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가신지도 두어달쯤 있으면 2년이 되어가는군요
힘든시간이었어요
길을 걷다가도 문득문득 터져나오는 울음을 막지 못해
엉엉 울며 집으로 돌아오기도 하고,
비슷한 또래의 아주머니들만 봐도 얼마나 저리게 부러운지...
그리운 사람을 볼 수 없다는 게... ... 그런 희망조차 포기해야하는게
미치도록 인정하기 싫었던 일이었어요
사실 나중엔 가만히 앉아 있다가도 하얗게 질리면서 손발까지 떨리는 일도
생기더라구요.
아닌게 아니라 나이는 먹을만큼 먹은 놈이
'엄마'라는 단어에 조차도 민감해 지더군요.
엄마를 잃어버린 마음이란건 나이와 상관없는 거라는거 그때 첨 알았읍니다.
돌아가시고 처음엔 정말 경황이 없더군요
일년간 병치레를 하신 분이고
어느정도는 준비를 했던 상황이었는데도
처음겪는일에 당황스럽기만 했는데 집안어른들과
먼 친척 형제들까지 내 일처럼 도와주는 덕택에
49제까지 잘 치뤘고...
이제는 우리곁에 한사람이 없긴 했지만
다시 이전의 일상이 돌아오는듯 했지요.
마침 일을 그만두고 집에 있을 무렵이어서
아버지와 막내, 그리고 제가 한 집에 살게 되었지요.
처음해보는 살림이라 모든게 다 서툴렀답니다.
혼자사는 살림이야 해봤지만
이건 좀 다르더군요
심지어는 그냥 힘만 있으면 될 것 같은 청소나 빨래조차도
내가 하는 건 엄마의 뒷모습과 무수히 비교가 되더군여
부엌바닥을 기어다니며 수세미로 문질러 닦던 분과
비교나 됐겠습니까...
아버지에게서 때 아닌 시집살이를 6개월쯤 하고나니
지쳐서 더이상 잔소리를 안하신 것도 있을거고
나름대로 잔소리 피해가는법을 연마한 것도 있을테고 ...
그런대로 적응이 되어가는데
음식만은 잘 안되더군요
찌게나 국이나 나물이나 볶음이나
꽤 많을 것 같았는데
정작하려고 드니 할 줄 아는 음식도 없고...
조석으로 식사준비를 하는 일로
하루 내내 고민아닌고민을 하게 되더라구요
배고프지 않다고 아버지 식사준비를 안할수도 없는거고
그렇다고 간식을 식사 대용으로 할수도 없는거고...
그나마 고민고민해서 음식을 준비해도
하는것마다 뭐가빠진것 같은 ...그런 맛이 나더라구요.
식사때마다 뜨는둥 마는둥
음식타박하시는 아버지도 미웠지만
제가 먹기에도 맛이 안나는
그런 음식이었기에 답답하기만 했었어요
분명히 요리책에 나온대로 했는데
왜 내 음식만 이런거지?
동생들이 해온 음식도 이렇지는 않은데 ...
끼니때만 되면 걱정부터 되고...
정말 답답하더군요.
그날도 그렇게 고민하다가
저녁거리로 된장국이나 끓이겠다고
장독대로 가서 된장항아리를 열고 숟가락을 집어 넣었는데
뭔가 걸리더군여
반쯤 남은 된장독 안에 뭔가가 있더군여
숟가락으로 살살 더듬어 보니 무 였어요
된장박이 해둔 무 한덩어리가 있더라구여
저 그순간 고민했어여
조금 더 아껴 먹어야될까? 지금 그냥 먹어도 되나?
그리고는 항아리 안에 몇개나 남았는지
뒤적여 봤더니 두개가 더 남았더군요.
이쯤에서는 고민의 여지가 없더라구요
그중 제일 작은 놈을 하나 꺼냈어요
그리고는 엄마가 가르쳐 준대로 물에 담궈 두었다가
한번에 다 먹기가 아까워서
반쯤은 남겨 두고 시집간 동생 녀석들 오면 해줘야지하고...
채를 쳐서 들기름에 살짝 볶았지요
통깨 살짝 뿌리고 접시에 내는데...
아직 따뜻한 장아찌 볶음을 바라보다
밥 한숟가락을 떠서는
입안에 넣었습니다.
울컥 눈물이 쏟아지고...
'엄마! 고마워! 이건 엄마도 몰랐지?
내가 이런거 다 찾아 먹을줄은 몰랐지?
나 이거 되게 좋아하잖아 나 먹으라고 너 놨구나?
맛있다 정말 맛있다 잘익었네...'
그렇게 어이없이 쏟아지는 울음은
그후로도 한동안 계속되었지요.
다락에는
일년 내내 먹을 고추가루를
장담을 것, 김장할 것 ,일년내내 두고 먹을 것, 아주곱게 간것 다 구분해서 뭉치 별로 놓아두고
찹쌀 몇되 따로 두고,말린 곶감 이며 대추며 늙은 호박이며 ...
시골노인네도 아닌데 뭘 이렇게 꾸러미마다
재워뒀을까 싶을 만큼 이것저것 많이도 들었더군요.
이런거 재워놔봐야 누가 해먹는다구
그런데 나는 자꾸만 눈물이 나는 겁니다.
엄마가 숨겨둔 먹거리를 발견할때마다
그 동물적인 모성이 너무 그리워서...
배가 아파 기어다니다시피 움직였을 그 양반이
새끼들 ...
이제 다 자란 새끼 때문에
이리도 살뜰히 준비를 했구나 싶어서...
이런 제기랄...
눈물같은건 이제 그만나올때두 됐잖아!!!
... ... ...
그렇게 팔개월쯤 지내고 다시 서울생활을 시작했지요
혼자지내게 된 후로
얼마간 힘든시간을 지내야하긴 했지만
사실 지금도 많이 보고싶지만...
이젠 제법 잘지내고 있답니다
아직은 피곤하고 힘들어지면
엄마가 차려준 밥상을 그리워하고,
마늘냄새 배어있는 엄마의 손도
이불에 긁히던 엄마의 마른 발꿈치조차도 보고싶어지지만 ..
제법 잘 지내고 있거든요.
이제는 새끼를 낳아키워야할 나이도 지났건만
아직도 에미그늘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버둥거렸던가봅니다..
철은 언제나 들게 되는건지...
언젠가
침대밑에서 발견한 엄마의 일기장엔
수없이 많은 나무아미타불이 있었습니다.
가끔은
그 중에 내가 만들어 주었을 고행들을
가만히 짚어 보게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