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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녀가 희미해지다.

Gom |2008.07.21 09:58
조회 4,135 |추천 0

7월 19일
'그녀가 희미해지다.'
나의 그녀에게서 이별통보를 받았습니다.
물론 시작도 못했지만 이대로 끝낼수는 없었습니다. 무작정 그녀의 집으로 갔습니다. 항상 불안해하던 일이 현실로 닥쳐오자 조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악몽에 자주 시달렸습니다. 그녀도 물었었습니다. 어떤 악몽이냐고? 대답하진 않았지만, 지금 내가 그 악몽속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그녀가 없는 그녀의 집주위를 서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와 함께한 시간과 장소를 조금씩 더듬어 갔습니다.
비가 많이 왔습니다. 오히려 다행이었습니다. 덕분에 눈물을 감출 수 있었습니다.
백제삼계탕 앞에서 10분동안 그녀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홈에버 푸드코트에도 그녀가 있었습니다. 본죽에도, 강변도로에도, 도봉구청 벤치에도 그녀가 앉아있었습니다. 조금씩 희미해지는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녀 옆에 앉아 혼잣말도해보고, 웃다가 울고...끝내하지못했던말을 반복했습니다. 하늘에 기도도했습니다. 그렇게 혼자서 추억여행을 하다가 문뜩 이런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죽으면 그녀가 조금이라도 죄책감을 느낄까...하지만 내가 죽으면 다시는 그녀를 우연히라도 마주칠 수 없다는게 더욱 힘들었습니다. 그녀에게 주려고 가져온 조개껍데기에 마지막 키스를했습니다. 왜 나한테 이러는 건지...세상에 나쁜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왜 하필 그게 나여야하는지. 나는 정말 진실되게 살아왔는데...그녀집앞 화단에 조개껍질 두개를 두고왔습니다. 비가 점점 더 많이 내렸습니다.
빗소리도 점점 거세지고 옴몸이 흠뻑졌었지만 더 큰소리로 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지하철도 끊겼습니다. 조금씩 마음을 추스렸습니다. 그녀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나한테 아무런 감정이 없다는 말에 모든 것이 무너져내렸습니다. 나의 꿈, 공부, 웃음 심지어는 먹기도 싫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거라는거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더 싫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상처가 아물어도 흉터가 남을 것을 알고 있기때문입니다. 더이상 서울에 머무를 이유가 없었습니다. 원래 한적한 지방도시에서사는게 꿈이었지만, 그녀와 같은 하늘아래에 있고 싶었기 때문에 서울에서 살려고 했습니다.
그녀 옆에 그 사람이 너무 미워지네요. 그리고 부러워지네요. 내가 그 사람이 될수는 없지만 단 하루만이라도 그 남자가 되고 싶네요.
그녀에게 마지막 문자를 보냈습니다. 평소 그녀에게 존댓말을했지만 마지막엔 존칭을 생략하고 싶었습니다. 더 가까워지지못한 아쉬운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장문의 글을 써내려갔습니다. 하고싶은 말이 너무 많았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 걱정만 했습니다. 결국 내가 어떻게 될지, 얼마나 힘들지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쿨하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평소에 일찍잠을자는 그녀이기에 아침쯤 문자를 확인하겠구나 생각했지만 곧이어 그녀의 문자가 도착했습니다...차라리 답장을 보내지 말지...미안하다고 고맙다고 이런말하지말지...그게 날 더 힘들게 한다는걸 왜 모르는지...겨우 추스렸던 마음이 또한번 터져버렸습니다. 그 자리에 주저앉았습니다. 발이 너무 아팠습니다. 온몸이 다 아팠습니다. 몇일동안 잠도 못자고 먹지 못해서 어지러웠습니다. 신발을 벗었습니다. 젖은 신발을 신고 하루종일 걸어서 발등에서 피가 났습니다. 그녀가 달려와서 안아주길바랬습니다. 그리고 반창고라도 사다주면서 걱정해주길바랬습니다. 내가 그랬었던것 처럼...하지만 그녀를 거기 없었습니다. 새벽내내 그렇게 그자리에 있었습니다. 예전에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던 자리...점점 희미해지는 그녀가 보입니다. 잡으려할수록 더 희미해지는...
그렇게 아침이 밝았습니다.
돌아오는 지하철창문너머로 마지막으로 그녀가 사는 집을 바라보았습니다.
친구들이 그녀의 안부를 묻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습니다. 그냥 이제 안만나! 그녀를 욕되게하기 싫었습니다. 그녀는 나에게 여전히 눈에 넣어도 안아픈 그런 사람이기때문입니다.
나의 그녀는 린스를 하지 않아도 머릿결이 부드럽습니다.

운동을 싫어해서 체지방이 많다지만 그래도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항상 자기 이야기만 재미있어하고, 한번은 혼자 케익과 대화도 하더군요^^
항상 날 만날때면 기분이 좋은지 혼자 노래하던 그녀. 배가 고파 기분이 안좋다고...먹고나니 배불러서 또 기분이 안좋네요. 초저녁이면 굿나잇 인사를 해야하지만 아침일찍 새벽공기를 마시며 아침인사를 할 수 있습니다. 냉정한척해도 가슴 아팠을 그녀를 생각하면 내 가슴이 더 아파옵니다. 나의 그녀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저 이제 어떻게 살아야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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