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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 유령 (62-2)

시간공작소 |2003.12.10 01:02
조회 345 |추천 0

62-2.

부모와 자식의 인연이 그렇게 말처럼 쉽게 끊을수 있을까?
예전에 어느집 지붕에 도둑고양이가 5마리의 새끼를 낳아서 기르는것을 본적이 있는데
원래 색깔은 흰색일것 같은데 회색으로 보일정도로 때국물이 쫘르륵 흐르는
그런 놈이 뭐가 그리 예쁜지 에미는 하루종일 새끼들의 털을 혀로 햝고
혹 밑으로 떨어질까 뒷덜미를 물어서 안쪽으로 데려놓고
침입자라도 올까 종일 긴장을 늦추지않고 사방을 경계를 하고
잠깐 잠깐 자는 잠마저도 설잠으로 자다가 깨다가 하면서 어디선가 먹을것을 구해와서
새끼들에게 먹였다.
그런데 어느날 그중에 개구진 한녀석이 장난을 치다가 밑으로 떨어졌는데
하필이면 떨어진 곳이 도살견 바로 앞이였다.
도살견은 당장 잡아삼켜버릴듯이 아가리를 벌리고 달려들었다.
이제는 끝장이구나하고 생각하는 순간..
어미고양이가 지붕에서 번개처럼 내려와서 그 도살견의 콧잔등을 발로 할퀐다.
상상해보라...
어미고양이의 수십배는 될듯한 송아지만한 도살견과 싸움을...
마치 초등학생과 천하장사의 싸움만큼이나 무모했는데 어미고양이는 온몸의
털을 쫘악~ 세우고 요리조리 피하면서 전력을 다해서 싸웠다.
그런데 얼마안있어서 거짓말처럼 도살견이 주춤하고 뒷걸음쳤다.
이때 어미고양이는 냉큼 새끼를 물고 바닥을 차고 쏜살같이 지붕위로 도망을 갔다.
무엇일까?
무엇이 어미고양이가 목숨을 걸고 싸우게 했을까?
그것은 사랑이 아닐까? 자식에 대한...
때로는 무모하게... 때로는 너무나 이기적인것이 부모의 사랑이 아닐까?

집으로 돌아온 서희아버지는 많은 고민을 하면서 서재에서 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결심한듯 전화를 들고

"아~ 장변호사인가? 미안하네..이렇게 이른 아침에 전화해서..다르게 아니라
내가 자네한테 부탁할것이 있는데.."
하면서 서희아버지는 회사의 고문변호사이자 동창인 장변호사에게 전화를 했다.
서희아버지는 한참을 설명을 하자 장변호사는

"잘알겠네...그런데 이게 정말 최선이겠나?"

"나도 많이 생각했네.."

"음.." 장변호사는 한동안 아무말 없다가

"알았네..그렇게 해주겠네.."

"고맙네...내 개인적인 일로 자네를 번거롭게 해서 면목없네.."

서희아버지는 전화를 끊으면서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날도 이제 얼마남지 않은 2차시험때문에 도서관에서 하루종일 책이랑 씨름을 하고
정우는 집으로 들어갈려고 하는데

장변호사가 정우 앞으로 오더니

"이정우씨인가요?"

"네에..그런데요..누구시죠?"

장변호사는 명함을 꺼내서주면서

"괜찮으시면 잠시만 시간을 내주시겠습니까?"

정우와 장변호사는 룸으로 되어있는 고급한정식집으로 자리를 옮기고
장변호사는 정우에게

"식사 하시겠습니까?"

"아니 괜찮습니다."

"그러면 녹차를 드시죠..이집 녹차가 유명합니다.
승설차라고 눈속에서 움튼 햇녹차인데 극소량이라서 시중에서 맛보기 힘들죠.
한번 드셔보시겠습니까?"

정우가 고개를 끄덕하자
차주문을 하고 녹차가 나오는 동안 두사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다가
정우가

"저기..오늘 저에게 용건이 있으신것 같은데요.."

장변호사는 들어던 찻잔을 내려놓으면서

"음..." 장변호사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장서희씨와 헤어져주셨으면 합니다."

정우는 놀라면서

"네에?"

"저는 서희씨 아버님의 대리인으로써 말씀드리는겁니다.만일 그렇게 해주시면
부족하지 않을만큼의 감사의 표시를 하겠습니다."

"이유가 뭐죠? 왜 우리를 헤어지라고 하시나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대단히 결례라는걸 잘압니다. 하지만 서희양은 제게도 딸같으니깐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직은 우리사회에는 제도상에는 없고 현실상에 존재하는
신분제라는게 있습니다. 크게 소수의 하이클래스와
그외의 다수의 그저 평범한 서민들 이렇게 2가지로 나누어지죠.
각자 서로의 클래스의 바운더리내에서 결혼이나 친분도모등의 동등한
수평적인 이동만이 크게 파장을 일으키지 않는 가장 원만한 해결방법이죠.
이러한 보이지 않는 룰을 깨뜨리는 것은 단한가지 의도 뿐이죠.바로 신분상승이죠.
하루아침에 저 꼭대기로 한번에 올라갈수 있는 로켓탑승권같은 거죠.
정우씨는 서희양한테 바라는게 뭔가요? 신분상승을 원하시나요?"

"초면에 말씀이 너무 지나친것이 아닌가요? "

"정우씨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 정중히 사과하겠습니다.
하지만 저희도 나름대로 정우씨에 대해서 약간의 조사를 했습니다.
지금 현재 서희양이 모든 생활비를 과외로 벌고 있더군요.
그리고 지금 그집도 서희양의 언니분이 구해준것이고...또..."

정우는 벌떡 일어서니 화난 목소리로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으신가요? 이자리가 저의 무능을 확인시키려는 자리라면
그런 수고까지 하실 필요는 없을것 같네요..저도 충분히 잘알고 있으니깐요.
그래서 항상 서희에게 미안한 마음가지고 있습니다.그러나 앞으로 반드시..."

"앞으로? 후후...미래에 대통령이 아닌 사람 대한민국에 어디 있나요?
또 미래에 복권당첨자 아닌 사람 사천만중에 어디 있나요?
그저 미래에는 이렇게 저렇게 될것이라는 핑크빛 공약만으로
모든것이 해결될만큼 현실이 눅눅한가요?
그리고 사시를 먼저 통과한 선배로써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제 자랑 같지만 저같은 경우에는 재학중에 한번에 패스를 했습니다.
그리고 법조계쪽에서 일하다가 기업변호사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제가 아는 사람들중에는 10년이상 사시에만 매달린 사람도 있는데
그나마 되면 나중에 어떤식으로 보상을 받겠지만 10년 아니 20년후에라도
된다는 보장이 어디있나요?
붙을때까지 마냥 기다려 달라고 할건가요? 그것은 남자로써 너무 무책임하지 않나요?"

"아닙니다. 저도 이번 시험이 마지막입니다. 더이상 시험을 보지 않을겁니다."

"정우씨와 서희양의 문제는 단순히 시험을 패스하니 안하니 문제뿐만 아니라
아까 말한 레벨이라는것도 양가가 어느정도 맞아야 하는데...
도저히 서로 장래를 약속할 처지가 안된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누구나 수긍할겁니다."

"저는 서희를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합니다. 장변호사님...
변호사님께서 서희아버님께 잘 말씀드려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이번 시험만 끝나면 제가 공사판 노가다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서희만은 고생안시키고 행복하게 하겠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하면서 정우는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장변호사는 난감한 표정으로

"저도 정우씨를 인간적으로는 도와주고 싶지만 제 직업상으로는 의뢰받은일이라서
어떻게 할수가 없습니다. 제가 도리어 죄송합니다.
아까 하던 말을 이어서 하겠습니다.
식당일을 하시던 정우씨 어머니께서 얼마전에 쓰러지신걸로 알고 있는데
그런 사실을 서희양도 알고 있나요?"

정우가 아무런 말도 못하자

"역시 서희양은 아직 모르고 있군요..제가 알아본바로는 췌장암이시라는것같은데..
바로 밑에 남동생분은 지금 군복무중이고 막내여동생이 학교그만두고 조그만한
회사에서 경리본다고 하던데..
앞으로 병원비가 상당히 많이 들어가는데 그경비는 어떻게 마련하실 생각인가요?
수술이 성공하던 실패하던 하는데까지 최선을 다하게 자식의 도리가 아닐까요?"

정우는 고개를 떨구고 탁자만 내려다 보았다.

"그래서 저희 회장님께서 이것을..."하면서 장변호사는 안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서 탁자에 내려놓고 정우쪽으로 밀면서...

"20억입니다. 이정도면 어머님 병원비랑 동생분들 학자금이랑
정우씨 새로운 출발위한 자금으로도 충분할것같은데..혹시 부족하시면
말씀하세요..저희쪽에서 더 드릴 용의도 있습니다."

장변호사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제가 전할 말을 다 전한것 같네요. 지금 곧 답변을 안주셔도 됩니다. 얼마간
생각해보시고 연락주세요..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장변호사가 나가자 정우는 멍하니 탁자위에 놓인 봉투를 바라보았다.

정우는 말하지 못했다. 어머니가 쓰러졌다는 말을..
암이라는 사실을..
아마도 서희에게 말을 했다면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어떻게 하던지 마련했을것이다.
그러나 정우는 그렇게 할수는 없다.
지금도 아둥바둥 살아가는 서희에게
차마 미안하다는 말조차 입에게 떨어지지 않는데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의 짐을 떠넘길수 없었다.

정우가 집으로 들어가자 서희가 현관에서

"어서와..오늘은 늦었네..저녁은?"

"아니.."

"그래 내가 그럴줄 알고 오빠 좋아하는 조기매운탕했는데..얼른 씻고 와.."

잠시후 정우와 서희는 밥상에 마주앉았다.

"오빠..오빠 이게 진짜 국산 참조기거랑 정말 왕맛있어. 먹어봐"
하면서 서희는 살을 발라서 정우의 숟갈위에 올려놓았다.
정우가 밥을 떠서 먹자 서희는 정우를 보면서

"맛있지?"

"으응~ 맛있네..너도 먹어라..그런데 갑자기? "

"이게 말이야...내가 가르키는 학생중에 돌탱이 하나 있다고 했잖아..
그런데 그녀석이 이번에 시험봤는데 10등이나 올랐다고 개네 엄마가 고맙다고
보너스주더라고 그래서 오빠 생각나서 실력발휘좀 했지..후후..
오빠 그러고보면 나도 대단하지 않아?
드디어 그런 돌에도 꽃을 피게 하다니 글치?"

"응..대단하네..우리서희.."

서희는 고개를 살짝 돌려서 정우의 얼굴을 보면서

"오빠 왜 그래? 힘이 하나도 없네. 무슨일 있어?"

"일은 무슨일? 아니야 아무것도 그냥 피곤해서 그래."

"짠~ 그럴줄 알고 내가 준비했지..피로해복제.."
등뒤에서 소주를 꺼내서 정우의 잔에 따라주면서

"받으시오~ 받으시오~ 우리 서방님..호호 서방님이라고 하니깐
정말 남사스럽다. 오빠 뭐해 나도 한잔따라주라."

정우는 서희의 잔의 채우자 서희는 잔을 들어서 잔을 짠~하고 부딪히더니

"오빠 힘내..아짜아짜 화이팅"

순간 정우의 한쪽 가슴이 무너져내리는것 같았다.
단숨에 마시고 잔을 내려놓고 매운탕에 국물을 뜨다가

"앗~ "하고 일어나서 화장실로 달려갔다.

"오빠 왜그래?"

"매운탕국물이 눈으로 튀었나봐.."

"뭐야~ 초딩도 아니고..."

정우는 화장실로 들어가서 세면대에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흐느껴울었다.

'서희야..미안하다..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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