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국밥 먹는 재미로 대구로 간다.
입동이 훌쩍 지났다. 오늘은 눈발이 살짝 비친다. 겨울로 접어든 모양이다. 가을을 제대로 느끼기도 전에 겨울의 초입으로 들어선 모양이다. 날씨 알싸하니 차가와지면 불쑥 따로국밥이 생각난다. 이런 날씨에는 뜨거운 국물로 속 적시는 게 제격이다. 이제는 전국적으로 퍼져 나간 따로국밥을 모를 사람이야 없겠지만 모든 향토음식이 다 그러하듯 그 고장의 음식은 그 현장에서 맛 볼 때에 맛은 배가 된다. 어느 한 지역사회에서 서민대중 사이에 대대로 만들어온 맛과 특성을 지닌 음식이 향토음식이다. 이러한 음식은 그 고장의 특성과 전통이 아니면 만들어질 수 없는 특미를 가지므로 그 지역의 맛은 그 지역에서 맛을 보는 것이 진정한 맛의 향미이다.
대구를 대표할 만한 음식에 따로국밥이라는 것이 있다. 대구에는 따로 국밥집을 따로 공들여 찾지 않아도 쉽사리 만날 수 있다. 아무 곳에서나 맛 볼 수 있는 대중음식이다. 따로국밥은 콧등에 땀이 송알 솟아날 정도로 얼큰하다. 고추와 마늘의 톡 쏘는 맛은 정말 강렬하다.
따로국밥은 소뼈를 열 서너 시간 이상 고아, 큼직하게 썬 대파와 무를 넣고 끓이다가 고춧가루와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이렇게 맛을 우려낸 국물에 소고기와 선지를 넣고 마늘과 토란줄기, 우거지와 잘 손질한 콩나물을 듬뿍 넣어 담백하고 시원한 맛을 더한 후 다시 한번 푹 끓여낸다.
선지 씹히는 감촉이 부드럽다. 선지의 싱싱함이 푹 곤 국물의 따스함과 잘 어울린다. 무는 한 입씩 베어 물때마다 무에 스며든 국물 맛까지도 달게 느껴진다. 뱃속 출출할 때 뜨거운 따로국밥 한 그릇은 정말 별미다. 앞산공원 부근의 따로 국밥집들은 등산객들의 식전 해장으로 아침부터 빈자리가 없다.
대구는 지형학적으로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운 분지에 보금자리 튼 도시다. 그러다보니 예부터 음식물에 소금과 고추를 많이 써 더위를 견디고 추위를 달랬다. 주변에는 유명한 고추산지인 영양과 마늘로 유명한 의성이 있어 고추와 마늘의 공급에 부담이 없다. 풍부한 공급원이 있으니 매운맛은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한보시기 내놓는 대구의 김치도 매워 봐야 얼마나 매울까 하고 얕보았다가는 혼난다. 흔히 대구의 음식은 맵고 짜다고 말한다. 맞다, 역시 맵고 짜다.
국밥은 한국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전통적인 음식이며,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장날의 서민 음식이다. 우리나라는 국물문화의 나라다. 서양이 접시문화라면 사발과 대접의 문화가 우리 음식문화다. 그중에서도 국한그릇에 밥 한 덩이 말아 후다닥 요기해 치우는 성질이 경상도의 기본 기질이다. 여름에도 찬물만 밥에 장아찌 한 조각이면 그만이다.
따로국밥은 국에 밥을 말면 국물이 제 맛을 잃기 때문에 국과 밥을 따로 내 놓게 된 것이 따로국밥이라 불리게 된 동기이다. 국으로 된 음식이라도 따로 곰탕, 따로 갈비탕, 따로 설렁탕으로 불리지 않는 이유는 왜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따로국밥의 큰 명성에 눌린 탓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학교 다닐 때 서문시장 부근에 있는 따로국밥 집에 단골로 드나들었다. 국밥처럼 푸지게 인심 넉넉한 아주머니의 입심 좋은 소리를 반찬삼아 나는 내 친구 악동들과 무던히도 드나들었다. 주머니 얄팍한 학생신분에는 맞춤으로 맞는 음식이 바로 따로국밥이었다. 지금도 삼천 원과 사천 원 사이로 값이 매겨져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저녁 장만하기 귀찮은 주부들은 큰 냄비로 따로 국을 사들고 가는 모습을 대구서는 심심찮이 볼 수 있다. 그 값이 그 값이다. 날씨 쌀쌀해지니 불현듯 따로국밥이 그리워진다. 라면 좋아하면 오빠이고 국밥 좋아하면 아저씨라는 딸년의 소리를 듣다보니 나도 뜨거운 것이 시원한 틀림없는 아저씨다. 그러나 어쩌랴 사회 햇병아리 오빠 시절부터 따로국밥의 그 시원하고 뜨거운 맛에 길들여져 있으니.
제대로 된 따로국밥의 맛을 즐기려면 대구로 가야한다.
푸 른 바 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