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41분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을 대표하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아님 운동을 너무 헤비하게(11월에 시합 있음)해서인지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다.
낮일을 (이상한 거 아님) 마치고 집에 들어와 냉장고를 뒤져 배부르게 늦은 점심을 하고 좀 쉬었다가
밤일 (진짜 이상한 거 아님) 을 하러 집을 나섰다.
업소에 거의 다 왔는데 갑자기 배가 허전해오기 시작한다.
이거 배속에 거지가 들었나~! 밥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그래도 무언가로 달래야 한다. 아님 밤일에 지장이 생긴다 배가 고프면 노래하기 힘들기 때문에
(배불러도 힘듬) 항상 적당한 부피를 유지해야 한다.
오른쪽으로 슈퍼가 보인다. 차를 세우고 지갑을 챙겨들고 차에서 내렸다.
앗~! 내리자 마자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물체 발견, 호빵 이었다 ! 김이 모락모락 예전과 별로
변한 게 없는 찜통 위에서 호빵은 웃고 있었다.
아니! 10월달에 웬 호빵 ? 신기하고 반가운 마음에 호빵이나 하나 먹어야겠다 마음먹고 쵸코우유 2개와
단팥 호빵을 1개 사서는 차에 탔다.
송도입구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고는 음미하듯 호빵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음~~부드러운 겉살과 적당히 뜨거운 단팥의 어울림.... 예술이었다.
아직 시간이 있으므로 느긋하게 호빵을 즐겼다. 따뜻해진다 마음이..
어릴 적 호빵에 얽힌 일이 떠오른다. 나이는 얼마 안 먹었지만
예전엔 먹을거리가 (아이들 군것질) 별로 없었다 다들 어려운 시절 이었고 기껏 해야 찐 감자나 고구마, 라면도 귀했었다.
앞집에 이사온 동갑내기가 저녁때면 손에 생라면을 들고 와삭와삭 소리내며 폼잡는 모습이
아니꼬왔지만 손에 들린 라면을 보면 부럽기도 했다.
그러다 겨울이 오고
우린 겨울 3대 놀이중 하나인 연탄싸움을 한참하고 있을 때 였다.
가게집에 이상한 것이 생겼다 연탄불 위에 양철통으로 무장한, 김이 모락모락 나고 그 안엔
하얀 눈덩이 같은 놈들이 보기 좋게 늘어져 있었다. 아~! 그게 호빵 이었다.
그게 아주 맛있다는 걸 앞집 생라면 에게 서 들었다.
우리들은 (나를 포함한 그때의 친구들) 대통령을 경호하는 보디가드들 마냥 언제나 호빵통을
둘러싸고 있었다.
물론 엄마를 졸라 봤자 ( 몽뎅이...) 뻔하기 때문에 괜히 모험은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배불뚝이 주인 아저씨가 호빵통에 모여 있는 우리들을 불렀다.
애들아~! 너희들 요거 먹고 싶지? 예~~~~!! 우린 대답하난 끝내주게 하는 애들이다.
^^ 빙긋 웃으며 아저씨가 말하셨다.
그럼 지금부터 시합이다~! 시합에서 일등 한 사람에겐 이 호빵 하나씩 주지..허~허!
이야~! 신난다~~
ㅜ.ㅜ 근데 시합이 달리기 시합이었다.
차라리 연탄 던지기나 표적 맞추기나 닭싸움을 할 것이지 하필 달리기...
(난 이상하게도 항상 결승점 가까이에서 넘어진다 그것도 내발에 내가 걸려서..이 징크스는 중학교 올라가서야 깨졌다.)
에구~! 또래들 보다 커서 유리했지만 (다리가 길어선 지) 발이 꼬이는 게 문제 였다.
드디어 달리기 시합은 막이 오르고
심판은 배불뚝이 아저씨가 봤다. 순식간에 가겟집 앞은 동네 사람들의 운동장이 됐다.
땅~! 하는 아저씨의 기합과 동시에 우리들은 달리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한 30미터쯤 떨어진 거리의 전주를 찍고 가게까지 돌아오는 것,
스타트가^^ 좋았다 이대로 라면 호빵은 내차지 정말 얼굴에 인상 빡쓰며 죽을힘을 다해 달렸다.
전주를 제일 먼저 찍고 턴~ 결승점을 향해 마지막 피치를 가하는 찰나
뒤에서 3학년 선배 (나한데 맨날 맞음)가 바싹 달라붙는다.
쭈삣 머리카락이 서는 느낌 그냥 앞만 보고 달려야 되는데 자꾸 뒤가 신경 쓰였다.
잠깐 뒤를 휙 돌아 보다 그만....
발이 꼬였다 내발에 내가 걸려 넘어진 것이다.
스타일 구겨진 게 문제가 아녔다.
울 동네에서 제일 예쁜 6학년 짜리 누나도 보고 있었지만 창피한 것보단
호빵을 놓치면 안 돼~! 이 생각 뿐 그 누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얼른 일어난다는 것이 그만 또한번 앞으로 퍽......
아~! 호빵이여...결국 그3학년 선배가 일등, 동네 사람들의 열광속에 시상식이 거행되어
뜨거운 김이 모락 나는 호빵을 상으로 받아들고......
아~! 난 축 늘어진 채로 집으로 발을 옮겼다.
그때였다 ! 아저씨가 내 이름을 불렀다.
예! 하고 뒤돌아보니. 오잉~! 아저씨가 웃으며 호빵을 나에게 내민다.
자 받어라~ 너 넘어져서 특별히 주는 거야
(사실 넘어지면서 골텐바지 무릅쪽이 트더짐)고맙습니다^^
넘어진 덕분에 (아마 미안하셨는지..) 물 건너간 호빵을 맛볼 수 있었다.
그때의 그 맛이란~~ 그 후로 그 아저씬 이사가기 전까지 항상 우리들에게 시합을 시켰다.
그때마다 상으로 뽀빠이,자야,쭈쭈바,아이스케키등을 내 주었다.
그 아저씬 지금 모하실까? 궁금해진다....
가을밤이다. 귀뚜라미 소린 들리지 않지만 하늘엔 반쯤 먹다만 호빵이 걸려있다..
2002.10.17
** 이제 정말 호빵이 제맛을 내는 겨울입니다.
안녕들 하시지요? 혹시 감기 걸리신 분들은 없는 지요... 글하나 남기기 힘들 만큼 빠쁘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아직 현금화 하지 못한 일이라 버티기 힘들기도 하지만 일년 넘게 준비한 일들이 우여곡절
끝에 이제 거의 끝이 보여 갑니다. 지금 부터는 제 자신과의 싸움만 남았죠.... 산에 오르고 있습니다.
다행히 집근처에 1시간 30분 정도의 산행을 할수 있는 작지만 내겐 고마운 산이 있습니다.
작년 가을에 쓴 글중에 제목이 오늘 처럼 추운 날씨에 어울릴 것 같아 올려 봅니다.
건강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