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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경들 간식을 사줬습니다.

나는미르 |2008.06.05 09:57
조회 221 |추천 0

안녕하세요, 톡을 즐겨보는 30대(남) 입니다. (이런 인사하는 글들중.. 30대라고 하는건 제가 쓰면서 처음 보는듯도 하군요 -_-;;)

 

어제 저녁 종로에서 의경들에게 간식을 사 드렸습니다.

 

 

저희 회사는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뒷편에 있습니다.

요즘 퇴근할때마다 의경들이 주변에 쫙 깔린걸 항상 보고 있습니다.

 

그들이 집회에 모인 사람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가에 대해서는 인터넷을 통해 항상 보고 있구요..

그 나쁜 짓을 한 놈들한테는 욕이 절로 나오지만.. 그 외 대다수의 전의경들까지 욕하기는 어렵더라구요.

 

퇴근할때마다 보는 광경

1. 무더기로 모여앉아 주위를 지나가는 시민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는다.

2. 다들 밥 먹는 시간에 쫄쫄 굶고 있다.

3. 어딜가도 칭찬보다 욕을 먹는다.

4. 여럿씩 뭉쳐있지 않으면 맘놓고 돌아다니지도 못한다.

5. 쪼그리고 앉아서 그네들만의 잡담으로 웃고 떠든다.

 

이 중.. 2번과 5번이 제일 맘에 걸리더군요.

집회 진압하러 갈때는 어떤지 모르지만.. 무고한 시민을 때리고 차고 할때는 어떤지 모르지만..

투입되기 전 그들은 그냥 어린 동생들이었습니다.

 

찬 바닥에 앉아 선임들 눈치 봐가면서 소근소근 속닥속닥..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키득키득.

그러다 일어나 하면 일어나서 교대 하면 꿀맛같은 잠시간의 휴식을 끝내고 또 교대.

 

 

그래서 작은 도움이나 줄수 있을까 싶어 좀 나이들어 보이는 분에게 다가가서 물었습니다. (나중에 이분 말고 어깨 녹색완장 단 의경에게 물었는데 중대장님이라고 하시더군요.)

 

"저.. 다들 식사는 했나요?"

 

그 분이 그러시더군요. 식사를 한 사람도 있고 못한 사람도 있는데..

 

"'우리 애들'한테 라면은 있는데 물을 구할수가 없다."

 

거짓말 안 보태고 안타까워 하는게 눈에 보일 정도였습니다.

알았다고 하고 주변 가게들을 돌면서(슈퍼 말구요.. 음식점) 뜨거운 물을 구할수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한 곳은 직원들도 퇴근하고 사장님 혼자 남아 매출계산 중이셨습니다. 물 끓일 수 없다고 하시더군요.

 

하지만 다행히 그 다음 식당에서 저녁 손님들 다 끝나고 퇴근하기 전 모여앉아 잡담을 나누고 있는 직원 네분이서 도와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마도 그 의경분들 따뜻한 라면국물로 몸이라도 좀 녹였을 겁니다.)

 

그렇게 물을 얻기로 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간식이라도 사 드시라고 몇푼 쥐어드리고 나와서

그 중대장님을 찾았으나 급히 어딘가로 걸어가시는 모습만 보고..

어깨에 완장 찬 의경에게 다가가서 물은 구했는데 다른건 더 필요한거 없느냐고..

물 준비되는데 한시간은 걸릴 거라는데(컵라면 100개 분량의 물을 요청했으나.. 나중에 보니 3개 중대 240명정도였던가 봅니다. 일부는 식사를 하셨다고 했으니 다행이긴 했죠.)

빵이라도 사드리겠다고 하니 완강하게 거절하시더라구요.

자기가 정할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함부로 받았다가는 무슨 일을 겪을지 자신이 없다면서요.

 

그렇게 발길을 돌리는데.. 건네는 모습만 안 보인다면 괜찮지 않을까 싶더라구요.

그래서 동네 빵집을 찾아갔습니다. 빠X바X뜨.

빵이 거의 다 팔리고 없더군요.

 

집에나 갈까.. 이만큼 했으면 된거 아닐까.. 하며 걸어가다가..

이왕 시작한 일 최대한 도움이 되고 싶어서 이번엔 동네 슈퍼마켓과 편의점을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 동네엔 많이 쌓아놓고 팔지를 않더군요. 빵은 물론이고 쵸코X이나 몽쉘통X 같은것도..

 

그러다 문득 회사 근처에 제법 물건 많은 곳이 생각나서 부랴부랴 가봤습니다.

아직 문은 안 닫아서 얼른 들어가 주인 아저씨께 물었습니다.

 

"아저씨.. 요기좀 될만한거 없을까요? 아.. 그리고 카드도 되나요??"

 

아저씨 왈, "요기 될건 거기 찾아보고, 얼마나 살건데요?"

 

아까 물값으로 현금을 다 쓴 터라.. 카드로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몽쉘통X, 쵸코X이, 기타 등등 기타등등..

혹시 쓰레기 버리면 안 될것 같아 50리터 쓰레기봉투 두개에 가게 물건중 요기 될만한거 다 털어 담았습니다.

아저씨가 황당한 눈빛으로 보시더군요. 그래도 꿋꿋이.. ^^;;

50리터 쓰레기봉투가 생각보다 커서 맘에 찰만큼 쓸어 담았는데도 넘치진 않더군요.

아차차 음료.. 아까 중대장 아저씨가 물은 있다고 했으나.. 이런거 먹으면 목막힐테니 2리터 물 12개 또 접수..

 

계산을 하고 쓰레기 봉투에 담긴 간식거리 하나를 들고(연약해서 두개는 못듭니다. 제 가방도 있고.)

아까 그 의경들 모여앉은 곳으로 다시 갔습니다.

완장찬 의경도 황당한 눈으로 저를 보더군요. 난처해 보이기도 했구요.

 

"빵을 사고 싶었는데 못 구해서.. 이런거라도 드세요. 저~기 골목에 가시면 다X 슈퍼라고 있는데.. 요런거 한봉지 더하고 물하고 있으니 가져다 드세요."

 

못 받는다, 받으면 안 된다 하는 의경에게.. 받는 모습 길게 보일 필요 없이 받기만 하면 되는거니깐 일단 받고

나는 얼른 갈테니까 두세명 보내서 빨리 가져다 드시라고..

직접 가져다 먹으면 누가 뭐랄 사람도 없을테니 얼른 가져다 드시라고.

 

그렇게 떠넘기고 뒤돌아 담배한대 피우고 집으로 왔습니다.

 

싸우는 전의경은 못 봤습니다.

하지만 여기저기 깔려있는 전의경들은 많이 봅니다.

폭력은 싫습니다. 이명박도 싫습니다. 폭력 진압을 명령하는 어청수도 싫습니다.

폭력을 휘두르는 전경도 싫습니다.

 

하지만.. 뒤에서 쪼그리고 앉아 속닥속닥 귓속말로 대화하며 키득거리는..

갓 스물 넘긴 어린 친구들은 싫어할수가 없더군요.

 

부하들을 사랑하는 중대장 아저씨.

의경들 식사에 쓰일 물이라는데도 거리낌없이 선뜻 물 끓이겠다는 식당 직원들.

그리고.. 사용처를 묻지 않고 쓰고 싶은데에 쓸만큼 쓰라고 통큰 말로 격려해준 마누라.

 

고맙습니다.

 

 

 

아참, 간식을 사드려야 하겠다는 마음을 먹은건.. 안돼 보이기도 했고

혹시나 배고파서 신경질이 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제가 배고프면 짜증이 나는 체질이거든요.

 

간식 전해드릴때 완장 의경이 "대체 왜 이런걸 주느냐" 고 묻길래..

나는 안티 이명박이지만, 의경분들 힘도 들테고.. 혹시 또 폭력을 쓰게 되면 한대라도 덜 때려달라는 의미로 드린다고 했습니다. (안 때리는게 맞지만.. 혹시라도 말이죠. ^^;;)

자기들은 절대 폭력 안 쓴다고 하는 말을 들으며 그게 진실이든 아니든간에

서로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런 일을 했는데...

 

잘한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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