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2012년 대선에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2012년 대선의 잠재후보 중 하나로 꼽고 있습니다. 현직인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출신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서울시장으로서 주목을 받기도 하고, '첫 재선시장'이니 기본적인 지지도 받기 때문입니다. 서울시정을 잘 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정치인 오세훈의 이미지는 그다지 나쁘지 않습니다. 대권후보로 언급되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닌 거죠.
하지만 지난 6.2 지방선거 이후 서울시 의회를 야당이 장악하면서, 오세훈 시장은 고비를 맞습니다. 자신이 추진해 온 각종 사업 - 특히 건설사업에 브레이크가 걸렸으니까요. 그동안 과도한 재정투입에 전시성 사업이라고 욕을 먹어온 건설사업들이 무산되거나 보류되는 상황입니다. 그러자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 의회가 통과시킨 무상급식 조례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시의회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 무상급식은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서울시 의회는 물론 서울시 교육청, 야당, 시민단체들을 비난하고 나선 거죠. '시의회와 동반사퇴해서 다시 시민의 뜻을 묻고 싶다'는 과격한 주장까지 하더니, 심지어 주요 신문에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광고까지 실었습니다. 주변에서 말릴 법도 한데, 오세훈 시장의 무상급식 반대는 날이 갈수록 그 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오세훈 시장의 움직임이 대선후보로서의 존재감을 가지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말합니다. 시의회와의 대립각을 세우다가 '보수의 대표후보'로서 자연스레 시장을 중도하차한 후 대선레이스에 나서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죠. 일리가 있는 분석입니다. 실제 오세훈 시장의 지지율이 무상급식 반대를 전면적으로 들고 나온 이후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오기도 했으니까요. 얼핏 보면 이 전략은 성공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투표함은 말할 수 있습니다. "오세훈 시장의 대권 꿈은 이제 완전히 물 건너갔다"고. 왜냐구요? 오세훈 시장은 정치인으로서도 행정가로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선택을 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구체적으로 볼까요?
1. 오세훈 시장은 대권후보, 더 나아가서 대통령이 되기 위해 지지를 얻어야 하는 유권자의 의사와 반대되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오세훈 시장이 주장하듯이 '무상급식을 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 그건 조금만 관련자료를 찾아보면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이죠. 더구나 오세훈 시장이 추진하는 사업 가운데 다수가 '전시성'이라고 비난받고 있는 상황에서, 급식예산의 일부인 700억원 정도를 지원하라는 시의회의 결정을 거부하는 건 일반적인 유권자들에게 절대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태도입니다.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서 자신의 입장을 옹호하고 있지만, 소수를 제외하면 그 논리에 동조하는 사람보다 '쯧쯧'하고 혀를 차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한 마디로,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이미지가 강화되는 것이죠. 심지어 무상급식 관련 토론을 하자고 했다가 토론직전에 취소하는 등 좌충우돌하는 상황에 이르면, '합리적이고 부드러운' 오세훈 시장의 이미지는 완전히 망가지게 됩니다.
오세훈 시장이 지지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기존 정치인과 다른 느낌을 주는, 신선함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6.2 지방선거에서 살아남은 중요한 이유도 많은 정치인이 가지는 '싸움꾼'의 이미지가 약했기 때문이구요. 그런데 무상급식이라는, 선거에서 이미 유권자의 대다수가 찬성하는 것으로 판명된 사안에 대해 '나홀로 덤비는' 식의 무모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완전히 '생각없는 싸움꾼'의 이미지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이죠. 이건 자신의 지지세력을 구축하기는 커녕, 기존에 있던 지지세력도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을 겁니다.
물론 오세훈 시장측은 이렇게 항변합니다. '인기를 얻기 위해 무상급식을 찬성할 수 있지만, 나라의 미래를 위해 찬성할 수 없다'고. 하지만 이런 주장은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이 국가의 미래를 위하여 가장 핵심적인 사항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그냥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하기 위한 궤변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 밥 먹이자'는 이야기는 상식적인 판단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반대하기 어려운 내용이니까요. 급식에 쓸 예산을 더 긴요한데 써야한다고 하는 주장도, 서울시가 그동안 진행해온 각종 사업들이 '전시성'이라고 많은 유권자들이 마뜩찮게 생각하는 상황에서 먹히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왜 오세훈 시장이 이런 입장을 취했을까요? 김문수 경기지사처럼 적당한 선에서 합의해서 사업을 진행했어야 했는데 말이죠. 여당의 지지세력에 호소하기 위해 '강한 오세훈'의 이미지를 만들어 '보수의 아들'이 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다음선거에서는 실제 국민생활에 와닿는 부분을 얼마나 유권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줄 수 있느냐가 후보의 운명을 결정할 겁니다. 그러니, 무상급식처럼 유권자의 찬성이 높은 이슈에 반대한다면, 유권자의 화만 돋구는 격이 될 겁니다. 한 예로,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서울시의 신문광고가 얼마나 많은 이들을 분노하게 했는지를 보면 알 수 있지요. 오세훈 시장의 골수지지자였던 사람들도, '이럴 돈 있으면 애들 밥 먹이겠다'는 식의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니까요.
오세훈 시장이 실은 무상급식 광고 - 서울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기 딱 좋은,
황당한 전략입니다.
[사진출처 - 경향닷컴 -> 관련기사는 여기로 ]
2. 무상급식은 오세훈 시장의 노력(?)과 아무 상관없이 진행될테고, 오세훈 시장은 정치력에서도 행정력에서도 '실패자'의 이미지를 얻게 됩니다. 그리고 이건 오~래 갈 겁니다.
서울시가 타협점을 찾지 않고 계속 무조건 반대만 하면, 결국 서울시 교육청이 기초지자체와 함께 서울시의 도움없이 무상급식 사업을 진행하게 될 겁니다. 부족한 부분은 부족한 대로 보완방법을 찾으며 사업이 시작되겠죠. 오세훈 시장이 아무리 반대해도 무상급식이 실시되고 그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오세훈 시장의 판단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는 금방 드러나게 될 겁니다. 그러면 서울시 수장으로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 부각될 수 밖에 없지요. 이렇게 되면, 서울시 의회가 오세훈 시장이 추진해온 각종 대형 토건사업에 대해 반대하는 일도 국민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오세훈표 정책', '오세훈표 사업'에 대해 사람들이 더 많이 의문을 품겠죠. 결국 오세훈 시장은 자기 발등을 자기가 찍게 되는 겁니다.
그렇다고 시의회의 반대를 핑계로 시장을 사퇴하고 대선후보로 뛰어들어서 문제가 해결될 일도 아닙니다. 의회의 견제는 민주주의의 기본인데, 그걸 못 견디겠다고 뛰어나가는 모습을 보인다면 지도자로서의 역량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만 높아질테니까요. 지도자는 반대세력을 때로는 설득하고 때로는 협력하며 일을 해야지, 그냥 무조건 '못 하겠다'는 식의 모습을 보이면 안 됩니다. 그러라고 뽑아준 게 아니거든요.
다음 대선은 '진보-보수'의 대결이 되지 않을 겁니다. 박근혜 전대표가 '복지'를 화두로 들고 나온 이유도, 김문수 지사가 무상급식을 위해 적절히 타협한 이유도 바로 유권자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 파악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오세훈 시장이 ' 보수의 대표'로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에서 무상급식을 반대한다면, 그건 오세훈 시장의 차차기 대선 전망까지 어렵게 만드는 일이 될 겁니다. 리더로서 갖추어야 할 역량의 기본중 기본인 정확한 상황판단능력의 부재를 보여주는 셈이니까요. 오세훈 시장의 남은 임기 동안 계속 '실패한 행정가/정치가'의 이미지가 고착되면, 앞으로의 선거에서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힘듭니다. 한동안 잘 나가는 듯 하다 사라진 정치인들처럼 민심을 파악하지 못하면, 정치인으로서 생명력을 유지하기 어렵죠.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에 대해 빨리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이전에 잘 나가다 추락했던 많은 정치인들처럼 스러지게 될 겁니다.정치인이 유권자에게 인정받고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오랜 인내와 노력이 필요한 반면, '한 방에 훅 가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쉬우니까요.
오세훈 시장, 이제 대권의 꿈은 멀어졌습니다. (물론 지금이라도 입장을 바꿔 민심에 부응하는 선택을 한다면 가능성이 완전히 없는 건 아니겠지요.) 오세훈 시장이 스스로 제 발등을 찍는 바람에 웃음짓고 있을 경쟁자들을 떠올리니 재미있기도 하네요. ^^;; 하루라도 늦기 전에 무상급식 반대를 그만두고 보다 효과적인 전략을 짜는 것이 본인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서 영양가 있는 일로 보입니다.
투표함의 2012년 선거 판세읽기, 첫 번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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