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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스쳐간 스무살, 그리고 봄 <마지막 이야기>

푸른문 |2003.12.05 14:27
조회 331 |추천 0

Ending..

 

 

 

************************************

 

 

 

새 학기가 시작되던 날

그녀로부터 받은 하얀 목도리와 벙어리 장갑을 끼고 학교에 갔다.

 

스물 셋..

 

그리 길지 않은 3년의 시간동안 너무도 변해버린 나.

 

신입생 시절엔 여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호기심 가득 동경하곤 했는데

지금은..그냥 귀엽게 보인다.

 

정말 난.. 성장한걸까?

 

왠지

아련해진다.

 

건물과 강의실, 그리고 책상까지, 아무것도 달라진게 없지만

내가 기억하던 과거의 아름답고 설레이던 시간은..이미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어디로 가버린 걸까?

 

기억 속엔 뚜렷이 살아있는데.

 

 

은영아 내가 왔어

우리 같이 옛날로 돌아가자 응?

너랑이면 갈 수 있을거야.

 

이제 네 생일 잊어먹거나 그러지 않아.

그동안 나 반성 많이 했거든

사랑한다는 말도 많이 하고싶어

제발 그만하라고 눈총줘도 계속 할 지도 모르는 걸.

 

 

...........

 

 

 

그녀의 모습을 찾아 교실과 사무실 복도를 두리번거렸다.

 

다른 학년 교실도 기웃거려보며 그녀를 찾아다녔다.

 

점심무렵엔 식당엘 가다가 3층 휴게실에도 들러 보았다.

유리창 너머 밝게 쏟아지는 햇살.

 

그녀가 내게 커피를 뽑아주던 자판기 앞에서 햇살에 빛나던 은영이의 입술을 기억했다.

 

.....영민아

 

.....응?

 

.....커피마시라구

 

복도에서 가끔 하얀 잠바에 긴 생머리를 가진 여학생을보면

입안이 타들어갔다.

 

....은영아!

 

....네?

 

....어..미안해요..사람을 잘못..

 

 

우리가 처음 함께했던 테이블에 앉아 밥을 먹으며

그녀를 생각했다.

 

.... 밥 안먹니?

 

.... 머..먹어

 

그리고 싱긋 웃던 입술.

 

 

한없이 복도를 서성거리고 도서관을 둘러보아도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새로보는 후배들의 모습에 어색해져 담배만.....

 

......................................

 

 

마지막 영미 시 수업 시간이었다.

교수님께서 교실에 들어오시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 어머 이게 누구니 영민이 아냐 제대했구나 ”

“ 네 그동안 잘 계셨어요 ? ”

“ 그래 얘들아 이 오빠 복학생 오빠니깐 잘해주렴 ”

“ 와하하 ”

 

후배 여학생들의 웃음에 멋쩍어하며 같이 따라 웃는데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 끝나구 내 연구실로 좀 올래 ?"

 

수업은 예전처럼 발표로 진행됐다.

강단에 올라 얘기하는 여학생을 바라보며

 

은영이를 처음 보았던 그 수업을 떠올렸다.

 

 

.........< In the spring >


         열아홉에 맞은 봄,
            아직은 쌀쌀함이 감도는 3월의 어느 날, 유리창 너머로 따사롭게 쏟아지는 햇살 속에,
            잠깐씩 흐려지는 눈을 부비며 혼곤해 지는 내 귓가로
            처음..
            그녀의 음성이 들려왔다.

 

            지금 기억하는 그녀의 음성은 무척 따뜻했다.

            그 따스함은 조용히 모락모락 아지랑이 피어오르던 창가에 앉아 꾸벅거리던 나를

            어루만지기 시작했고
            이상하게도..잠속으로 빠져들던 내 의식은 그녀의 맑고 따뜻한 울림에 또렷해지기만 했다.

 

            "..제가 준비한 건 여기까지구요 발표한 내용에 질문있으면 해 주세요."

 

            미처 몰랐는데..우리 과에 저 아이가 있었나?
            잠은 이미 멀리 달아나고 점점 또렷해지는 시선 속으로
            햇살 아래 눈부시게 빛나는 그녀의 입술이 날아와 박혔다.

 

            '사그락'

 

            그녀의 빛나는 입술을 바라보며 마음 깊은곳으로 유리알 흩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입술에서 시작된 반짝임은 내 눈으로 날아와 가슴속으로 자꾸만 쏟아졌고 그럴 수록 숨이찼다.

 

            햇살아래 엷은 갈색 머릿결이 고개를 숙이면 이마를 따라 부드럽게 흘러내렸고
            너무도 하얗게 빛나던 피부는 내 시선을 붙잡고 놓아줄 줄 몰랐다.

 

            문득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지나치게 검은 눈동자와 하얀 눈.
            그 색상이 너무 선명해서 어떤 아픔까지 느꼈다고 하면 이상할까?

            강의실 책상에 앉아 숨차하던 그 때의 내가 기억난다. 그토록 선명한 흑과 백의 대비에
            아픔을 느끼며 마주 응시하던 그녀의 눈..

 

            잠시 마주쳤던 그녀의 시선은 질문을 던진 학생에게로 옮겨갔고

            그렇게 난 그녀를 내 영혼 깊숙히 받아들였다.

                                                                                                             < 1편에서..>

 

 

 

.....................................................

 

 

“ 그동안 고생 많았지 ?”


“ 고생은요 교수님도 잘 계셨죠 ? ”


“ 그래 ”

 

  
교수님의 시선이 내가 하고 있는 목도리를 유심히 보고 있는 게 느껴졌다.

안 그래도 은영이 소식이 궁금했는데

 


“ 저...”


“ 저기.... ”

 


동시에 교수님과 나 뭔가를 얘기하려다 다시 멈췄다.

 


“ 먼저 말씀 하세요 ”


“ ..... ”


“....... ”


“ 그 목도리 하고있네 ”


“ 이거요?  네, 알고 계셨나요? 은영이가 보내준거예요 군대로”


“ 응 알아 ”


“ 저 .. 은영이 학교 안오나요 ? 연락 안된지 오래되서 ”


“.......”


“ .... ? ”


“ 모르고 있니 ?”


“네? 뭘요?”


 

날 보는 교수님의 눈이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손을 뻗어 서랍을 열더니 뭔가를 찾아 꺼내들곤 내게 건내주며 말씀하셨다.

 


“ 이거 은영이가 너 주라고 써놓은 편지야  ”

 


그저 평범한 하얀 봉투에 들은 편지.

말없이 꺼내들고 읽으려는데 교수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 그 목도리 짜면서 그러더구나 겨울이면 네가 편도선 때문에 힘들어한다고.."

 

"...."

 

"은영이..어릴 때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랑 살았는데

  은영이가 고등학교 갈 무렵 재혼을 하셨어.

 

  그런대로 잘 지냈는데 재혼하고 일년인가 지나서 엄마도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구나..

  은영이....별로 정 없던 새 아빠랑 힘들었나봐 대학 와서 쭉 날 엄마처럼 의지해 오고 있었어

  그 새 아빠라는 사람도 차츰 은영이랑 연락 끊었고 “

 

 

교수님으로부터 처음 듣는 그녀의 집안 얘기.

그런데 왜 내게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걸까 ?   갑자기 교수님의 음성에 물기가 서렸다.

 

 

“ 그 새 아빠라는 사람 어쩌면 그럴 수가 있을까?

  아무리 피 안 섞인 아이지만 아픈 거 뻔히 알면서 귀찮다고 연락을 끊어버리다니 "

   

 

               아픈 거라뇨 ? 
              은영이 어디 아픈 가요 ?
              은영이 지금 어디 있는 데요 ?

 

 

“ 고등학교 일학년 때 <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았어.

   가끔씩 복지 재단에서 후원하는 걸로 정기 검진 받고 그랬는데

   너 군대 갈 무렵 많이 안 좋아져서 쭉 입원해 있었단다. "

    

 

                      많이 아팠군요
                      저한텐 그런 말 한마디도 없었는데요
                      그래서요? 그래서 어떻게 됐다는 말씀이세요 ?

 

 

“그래도 그 어린나이에 그렇게 갑자기 갈 줄은 정말 몰랐지,

  네게 목도리 보내고 얼마 후에 그 편지를 꼼꼼히 쓰더니 널 주라고 부탁 하더구나

  그 눈빛이 너무 이상해서 직접 주라고 웃고 말았는데

  3일 후 엄마한테 갔단다. "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 

울음이 나는 것 도, 화가 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한없이 먹먹한 곳으로 가라앉는 날 느꼈다. 
 

숨이 아득히 멈춰지는 것 같기도 했고
명치끝이 뚜렷하게 아파왔다.

 

손에 든 편지를 펴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     내가 사랑하는 영민이 에게
  

              태어나서 널 만난게 제일 행복한 일이야
              그리고 날 사랑해줘서, 함께 있어줘서 정말 고마워
  

              인생은 짧을 거야 그치? 
  

              혹시..

              나 없이 이 편지를 읽게 되더라도

              짧은 인생 행복하게 살다가  빨리(화내진 마) 오렴
  

              그렇다고 스스로 오려고 노력하진 말고
              자연스럽게 오렴..

 

              글쎄..모르지 내가 싫어져서 흥 이까짓 기집애 이럴 수도 있겠다. 후훗

  

              다시 한번 너에게 고맙다는 말 하고 싶어
              그리고 사랑해  

             

        

                                                                                은영이가      >     

 

 

....................................................................................................

 

 

 < 10년의 시간 그리고 또 봄 >

 

 

인생은 짧을꺼란 은영이의 말은 거짓이었다.

금방 10년이 지난 건 맞지만 그녀의 기억으로 인해 한참을 힘들어했으니까


창밖엔 또 봄이 와 햇살이 따스해지고 대지가 푸르러 가지만

그날 내게 다가온 먹먹함은 아직 완전히 가시질 않았다.

 


한참동안 날 괴롭힌 생각은 그녀에게 잘해주지 못한 것과

사랑하면서도 그걸 모르고 있던 나에 관한 것이었다.


늘 반복되던 생각은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하는 후회 뿐이었고

나의 20대는 깊은 터널 같기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알 것 같다.

 

어쩌면 다시 내가 그때로 돌아가더라도 역시 그렇게 밖에 못할 거란 걸

그리고 그때 은영이도 그 나름대로는 행복했을 거란 생각..


단지 아쉬움으로 남는 건 그토록 소중한 그녀를 그땐 잘 느끼지 못했다는 것뿐이다.

 

하지만

숲에서 나와야 숲이 보이듯 다시 그 스무 살 의 숲으로 간다면 난 모를 것이다.

그녀가 얼마나 소중하고 사랑스런 아이였는지를

 

..

 

 

은영아 용서해주겠니?

 

그 때 난 스무살 이었어.

그 것 뿐이야.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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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수성 백혈병   myelogenous leukemia ] 

 

혈액암으로 골수에서 유약한 세포가 계속 생성되어

건강인의 경우 7,000 전후인 백혈구의 수가 10여만에서 수십만에 달하게 된다.

고대 그리스시대부터 있었던 병으로, 1845년에 그 본태(本態)가 밝혀지면서 이같이 명명되었는데,

이것은 증가된 백혈구로 인하여 혈액이 회백색을 띠는 데서 유래한다.                    

병의 경과는 발병 후 대략 3년 후 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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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를 보면 걸핏하면 <암> 에 걸린 주인공이 나오곤 하죠.

네..저역시 짜증납니다.^^;  더군다나 별로 내용도 없이 그럴 땐 심장마비 걸릴 것 같습니다.

으음..그런데 저역시 <골수성백혈병>? 이란 짜증스런 병을 갖다 붙이고 말았네요. ㅡ_ㅡ*

 

아주 오래 전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무렵에 무척 친한 누나 한명이 있었답니다.

나이는 저보다 한살 위.

 

첫사랑의 감정을 느끼거나 동경하던 대상은 아니었지만

워낙 어릴 적 부터 함께 자라온 누나였기에

가족 같았죠 서로의 부모님들도 오랜 친구셨구요

 

우리 둘은 같은 모임 회원이기도 했답니다.

일종의 아마추어 밴드.

저는 피아노를 연주하고 누나는 노래를 했죠

 

레파토리는 오래된 팝송이나 가벼운 재즈, 아니면 아름다운 발라드 등등..

헤드뱅잉과는 거리가 먼 그런 학생 밴드였어요

 

누나의 음성은 참 맑고 좋았어요 뭐랄까..노래를 하면 주위가 차분하게 가라앉으며

옛기억을 떠올리게끔 했으니까요 .. (어린 나이였지만)

 

어느 날인가는 모임에 빠지더군요.

집으로 전화했더니 누나의 아빠가 받으셔선 <아파서 병원갔다> 말씀하시더군요.

 

얼마 후 누나는 또 모임에 나왔고 무척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했답니다.

 

그런데 또 얼마후 입원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갔었죠

그리고 누나의 아빠에게 물었습니다.

 

"누나 어디아파요?"

 

"응. <골수염> 이란다."

 

<골수염> 이란 이상한 단어를 듣고는 그런가보다 했답니다.

제가 알던 무서운 단어는 < 암 > 이었으니까

 

그 병문안을 다녀오고 3일 후 밤 2시쯤인가요?

전화가 울렸습니다.

엄마가 받으시더니 조용히 우시더군요.

 

자다 일어난 어둡고 조용한 방,

엄마의 흐느끼는 울음소리.

 

그 때 느낌은 참 이상했어요

 

"엄마 왜 그래?"

 

"00 가 조금 전에 죽었단다."

 

 

그 밤 엄마와 전 병원으로 가 조용히 누워있는 누나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일어난 일에 대해 아무런 현실감을 가질 수 없었던 것도 기억합니다.

 

그 때 누나가 앓았던 병이 <골수성 백혈병> 이었고

딸의 병을 사람들에게 말하기 싫어 <골수염> 이라 했단것도 알게돼었습니다.

 

 

오래전 그 기억을 떠올릴 때 마다

저의 가족이나, 친구, 혹은 연인이 그렇게 쉽게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사라질 소중한 사람들에 관해서도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글을 써본건지도 모르겠네요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이혼하는 사람들, 서로에게 상처주는 오래된 연인들,

그리고 고마움을 까먹곤 하는 우리의 부모님들을 떠올리면서요.

 

아무일 일어나지 않는 평화로운 권태속에서

그 따분하도록 심심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들이

 

사실은 가장 소중하고 귀한 순간이란 걸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아쉬운건.

글솜씨가 받쳐주지 못해 이야기가 어설프다는 게 맘에 걸리는군요. ㅠ.-

 

 

그래도 끝까지 관심보여준 분들께 고맙다는 마음 전하고 싶습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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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바램이 있다면 흔적을 남겨줄 수 있나요? 궁금하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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