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9. 11(수)
아침에 일찍 일어나 호텔 주변을 돌았다. 넓은 간선 도로에는 이미 차량이 넘쳐나고 좁은 도로에는 어쩌다 사람이 다닌다. 바람이 서늘한데 반팔 차림으로 산책할 수 있을까? CANADA로 오니 미국과 기후가 다르다. 미국?캐나다 국경선은 49°N... 방짝 ㄱㄷ에 의하면, 추위와 외로움만 견디면 CANADA는 살만 하다는 말이 있단다. 어느 가게가 닫혀 있는데 근무시간을 문에 붙여 놓았다 : 08:00 - 17:00. 미국에서도 캐나다에서도 모두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한다.
식사 후 미국 뉴욕주 Niagara Falls HS로 향했다. Niagara가 뉴욕주라니..? 그 곳을 향해 달리며 보니 반대편 시내방향 차량은 벌써 서행하는데 듣던 대로 모두 전조등을 켜고 있다. 400만 Toronto의 교통사정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란다. 미국도 그렇지만 캐나다에서도 아침 10:00넘었는데도 가로등이 켜져 있는 수가 많다. 절전 의식이 부족한가?
얼마 후 왼쪽에 바다 같은 호수가 펼쳐진다 : Ontario. 이 주의 이름도 Ontario. 나이아가라강 다리를 건너는데 우측에 흰 물보라를 증기처럼 품는 Niagara 폭포가 장관을 드러낸다. 강물에는 하얀 거품 띠가 길게 하류로 뻗쳐 흐른다. 바로 뒤, 성조기와 다른 기가 조기로 내걸린 미국 국경 이민귀화국(INS) 검문소에 차가 멈춘다. 한 경찰관이 올라와 차례로 여권을 살피며 모두 한 그룹이냐고 묻더니, Thank you! 하고 거수 경례를 붙이곤 내린다. 벌써 두 번째 미국에 입국한다.
벌판 길을 달리다가 큰 건물 부근 주차장에 내린다. 바로 Niagara Falls HS다. 이렇게 시설이 벌판에 있으면 차량이 없이는 누구나 꼼짝 못할 것 같다. 여기 저기 몇 개의 대형 주차장이 있는 이유를 알만하다.
둘러보니 확실히 학교 시설은 새 것이고 조립식 건물이며, 공연예술관도 대규모다. 복도에는 요소 요소에 경비원이 있고 천정에는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주요 간부직원, 경비원들은 무전기를 휴대하고 열쇠꾸러미를 들고 다니며 두 조로 나뉘어 우리를 안내한다. ㅇㅎ은 열쇠꾸러미에 감동했는지 배워야 할 자세라고 한다.
모든 학생은 물론 교직원도 국제대회 선수처럼 목에 ID카드를 걸고 다니며 도서실, 식당 등에서 사용하는데 엘리베이터는 교직원 ID카드나 장애인 ID카드를 넣어야 작동한다. 복도 여기 저기에 A4용지에 새로 붙인 글귀가 붙어 있다 :
‘U must wear your ID card at all time' (언제나 신분증을 달아라)
'No ID (on) NO Lunchie' (신분증 없으면 점심 식사 없음)
복도에는 locker(사물함)가 즐비한데 쉬는 시간에 학생들이 교재를 집어 넣고 꺼내는 게 보인다. 각 교실의 복도 쪽 창문은 없고 출입문에 세로로 긴 상하 두 개의 작은 유리창이 있다. 20분 정도 수학 수업을 보았는데 단원은 인수분해... 교사가 앉아서 오버헤드를 비추며 문제를 풀어 가면서 학생들에게 질문하는데 학생들이 질문에 곧잘 답했다. 잠깐이지만 흐트러진 학생들을 보지 못했다. 어느 게시판에는 youth court(청소년 모의 법정) 참여 희망자를 모집하고 있다. 질문에 항상 열심인 ㅇㅇ은 이번에도 질의 응답을 주고 받는다. 그는 내게 영어에 대해 설명해주기도 하였다.
Niagara Falls로 향하는 길에 벌판의 중국식 뷔페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OUTLET란 마트에서 쇼핑도 했다. 식당과 마찬가지로 넓은 벌판에서 넓은 주차장을 가진 단층 대형 마트다. 가족에게 줄 선물을 샀다.
Niagara Falls 주차장에 내리자 폭포는 보이지 않아도 우레 같은 폭포 소리가 들린다. Niagara! 인디언 말로 우레(천둥), 어울리는 이름이다. ㅎㄱ이 나이아가라는 우리말 ‘네 가람’ 곧 4개의 강을 뜻하며 인디언 말과 우리말이 비슷하다고 역설하길래, 대중이 넘어 갈 것 같아 국수주의적 주장이라고 한 마디 찔렀다. 그는 우리들의 카메라맨으로서 낮과 밤, 땡볕의 어려움을 가리지 않는 프로에 가까울 뿐 아니라 재담으로 지친 단원들을 격려하는 자원 보조 가이드다. 그 덕에 우리는 귀중한 장면들을 간직하게 되며 그 덕에 여행을 즐겁게 하게 된다.
폭포 절벽가로 다가가니 우레 소리가 귀를 멍하게 하는데 물보라가 화력발전소의 증기처럼 뿜어져 오르고 하얀 거품이 폭포 아래를 뒤덮는 가운데 영롱한 무지개가 축복처럼 내걸려 있다. 강 너머 캐나다 쪽 절벽 위에는 호텔들이 즐비하고 미놀타 타워가 우뚝하다. 절벽 난간 틈 사이로 어린이들이 추락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인다. 어쨌거나 이 ‘천둥’을 본 것은 분명 축복이리라.
Niagara Falls는 지질학상으로는 따근따근한 hot new? brand new이다. 13,000년 전 마지막 빙하가 끝나면서 빙하자리에 5대호를 비롯한 무수한 호수가 형성되었다. 무거운 빙하에 눌렸던 땅이 반작용으로 천천히 융기하였는데 Erie호 쪽이 Ontario호 쪽보다 50m 이상 높아지면서 강과 폭포가 형성되었다. 폭포수가 상류 쪽으로 물 바닥 침식을 계속하여 현재 약 10Km의 절벽으로 이루어진 골짜기가 만들어졌고, 지금도 매년 90cm가량 상류로 폭포가 이동하고 있다고 한다.
엘리베이터로 선착장으로 내려가 유람선 Maid of Mist(안개의 소녀)를 기다리는 중, 눈을 들어보니 폭포가 우리 머리를 덮칠 듯 위협한다. 나눠주는 물빛 비닐 비옷을 입고 배에 올라 폭포에 다가가니 배가 요동하고 바람이 거세게 일어 안개 천지! 비옷은 무용지물... 그래도 모두 즐겁다. 푸른 하늘, 푸른 물, 하얀 안개, 하얀 거품, 오색 무지개!
I'm dreaming of Love at Niagara the Paradise! <Suh Hee's Dream>
다리를 건너 캐나다 이민국 검문소를 통과하는데 전원 하차시키는 등 의외로 까다롭다. 허긴 오늘이 9?11이다. Niagara River의 절벽 가에 난 길을 하류 쪽으로 내려가 강의 소용돌이 Whirl Pool을 잠시 내려다보기도 하고, 세계 최소 교회라는 5인 수용 목조교회에 들어 가 기도도 한 뒤, 한 포도원에 들어갔다. 여기는 겨울 기온이 낮아 우리나라 동해안 고지에서 황태를 만들 듯이 포도를 수확하지 않고 밭에 그대로 두었다가 겨울에 얼고 녹으면서 반 건조된 것을 포도주로 담는데, 당도가 높고 맛이 좋단다. 이름하여 Ice Wine인데 가느다란 병이 30 캐나다 달러나 하였다. 난 포기하고 10 캐나다 달러 짜리 Riverview Vidal Sweet를 1병 샀다. 여기 혹한은 대단하여 100년전에는 잠깐이지만 폭포가 완전히 얼어붙은 적도 있단다.
윈스턴 처칠 총리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침 드라이브 코스라고 했던 나이아가라 강변 길을 되돌아 캐나다 쪽 폭포 옆에 있는 호텔로 향하면서 원예대학 Niagara Garden University에 들렀다. 이미 문이 닫혀 안에는 못 들어가고 꽃시계와 가지가지 식물이 있는 깔끔하게 다듬어진 정원을 보면서 이 대학 출신들이 캐나다에서 최고 대우를 받는다는 말이 이해되었다.
어두워진 길을 달려 폭포에 접근하니 조명을 받은 폭포가 빨강, 노랑, 초록으로 천천히 변색을 한다. 칼라 폭포! 관광을 위해 별 아이디어를 다 냈구나! 한식당 Korea Park에서 L.A.갈비를 들고 소주를 물컵에 넣고 살짝 마시며 여독을 풀었다. 주세법이 엄하여 갖고 간 한국산 소주라도 그냥 마시다간 누군가 신고하면 주인이 크게 처벌받는단다. 그래서 주인과 모종의 교섭을 해야 했다.
호텔에 여장을 푼 다음 희망자 10명 정도가 옆의 카지노 구경을 갔다. 옆이라고 해서 금방인 줄 알았더니 취중에 걸으니까 꽤 멀어 약간의 후회와 인내 속에 걸어 도착,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뜻밖에 건장한 사나이들이 보안검색을 한다. 문을 들어서자 수백 대의 슬로트 머신이 넓은 홀에 가득하고 소리와 사람도 가득하다. 룰렛, 카드 등 영화에서나 보던 게임들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가 다닌 곳 중 밤에 활기를 띠는 곳은 여기가 처음이다.
나도 처음 해보는 슬로트 머신에 이십 달러를 수업료로 투자한 후 ㅅㅇ을 보니 대박(?)을 터뜨려 오히려 약간 따는게 아닌가? 응원에 모두들 신이 나기도 했지만 어쨌든 잃고도 즐겁다. 맥주로 담소를 나눈 후 가이드가 긴급 호출한 친구 부부가 운전해 주는 2대의 차량으로 되돌아 왔다. 이국에서는 동포끼리 이렇게 돕고 사나 보다. 폭포는 다시 원래의 흰색으로 돌아와 여전히 우레 소리를 내고 있다.
‘난 오리지널이 좋다’ <필자 느낌>
오늘은 9?11, 우리에게도 엄청난 9?11이었다. 솜 같은 몸은 잠을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