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 두목(boss-_-)을 내려주고 오는 길에...
바람도 쐴겸 오이도를 들렀습니다.
애매한 오전에 나선 터라...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소주도 반병... 캬...
대충 술이나 좀 깨고 가려고 오이도의 긴 방파제를 한 바퀴 왕복하고, 커피를 사서
담배 한 개비와 함께 물었습니다.
시원한 가을 바람에 따스한 햇살에...
기분 좋아지는 조용한 평일 오후...
앗, 박민영을 봤습니다!!
오늘 쉬는 날인가?...-_-
애인인듯... 한 남자와 함께 거닐고 있더군요...
하아...
그럼 그렇지.
예쁜-_-것들은 얼굴 값을...
그래도, 오랜만에 보니 반갑더군요.
하지만 낯선 이와 함께한 낯선 공간에서의 어색한 조우가 싫어,
방파제에 있는 벤치에서 내려와서 반대방향으로 걸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자꾸 그쪽으로 향하는 시선...
다행히도 둘이 금방 차로 가더니 출발하더군요.
짝사랑도, 고백했다 차인 것도 아닌데...
왠지 모를 서글픔 같은 게 밀려왔습니다.
다시 캔 커피를 하나 더 사고 담배를 좀 더 피우고,
그들이 떠난 30분 쯤 저도 오이도를 나섰습니다...
그리고 또 시간이 얼마나 지났나?...
혼자 길을 걷는 그녀를 발견했습니다.
익숙한 뒷모습인데...근데, 누가 이런 길을 혼자 걷지?...
하며 무심코 지나치며 백미러를 보는데,
그녀였던 거였습니다.
인식한 순간,
순간적으로 비상깝박이를 켜고 갓길에 정차를 시켰습니다.
천천히 그녀가 접근하는 동안,
차 안에서 여러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이윽고,
차를 지나치는 그녀
'저...'
'저...'
두 번째 만에 부른 나의 외침에 돌아본 그녀.
어색한 '안녕하세요...'를 서로 따라하는 듯 반복한 우리.
잠시 흐른 몇 초의 정적을 깨고 제가 먼저 말을 건넸습니다.
'저 누군지 아시겠어요?... 어디까지 가시는 지 모르겠지만, 가까운 시내까지라도 태워드릴까요?...'
그녀,
고맙다는 목례와 함께 차에 탔습니다.
몇 분을 그렇게 말 없이 조용히 가다가,
음악이라도 틀까요?...
라며 돌아 본 저의 시선에 비춘 그녀.
눈물을 흘리고 있더군요...
일면식도 없는 그녀의 남자에게 괜한 화가 났습니다.
어디 사는 지, 어디에 세워주면 되는 지...
그리고 이어질 어줍잖은 날씨 얘기들, 하찮은 농담들,
의미없는 잡소리들...
그런 예기들을 할 기회를 자연스레 잃게 됐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갑작스럽게 내려달라는 그녀.
탈 때와 마찬가지로 가벼운 목례와 함께 시선에서 멀어져갔습니다.
그렇게 1주일이 또 지났습니다.
가게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아니,
첫날부터 몹시 가고 싶었습니다.
'그날 잘 가셨어요?'
'도로 한 복판에서 태워줬는데 밥이라도 한 번 사야되는 거 아니에요?'
처음 건네면 적당할 말등을 수도 없이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또 한 주가 지나고,
출장을 다녀오고,
또 한 주가 지나고...
시간 앞에 장사없다는 얘기들...
조금씩, 만나서 얘기해보고 싶다는 간절함은 희미해지더군요.
결국 오이도의 일이 있은 지,
한 달이 조금 넘은...
벌써 눈이 내닐 날씨가 되어버린 어느 날.
꽤나 담담해진 마음으로 커피를 사러 갔습니다.
----------------------------------------------------------------------------------계속...
존재가 시드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썩는 것과 마르는 것. 아름다움이 절절을 다한 뒤에도
물기가 남아 있으면 썩기 시작한다. 그것이 꽃이든, 음식이든, 영혼이든, 그러나 썩기전에 스스로
물기를 줄여나가면 적어도 아름다움의 기억은 보존할 수 있다. 이처럼 건조의 방식은 죽음이
미구에 닥치기 전에 스스로 죽음을 선취함으로써 영속성을 얻으려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 나희덕 <사라진 손바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