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의 BARTENDER LIFE
바텐더의 정의 : BAR +TENDER 바를 부드럽게 만드는 사람. 또는 바를 이끌어가는 사람 등등
이 단어에는 수많은 정의가 내포되어있다.
하지만 그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를 부드럽게 하는 사람’이라는 정의이다.
칵테일에도 수많은 정의가 있다.. 하지만 그 수많은 정의 중에 틀린 말은 하나도 없다..
그 이유는 칵테일만큼 마시는 사람에게 각각의 다른 의미가 부여되는 술은 없기 때문이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칵테일의 왕이라 불리는 마티니 한잔이
연인과 헤어짐에 마시는 쓰고 슬픈 마티니가 될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마시는 달고 행복한 마티니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칵테일에 대한 수많은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칵테일이 사람과 함께 또는 혼자서도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을 가진 술이기 때문이다.
서두를 칵테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이유는 무궁무진한 바텐더의 일중에 나에게는 칵테일이 손님과, 아니 세상과 소통을 하게 된 계기를 만들어준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부터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칵테일에 대한 이야기들만은 아니다
나는 내가 ‘바텐더K’로서 9년이라는 시간동안 보고 느껴온 바텐더 라이프의 전부를 이야기 하고자 한다.
처음 칵테일을, 아니 바텐더라는 직업을 알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의 일이었다.
당시 학생이었던 난 서울에 있는 H대학 앞에 있던 자그만 웨스턴 플레어바에 간단히 한잔 하려는 마음으로 들어가 보게 되었다. 바 라는 곳은 지금껏 내가 봐왔던 흔하디 흔한 호프집이나 포장마차 같은 느낌이 아니었다..
눈앞이 뿌옇도록 가득한 담배연기... 태어나 처음 보는 술들. 그리고 처음 듣게 되는 음악들... 뭐랄까... 그곳은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곳이라는 느낌...
수많은 사람들이 각각 다른 술들을 마시면서 나누는 끊임없는 이야기로 그 좁은 공간은 굉장히 시끄러웠지만 그것조차 나에게는 신기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어리둥절했던 나는 구석 테이블로 가서 처음 보는 칵테일 이름들 사이에서 무엇을 시켜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군복 비슷한 의상을 입은 한 바텐더분이 와서 나에게 처음이시냐고 물어보았다.
칵테일 이란 것을 처음 보는 나로서는 솔직히 당황 아닌 당황을 했지만.. 처음인 것을 티내지 않으려고 당당히 막 눈에 들어온 블랙 러시안을 주문했다..
왠지 이름이 멋있었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내가 태어나 처음 마신 칵테일은 블랙 러시안 이었다....(사담이지만 필자는 술을 잘 못 마신다..그런데 첫 칵테일로 블랙러시안 이라니.. 사실 조금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솔직히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마셨었는지.. 어떤 맛을 느꼈는지는 기억은 나지 않는다.
아무튼 바의 분위기에 취해 잘하지도 못하는 술을 연거푸 마시면서 취해 갈 때 즈음..
황홀경이라 표현해야 할까?
갑작스럽게 제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던 많은 사람들이 바에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깜짝 놀랄 정도의 큰소리로 음악이 흘러나오고 바텐더들이 분주해지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번쩍이는 현란한 불꽃들..칵테일 쇼가 시작된 것이었다..
그것은 술에 취해 있던 나를 단번에 깨게 만들어버렸다.. 3명의 바텐더가 술병을 주고받고 돌리고 불을 쏘아 올리는 화려한 칵테일쇼에 난 넋을 놓고 빠져 들었다...
화려한 칵테일쇼가 끝나고, 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만큼 들떠있었고 집으로 향하는 중에도 바텐더라는 환상을 머릿속에서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그 후 인터넷을 뒤져가며 바텐더란 직업과 칵테일에 대해 알게 된 나는 바로 바텐더라는 직업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 열의는 결국 내게 학업을 포기하고 바텐더라는 새로운 세상에 발을 내딛게 만들었다.
이렇게 내딛게 된 바텐더로서 첫발은 환상을 향한 시작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 길게 가지는 못했다... 칵테일쇼 라는 환상에만 집착하여 일을 시작한 나는 바텐더로서의 소양 그리고 이론 및 지식을 등한시 하고 플레어라는 기술에만 집착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만약에 나의 바텐더로서의 삶 중에 아깝게 허비한 시간이 있었다면 이때가 아니었을까 하고 지금은 생각한다...
물론 이 기간을 무의미 했다고 일축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와 같은 계기로 바텐더를 시작 하게 된 사람들이 있다면 이것 하나만은 이야기 해 주고 싶다.
그것은 플레어(칵테일쇼를 할 때 사용하는 스킬의 대명사)가 바텐더에게 있어 플러스가 되는 ‘옵션’ 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나머지의 다른 것들을 포기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했던 이러한 실수를 많은 후배바텐더들은 답습하지 말아 주었으면 한다.
내가 이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어떤 분을 만나게 된 후 부터였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바텐더들이 일을 시작하게 되면 ‘1년차 병’ 이라는 것을 겪게 된다고 한다. 일을 배우면서 1년차가 되는 시점부터 많은 초보 바텐더들이 거만해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나 또한 1년차를 넘어서면서부터 굉장한 자만감과 다른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싶다는 생각에 바텐더의 첫 번째 덕목인 손님에 대한 겸손을 잊어갔던 시기가 있었다. 나를 찾아오는 손님들의 대부분의 시간을 나의 시간으로 생각하고 내가 시작이요 끝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또 한껏 거드름을 피며 일하고 있을 때, 어느 노 중년 신사분께서 나에게 국산위스키 윈져12년을 시키시며 윈져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냐는 질문을 하셨다.. 난 솔직히 국산 위스키에 대한 불신감에 사로 잡혀있었고.. 그 중년 신사분 앞에서 윈져에 대한 나의 선입견과 또 어찌말하면 악담이 되는 이야기를 마구 내뱉고 말았다.
나의 자만심이 내 눈을 가리고 내 귀를 막고 있었던 것일까....
그때 그 중년신사분의 표정을 나는 읽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고 그 중년신분께서는 자리를 뜨면서 내게 이런 말을 해 주셨다..
“이봐 젊은 친구! 술이란건 만든 사람의 노력만큼 마시는 사람은 그 노력에 감사 할 줄도 알아야 한다네...
더욱이나 바에서 손님에게 술을 내어주는 바텐더라는 직업을 가진 자네는 그 어떤 것에도, 술을 포함한 그 어떤 것에도 선입견을 가지면 안돼지“라고....
그리고 나에게 좀 더 발전하는 바텐더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씀하셨다.
또 마지막으로 바텐더는 바를 부드럽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바를 지배하려 하면 안되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훗날 알게 되었지만 그분은 국내 주류업계에서 알아주는 큰 산 같은 분이셨고... 난 그날 해머로 머리를 맞은듯한 느낌을 받았다. ‘바텐더의 최고의 덕목은 겸손’ 이라는 말이 나에게는 빠져 있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도 내 자신이 한국남자의 표본이라 생각하는 나는 지금도 울컥 하기도하고 자존심을 세우기도 하면서 지내지만 그 당시 일을 생각하면 그때보다는 좀 더 나아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리고 아직도 가야할 길이 먼 나에게 그 몇 마디는 정말 황금 같은 충고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두서가 없는 첫 이야기 였지만 앞으로 한명의 현직 바텐더로서 바텐더만의 고충과 손님들은 모르는 바에서의 에피소드와 칵테일, 와인등에 대한 가벼운 이야기에서부터 많고 많은 술들의 대한 재미난 소식을 전해주고 싶다.
다음 편은 8년 동안 바텐더로써 보아온 여러 손님들의 모습과 바텐더로서의 태도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물론 조금은 가벼운 반성과 함께..
다음에는 바텐더가 아니여도 같이 공감할수있는 이야기를 다뤄보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신 모든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바텐더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