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강서구 화곡동.
서울시 식품안전추진단 원산지표시단속반 민임준 주임 등 4명이 M마트의 한 정육점 냉동진열대에서 냉장 쇠고기 제품을 면밀히 살폈다. 이 가운데 원산지가 허위 표시된 쇠고기 제품의 라벨이 발견됐다.
황당한 것은 쇠고기 제품에 '쇠갈비 국내산'이라는 라벨을 붙인 뒤 '국'자 위에 '미'라고 볼펜으로 적은 것이다.
민 주임은 정육점 주인에게 식품거래명세서를 요구했다.
명세서를 살펴본 결과 해당 제품은 미국산이었다. 특히 단속반 관계자는 "국내산 쇠고기는 보통 지방에 붉은빛이 도는데 그 제품은 선명하게 흰색이었다"며 "오랜 단속 경험으로 판단할 때 미국산이라고 직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허위 표시해 정육점 주인은 100g당 800원 이상 폭리를 취하고 있었다.
31개 단속반으로 편성된 127명의 서울시 식품안전추진단이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전 지역 210개 축산물유통ㆍ판매업소에서 원산지 표시 위반 단속을 벌인 결과, 원산지 표시 위반 2건, 국내산 젖소가 한우로 둔갑 표시된 1건, 식육거래명세서 기록 위반 7건, 등급표시 위반 3건, 유통기한 경과 판매 4건 등 모두 61개 업소에서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원산지 허위 표시 제품은 종로구에서도 발견됐다.
단속반 최임용 주임 등 4명이 명륜동 일대 정육점을 샅샅이 뒤졌다. 한 정육점에서 '수입찜갈비'라는 라벨만 붙어 있고 원산지 표시 자체가 없는 제품이 발견됐다. 식품거래명세서를 요구한 결과 그 제품은 호주산이었다. 명백한 원산지 표시 위반이었다.
같은 날 오재호 주임 등이 포함된 단속반도 노원구 상계동 일대 정육점을 단속했다.
그 결과 한 소형 할인마트에선 국내산 젖소와 육우가 한우로 둔갑한 제품이 발견됐다.
축산물 위생 단속만 20년 넘게 한 오 주임은 제품은 한우라고 표시돼 있었지만 색깔과 지방 형태가 한우와 다르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오 주임은 한우인지가 의심스럽다며 식품거래명세서를 요구했지만 이 업소에선 이를 작성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이에 오 주임은 주인에게 "한우가 아니지 않으냐"며 사실 여부를 물었지만 주인은 끝까지 한우라고 우겼다. 이에 해당 쇠고기를 수거해 보건환경연구원에 한우 유전자 검사를 의뢰한 결과, 젖소 혹은 육우로 판명됐다. 업소 주인은 100g당 1000원에서 3000원 정도 폭리를 취한 것이다. 이는 원산지 표시 위반은 아니지만 축산물가공처리법령상 품종을 위반한 것이다.
원산지와 품종 허위 표시 외에도 사회적으로 시민들의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이 상당한 데도 불구하고 폭리를 취하기 위해 정육점들이 거짓행위를 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유통기간이 2개월, 3개월씩 경과한 제품을 판매한 업소가 각각 1곳씩 있었다. 또 한 업소는 판매 당일에 생산한 쇠고기 제품인 것처럼 속이기 위해 나흘 전 제품의 생산일을 판매일로 허위 표기하기도 했다.
또 2~3등급짜리 수입산 쇠고기가 1등급으로 둔갑한 사례도 3건 있었다.
시는 적발된 위반업소에 대해 축산물가공처리법령에 따라 고발 혹은 행정처분하도록 관할 구청에 통보했다. 현재 적발된 61개 업소 가운데 7~15일 영업정지를 당하는 업소가 22여 곳, 시정명령이 내려지는 곳이 19여 곳, 과태료 수십만 원이 부과되는 곳이 20여 곳 될 전망이다. 특히 원산지 표시 위반, 등급 표시 위반, 유통기간 경과 제품 판매 등 폭리를 위해 소비자를 속이는 죄질이 악한 정육점은 대부분 영업정지를 받게 된다.
시는 이달 말까지 재래시장의 식육판매업소를 대상으로 원산지 표시 적정 여부와 위생 환경에 대해 소비자단체와 합동 단속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