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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보물...................

마젠타 |2003.12.08 22:20
조회 277 |추천 0

어릴 적 나의 보물들은..흠집이 났어도 이쁘게 빛나는 구슬이랑..

구멍가게에서 머리 조아려 가며 뽑은

플라스틱으로 된-어린 마음에 보석이라 믿은 천연색의 유치찬란한 뽑기 반지..

엄마의 낡은 브로치에서 빠진..큐빅 조각같은 거...알이 빠진 가짜 반지..

도금이 벗겨진 십자가 목걸이..

 

인형놀이하는데 필요한 옷가지들..그리고 이쁘장한 천 뭉치

아마 그건..포목상에서 샘플로 보여주는 옷감을 모아놓은

그런 것인데..내게는 무척 귀중한 것이라서

맘에 드는 친구들에게만 인심 쓰는척 하며..몇 개씩 뜯어서 주곤했던 기억이 있다.

 

어쩌다..캔디 그림이 그려진 포스터나 스티커라도 생기는 날은

날아갈듯 달려와서 나의 보물상자에 넣고 보고 또 보고하며..

흐뭇해 하던 기억이 있다.맘에 드는 스티커 한장을 어디에 붙일지 ..

그건 내겐 가장 큰 고민이었다.

 

빳빳한 달력 뒤에 종이 인형을 그리고 인형이 입을 옷을 그리고..

이름을 지어주고 종이 옷장을 만들어서 차곡차곡..모아두고..

잡지에서 오린 웨딩드레스를 입은 배우의 사진은

공주님의 사진으로..그야말로 보믈 1호는 되었다.

그런 모든 보물들은...피아노 의자 밑에 넣어두고

보고 또보고 즐거워 했었다.

그런 보물 상자가 나이가 들면서 다른 것으로 채워졌다.

 

예쁜 상자가 생기면...거기엔 편지들이 차곡히 쌓였다.

카드며...쓰다가 만 편지들이며..

지금은 기억에도 없는..잊혀진 남자애들의 이름이며...

알듯말듯한 친구들의 이름..

너무 아끼다 아무것도 적지 않은 편지지며..

 

그리고 일기장이 있었다.

일기장을 읽어보니..

초등학교 시절.."남학생을 팼다"는 소리가 왜 그리 자주 나오는지??

나는 아마..그 당시 학교에서 한 주먹(?)했던걸까????

 

언젠가는 매일 일기 검사를 하시는 남자 선생님이

너무 싫어서 일기를 죄다  암호로 바꾸어서 쓰는 바람에

나의 사춘기의 시작은  더욱 애매모호한 시절로 남아 있다.

어딘가에 그 암호를 푸는 난수표도 남아 있으려나...

 

그리고 89년도 부터는 컴퓨터로 일기를 써서 디스켓에 저장했으나..

지금은  너무도 많이 바뀐 컴퓨터로 인해..열어볼 수도 없는 블랙박스가 된 손바닥만한 검은 디스켓,,,

 

당시 내겐 보물은..그런 디스켓들이었다.

어느해..

여행길에 하키아바라에서 사온 소니의 자그맣고 케이스도 단정한,,하얀 디스켓은..

하얀 기억만 가득 담아 둔  보물상자...열어보지도 못하지만..

나는 아직 곱게 닦아 보관하고 있다.

 

얼마전 친정에서 찾은 나의 보물들...

피아노 의자 속에는 초등학교 때 쓰던 일기장에 차곡히 쌓여 있었다.

몇 권을 가지고 와서 읽어보다가..깔깔거리며 배꼽을 잡고 웃다가...낯이 뜨거워 진다.

 

내가 어린 아이일 적에는 생각하는 것이 어린아이와 같았으나..

장성하여서는 어린 아이의 일을 잊었노라 했던가..

 

그 때의 서툰 글이 왜 그리 우스운지...

어느 날 지었다는 "봄 속의 겨울"..이라는 동시...

 

봄이 왔는데..내 마음은 아직 눈쌓인 겨울,,

마음속에 찬바람이 불어오면..

어쩌구 하더니...쓸쓸하다나..????

 

푸하하....초등학생의...마음에 눈쌓인 기분은 어떤걸까???

일기장에 가득히 캔디 그림을 오려 붙이고 사인펜으로 이것저것,,

그림을 그린 것이 이뻐 보이는지..

그 누렇게 뜬 일기장은 이젠 내 딸아이의 보물이 되었다.

그리고 울 딸도 피아노 의자의 뚜껑을 열더니..거기에 넣는다.

 

그 아이에게도 그 아이만의 영역이 생기기 시작한다.

거기에 지우개며..이런 잡다힌 것들이 쌓이기 시작한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처럼....가끔은 그런 사소한 것에 맘에 충만한 날이 있다.

 

가끔은 가슴 아픈 기억과  아픈 얼굴들이 맘에 남아..

어른이 된 지금...

술잔을 기울일 때도 있고

겨울 거리에 서면..지금이라도 왠지 뒤를 돌아 보아야 할 것 느낌에..

기억은 어느 새 과거로 돌아가고

그 아픈 기억도 진주같이 슬프고 아름답게...한 페이지를 넘겨간다.

지금이라도 나는 그럴 수 밖에 없었으리라.....

 

이제 내게 남은 보물은...

그래서 ........추억이다.

 

그리고 아직도 내 맘을 충만하게 해 줄...보물들을 만들 수 있음에 맘이 따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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