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정재영" - 수식이 필요 없는 두 남자
무섭도록 나쁜 놈과 처절하도록 사나운 놈이 만났다.
언제나 <공공의 적> 시리즈는 이런 이중적인 두 캐릭터의 만남으로 성립됐다.
한국적 브랜드 캐릭터 강철중을 전면에 내세운 <강철중: 공공의 적 1-1>의 두 주인공 설경구와 정재영.
이들의 살벌한 만남을 미리 전한다.

[the anti-hero is 설경구]
<다이하드>의 존 맥클레인이 브루스 윌리스가 아닌 다른 배우의 얼굴로 나타난다면? 강철중이란 캐릭터 역시 설경구가 아니라면 상상하기 어렵다. 거친 야생 동물처럼 지저분하고 거칠고 사납지만 최악의 상황에서 서민의 영웅으로 거듭나는 진흙탕 인생이 바로 강철중이다. 그리고 이 캐릭터는 설경구란 배우를 만나 강한 생명력을 얻게 됐다.
Q1. 지난 2편 때는 여러모로 힘들어하지 않았나?
설경구 <공공의 적 2>를 찍을 때는 일단 대사가 너무 불편했다. 검찰청이란 공간에서 검사들이 쓰는 언어를 쓰다 보니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했다. 또 <역도산>을 찍고 난 후 한 달여 만에 무리한 체중 감량을 하다 보니 체력 안배도 제대로 안 됐다.
Q2. 이번 ‘공공의 적’ 역할을 정재영이 맡는다고 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
설경구 정말로 좋았다. 1편의 이성재와 2편의 정준호도 최고였다. 그 둘과 재영이가 다른 점이 있다면 세련된 두 사람에 비해 촌스럽다는 거다. (정재영, 순간 째려본다.) 그게 다른 말로는 순진하고 순수하다는 건데, 그런 면들이 연기에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매력이 있다.
정재영 순진…은 아니지… 솔직히.(웃음)

Q3. 강철중은 서민의 영웅이다. 하지만 사회 정의에 대한 생각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 강철중이 열 받을 때 그 화의 근원은 뭘까?
설경구 강철중은 단순하다. 먼저 개인적으로 열 받았다가 다시 객관적으로 본다. 경찰이지만 사회적인 부분을 떠나서 개인적으로 덤비다 보니 본의 아니게 통쾌한 결말에 이르기도 하는 거다. 감정적으로 상대를 대하는 건 확실하다.
Q4. 국내에 캐릭터 자체만으로 브랜드화된 경우가 많지 않다. 강철중을 다시 연기하게 됐을 때 거기에 대한 기대가 있었을 것 같은데?
설경구 부담스러웠다. 막상 크랭크 인한다고 하니 겁도 나더라. 그래서 좀 늦춰달라고까지 했다. ‘강철중 되려면 살을 더 찌워야 되는 거 아니냐’ 같은 주변 사람들 말만 들어도 스트레스를 받았다. 다행히 촬영이 3, 4회차 정도 지나고 나니 좀 나아지더라. 그쯤 되니 감독님이 한 말씀 하시더군. “야, 이제 강철중 나오는 것 같다”라고.
[the public enemy is 정재영]

강철중의 맞수인 공공의 적을 연기하기에 배우의 부담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강철중만큼 강해야 하며 그만큼 도드라지게 드러나는 캐릭터여야 하기 때문이다. 야수 같은 강철중에 겁없이 맞서 소리 지르고 피 흘리며 싸워나가야 한다.
또한, 이가 갈릴 만큼 독한 기운을 내뿜을 수 있어야 한다.
Q1. 이번 공공의 적은 1, 2편에 비해선 순해진 느낌이다.
정재영 1, 2편이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선 가족까지도 살해하는 그런 악당을 보여줬으니. 실제로 1편과 같은 사건이 일어난 적도 있다. 1, 2편의 적들이 실제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천인공노할 범죄자들이라 제대로 강하게 어필했을 거다.
설경구 그런데, 어떻게 보면 이번 공공의 적도 만만치 않다. 겉보기엔 평범하고 성공한 기업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알고 보니 어린 학생들을 데려다 살인병기로 양성시키는 조직 폭력배의 두목인 거다. 현실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다. 평택에서 조폭들이 160여 명을 합숙 훈련으로 트레이닝시켰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이 사회로 쏟아져 나온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시한폭탄 같은 존재가 되는 거다. 이번 공공의 적이 저지르는 범죄 역시 사회적으로 볼 때 파괴력이 어마어마한 거다. 다만, 전편에서와 달리 인간적인 면모를 좀 더 보여준 것이 다를 뿐이지. 이분법적으로 보였던 면이 있었는데 그게 순화된 거다.

Q2. 공공의 적이 돼달라고 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정재영 솔직히 난 그 역할로 캐스팅된 줄 몰랐다. <신기전> 촬영에 정신이 팔려 있는 와중에 강 감독님께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올가을에 코미디 한 편 하자. 신나게 한 번 웃겨보자” 그러시더라. 나중에 시나리오가 나오고 보니 이게 <공공의 적>의 새로운 시리즈였던 거지. 사람들이 “너 <공공의 적> 하냐?” 그럴 때도 난 아니라고 그랬는데. 사실, 내가 심성이 너무 착하지 않나. (설경구, 피식 웃는다. 특유의 ‘썩소’로.)
Q3. 강우석 감독은 좀 매력 있는 악당을 만들고 싶었다고 하시더라.
정재영 이를테면, 1편과 2편에서의 공공의 적은 척 봐도 나쁜 놈이다. 이번엔 스스로나 남이 봤을 때나 멋있게 보일 수도 있는 놈이다. 어떻게 보면 그 안에서 공공의 적으로서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 같기도 하다. 강철중 입장에서 봤을 땐 정말 나쁜 놈이 될 수 있는 거다.
Q4. 이성재 씨는 공공의 적 역할 이후 CF가 떨어져 나갔다고 농담처럼 말하더라.
정재영 어차피 CF 잘 들어오지도 않는데 뭘.(웃음)
[the brand name is 강철중]
작품의 타이틀을 ‘강철중’으로 잡은 것은 캐릭터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이 있어서다.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강한 흡인력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영화계 안팎의 기대감 때문에 <강철중: 공공의 적 1-1>(이하 <강철중>)이 안고 있는 부담감도 그만큼이나 크다. 하지만 지금이 기회다. 강철중처럼 독한 마음 먹고 불도저처럼 한번 밀어볼 때다.

Q1. 이번 작품의 성공 여하에 따라 앞으로 강철중 캐릭터의 확고한 브랜드화가 이뤄질 수도 있을 텐데, 후속작에 대한 기대도 하고 있나?
설경구 촬영장에서도 농담 삼아 그런 얘길 많이 했다. 강철중이 한 50살 정도 돼서 은퇴한 후 세탁소를 하고 있는데,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자신도 모르는 새 또 성질을 참지 못하고 사건에 끼어들어버리는 거다.(웃음) 그런 철중의 모습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말도 해봤다.
Q2. 가장 기억에 남는 신, 또는 대사 등이 있다면?
설경구 마지막 액션 신을 정말 해 뜰 때까지 내리 찍었다. 영화에서 액션이 그렇게 많진 않은데 마지막에 거의 몰아서 한 거다. 둘이서만 치고 박고 하는데 난 살까지 찐 데다 원래 몸이 둔해 액션이 너무 힘들었다. 1편 때 이성재 역시 주먹질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상대가 나처럼 둔한 배우니 더 애먹었지. 그 촬영 전에 코뼈까지 부러졌던 터라 더 무섭더라.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많이 나아진 거지. 그래도 재영이랑 맞붙은 그 장면이 좋았다. 이게 또 전작들과는 좀 다른 묘한 느낌이 있다.
정재영 이번 작품은 전작들이 있기 때문에 그 상황, 그 캐릭터들이 펼치는 점층의 매력이 있다. 그렇다고 같은 상황을 대놓고 패러디하는 데 의존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꼽은 1편의 명대사 “형이 돈이 없다 그래서 패고 말 안 듣는다고 패고…”는 나오지 않는다. 그건 그냥 1편에서 좋은 효과를 발휘했을 뿐이다. 만약 그걸 그대로 썼다면 단순한 복제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었겠지.

Q3. <강철중> 얘기는 아니지만, 같이 출연했던 여배우들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늘 굉장한 배우들과 함께했는데.
정재영 이번엔 정려원 씨와 함께하게 됐다. 그 전엔 이나영 수애 등이었고 모두 나름의 개성이 있고, 빤히 아는 사실이지만 너무 예쁘다. 최근 만난 정려원은 얼굴이 너무 작아서 놀랐다.
설경구 내 경우엔, 이건 정말 진심인데, 한 작품을 할 때마다 내 상대역을 맡는 여배우들이 대한민국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놈 목소리> 때는 김남주가 최고였고, <싸움>에선 김태희가 최고였다. 연기자들끼리의 코드는 서로 노력하다 보면 조금씩 맞춰지게 마련이다. 잠깐, 이제 보니 재영이는 주로 20대, 난 주로 30대 여배우들과 만나왔네.
Q4. 강우석 감독 작품에 항상 나오는 배우 강신일 씨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린다.
설경구 극 중 신일 형의 캐릭터는 강철중에게 있어 아버지처럼 든든한 사람이다. 아무도 강철중을 믿지 않아도 그는 버팀목이 되려 한다. 실제로도 신일 형은 내게 그런 분이다. 연극할 때부터 워낙 친했다. <공공의
적> 1편을 찍을 때 강 감독님께 추천을 했는데, 공연하시는 거 한 번 보시고 캐스팅했다. 처음 카메라 앞에 섰을 때 강 감독님께서도 긴장을 했는데, 그 장면을 찍으시고는 “강형, 술 한잔 합시다” 하시며 웃으시더라. 그리고는 앞으로 내 영화엔 항상 출연해라 하며 권유하셨다.

[기사글 출처 : 무비위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