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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여행기>>非常시기飛上#06-1 궤이린-청두편

황재호 |2003.12.10 02:58
조회 230 |추천 0

 오랜만에 기분좋게 푸욱 자고, 10시에 일어나 체크아웃인 12시까지 나가기 위해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버리지 않고 다 때려넣으니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무게가 되어버렸는데, 까마귀처럼 한번 가진 물건은 잡동사니라도 안버리는 나는 그냥 그걸 버텨내기로 했다. 사실 무거운거보다 균형이 잡히지 않는게 더 큰 문제였는데, 여러번의 재배치끝에 뒤로 넘어가지 않을 정도의 균형을 유지할 수가 있었다.
 프론트에 그 짐을 맡기고 버스시간까지 남은 6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궁리해 보았다. 일단....배가 비어있으니 대가리도 비어있는 것 같아 밥을 먹기로 했다. 궤이린에서의 마지막 식사인지라 신중하게 골라야되는데 그렇다고 뭐 고급음식점가기도 머해서 그냥 가장 대중적인 음식점을 찾아가기로 했다.
 중심부의 큰건물에 있는 음식점이였는데, 여기는 서민성, 대중성의 극치를 달리는 곳으로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는데, 한국에 있는거 중에는 "마르쉐"가 좀 비스꾸리하다(거긴 훠킹 비싸지만).즉, 매장내에 음식을 진열해놓고 그걸 만드는 코너가 쭈욱 있고 거기서 원하는걸 선택해서 종이에 기입하면 나중에 가져다주는 시스템이다. 종이딱지에 써져있는 음식이나, 실제와는 2만광년쯤 차이가 나는 사진이 아닌 실제 조리품을 보기 때문에 안심하고 고를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또, 저렴한걸 여러개 먹을 수도 있고. 돈없으면 걍 만두몇개 먹으면 그만인 것이다. 난 맛깔스러워 보이는걸 몇개골랐는데, 가격도 괜찮았고 맛도 괜찮았다. 한국에서 이런식으로 팔아도 장사잘될 것 같았다. 원재료 가격문제만 없다면 말이다.
 어쨌든 배가 차니 뇌세포도 좀 움직이기 시작했다. 결정했다. 어제 개새끼 택시기사놈한테 속아서 못갔던 '디에챠이샨'을 가기로. 뭐 어짜피 궤이린에서 볼껀 거의 다 보았으므로 가서 학교뒷동산처럼 구려도 큰 후회는 없을 것 같았다. 택시를 타고 도착하여 내리니 폐광촌처럼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문을 닫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들어가서 보니 노인들이 몇명 구부정구부정 걸어다니고 있었는데 관광객이라기보다 100% 동네주민이였다. '역시 좆구린것인가..'하는 의혹심이 생겼으나 그냥 온거 뚫고 올라가기로 했다.
 들어가니 후디에관(나비관)이란 곳이 나왔다. 예전에는 이런저런 전시가 이루어졌었던 곳 같은데, 지금은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 해서 인간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는 방공피난소같이 되어 있었어서 사스 이후 내가 첫 관광객이 아닐까 하는 생각조차 들었었다.                    (불경이 새겨진 디에챠이샨 입구↓)
 어렸을적 소풍을 가서도 그렇고 그 이후에도 사람이 없는 산 이란 것을 가본 일은 없는 것 같다. 아니 무슨 히말라야 등정대가 아닌 바에야, 정상코스를 밟아 올라가는 나같은 사람이 사람 없는 산에 간다는게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지금 있는 이 곳이 바로 그 불가능할것같던 산이다.
 근데 이거....의외로 기분좋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자연을 느끼러 어디엔가에 갔는데 옆에서 아줌마들 폭포수처럼 수다쏟아내고, 연인들 꺅꺅거리면서 사진찍고, 아저씨들 옆에서 술쳐먹고 노래하면 전혀 전혀 그런 자연틱한 느낌을 받을 수 없지 않은가. 그러나 이런 극도의 조용한 자연속에 들어오니 정말 차분히 그 싱그러운 맛을 음미할 수가 있었다. 조용한걸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여긴 콘크리트 벽속에서 느끼던 조용함, 아니 오히려 적막함이라고 하는게 나을 듯한 분위기와는 자못 달랐다. 저 멀리서 아주 작게 들려오는 새소리하며, 나무들 사이로 가볍게 불어오는 바람소리하며, 조용하지만 적막하지 않은 부드럽고 깨끗한 조용함이였다.
 디에챠이샨(疊彩山)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첩채산이다..첩첩히 다채로운...뭐...대충..거시기) 몇개의 산이 포개져 있는데, 내가 정상을 밟은 곳은 그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는 곳이였다.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라 정상까지 오르는데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오르고 나서 내려다보니 여태껏 어느곳에서 봤던 궤이린의 전경보다 더 아름다웠다!                            (존나 아름다운 정상에서의 전경↓)
 여기서 보이는 궤이린 시내와 그걸 가로지르는 리강의 모습은 한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높지 않은 건물들과 그 사이로 비죽비죽 튀어나온 기암봉들...일부러 이런 장면을 상상하라고 해도 못할 정도로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하마터면 어제 그 개택시기사놈 때문에 이걸 놓쳤던 걸 생각하니 약간 분하기도 했으나, 여기 올라오니 신선같은 마음이 생겨 썅!...다 용서해버렸다.
 도시안에 있을때와 이렇게 올라와서 그 도시를 내려다 보는건 참 느낌이 다른 것 같다. 존나 거슬리던 건물들도 여기서 보면 작은 장식품에 불과하다. 서울에 돌아가면 남산에 올라가서 서울을 한번 내려다보아야 겠다. 답답하게만 느껴졌던 그 망할놈의 곳이 아름답게 보일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청량리 빨간 집들이 아름다운 조명효과를 낼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렇게 꽤 오랜 시간 앉아서 내려다보다가 이제 슬슬 내려가야지...하고 자리를 일어나려는데 한 여자가 올라왔다. 일행이 있겠지..했는데 아무도 따라오지 않는다. 혼자인 모양이다. 서로 이 산에서는 처음 보는 관광객인지라, 눈이 마주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인사를 나누었다. 그녀는 내가 앉아있던 정자로 들어와 같이 앉았다

....낯선 여자와 정자에 앉았다......

이렇게 말하니 굉장히 묘한 뉘앙스가 풍긴다...넘어가자.
 하튼 그 여자는 리황이라는 이름의 샹하이사람으로 그곳에서 일하고 있으며, 이번에 1주일 휴가를 내서 놀러왔다고 한다.나이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으나, 25-26쯤 됐던 것 같은데, 얼굴에 주름이 많은 스타일이라 그거보다는 좀 더 들어보였다.
 그녀는 사교성이 좋고 약간 감상적인 타입으로 혼자 눈을 감고 공기를 본드처럼 스읍 들이마시고는 감상적인 말을 몇마디했는데, 굉장히 닭살스런 대사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때 분위기가 워낙 감상적이여서 나도 그녀의 말에 공감을 했다.
 아, 그리고 미니상식 하나. 중국에 가면 산이나 명승지에 쇠사슬이 걸려있고 거기에 무수히 많은 자물쇠가 채워져있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다. 리황이 그게 뭔 줄 아냐고 물어봐서 난 풍수지리학자처럼 산의 정기를 가둬두기 위한 방책이라고 말했는데 보기 좋게 틀렸다. 그게 뭐냐면, 연인들이 놀러와서 지네들이름을 그 자물통에 파서 걸어놓으면 절대 헤어지지 않는다는, 밤에 휘파람불면 뱀들어온다는 수준의 미신을 믿고 해놓은 짓인데 뭐...그러는 마음은 이해한다만....분명 '전중국자물쇠판매업상인연합'측에서 꾸며낸 개수작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여간 그런 이면의 내용은 둘째치고 그렇게 주르륵 늘어져있는 자물쇠는 그다지 보기 나쁜건 아니였다. 신비해보이기도 하고.                (자물쇠와 나↓)
 그녀는 자상하고 말을 잘해서 같이 얘기하고 있으면 꽤 재미있었다. 딴 생각을 품은게 아니고, 만약 오늘 출발하지 않는다면 밤에 저녁과 술이나 한잔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뭐...그리고....보너스가 있으면 더 좋고...하여간!! 난 그녀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근데 정말로 시간이 가는 줄 몰라서 어느 순간 시계를 보니 지금 안내려가면 좆되는 시간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난 자초지정을 얘기하고 우리는 같이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려가는 코스는 올라왔던 코스와 다르게 잡아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길로 내려갔는데, 그곳에는  청소부아저씨가 닫았다고 해서 가지 않았던 작은 조류동산이 있는 곳이였다.
 과연...앞에 가니 아무도 없는 것이 닫혀 있는게 분명해 보였다. 우리는 아쉬워하며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을 건드려보았는데, 어머나?...문이 안잠겨있는게 아닌가! 시간이 좀 촉박하긴 했으나 그렇다고 존나 달려야되는 시간은 아니기 때문에 뭔가 보너스로 얻은것같은 이 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은 바깥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곳이였다. 일반적인 조류동산이 새장에 갇힌 새들의 시끄러운 나열이라면, 여기는 그야말로 새들의 왕국이였다....다 풀려져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이것들은 인간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아니 아예 쌩까는 듯 눈앞에 그냥 푸덕푸덕 날아다니고 있었다. 하늘에는 노란새가 끽끽거리고 날아다니고 눈앞에는 공작새가 느릿느릿 걸어가고 있었다. 마치 잠시 옛전설속에 나오는 무릉도원에라도 온것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존나 무릉도원↓)
 구석에서 부스럭부스럭 소리가 나서 고개를 돌려보니 새들틈에 인간이 하나 있었다. 관광객은 아니고 모이주는 사람이였는데, 원래 조련사같은 사람이 동물을 다스리는 느낌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이 남자는 뭔가 새들의 시종같은 느낌이였다. 꿈뻑꿈뻑 눈을 움직이며 우리를 봐도 별 반응도 없이 기계적인 동작으로 새들에게 모이를 주더니 꿈뻑꿈뻑 또 저 안쪽 어둠속으로 스르륵 사라지고 말았다.
 각종 새들이 한데 모여서 모이를 먹는것은 처음 보았는데, 꽤 재밌는 현상이 있었다. 큰 새와 작은 새가 있는데, 작은 새는 당연하다는 듯이 큰 새가 먹이를 다 먹을때까지 옆에서 조약돌이나 건들건들거리며 놀고 있다가 큰 새가 먹고 난 다음에 눈치보며 고개를 모이쪽으로 들이 민다는 점이다. 새들 사이에도 군바리처럼 서열이 있는 모양이였다. 군대에서도 A급 보급품은 간부들이 싹쓸이해가니까 말이다. 개새..
 적당히 눈요기를 하고나서 우리는 다시 발걸음을 제촉했다. 내려가는 길에도 관광객은 없었으며, 아마 있다손 치더라도 이 산에 있는 환경미화원 수만도 못할 것이다.
 우리는 디에챠이샨을 빠져나와 리강변을 따라서 시중심부로 걸어갔다. 그녀는 일반적인 길이 아닌 시의 중심부를 약간 비껴난 중하류층 서민이 사는 곳을 일부러 지나갔는데, 아마 시중심의 아름다움을 칭찬하고 있던 나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였다.
 그녀는 이런 곳이야말로 그 도시의 진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라면서, 자기는 화려한 번화가보다 이런 곳을 중점으로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여고생빠순이처럼 화려한 도시의 모습만 보고 꺅꺅거리던 내게 가벼운 일침이 되는 한마디였다. 그렇다. 보기 좋은것만, 유명한 것만 골라찾아먹고 다닌다면 결국 혼자인 것뿐이지, 여행단 깃발쫓아서 "오오~스고오~이"하면서 셔터누르는 일본노인관광객과 다를 바가 없다. 
 그녀는 나를 시중심부까지 배웅해주고 호텔로 돌아갔다. 앞으로 계속 연락할꺼긴 하지만 그래도 좋은 친구를 이렇게 빨리 보내게 되서 아쉬웠다. 그러나 그렇다고 지체하고 있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돈도 바꿔야 된단 말이다. 지금 난 애새끼를 담은 캥거루처럼 배에 현금다발을 복대로 가지고 다니고 있다. 일단 여름이라 땀이 차서 쓰리고, 불편하고, 마음도 편치 않다. 그래서 여행자 수표로 바꾸려고 며칠전 다른 은행에서 알려준 가장 큰 은행을 찾아갔다. 
"저기..지금 여행자 수표로 바꾸고 싶은데 가능한가요?"
담당자는 지네끼리 농담하고 있다가 나를 쓱 보더니 말한다.
"안되는데요."
".............왜죠?-_-"
"여기선 궤이린에서 밖으로 나갈때만 해드려요. 외부분은 안해줘요."
그런 개씹좆같은 법이 어딨다고-_-

이년의 요점은

'씹탱아 여기서 돈바꿔서 딴데가서 쓸라그러지? 고롷게는 못하지롱 쌤통이지롱' 이였다.
 더 따지고도 싶었으나 일단 시간이 급박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여행자수표는 포기하고 현금카드를 만들기로 했다. 물어보니 그 빌어먹은 창구는 다른 곳에 있단다. 뭐..좋다..땅넓어서 그러신가보다. 그쪽으로 갔다.
"에이..그거 저쪽이예요. 이쪽에서는 환전밖에 안해요."
아하하..그,그렇구나. 내가 잘못들은 모양이네. 영차영차.
"예? 저쪽에서 안된다 그래요? 다시 물어보세요. 현금카드는 저쪽이예요."
아하하...하.....마같은 년아!!!
난 그 여자의 면상을 달궈진 후라이팬으로 후려갈기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옆 창구라고 하니 가깝게 느껴지겠지만 이 은행은 건물이 커서 아예 옆건물에 있었다..그 빌어먹을 '옆 창구'가 말이다.
 목구녕까지 따지고 싶은 말이 올라왔으나, 지금 현금카드를 만들어도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그냥 은행을 나오기로 했다. 누가 좀 털어줬으면 좋겠다 이 은행.
 다시 호텔로 가서 맡긴 짐을 받아 버스정류장에 가니, 어제의 그 할머니가 손자처럼 반갑게 맞아준다. 그러더니 호들갑을 떨면서 소개해줄 사람이 있단다. 여행의 좋은 친구가 될꺼라면서....누굴까.....

(6-2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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