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의 글 잘 보았습니다. 망설이다 저도 글을 남기게 되네요.
사람이 어떤 상황과 맞딱드리면, 오히려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자기 마음을 털어놓고 싶은 때가 있는데
제가 지금 그런 경우인가 봅니다.
저는 회사원입니다. 동갑내기 남친과는 6년 넘게 사귀었구요.
그 친구와 저는 매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서로 많이 배려하기도 하구요, 왠만한 일에도 큰소리 내지 않는 편이거든요. 서로 친구이자, 애인, 오랫동안 함께 할 평생의 반려자라고 생각하며 서로의 집에도 오가고 상대방의 집에 딸처럼 아들처럼 지냈습니다.
나이가 같아 그 친구가 군대 제대하고, 저는 졸업한 후 벌써 직장생활 2년째입니다. 남친은 내년 가을에 졸업을 합니다.
지금껏 몇 번 헤어졌다 다시 만난 적이 있지만, 헤어진 기간은 석 달을 넘지 못했고 지금은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결혼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몇 가지 문제가 있어요.
우선 저는 직장생활을 하다가 공부를 더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어학연수든, 전문분야의 공부든 유학을 가고 싶거든요. 최소한 2년은 걸릴테지요. 이부분은 남친과도 이야기했고, 서로 어느 정도 공유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저는 인생을 마구 계획적으로 사는 사람은 아니구요. ^^ 술 먹고 노는 것을 즐기져..^^;
하지만, 큰 틀을 세우고 그대로 천천히 실천해가는 편입니다. 최종 목표는 무엇이고, 몇 살
때는 이것, 몇 살 때는 이것, 이런 식으로 계획을 세워 나름대로 그 틀에 맞게 살고 있습니
다. 그런데 남친이 장남이라, 남친네 집에서는 졸업을 하면 빨리 결혼을 해서 안정된 삶을
꾸리기를 원합니다.
저는 결혼을 한다고 해서 인생이 하루아침에 바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결혼도 결국 생활의 연속 아닌가요? 오히려 진짜 생활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결혼도 제 계획중 한 부분이고, 아주 큰 부분이죠. 그것도 배우자와 함께 계획하에 맞춰서 나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인생계획과도 맞게 말이죠.
서로 사랑하는 사이기 때문에 물론 조절이 필요한 부분도 있겠죠.
저도 그럴 용의가 있구요.
하지만 제가 그 동안 세워왔던 모든 계획을 없었던 일로 하고, 무조건 결혼을 한다면 그건 저에게도 상대방에게도 별로 좋을 것 같지 않습니다.
또 하나, 이것은 정말 가슴 아픈 일입니다.
저희 부모님은 이혼을 하셨습니다. 저는 가정불화로 어렸을 때부터 크고 작은 고통을 겪어왔고 많은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이혼을 하신 것에 대해 정말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 때문에 많이 울기도 했고,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일 거라 생각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고 부모님의 인생이기 때문에 인정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죠. 물론 이렇게까지 마음을 정리하기엔 많은 아픔과 고통이 있었구요.
저는 엄마와 살고 있는데요. 언니와 저, 제 동생은 지금까지 잘 자라왔구요.
어머님께 사랑을 받으며 비교적 바른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도 혼자 키우셨다는 것 때문에 더 잘해주시고, 더 많은 사랑을 베풀려고 노력하셨고, 저희 자매들도 부끄럽지 않게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딜 가더라도 예의 바르고 사리에 맞게 행동했고(머, 안 그런때도 있었겠죠 ^^; ), 늘 웃는 얼굴이었습니다. 가끔 친구들과 속 터놓는 자리에서 부모님 얘길하면 모두 깜짝 놀라며 너무 밝아서 전혀 그런 줄 몰랐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언니는 좋은 형부를 만나 결혼도 잘 했구요. 언니와 형부, 저와 제 남자친구와 같이 만나기도 하고, 저를 빼고 셋이서만 만나 저녁도 먹고 술도 한잔 할 만큼 남친과 형부,언니와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친이 어느날 술을 먹고 전화를 해서 힘들게 이런 얘길 하더라고요.
“너, 나랑 결혼하고 싶냐?”
“응! 나 너랑 결혼하고 싶어”
“나도 늘 그렇거든. 하지만 아직 학생이고, 어서 졸업하고 취직해서 너보다 좋은 직장 가지고, 어머니랑 누나한테 인사드리고 싶어. 그래야 어머니 걱정도 안 하실테고 나도 자랑스럽게 말씀드릴 수 있으니까”
“그래”
“근데, 우리 부모님은 졸업만 하면, 빨리 결혼했으면 하시고.. 또 옛날부터 너 계속 봐오셨고, 물론 많이 좋아하시지만, 결혼은 평범한 가정의 친구랑 했으면 하고 바라시는 마음이 굉장히 크거든..? 무슨 얘기인줄 알지?”
전 솔직히 무슨 얘긴 줄 몰랐습니다.
내가 좀 더 평범한 직장에 다녔으면 하는 말씀이신가..? 하고 생각했어요, 바보같이.
근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전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 그랬구나…
맞다. 난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아니었지.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정상적인’ 것을 선호하는 우리나라에서 한 부모 가정은 가정도 아니고, 별거나 이혼, 심지어는 사별까지도 굳건히 뭉친 가족주의 아래에서는 흠이 된다는 것을요.
남친의 부모님 또한 제가 대학 1학년, 새내기때부터 친구로 인사를 드렸고, 해마다 명절이면 서로의 집에 인삼이며, 술, 과일등을 챙겨보내시고, 집에 놀러 가면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시고 늘 잘해주셔서 저는 제 모습 하나로 인정을 받은 거라고 착각했던 것이었죠.
결국은 저도 흠 있는 가정의 아이에 불과했던 거였는데..
친구로는 잘 지내고, 이뻐해도 결혼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계셨던 건데..
이런, 어느새 또 자학을…! ㅜㅜ
암튼 전 너무 너무 상심이 컸고, 상처를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그 어느 누구앞에서도 부끄럽지 않았는데, 가장 사랑하는 사람인 남친이 절 부끄럽게 만들었어요. 물론 그 친구의 골자는 그거였어요. “하지만 서로 사랑하니까 앞으로 잘해보자고, 그 부분에 있어서는 니가 잘 참고 이겨낼 준비를 해라” 머 이런 얘기였습니다.
암튼, 그런 중요한 얘기를 전화로 그것도 술 먹고 하는 것은 잘못이었죠.
남친에게도 그 부분에 대해 얘기했고, 자기도 후회하고 있다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또 연락이 없네요.
그 친구는 큰일 아니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저는 너무 자존심도 상하고, 마음도 아픈데요. 가만 있다가도 눈물이 나는데 말입니다. 마음이 갑갑하고 답답해서 술이라도 마실까 하다가도 걍 꾹 참고 마는데요. 어떨 때는 일을 하다가도 서류를 보려고 고개를 숙이면 눈물이 떨어지려고 해서 천장을 보고 있다가 화장실에 가서 코를 팽! 푸는데 말입니다.
대장부 기질을 타고나신 울 엄마, 남자로 태어나셨음 장군감인데 ^^
밖에서는 큰소리 뻥뻥치시면서 자식일에는 늘 죄인인지라 이런 얘기 꺼낸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고요. 어머니께 죄송하고 엄마 속상할까봐, 남몰래 우실까봐 당연히 말도 안꺼냅니다.
언니는 결혼할 때 어떻게 했는지 물어보고 싶은데, 괜히 언니까지 상처받을까봐 말을 못 꺼내고 일주일째 계속 전화해서 딴 소리만 하다가 끊고 있습니다. 내 동생도 또 이런 경우 당할까 봐 자는 동생 보면서 보면서 미리부터 걱정하고, 한숨만 푹푹 쉬고 있습니다.
엄마도 언니도, 그만큼 그 친구에 대해 믿고 있었는데, 괜히 배신감 비슷한거라도 느낄까봐요. 저처럼요….
어떤 친구는 말합니다.
어느 부모인들 안 그렇겠냐고. 누구나 하시는 말씀이고 어찌보면 당연한 것 아니겠냐, 너희 부모님은 뭐 안 그럴 것 같으냐고 이왕이면 정말 평범한 가정에서 큰 사람을 원하지 않겠냐고요. 당연한 것이니까, 그 정도는 니가 감수하고 부모님 잘 설득하고 살면 된다고요.
딴 친구는 말합니다.
아직 시기상조 아니냐고. 취업은 커녕 졸업도 안한 것이 벌써 왜 앞서서 결혼까지 걱정이냐구요. 실업인구 40만을 육박하는 시대에 ^^ 우선 직장이나 구하고 말하지.. 앞으로 인생 어찌될 지 모르는데. 그 친구도 직장 다니면서 딴 사람 눈에 찰 수 있고, 저 역시 딴 사람 만날 수 도 있는 거 아니냐고.
그냥 시간을 더 두고 생각해보라고 합니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우선 상처가 큰 것은 사실이구요.
가슴이 매우 아픕니다. 사실 제 맘만 잘 추스리면 될 일인데,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바뀝니다.
오늘 같은 날도, 아침부터 눈이 많이 왔는데 아버님 출근은 잘 하셨는지, 어머니 건강은 괜찮으신지 걱정되어 전화해서 여쭤볼까 하다가도, 이미 맘 떠난 분들인데 내가 괜히 전화하면 뭐하나 이런 생각이 들어 수화기를 놓았습니다.
차라리 남친이 확실히 기다, 아니다 말을 해주면 제가 어떻게 행동할지 명확할 것 같은데, 가뜩이나 남친도 안 좋은 일도 겹친데다 기말고사 기간이라 신경쓸 것 많겠다 생각도 들고.
차라리 정말 가슴 아프지만 이제라도 마음 접고, 헤어질까 하는 생각도 들고.
정말 서로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같아선 도통 모르겠네요.
저 역시 가정을 이룬다면 그 친구랑 함께 하고 싶고, 앞으로 어떤 고민이나 어려운 일도 둘이 함께라면 서로 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굳게 믿었는데 말입니다.
그 친구 부모님들도 정말 좋으신 분들이고요. 남한테 피해주는 거 싫어하시고, 법 없이도 살 분들이세요.
저, 정말 잘할 자신 있다고, 세상에서 가장 잘난 며느리는 아니지만, 둘이 살면서 서로에게 가장 힘이되는 사람, 가장 많이 효도하고 사랑 받을 수 있는 며느리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무릎 꿇고 말씀드릴까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제 자신이 안쓰럽기도 하고 뭐라 말할 수 없는 씁쓸한 감정이 듭니다.
어디서도 당당하고, 누구에게나 사랑 받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가장 사랑받고 축복받아야 할 사람들 때문에 눈물 흘리다니요.
세상에 더 어려운 일, 힘든 일 많은데 제 감정에 치우쳐 감상적인 말 쏟아붓고 있는 건가요? 시간 낭비, 감정 낭비 하고 있는 건가요?
정말 모르겠습니다.
많이 고민하고 행동해야겠져. 시간이 해결해주리라 기대해봅니다…
다른 분들 모두 그러시겠지만, 정말 크게 한숨 쉬고, 시간들여서 쓴 글입니다. 그만큼 많이 고민하다가 선택한 방법이기도 하구요…
악플 다시는 분들도 있던데요, 이왕이면 경험자분들의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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