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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우리를 퇴출시대라 부른다

외딴집 |2003.11.22 04:37
조회 278 |추천 0

외딴집 메일함에 도착한 편지를 옮김니다.

(누가 우리를 퇴출시대라 부른다) 우리는 50대를 눈앞에 두었거나 혹은, 50에 접어 들었다. 우리의 애수(哀愁)... 동무들과 학교가는 길엔 아직 아스콘도 뿌리지 않은 흙먼지 흩날리는 북신작로를 거닐며 검정고무신 질질 끌고서 북서풍 매서운 바람에 얼굴 따가운 줄 모르고 인중사이로 누우런 콧물 훌쩍거리며 교문에 들어선다. 그러나 이내 점심시간이 다가오면 너나 나나 당번이 급식빵을 갖고 오기를 학수 고대하며 양지바른 창가에 얼굴을 내밀어본다. 학교 급식빵을 얻어가는 고아원 패거리들이 가장 싸움 잘하는 이유를 몰랐던 그때 어린 시절을 보낸 우리는 이름없는 세대였다. 생일때나 되어야 도시락에 계란 하나 묻어서 몰래 숨어서 먹고, 화북천 끝자리에 자리잡은 월명사 소풍가던날 리꾸사꾸속에 사과 2개, 계란 3개, 사탕 1봉지 중 사탕 반봉지는 집에서 기다리는 식구들을 위해 꼭 남겨 와야 하는 걸 이미 알았던 그 시절에도 우리는 이름없는 세대였다. 배고파 개끄시에 나가 보말과 조개를 건져내어 한끼를 해결하던 우리... 비닐우산 가느다란 우산살에 겨우 하나 얻은 낚시바늘을 매달아 개끄시 지렁이를 끼워 바위틈에 꽂아 눈먼 보들락의 퍼득거림을 기다리며 입맛을 달구었던 우리... 행여 물질 잘하는 동무들 사이에 꼽사리 끼어 바위위에 앉아 옷과 신발을 지켜주며 구쟁기와 구살...심심잖게 갖고오는 오분자기 몇알을 서로서로 소중하게 내장까지 꺼내먹던 우리... 신작로 달리는 트럭의 뒷꽁무니에 올라타 빼따기 꺼낼려고 가마니를 구멍내어 길가에 뿌려진 흙묻은 고구마 부스러기를 훌훌 불며 입안에 쑤셔넣던 우리는 이름 없는 시대였다. 목재상에 버려진 나무조각들을 밤새 손보며 딱총과 멋진 칼을 만들어 허리춤에 끼워 대장처럼 폼잡고 산지부터 칠성통거리까지 밤새 맴돌았던 우리. 삼양해수욕장만이 유일하게 모래사장인양 밤새 어머니에게 보내달라고 졸라 버스타고 한참이나 가서 하루종일 뙤얕볕아래서 모래성을 만들며 놀다가 막차도 놓쳐버린체 밤새 걸어 집에왔던 우리. 열대야 늦은밤 너무덥다고 짜증부려 형하고 산지물과 노린물에 너무차 일순간도 온몸을 담궈보지도 못한체 냉기들어 집으로 묵묵히 돌아오던 우리. 어머니손에 이끌리어 여자탕에 들어가도 한점 부끄러움 없이 탕속에서 물장구치던 우리는 정말로 이름이 없는 시대의 인간이었다. 부활절,성탄절,설날에 엿기름으로 버물어놓은 쌀띠밥을 얻어먹으려고 반쯤 뜬 눈으로 두손모아 거짓 기도하고, 여름성경학교를 국민학교 다니던것보다 더 잘다니면서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열심히 외어 공책이랑 연필이랑 상받아서 어머니에게 자랑하고 다녔던 시대. 설날과 추석에 곤밥과 도새기 기름 철철 넘치는 반을 얻어 먹을려고 깨끗한 하얀고무신을 품에 앉고 날밤을 지새우던 우리. 동네 싸움에 골목대장 한번쯤은 모두다 거쳐가보았고 언젠가 코피 흘리며 왕왕 울면서 집안에 들어가 어머니치마를 이끌고 편벽해달라고 조르며 끝내 어른싸움을 일으키고 말았던 우리는 말없이 묵묵히 흘러가는 시대였다. 일본 식민지 시절을 그리워 하는 사람들과 6.25를 겪은 어른들이 너희처럼 행복한 세대가 없다고 저녁 밥상 머리에서 빼놓지 않고 이야기 할 때마다 일찍 태어나 그 시절을 같이 보내지 못한 우리의 부끄러움과 행복 사이에서 말없이 보리밥을 꾸역꾸역 먹고 보리잎새기국을 한숟가락 떠 마시며... 누런 공책에 "바둑아,바둑아,이리와 나하고 놀자."를 침뭍힌 몽당 연필로 쓰다가.. 단칸방에서 어머니 젖을 만지작거리며 같이 잠들 때에도 우리는 역시 이름없는 세대였다.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외운 국민교육헌장, 대통령은 당연히 박정희 혼자인 줄 알았으며, 무슨 이유든 나라일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은 빨갱이라고 배웠으며, 우리를 가르키며 조국의 새싹이요,나라의 기둥이라고 외치는 어른들의 말이 정말로 여겼던 시절. 누구나 대통령이 되겠다고 분단장 명찰을 달고 어깨를 으시대었던 우리. 학교 퐁낭밑에서 고무공 하나로 30명이 뛰어놀던 그 시절... 지궂은 머스마들의 끼어린 장난질로 지집아이들의 고무줄 끊기에도... 그래도 우리는 이름없는 세대였다. 일제세대, 6.25세대, 4.19세대, 5.18세대, 모래시계세대.... 등등 자기 주장이 강하던 신세대 등 모두들 이름을 가졌던 시대에도 가끔씩 미국에서 건너온 베이비 붐 세대 혹은 6.29 넥타이 부대라 잠시 불렸던 시대에도 우리는 자신의 정확한 이름을 가지지 못했던 불명의 세대였다. 선배세대들이 꼭 말아쥔 보따리에서 구걸하듯 모아서 겨우 일을 배우고, 혹시 꾸지람 한마디에 다른 회사로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끝내 구석 자리찾아 몸 웅크리고 혼자 울먹거리며 처량한 신세가 되어버린 우리. 후배들에게 잘 보이려고 한라산소주 몇잔을 삼켜주어야하고 억지로 요즘 노래 한두곡은 불러야하는 처량한 세대가 되어버렸다. 선배들처럼 힘있고 멋지게 살려고 발버둥치다가 어느 날 자리가 불안하여 돌아보니, 늙은 어머님은 모셔야 하고 아이들은 어리고 , 다른 길은 잘 보이지 않고, 벌어 놓은 것은 한겨울 지내기도 빠듯하고, 은퇴하기에는 너무 젊고 도전하기에는 이미 늙은 사람들. 회사에서 이야기하면 알아서 말 잘 듣고, 암시만 주면 스스로 알아서 명퇴되어 이제는 할일없는 조용한 세대... 주산의 마지막 세대... 컴맹의 제 1세대...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님에게 무조건 순종했던 마지막 세대이자, 아이들을 독재자로 모시는 첫 세대... 우리 세대는 부모를 제대로 모시지 못해 처와 부모 사이에서 방황하기도 하고, 아이들과 놀아 주지 못하는걸 미안해하는 세대, 이제 우리는..... 우리를 퇴출세대라 부른다. 30대는 이미 건넜고, 50대는 새로운 다리가 놓이길 기다리는 이 시대의 위태로운 다리 위에서 바둑돌의 사석이 되지 않기 위해 기를 쓰다가 늦은 밤 팔지 못해 애태우는 어느 부부의 붕어빵을 사들고 와서 아이들 앞에 내놓았다가 아무도 먹지 않을 때, 밤늦은 책상머리에서 부부둘만이 우물거리며 먹는 우리세대를... 모두들 이름을 가지고 우리를 이야기할 때, 이름없던 세대였다가 이제야 당당히 그들만의 이름을 가진 기막힌 세대가 바로 우리 세대다! 이름하여 퇴출세대... 고속 성장의 막차에 올라탔다가 이름 모르는 간이역에 버려진 세대... 이제 우리가 우리를 퇴출이라고 부르는 세대... 진정 우리는, 이렇게 불림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돌아올수없는 아주 먼곳으로 가야만 하는 것일까? 하얀꽃 몽오리... 옛글을 재편집하여 올립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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