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이일이 있은 지도 몇개월이 되어버렸다. 그당시 때는 너무도 당황해서 그냥 그렇게 넘어갔고 한동안 일이 바빠서 글을 남길 생각도 없었는데 요즘 다시 생각해도 신선한 충격과 함께 재밌는 추억이 될 것 같아 글을 남기려 한다.
몇 개월 전에 안산에 있는 직장에서 저녁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대만의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처음에는 의례 있는 안부전화 정도인줄 알았는데 목소리가 조금 다급하다. 그래서 밥 먹다 말고 정색을 하고 들어보니, 나도 잘 아는 한 대만친구(이름은 앤지)가 이들이 살고 있는 타이충에서 방송되는 라디오 뉴스/시사 프로그램 앵커로 있는데 나를 인터뷰를 한단다. 허걱... 아니 갑자기 웬 인터뷰...시간이 없다고 재촉하는 통에 할 수 있겠냐는 말에 얼떨결에 그렇다고 대답을 해버렸다.
그 이후 갑자기 가슴이 쿵쾅쿵쾅....초 긴장 상태가 되었다. 우씨....왜 한다고 대답했담...갑자기... 무슨 인터뷰야....준비도 안됐는데... 이친구는 알았다면서 급히 전화를 끊었고 잠시 후 앤지가 직접 전화를 할 것이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당시 프로그램 진행을 하느라 나한테 직접 전화를 못하고 다른 친구가 전화를 한 것이다. 아니...이런 급박한 방송경험을 하다니... 한국에서도 방송에 나간 경험이 없던 내게는 당황 그 자체였다.
십몇 분 뒤 앤지에게 전화가 왔다. 몇시까지 광고 나가고 몇시부터 교통상황 나간 다음에 바로 나랑 인터뷰란다. 그리고 질문 내용은 한국 신입사원 월급이 2,000 usd 정도 된다는데 사실이냐... 한국의 임금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볼 것이란다. 거기에 대답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처음에 청취자가 내가 한국사람이라는 것을 모를테니 처음에 한국말로 인사정도 하고 나머지는 중국말로 할 수 있냐는 것이다. ㅎㅎㅎ 이 친구도 긴장했나보구나...내가 중국어는 젬병이라는 사실을 뻔히 아는데도 중국어로....그것도 방송에서...(에이 이사람아...그게 말이 되냐고...)안된다고 했더니...그럼 영어로 하란다. 자기네들이 중국어로 통역해줄테니. 그래 신입사원 월급이야...업종과 회사에 따라서 다르지만 얼추 요즘 평균내면 200만원 정도는 할 것으로 생각하고 그 짧은 시간에 인터넷 검색을 좀 해서 대답할 거리를 준비했다. 전화를 끊고선 광고 나갈 때 다시 전화해준단다.
얼마 뒤 드디어 전화가 왔다. 받아보니 라디오 방송 나가는 게 들렸다. 내가 중국말을 몰라서 뭐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내가 교통방송을 많이 들어서 그런지 지금 교통상황을 말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그 다음에 둘이 다시 진행을 했다. 이제 나를 부르다보다 생각했다. 역시나 둘이 어쩌구 저쩌구 얘기하더니 '"용"하고 내이름을 부른다. 뜨아...올 것이 왔구나...에라 모르겠다. 눈 감고 그 친구가 하라는대로 한국말로 약간 말하고 그 다음부터 진행자에게 인사했다. 그 다음에 진행자들이 내게 영어로 한국 신입사원 월급이 200만원 정도 된다고 들었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나는 업종에 따라 다르고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그정도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서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 업종이 다르다. 화이트칼라는 월급이 높은 대신 매일 야근하고 블루칼라는 월급이 적은 대신 야근수당 같은 걸 받는다. 질문하는 뉘앙스가 한국의 월급수준이 그렇게 높냐, 그런 저의로 물어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월급은 그정도 이지만 야근을 너무 많이 하는 편이다. 내 경우를 들어가면서 설명해줬다. 그리고 집값, 물가가 비싸서 빚지는 사람이 많다라고 대답을 해줬다. 암튼 뭐 한 두어가지 그쪽 관련 질문을 더 하고 대답하고 잘 들었다고 나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끝날 때쯤 나도 살짝 여유가 돌았는지 마지막으로 "셰셰", "짜이찌엔" 하고 내가 아는 모든 중국말을 총 동원해서 인사했다. ^^
이렇게 해서 인터뷰를 마쳤다. 참 세상에...한국에서도 방송에 나가본 적이 없는 내가 대만의 방송을 타다니...참 희한한 일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런 질문을 왜 나에게 했는가 했더니 얼마 전에 대만 정부가 한국의 신입사원 월급은 100만원이 조금 넘는 정도이다. 대만보다 그리 높지 않다라는 발표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항간의 소문이 한국근로자의 월급이 꽤 많고 대만 근로자보다 훨씬 많다는 정보를 입수한 모양이다. 그래서 직접 한국사람에게 물어봐서 확인하려는 목적이었다. 세상에....그럼 이런 주제를 방송하기로 며철 전에 결정나고,스토리 보드 짜고 등등 구성을 했을 텐데...당일날에 40분 전에 인터뷰할거라고 통보를 해버리다니...그것도 국제전화로....
그 뒤로 처음에 전화했던 친구가 한국에 올 일이 있었는데, 녹음한 CD를 가지고 왔다. 다시 들어보니 조금 어색했는데 그런대로 망치진 않은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여보세요...다음 부터는 좀 미리미리 알려달라고요...그럼 당황은 안 하잖아... 아뭏든 희한한 경험 하나 했다. 외국친구를 두니 신선한 충격을 받는 일이 가끔은 있네요. 다음에 녹음 내용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