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 번씩 네이트 톡을 읽으며서 울고 웃다가,
이렇게 제 얘기를 적게 될 날이 오리라곤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다른 분들의 생각을 묻고 싶어 몇 자 끄적입니다.
(제 친구들은 고슴도치 정신 때문인지 제 편만 들고 헤어지라고만 하더군요)
제겐 이제 겨우 두달 넘게 사귄 2살 연하의 여자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이별을 염두에 두고 있기에 이런 글을 올리는 거구요.
그 사람은, 석달 전 쯤에 친한 동생의 생일파티 차
나이트에 갔다가 부킹으로 만난 사람입니다.
다들 그러는 것 처럼 인사를 하고, 몇 마디 나누기 시작했는데
마침 애인도 없다길래 부담없이 약 한시간 가량을 대화하다 연락처를 받고 보냈습니다.
주위 사람들은 나이트에서 만난 인연은 그렇게 길게 가지도 않고
기대도 말라고 했지만...제 맘은 그게 아니더군요.
작은 체구에 평범하지만 정이 가는 인상, 그리고 쾌활한 말투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렇게 저희의 만남은 시작되었죠.
(아직 사귀거나 한건 아닙니다)
물론 서로 좋은 감정을 갖고 있단 말도 주고 받고
매일 통화하고 문자보내고 지낼 만큼 가까워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만나기 시작한지 한달 쯤 되었을거예요.
그 사람이랑 카페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데,
한 두 어번 정도 전화를 받으러 화장실을 다녀오더군요.
시간도 대략 10~20분 정도 걸렸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러고 나서는...
"친군데, 지 남자친구랑 싸웠대서 그거 들어주다 온다고 늦었어."
라고 태연히 말하는데...왠지 풍기는 분위기가 좀 아니더군요.
전 미심쩍었지만 의심할 여지가 없기에 계속 밥을 먹는데
이번엔 제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모르는 번호에, 원래 자릴 비켜서 전화받는 성격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그냥 받았지요.
대화 내용은 이랬습니다.
저 : 여보세요?
남자 : 예, 저기...실례지만 뭐 하나만 물어볼게요. XX(여자친구 이름입니다) 아세요?
저 : 아, 네. 아는데요.
남자 : 저 XX 남자친구"였던" 사람인데요.
저 : 네.
이때만 해도 예전에 헤어진 남자친군데 아직 따라다니는 그런 상황인줄 알았습니다.
남자 : 그 쪽이 XX 좋아한다면서요?
저 : 예, 그런데요?
남자 : (콧방귀를 뀌며)그래요? 졸라 뻔뻔하시네요? 그럼 XX랑 잘해보세요.
몇 마디 나누다보니 이거...왠지 기분이 나쁘더군요.
뭐가 뻔뻔한 건가 싶어서...
저 : 네, 근데 무슨 용건으로 전화하셨죠?
남자 : 아놔...당신 아무래도 안되겠네. 나랑 함 만나야 되겠네.
저 : 지금은 좀 곤란하고요. 용무 있으시면 시간내서 한 번 만나죠 뭐.
남자 : 아, 예. 그럼 수고하세요.
그러고 전화를 끊는 겁니다.
너무 어이없고 황당한 맘에 그 사람에게 무슨 일인지 물었죠.
그리고 그 사람 대답에 놀람을 감출 길이 없었습니다.
실은 3년 가량 사귄 남자친구가 있었고,
저랑 그렇게 만나는 중에 딱 하루, 밤새 폰을 꺼놓고 연락이 두절된 날이 있었는데,
알고보니 그 남자친구가 외박나온 날이였답니다.
(그 남자는 올해 7월 전역 예정인 군인입니다)
그래서 다른 남자 만나고 있는거 들킬까봐 일부러 폰 꺼놓고
밤새 그 남자친구랑 보냈다더군요.
뭐, 남자친구랑 둘이서 밤새 보냈다면 안봐도 DVD 입니다만...
일부러 화 좀 삭히고...한 두시간 대화 좀 나누다...
속았단 사실은 화나지만...3년 사귄 남자친구도 버릴 만큼 내가 좋다는 말에
마음이 자꾸 흔들리고...미안해하는 모습에 측은한 마음이 생겨서
괜찮다고 위로해주고, 이젠 내가 잘 해줄게 라고 하며 상황을 덮었습니다.
그리고선 일주일 뒤에, 단 둘이 해운대에 놀러가서 사귀기로 하고
이제 두달이 좀 지났습니다.
인내심을 갖고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그런 거짓말이 뭔 대수냐 그러시겠지만
저 역시 앞서 했던 거짓말은 저랑 사귀기 전 일이니 봐주겠다 여겼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의 거짓말은 사귀고 나서도 계속 됐습니다.
사귄지 한달 쯤 덜 되었을 때, 서로 부모님께 인사도 드리고
그 쪽 집안 부모님도 저한테 밥먹으러 오라고 하실 정도로
아주 사이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여자친구 집에도 자주 놀러가고 했었는데...
어느 날, 여자친구 방 한구석에서 자그마한 박스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분홍색 색지를 입혀놓고 뚜껑엔 여자친구와 옛 남자친구의 이니셜이 적혀있더군요.
호기심에 상자를 열어보니, 그간 주고 받았던 편지들과 사진, 그리고 그 남자친구를 위해
혼자 적었던 일기같은 것들이 있더군요.
솔직히 헤어진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3년이란 시간이 짧지도 않은 시간이기에
정리할 게 많다고만 생각하고 넌지시 여자친구에게 말했습니다.
이제 그만 그 남자 흔적들 다 버리라고요.
갖고 있어봐야 좋을 것 하나 없을 뿐더러, 저것 때문에 우리 사이도 소원해질 수 있다고 했죠.
(일기에 모텔간 얘기, 모텔에서 나오면서 찍은 사진 그런게 다 있었습니다)
여자친구도 거기에 대해선 동의하면서 버리겠다고 하더군요.
그러고 대략 일주일 쯤 지났을 때, 그 상자가 보이지 않길래 어쨌냐고 물으니까
버렸다는 겁니다.
그 남자 잊기 위해, 또 나랑 다툴거리를 만들지 않으려고
3년 간의 추억이 담긴 상자를 버렸다는 말에 살짝 감동도 받았었죠.
하지만 며칠 뒤...집안 청소를 도와주러 부모님 방에 들어갔었는데...
여자친구가 부모님 침대 아래에 숨겨놓은 그 상자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전 당연히 왜 거짓말을 했냐고 화를 냈고
여자친구는 그제서야 버리기 힘들다고 그러더군요.
그 말에 너무 화가나서 헤어지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대판 싸웠지만
거짓말해서 미안하다고...진짜 버리겠다고 하는 말에 다시 화해하고 알겠다고 했죠.
뭐, 그 이후로도 버리질 않아서 거즌 2, 3일에 한번씩 그 일로 다퉜지만요.
일주일만 기다려 달라는 여자친구의 말에 꾹 참고 기다렸습니다.
이번 거짓말도, 그냥 넘어가야겠다고 ...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여자친구를 사랑하니까 헤어지긴 싫었으니까요...
그리고...여자친구가 한 2주 정도 몸이 계속 안좋고 기운도 없어하고 하는 겁니다.
거기다 생리도 거르고 입덧 마냥 속도 안좋다고 하길래
가까운 산부인과에 가서 예약을 하고 대기실에 앉아있었습니다.
그런데...갑자기 그 남자 번호로 여자친구에게 전화가 오는 겁니다.
당황한 제 여자친구는 급하게 받더니 "응" 만 몇 마디하고 끊더군요.
그리고선 아직 돌려줘야할 물건이 남아서 그거 돌려달라고 온 전화라고 했습니다.
여기까지도 별 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습니다.
근데...다시 문자가 한통 오더군요.
제 여자친구는 그 문자를 보여주지 않으려고 용쓰고...
전 어떻게든 보려고 폰을 뺐어서 봤죠.
"어제 한 얘기 진심이냐? 동정이나 그런거 아니고?"
...대충 이런 얘기였습니다.
전체적인 상황에 대해서 하나도 아는게 없지만,
그 문자 내용만으로도 이미 제 상상력은 극에 달했었습니다.
여자친구를 다그치며 추긍한 끝에 얻어낸 대답은...
"몸이 아프니까 니 생각 나네...아무래도 너 버리고 내가 벌받고 있나보다..."
...라고 보냈다는 겁니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았지만...그런걸 생각할 틈도 없이 너무 화가 나서...
그 남자 그리워서 그러는 거라면 가라고.
하지만 마지막 기회를 줄테니...답장으로...
"동정이 아니였던 말은 안할게. 맘에 없는 소리해서 미안해. 다신 연락 안할게."
...라고 보내라고 시켰죠.
그랬더니...그 남자에게 상처주긴 싫다고...그냥 연락 안한단 말만 하면 안되냐 그러는 겁니다.
저한텐 실컷 상처줘놓고...그 남자에겐 더 이상 상처 못주겠단 말에...이성을 잃고
딱 잘라서 헤어지자 말하고 여자친구를 정리하고자 마음 먹었습니다.
그러다 진료 순서가 되서 검사를 받고 왔는데...
임신이였습니다.
4주가 되었고, 시기상으론 제 아이가 확실했었습니다.
(사귄지 얼마 안되서 잠자릴 가졌다는 건 넘어가주시길 바래요)
옛 남자에 대한 마음을 정리 못해서 나 몰래 연락하고 거짓말 하고
그 흔적 조차 못 버리고 방 안에 숨겨놓고...
그런 여자친구의 행동을 더 이상 참지 못해서 헤어지려고 결심한 순간에...
뭐랄까...사람이 멍~ 해지더군요.
하지만 그 일에 대한 책임감은 분명 느끼기에...
여자친구와 대화 끝에 낙태하기로 결심하고
일주일 뒤, 수술 날짜까지 잡았습니다.
그리고...그 일주일 동안...아니, 수술받고 몸 회복될 정도까지만이라도
정말 잘해줘야겠다며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 뒤엔 본래 결심한 대로 헤어지겠다고도 생각했죠.
하지만...그 일주일 동안 매일 여자친구 집에 드나들며
뭐 먹고 싶다면 사다주고, 몸 움직이기 힘들다면 집안일 다 해주며 지내다 보니까
다시 다른 생각이 들더군요.
"임신하면 감정의 기복이 심해져서 그런 걸 수도 있지. 아직 사랑하니까...잘 해보자."
...그리고 수술날이 되서 수술을 받고...
다시 잘 해보기로 결정했으니까
그 남자의 흔적이 담긴 상자를 달라고 했죠.
제가 제 손으로 버리겠다고.
여자친구도 알겠다고 그러며 순순히 상자를 줬는데...
...하아...있어야 할게 없는 겁니다.
다이어리...였죠.
그것도 달라고 하니까...그건 그 남자 뿐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다른 생활도 담긴거라고 못 버리겠다더군요.
그 생각을 이해는 하지만...제 생각은...
자기가 잘못한 일에 대해 용서를 받고 저랑 계속 사귀고 싶다면
그 정도는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몇 번이나 "니 주위에서 그 남자 흔적 다 지워버려야 널 믿을 수 있겠다." 라고 말해왔거든요.
그러니까 그 남자랑 사귀면서 적었던 다이어리도 포기하라고
내용의 반은 그 남자 얘기니까...이것도 "흔적" 이란 개념에 있어 예외일 수 없다고
다이어리까지 주지 않는다면 해결되는게 아니라고 말했죠.
그러자 제 여자친구는...악에 받친 목소리로...
그렇게 다 버리고 난 뒤에...날 미워하게 될 지도 모른다며...
자꾸 강요하지 말라고...짜증난다고 오히려 화를 내더군요.
이건 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만드는 겁니다.
저는 다시 잘 해보려고 꺼낸 말들인데...어쩜 그렇게 뻔뻔할 수 있는지...
여자친구의 행동에 너무 실망한 나머지...
이제 다신 버리라는 말도 안하고, 니가 누구랑 연락하고 누구랑 연락하든
절대 상관안하겠다고 말하며 다투고...지금까지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게...불과 이틀 전 일이랍니다.
이 얘기를 들은 제 친구들은 모두 헤어지라고 말합니다.
옛남자 흔적 못 지워내고...거짓말까지 하는 여자는 더 볼 것도 없다고 말입니다.
물론 저도 그렇게 생각은 하지만...아직 사랑했던 감정들이 남아있기에
쉽게 결정도 못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 생각은 어떤가요?
계속...사귈 수 있을까요? 아님 헤어져야 하나요?
만약 사귈 수 있다면...그 방법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옛 남자 흔적들 고스란히 갖고 있다는 걸 넘어가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제 성격이 좀 못나서...그건 힘들 것 같네요.
물론 여자친구도 버리라면 버리겠지만, 그 후에 자기가 삐뚤어지면 어쩔거냔 식이구요...
하아...답답합니다.
그럼 글을 읽으신 분들의 조언을 좀 부탁드립니다.
길다면 긴 글을 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