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톡에 소개팅에서 최악의 퇴짜라는 글을 보고 생각나서 써봅니다.
전 스물네살의,
고상하게 말하면 취업준비생이고, 그래요, 현실은 백수입니다.
그러는 저도 한 때 연애를 했었고,
취업준비한다는 되먹지도 않은 이유로 이별을 고하고,
혼자서 청승 다 떨고 그렇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사촌동생 남친의 친구가
싸이에서 제 사진을 보고 맘에 든다고 소개시켜 달랬다는 겁니다.
사촌동생이 말하기를,
운동하는 앤데 키도 크고 집도 잘 살고, 차도 있고,
혼자서 해외로 배낭여행 다녀올 정도로 생각도 있고 야무진 남자라는 겁니다.
키만 크다고 해도 감지덕지인데 왠걸, 다른 조건들도 좋으니 유후~ㅋㅋ
사실 예전 남자친구를 못 잊고 있긴 했지만,
왠지 더 멋진 남자를 만날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당장 소개팅 날 잡자고 했습니다.
근데 그 남자는 서울에 살았고 저는 지방에 살아서
거리가 있다보니 만남이 차일피일 미뤄졌고
일단 싸이에서 일촌맺고 서로를 조금씩 알아갔습니다.
인터넷 상에서 대화해보니까
애가 순수하고 성실하고, 주변에 여자도 없고,
아무튼 더 마음에 드는겁니다.
그 남자 홈피에는 사진이 없어서 얼굴을 아직 모르는 상태였지만,
외모따윈 상관없이, 제가 부담을 느낄정도로 괜찮은 남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실 실제로 만났을 때 나를 맘에 안들어하면 어쩌나 걱정이 많이 됐죠.
그러다가 제가 서울 갈일이 생겨서 드디어 만나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 남자 첫 만남인데 약속시간에 한시간을 늦었습니다.
뭐.. 나있는곳으로 와주는 거였고,
도로 사정이란게 모르는 거니까 그 정도는 이해했습니다.
커피전문점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입구로 들어서는 그 남자.
키가 커서 한눈에 알아보긴 했는데...
아.. 외모는 정말 '키'만 크더군요.
강호동 같은 체형에 얼굴도 그저 그랬고
스타일 또한 운동부 애들의 간지는 찾아볼수조차 없었습니다.
일단 외모에서 급실망 하고 있었는데
이 남자. 늦어서 미안하다는 기색은 전혀 없이
오자마자 장소 불평을 하는겁니다.
자기가 이렇게 자리가 따닥따닥 붙어있고 오픈되었는 장소는 싫어한다고,
왜 까페에 가있지 않았냐고,
자기는 예전 여친 사귈때도 이런데 오면 무조건 테이크 아웃해갔다고 투덜투덜,
장소를 옮길까 했지만 남자가 늦는탓에
제가 먼저 주문해서 먹고 있는 상태였기때문에 그냥 있자고 했습니다.
근데 이 남자 자기는 커피 잘 안 먹는다고 주문을 안하고 나 먹는거 구경하겠답니다.
아놔..내가 어이가 없고 민망해서,,
그냥 쥬스라도 마시라고 했더니 한참을 밍기적 거리며 쥬스를 주문해가지고 오더니
단숨에 원샷보고 얼음을 어그작 아그작 씹으면서 대화를 해나갑니다.
덕분에 분위기가 굉장히 어색해졌고,
제가 화제를 바꿔보자 싶어 아무거라도 질문 하라고 했더니
너 가르마가 왜그래?
손톱은 네일 받은거야?
화장은 지우면 많이 달라?
그 반지는 뭐야?
진주는 진짜야?
뭐 이딴 질문만 해대는 겁니다.
전 거기서 이미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었지만,
이 남자, 내가 마음에 안들어서 일부러 이러나?싶기도 하고
사촌동생 입장도 있는데 그래도 서로간에 예의는 지켜야 겠다 싶어서 잠자코 있었죠.
대화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갑자기 제 핸드폰을 줘보래요.
줄래다가 혹시 문자라도 볼까봐.
"왜?" 했더니
"어, 문자볼려고."
"뭐?"
"문자보면 니 사생활이 나오잖아."
이러는 겁니다. 아놔.
그래서 그게 머냐고, 남의 사생활을 니가 왜 알려고 하냐고 하니까
자기는 원래 학교에서도 선배들꺼 핸드폰 잘 봐서 몰래 문자보고
누가 누구랑 사귀는지 귀신같이 알아낸다고- 자랑하듯 그따위말을 하는겁니다.
('아.. 이남자 약간 모자라는구나. 찐따인가보다.')
그리고 연애를 딱 한번 해봤다고 했는데
그것이 이 남자 일생의 유일한 자랑인지 어쩐지
말만하면 그 때 이야기를 하는겁니다.
(난 속으로 왜 니주변에 여자가 없는지 알만하다. 하고 있었죠)
그래도 오늘하루는 내가 희생하자 싶어서
같이 밥먹고 영화보러 갔는데 밥은 그 애가 사서
영화 계산은 제가 했더니
"어? 왜그랬어 내가 내려고 했는데,
예전 여자친구 만났을때는 첫데이트 때 내가 다 냈는데.
두번째 만날때도 내가 다 냈는데."
이런 개초딩같은 말을 하는겁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영화기다리면서도
자기가 몇대몇으로 싸운이야기, 학교자랑, 등등 그런 듣기도 싫은 이야기만 해대고,
그리고 분명 밥을 정말 배불리 먹고 왔는데
팝콘 콜라 빅사이즈 사서
영화보는내내 끈임없이 쳐먹더군요.
키가 185에 몸무게가 95키로였어요.
그렇게 첫만남이 끝나가고,
(속으로 전 남친한테 매정하게 해서 내가 지금 벌 받나보다.
정말 그 만한 남자가 없었는데 그런 생각 했습니다.)
나를 바래다 주면서
(제가 서울에 있는 언니집에 있었거든요.)
집 앞에서 오늘 어땠냐고 물어보더군요,
"나름 재밌었는데
그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난 너 별로 남자로 안보인다
우리가 거리상의 문제도 있고 하니 두번 보기는 힘들거야."
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남자
자기도 내가 그렇게 완전 맘에 드는건 아닌데
이대로 끝낼순 없답니다.
내가 그럼 그냥 친구로라도 지내자 했더니
그것도 싫답니다.
그래서 내가 뭐 어/쩌라고 나 집에 간댔더니
계속 안보내주고 이말저말 돌려대는겁니다.
한번 만나서 뭘 아냐고 두번 만나야겠다고
자기가 오늘은 정말 낯설고 어색해서
너무 실수를 많이 한것 같다고 나한테 미안해서라도 두번을 만나야겠다는 겁니다.
결국 한시간 정도 그러다가
내가 더는 못 듣겠어서
나 너무 피곤해서 들어가볼테니 나중에 이야기 하자고 그렇게 들어와서는
문자로 솔직히 말했습니다.
'난 너 두번봐도 달라지는 거 없으니 연락하지 말자'
그렇게 최악의 남자와의 만남은 한번으로 끝났구요.
흑흑.
나중에 사촌동생 만나서 반 죽여ㅗ났죠.
근데 자기도 실제로 만나본적 없는 오빠였댑니다.
그냥 자기 남자친구가 하도 칭찬을 많이 해서 정말 괜찮을 줄 알았다고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ㅜ이런 지미.
아무튼 그 남자와의 소개팅은 내가 못되게 살아서 벌받았구나 하면서
스스로 뉘우치는 계기가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