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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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ll in lov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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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익숙해 진다는 건 어떤걸까?
처음의 설레임과 짜릿한 행복이 덤덤해지는 것?
가족의 소중함을 잘 모르 듯
은영이에게 익숙해진 난
사랑을 가꿔야 한다는 걸 깨닫지 못했다.
그냥 있어도 사랑나무는 무럭 무럭 자라는 줄 알았으니까.
사랑을 모르는 열아홉의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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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희 둘이 C.C 라며? ”
“ 네.. ”
수업을 마치고 손을 꼭 쥐고 걸어 나오는 우릴 보고 영미 시 담당 교수님이 싱긋 웃으며 말을 걸었다.
“ 영민이 은영이 잘 챙겨줘야 해 ”
“ 네에 ”
마흔이 넘은 독신인 여교수님과 은영이는 무척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가끔 연구실로 놀러가 한참을 있다가 오기도 했고 어떤 때는
교수님 댁에서 자고 오는 일도 있었으니까.
“ 은영이 요즘은 괜찮니? ”
“..네 ”
“ 그래 그럼 내일보자 ”
......... 괜찮냐구? 집에 무슨일 있는걸까?
“ 은영아 무슨 일 있어? ”
“ .. 어.. 아니 ”
“ 무슨 말씀이지.. ”
“ 별거 아냐..그냥 고민상담 했었거든...... 나 배고파 김치볶음밥 사줘.. ”
“ ...그래.. ”
여름방학이 지나고 2학기가 시작되었다.
내 곁엔 늘 그녀가 머물러 있고 그로 인해 난 행복하다... 그녀도 행복할까..?
“ 은영아 나랑 있어서 행복해 ? ”
“ ... ? ”
“ 그냥..갑자기 생각나서.. ”
“ 얘는.. 밥먹다가 체하겠다 얘...”
“ 어..미안.. 그냥.. 밥이나 먹자. ”
허둥대며 밥을 퍼 넣고 있는데 질문할때 부터 물끄러미 날 응시하던 그녀가 말했다.
“ 많이 행복해 .. 너랑 있는거, 같이 밥먹는거, 그리고 널 보는거.. ”
김치볶음밥을 입 안 가득 넣고 양 볼을 내민 체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았다.
유난히 하얗고 맑은 피부와 깊고 검은 눈을 가진 그녀..
이 아름다운 여자가 날 사랑한다고..나와 함께있어 행복하다 말하고 있다.
이상하게도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난 슬퍼졌다.
유난히 자주 내게 사랑한다 말해주길 요구하는 그녀..
그럴 때 마다 두 눈 가득 갈증으로 물드는 그녀..
무언가 그녀 안에 텅 빈 곳이 보였다가 사라지곤 했다.
사랑한다 말해주길 부탁할때나
지금 이렇게 물끄러미 날 보며 나와 함께있어 행복하다고 말하는 모습속에.
그렇게 언뜻 보였다가 사라지는 그녀안의 텅 빈 공간을 느낄때면
알 수 없는 아련함에 슬퍼지곤했던 내 모습은
그저 열아홉이기에 감정이 여린탓이었을까?
자신에게 해주는것도 별로 없는 내곁에 늘 함께있어주는 그녀..
정말 은영이에게 난 사랑스런 사람일까?
그런 은영이에게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표현하며
더 아껴줘야 했지만 열아홉의 난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
사랑이 식어서? 은영이가 싫증나서?
아니..절대 그렇지 않다.
단지 태어날 때 부터 날 사랑해주는 엄마에대한 고마움을 잊듯이
날 향한 그녀의 사랑에 취해버렸다고 해야 할까?
사랑은 가꿔야 한다는 걸 몰랐으니까.
그냥 그렇게 있어도 무럭무럭 잘 자라는 줄 알았으니까.
봄부터 우린 하루도 빼놓지 않고 꼭 붙어 다녔고
그녀가 곁에 있어 행복했지만 처음의 짜릿함은 아니었다.
열아홉의 난 사랑의 씨앗이 심기기 까지 애탔던 시간을 망각하고 있었으며
싹이 돋아나 잎이 피는걸 보고는
그냥 안심해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늘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하고 싶어 하는 대로 따라주었다. 밥을 먹는 것 도,
영화를 보는 것 도, 늘 함께 있으면서 나에게 싫은 소리나 억지 쓰는 걸 본 적이 없으니까.
단지 내게 요구하는 건 <사랑한다> 말해달라는 것 뿐..사실 그것도 자주는 아니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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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시쯤 와?"
"음..밤 11시 쯤?"
석훈과 혜민의 술마시자는 제의에 은영이에게 함께 가자고 했지만
그녀는 싫다고 했다.
"그럼 나.. 너 오면 보구 갈께"
내방에서 레포트 작성하던 은영이가 아쉬운 듯 말했다.
"그럴래? 혹시 더 늦으면 우유통에 열쇠 넣고 먼저가"
"......"
다시 책으로 눈을 돌리는 그녀를 보며 거리로 나왔다.
.....같이 가면 좋을텐데....라는 생각에 잠시 서운하다가
문득, 은영이가 담배냄새 자욱한 곳을 싫어하는게 떠올랐다.
하지만...왠지 서운하다. 뭘까? 이런 기분은..
버스를 타고 석훈과 혜민이 기다리는 호프집으로 들어가자
어둑한 조명속에 수많은 사람들이 발그레 취해서 사방에서 시끄럽게 떠들어 댄다.
담배연기도 가득히.
"영민아~ 여기~!"
혜민이가 무척 짧은 가죽 치마에 역시 가죽 재킷을 걸치고 호들갑스레 손을 흔든다.
녀석들의 테이블엔 이미 많은 술병이 굴러다녔고 이미 둘은 꽤 취해있다.
"야아..오늘 뭐 좋은일 있어? 갑자기 왠 술?"
석훈옆에 앉아 담배불을 붙이며 물었다.
"후훗..있지 좋은 일..자세히 말해줄 순 없고..하여간..석훈이랑 나랑 돈이 조금 생겼어"
"돈? 복권이라도 됐어?"
"복권은..하여튼 오늘 내가 쏜다!"
가만히 웃던 석훈이 내 등을 두드리며 외쳤다.
그 말을 시작으로 그날 저녁은 이상하게 엉망이 되어버렸다.
그 둘의 상기된 표정에 나까지 전염이 되어버려 공연히 들뜨기 시작했고
근사한 저녁부터 시작하기로 한 우리들의 모임은 안주로 저녁을 때워버리곤
곧장 진탕한 술자리로 이어졌으니까.
술을 잘 못마시던 나였지만 그 날 만은 왠지 억지를 써가며 마셔댔고
맥주와 소주가 섞이고 두어차례 멀미까지 했지만
급기야는 비틀거리는 발걸음을 옮겨 룸살롱 까지 들어갔다.
전혀 와본적 없는 술집이었지만 녀석들을 따라 자연스레 들어갔고
여자는 부르지 않은 체 우리 셋, 방을 하나 잡고는 양주를 까기 시작했다.
얼마나 그렇게 마셔댔을까?
욱신거리는 두통과 울렁이는 속을 느끼며 길게 소파에 기대어 있는 내 눈에
석훈에게 술을 따라주는 혜민의 모습이 보였다.
더웠는지 얇은 가죽재킷을 벗고 석훈의 품에 기대어 술을 따라주는 그녀의 손톱이
유난히 길고 붉은게 눈에 띤다.
저 둘을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분명 그녀는 석훈이 부른 접대부로 보이겠지?
석훈의 한손은 이미 많이 밀려 올라간 혜민의 허벅지를 자연스레 쓰다듬었고
무척 매끈하게 뻗은 그녀의 다리가 붉은 조명아래 요염히 빛나는게 보였다.
.... 술집여자 같아....
취해서 그랬을까? 그런 혜민을 보며 혼잣말을 한 내 음성이 컸는지
녀석들에게도 들렸나보다.
"야..영민이가 너더러 술집여자 같단다. 함가서 안아줘라"
술김이지만 혜민에게 못할 말을 한 것 같아서 멋적어하는데 그녀가 야릇한 웃음을 지으며
내쪽으로 건너왔다.
"정말? 그렇게 보여?"
"아..아니.."
순간 소파에 길게 기대어 있는 내 위로 그녀가 쓰러졌다.
당황해서 혜민의 어께를 짚고 밀었지만 더 꼭 기대며 안겨온다.
"후훗..귀여운 영민이.."
자꾸 버둥거리며 밀어내자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곤 일어난다.
그녀가 위경련을 일으켰을 때도 겪어본 일이여서 그런지
놀라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석훈이 보고있는데도 이러는 건 심해보였다.
건너에 석훈은 전혀 화도 않나는 듯 킥킥거리며 술을 홀짝였고
혜민은 아까보다 더 깊게 석훈에게 기대어 술을 마신다.
뺨에 묻은 루즈를 닦아내며 시계를보니 12시 40분을 가르킨다.
........자기방에 갔겠지...?
취기가 올라 먹먹해진 머릿속으로
아까 나올 때 조용히 책으로 눈을 돌리던 은영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내가 늦으면 먼저 가라는 말에 가만히 있던 은영이...
참 이상하게도 그런 그녀의 말 없음이 내 가슴을 아릿하게 했다.
차라리 화가나서 삐지던가, 아니면 책이라도 집어던지고 자기방으로 가버리는 것도 아니고..
.........그저 그렇게 가만히 앉아있을게 뭐람...?
사실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방을 나올 때 알 수 없던 텅 빈 그녀의 갈증을
느꼈던 것이다.
내가 뭘 어떻게 해주길 얘기하지 않는, 하지만 그런 그녀가 자꾸 가슴에 맺히는,
점점 취기가 심해져 속이 울렁거렸다.
물병의 물을 한모금 마시며 담배를 물었다.
.......지금 왜 자꾸 그녀에게 미안해지는거지...?
그런 그녀의 공허를 보고 그냥 나온 내가 후회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특별히 내가 잘못한건 없잖아?.......
그랬다. 특별히 잘못한건 없는 나.
.......혜민이처럼 은영이도 활달하고 솔직하면 좋을텐데.....
원래 차분한 그녀의 성품마저 내 불편한 마음때문에
탓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시간은 새벽 3시가 돼었고
길고 긴 우리들의 술자리는 끝났다.
술값으로 석훈이 무려 160만원을 현금으로 지불하는 걸 멍하니 바라보았고
화장실에 들러 두어차례 더 멀미를 한 후에야 겨우 택시를 타고 방으로 돌아왔다.
석훈과 혜민이 안녕이라 말하곤 비틀거리며 사라졌고
한없이 울렁이는 속을 겨우 참으며 난 내 방의 문을 열었다.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어지러운 중에 불도 켜지않고 침대쪽으로 걷다가
무언가에 걸려 그만 크게 넘어지고 말았다.
"아앗..!"
침대 모서리에 팔꿈치를 부딪히며 쓰러지는 내 귀로 은영이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어..어.."
침대에 부딪힌 팔이 무척 아팠지만 내 무릎에 깔린 은영이가 걱정되어
비틀거리는 몸을 가누며 겨우 불을 켰다.
방 바닥에 은영이가 옆구리를 움켜쥐고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괜...괜찮아...?"
"...."
"은영아..괜찮아?"
한참 후에야 겨우 앉은 그녀가 날 바라보며 원망스럽게 말했다.
"왜 이제와..."
"......."
"기다렸잖아... 바보야"
이런 은영이의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왜 이제 왔냐고, 기다렸다고 말하며 울고있다.
갑자기 난 어쩔 줄 몰라했다.
"얼마나 기다렸는 줄 알아? 바보같이...."
날 바라보며 말하는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이더니
마구 떨어진다.
그녀의 눈물...처음이다.
"11시라고 했잖아.. 늦어지면 전화라도 주지.."
그녀의 눈물을 보고 한없이 미안해지다가
불현듯 아까 술을 마시며 느꼈던 답답함이 격하게 올라왔다.
"왜..아직 안갔어? 분명 말했잖아 더 늦으면 먼저 가라구.."
"...."
"꼭 약속하고 간것도 아니잖아? 그리구 어디가는 줄 다 말하고 갔는데...
이게 울면서 뭐라고 할 만큼 잘못한 거니?"
"...."
분명 나의 말은 옳았다.
뭐라고 콕 집어 잘못을 찾을 수 없는 일이니까..
"그럼 애초에 같이 가던가, 아님 나 혼자 가는 것 싫다고 붙잡던가..
아무 행동도 안해놓구 갑자기 이럼 어떡하니?"
마주보며 울던 그녀의 고개가 숙여진다. 하지만 하얀 뺨 위로 눈물은 계속 흘렀다.
"내가 뭘 잘못한거니..? 응? 시원하게 말해주렴"
"...."
가만히 앉아 눈물을 삼키던 은영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가방을 집어들었다.
"그냥가면 다니? 말해봐..뭘 잘못했는지.."
답답함에 마구 말하던 나도,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면서 신발을 신고 현관을 나서는 그녀를 보자
가슴이 찡해졌다.
"야..~! 그냥 가면 어떡해? 은영아~! 유은영~!"
하지만 그녀는 아무 대답없이 밖에서 현관을 닫았고 복도 끝으로 은영이의 발자욱 소리가
멀어져갔다.
.......이게 뭐야...?
내가 뭘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른다는게 화가났다.
뭔가 그녀에게 미안한 맘도 있지만 뭐가 잘못된건지 모른다는 것.
하지만 오늘 일은 은영이도 너무 심했다.
대체 뭐가 그녀를 저렇게 화나게 한걸까...?
흥분되서 그랬는지 갑자기 몹시 목이 말라왔다.
침대에 걸터 앉아있다가 땅에 떨어진 베게를 신경질적으로 걷어차며
냉장고로 향했고 거칠게 문을 열고 물을 찾는 내 눈에
문득...붉은색 상자가 보였다.
'.......?'
가만히 꺼내보니 생크림 케익이다.
........이게 어디서 난거지?............
겉 포장에 양초 스무개가 붙어있다.
...........?
........
........
순간 난 굳어버렸다.
이어 미친듯이 다이어리를 꺼내어 넘기기 시작했고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전 그녀에게 물어 적어놓은 은영이의 생일을 확인하곤
그만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그녀의 생일이다.>
....
그 날 은영이에게 물어보며 적은 후 까맣게 잊고있던 나.
그 후 자기의 생일을 말하지 않던 은영이..
오늘 하루종일 아무말 없는 내게 핀잔 한번 주지않고
조용히 자기 손으로 자기 생일 케익을 준비한 은영이...
그리고 가만히 나와 함께 할 저녁 생일파티를 기다리다
나가버리는 날 잡지않고 보내던 은영이...
자기가 주인공인 날, 밤 11시까지도 양보하며 기다렸던 은영이..
...어...어... 은영아..은영아..
울면서 나가던 모습이 세차게 가슴을 찔러왔다.
생크림 케익을 들고 그녀의 방으로 뛰기시작했다.
새벽 4시의 거리가 흔들렸다.
그녀의 방까지가 한없이 멀게만 느껴진다.
뛰는 내 눈에도 자꾸 눈물이 나온다.
.............방에 없으면 어쩌지...?
왠지 어디론가 가버렸을 것 같다.
그녀의 텅 빈듯한 눈빛이 자꾸 나를 찔러온다.
"은영아!"
문은 잠겨있고 아무 소리 없다.
"은영아!"
정말...다른곳에 간걸까..? 하지만..어디로..?
"은영아~! 대답해봐 은영아 응?"
조용한 새벽 나의 외침이 가득 퍼져간다.
"은영아..잘못했어..응? 있으면 ..문좀 열어줘..응?"
"...."
"은영아..정말 미안해..내가..내가 잘못했어.."
굳게 닫힌 문 앞에서 그만 울어버렸다.
자꾸 날 찔러대는 그녀의 공허함과 엉엉 울며 나가던 모습이 가슴에 맺혀와서.
"내..내가..잘..못..했어..미안..해.. 용서해줘..응?..사랑해..은 영 아.."
흐느끼며 말하는 내 음성이 어두운 복도에 메아리친다.
"사랑해..은영아.."
순간 '철컥' 소리가 나며 문이 스르르 열렸다.
현관에 서서 날 보는 그녀도 나갈 때 모습 그대로 울고있다.
그녀를 꼭 껴안았다.
흐느끼는 은영이의 몸이 내 가슴에 울려왔다.
"미안해.."
"...."
그녀의 손길이 가만히 올라와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용서해 줘..응? 잘못했어..정말 잘못했어.."
은영이는 울면서도 부드럽게 날 어루만졌다.
"내가..내가 어떻게 할까? 응? 뭐든 다 할께..응? 은영아."
"영민아"
"응"
..
"사랑한다 말해줄래?"
.................................................................
은영이의 방에서 다시 나란히 누워 잠들려할 때
그런 나에게도 변함없이 따스히 안겨온 그녀.
<그녀가 날 사랑하는 만큼 내 사랑도 그럴까...?>
그날 쉽게 잠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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