아닐테고...뭘까.
근처 좀 깔끔한 가게를 하나 잡고 들어가서 물어보니, 맥주에 물고기를 담궈서 찐 요리라고 한다. 듣기만 해도 맛있어보이지 않는가?...아니냐? 말어.
그걸 시켜놓고 시지에를 보니 아까와는 많이 달라 보였다. 그 중심부는 약간 인위적으로 느껴지는 굉장
히 중국스런 모습이였는데, 마치 미국인들이 헐리우드세트장에 최대한 중국스럽게 세트를 꾸민듯한 느
낌이였다. 사스 때문에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외국인도 다른곳에 비해서는 상당히 많았다. 전통적
인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내부는 전부 신식으로 꾸며져있어서 그런지, 어릴때 게임에 나오던 미래의
챠이나타운같은 거리였다. (지금도 군침도는 절정 피지우위↓)
어쨌든....좋다. 느낌은 좋았다. 아마 중국식 문물에 열광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곳일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피지우위가 나왔다.
이름과는 달리 먹을때는 전혀 맥주맛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그것과
는 상관없이 토마토양념이 잘배인 생선은 입에서 살살 녹을 정도로 맛있었다. 옛날에 맥주로 머리감으면 머리결좋아진다는 구라같은 속설이 있었는데, 어쩌면 맥주에 끓이는것은 생선의 육질을 위한 것일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선가시는 존나 많았으나,
그것만 잘골라내면 흠잡을데없는 명물요리였다.
한창 먹고 있는데, 거리중심부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후딱먹고 달려가보니 오늘밤의 작은 축
제인 '광환지에(狂歡節)'의 시작을 알리는 사자놀이가 시작된 것이였다. 광환지에는 1-2달에 한번 열리는 외부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행사로, 이번엔 사스가 사그라드는 걸 기념해서 조금은 크게 여는 모양이였다. 그래야 손님이 꼬이니께. (얼쑤절쑤 사자놀이↓)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상당한 인파가 거리로 모여서 사자놀이를 관람했고 분위기는 고조되었으나 곧바로 축제가 시작하지는 않았다. 물어보니 9-10시(현재 6시다)에 시작한다고 한다.
난 뭐하고 개길까하다가 그냥 주변을 둘러보고 오기로 했다. 여기는 좋은게 내가 외국인이라고 흘끔흘끔쳐다보는게 없다. 더 신기한 놈들이 잔뜩 있으니깐.
베이징에서도, 여행중에도 느끼는 그러한 시선에나름대로 익숙해졌다고는 하지만 은근히 짜증나는게 사실이였다. 가끔은 내가 시야에서 사라질때까지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사람들도 있다. 나이든 사람이나 시골사람들인데 '아 씨발 뭘봐'에서 나중엔 그냥 '맘껏보슈'로 체념의 자세를 갖곤 했었다.
옛스런 거리를 지나자, 작은 항구가 나왔는데 배가 정박해있고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었다. 배의 출구앞에는 환영의 춤을 추는 댄서들이 있었고, 그 환영을 받으면서 줄줄이 사람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뭐지..리우더화(劉德華)라도 왔나...하는 호기심에 가서 보니, 그냥 존나 중년의 기자단이였다. 그래도 이렇게 기자가 무더기로 오는건 이 행사가 꽤 크다는 뜻인 것같아, 한 기자를 잡아서 이게 어떤 축제고 왜 취재왔냐고 물었는데, 어리버리한건지 말하기귀찮은지 대충 잘모르겠다고 얼버무리고는 대열과 함께 사라졌다. (존나 중년의 기자단↓)
따라가보니 기자들은 아까 사자놀이한데에서 진을 치고 축제를 취재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인파는 아까보다 곱절많아져 있었다. 시작하고 나면 자리잡기가 아줌마많은 지하철칸에서 자리
확보하듯이 어려울꺼같아서, 일찌감찌 자리를 잡기로 결정했다.
전망이 괜찮은 바의 괜찮은 자리를 잡고 앉아, 글을 쓰며 음악을 듣고 있자니 말을 거는 사람이 있다.
이어폰을 빼고 보니 미쉐린타이어를 광고할듯한 포동포동한
여종업원이였다.
좋게말해 복스러웠다. 52점. 내가 홍콩이나 광둥사람인줄 알고 말을 걸었는데 한국사람이라 살짝 놀라는 눈치다. 사스발생이후 처음보는 한국인이란다.
자기를 엘렌(Ellen) 이라고 소개하며, 예전에 한국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중국어를 하나도 못해 답답했는데, 말이 통하니까 너무 좋다면서 옆자리에 덮썩 앉았다. 난 쓰던 노트와 CDP를 가방에 쑤셔놓고, 그녀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굉장히 붙임성좋고 착한 아가씨였다. 그녀와 얘기하느라 막상 광환지에는 집중해서 못봤으나, 생각보단 별거 없었던거같아 아쉽진 않았다.
일이 좀 바빠지자 그녀는 가면서 갑자기 자기가 11시에 끝나니까 같이 술이나 한잔하자고 제안을 해왔다. 안될꺼 뭐있나...아직 1시간이나 남은게 좀 그랬는데, 한 10분후에 일찍 끝났다면서 가자고 한다.
엘렌이 데려간 'Rock climbing Bar'란 영문간판이 쓰여진 바는, 대단히 중국적이면서도, 서구적이고, 다다미가 깔려있어 일본적이기도 한, 그리고 암벽타기도 할 수 있는 묘한 분위기의 곳이였다. 엘렌과 그곳의 사람들은 친분이 있는듯 반갑게 인사하며 수다를 떨었다.
여기 양슈오사람들은 타지 사람에 대한 거부감이 적어서, 나같은 이방인도 금방금방 친구가 되었다. 이게 이곳의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치 친구가 하는 바에라도 놀러온듯 난 편한 분위기에서 맥주와 음악을 즐기고 있었는데, 음악이 달아오르자 중국인 외국인 몇명이 중앙으로 나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춤은 대단히 볼품없는 성탄절찬송가에나 어울릴듯한 몸부림같은 동작이였는데, 그래도 난 이 자유로운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한국의 씨발 강남나이트처럼 다 기계체조하는게 아닌 그냥 원하면 나와서, 원하는 춤을 추는거다.
왜? 내가 신나니까.
부킹이나 해서 여자나 따먹으려는게 아닌, 그냥 내가 즐기고 싶으니까 즐기는 이 분위기...정말 좋았다. 나도 참고 있을 수가 없어서 나가서 약간은 촌스런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분위기가 고조되자 몇몇 중국인들은 보기민망할 정도의 요상망측한 막춤을 추어댔는데, 그때만큼은 그런것도 보기가 좋았다.
우리도 그렇지만 외국인중에도 중국문화는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중국인자체는 약간 경시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최소한 여기에 모인 사람은 그런거는 좆도 없이, 정말 편견의 벽없이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백인, 흑인, 동양인이 어우러져 자기 feel로 신나게 노는 모습은 진짜 보고 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광경이였다.
난 이 기분을 폭발시키기 위해, 엘렌에게 진짜 클럽에 가자고 했다.
"음..오늘은 별로 춤추고 싶지가 않은데..." 말끝을 흐린다.
"뭐야..그럼...술이나 좀 더할까?"
"아니...여기선 별루.."
...뭐여 시방. 난 혹시 이게 유혹하는건가 하는 생각이 번개같이 들어서
"그럼 내방가서 술마실래?"
라는 '에헤에헤 우리 떡치자' 정도는 아니지만 꽤 노골적인 멘트를 날렸다.
".....술은 마시지말고 방에 가자"
엘렌은 전혀 빼는것없이, 심지어 좀 기다렸다는듯이 흔쾌히 말했다.
헉..음..이렇게 쉽게!! 나도 총각은 아니지만 원나잇스탠드는 한적이 없었다. 근데 무슨 드라마같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떡ㅊ..아니 관계를 갖는 상황이 주르륵 이어질 줄이야. 뭐 남자라면 다 알겠지만, 여기서 '그럴 순 없어. 남녀가 어떻게 한방에.'라고 할 사람은 없다. 나도 세발달린 어엿한 남자다.
사실 좋기도 했지만, 좀 찜찜하기도 했다. 가끔씩 중국에서 꽃뱀에게 당한 얘기도 있고 해서, 나를 존나 몰아붙여서 뻗게하고 지갑들고 잠적...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두가지 마음이 교차하긴 했는데, 언제나 본능은 챔피온벨트를 차지한다.
호텔은 12시가 지나서 앞문을 잠궈놨기 때문에, 좀 민망하지만 문을 두드려서 열어달라고 했다. 누가봐도 잠깐 나가서 여자꼬셔서 방에서 그짓하러 데려오는 모양새였는데 뭐....두번볼 사람도 아니고.
그냥 당당히 들어갔다.
방에 와서 누우니 개피곤하긴 했지만, 난 할일을 하기로 했다. 우선 안고 입을 맞추고 눕히는 일련의 코스를 거쳤는데, 먼저 유혹해온 것치고는 꽤 부끄러워 했다. 난 내숭이겠거니 하고 할일에 몰두했다. 웃옷을 걷고 바지를 벗기려고 하자 갑자기 이 여자가
"안돼!"
라고 하는게 아닌가. 약간은 어이가 없어서 이유를 물어보니 자기는 해본적도 없고, 임신도 두렵고, 우리는 내일부터는 만날 수도 없으니 그럴 수 없다고 한다. 난 이때까지도 내숭짓을 한다고 생각하고 어깨를 으쓱해보이고 다시 돌진했으나, 계속 안된다고 뒤로 뺀다.
'어이어이 먼저 꼬신건 너잖아. 정말 혹시 방에 같이 들어와서 아침까지 끝말잇기나 하면서 놀라고 했냐?! 이제 와서 어쩌라고. 터지기 직전인데!!!'
....라는 말이 목구녕까지 치고 올라왔으나 삼류드라마에서 '으흐흐 먼저 유혹한건 너잖아!'라면서 강제로 덮치는 장면이 생각나서 꾹 삼켰다.
난 엘렌에게 쓸데없는 앞일 생각말고 지금 감정에 충실하라는, 교과서에 나올법한 얘기를 술먹어 혀꼬인 중국어로 말했다. 굉장히 고난이도의 중국어회화연습이 아닐 수 없다. 한국어로 해도 힘든 협상상황아닌가. 다 알다시피 말이다.
'씨바 걍 한판뜨자 어이!'
라고 할 수도 있었겠지만, 한국인의 이미지란 것도 있어서 그럴 순 없었다.
이런 실갱이를 2-30분을 벌이고 있자, 졸립고 다 귀찮아졌다. 사실 이제 해도그만 안해도 그만이였다.내가 무슨 발정난 개도 아니고...싫다는 여자 벗겨서 푹푹 하고 싶진 않았다. 이제는 그냥 얘한테 말로 지면 안되겠다는 의무감으로 계속 실갱이를 이어갈 뿐이였다.
특히 결혼전에는 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으니 하고 싶은 마음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니가 브리트니 스피어스여 뭐여..씨방.
난 짜증이 나서
'아 그럼 니 막 잘간직해서 남편위해 퐁 터트리고 사랑받아라'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그 '막'을 뭐라고 그래야될지 몰라서 어버버거리고 말았다.
엘렌은 뭔가 계속 지껄이고 있었고, 난 그냥 무슨 염불듣듯이 한귀로 듣고 다 흘러보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난 그냥 잠이 들어버렸고, 엘런은 날 깨우면서 막 화를 냈다.
같이 자달라는거였다. 해달라는게 아니라 옆에서 자달라구.
난 정말 졸렸기 때문에, 그리고 뭔가 이 알수없는 여자심리가 짜증났기 때문에, '아아아 몰라몰라 썅'하고 그냥 자버렸다. 잠결에도 엘렌의 불평소리는 간간히 들려왔다.
에라 다 모르겠다. 지금 내게 필요한건 하반신의 저녀석의 행복보다 지친 내 전신의 휴식이였다. 난 엘렌에게 뭔가 기억할 수 없는 몇마디를 던지고는 완전히 뻗어버렸다...
(3일째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