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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트렉과 커피에 대한 단상(斷想)3

방랑객 |2011.01.04 09:08
조회 8,936 |추천 15

친구와 즐겁게 수다를 떨고 있는 그녀.

 

 

'오랜만에 오셨네요~ 까페라떼 시럽하나 맞죠~?'

 

 

당연히 그랬을 테지만,

 

그래도 의외의 너무 생기넘치는 발랄함에 그만,

 

준비해간 대사를 잊고 고작

 

 

'네... 그렇네요...'

 

 

하는 대꾸가 전부였습니다.

 

 

커피를 준비하는 동안 계속 쉼없이 친구와 조잘거리는 그녀.

 

늘 그렇듯, 묵묵히 한 곳을 응시하는 나.

 

 

 

무엇보다 시각 장애가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큰 불편이라고 생각해왔던 터이지만...

 

때론, 인간은 깨어있는 동안 반드시 무엇인가를 바라보아야만 한다는 것에

 

불편을 느낄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단지 시선을 둘 곳이 필요했을 따름이지,

 

반드시 어떤 무언가를 보고자 함은 아니었던 거죠.

 

 

 

'여전히 로트렉만 보고 계시네요. 여기 까페라테 나왔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라는 상투어를 바닥에 던지듯

 

툭, 뭔가를 내려 놓는 어감을 남기고 가게를 나왔습니다.

 

 

 

'이젠 오지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부르더군요.

 

 

 

저...저...전에 일 고마웠어요... 그땐 경황이 없어 말씀도 못 드렸네요.

 

 

어느 새, 따라 나온 박민영.

 

만연에 급 화색이 도는 나(줏대없는 넘-_-)

 

 

 

아 뭘요. 괜찮아요. 그날 잘 가셨어요?

 

 

네... 안에서 말씀드리면 친구한테 설명하는 일들이 번거로워서요...

 

그리고 저... 혹시 연락처 알려주시면 제가 식사라도...

 

 

 

이상하게도 술이 당기는 날은,

 

드럼통을 엎어서 양은으로 된 쟁반을 놓은 그런 허름한 술집을 찾게 됩니다.

 

그렇게 가게 된 곱창집.(넘 내 생각만 했나?...하는 후회도 잠시-_-)

 

 

의외로 소박하시네요?

 

 

첨에 무슨 뜻인지 몰랐습니다.

 

뭘 보고 그런 말을 하지?... 하는데 머리를 스치는 게...

 

 

 

아... 그때... 차 참 좋죠? 제꺼 아니에요...

 

 

두목차는 외제차였습니다. S350 제가 기사는 아니지만, 두목은 전용 기사가 없기 때문에 공항 갈 때

돌아가며 기사노릇 했습니다.

 

 

 

어쩐지...

 

물론 분명 그녀는 고마움에 대한 답례로 밥을 사겠다는 거였고,

 

저에 대한 어떤 호감의 표시도 없었습니다. 제가 혼자 오바해서 생각한 건 물론이지만,

 

어쨋든 저 사람은 그때의 그 외제차 때문에 나에 대해 호감을 가졌을 거란 생각에

 

조금 씁쓸하더군요.

 

그녀를 만나게 되면 무슨 말을 할까?

 

그 남자는 무슨 사이인지, 연인이면 혹시 정리한 건지,

 

아니면 그냥 편한 일상 얘기나 친구들 얘기를 할 건지...

 

밤새 무수히 생각했던 얘기들이 모두 머리속에서 사라지고...

 

그렇게 갑자기 할 말을 잃었습니다.

 

 

평범한 학교에, 평범한 직장에, 평범한 부모님.

 

크게 부유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또 크게 모자람 없이 살아온 저였지만,

 

그래도 아버지나 제가 1억 넘는 외제차를 모는 건 아니었으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거짓말 한 것도 아닌데, 괜스레 드는 민망함에 거푸 술잔을 비웠습니다.

 

 

그리고 해가 바뀌없습니다.

 

직장을 옮겼습니다.

 

위치도 종로에서 마포로, 집도 이사를 했습니다.

 

 

 

또 새해가 오고...

 

지난 해는 가고...

 

새로운 다짐을 하고, 슬픈 기억들 지우려 하고...

 

변화라 해 봤자 결국은 커다란 테두리 안에서 앞 뒤 뒤집기에 지나지 않는 것일뿐.

 

새로운 곳에 와서 새로운 느낌이 드는 것도 잠시...

 

얼마나 지속되느냐는 전적으로

 

내 자신의 의지에 기인하는 것인가...

 

 

 

상념에 사로잡혀 추위에 떨며 봄을 기다리는 어느 날.

 

 

 

'잘 지내시죠~?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박민영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메세지를 삭제하시겠습니까?'

 

 

'졸라 예!!!'-_-

 

 

 

보통 단체 문자는 답장을 잘 안하시죠?...

 

메세지와 함께 주소록에 있는 박민영의 번호도 삭제했습니다.

 

 

그리고, 다가온 발렌타인데이.

(언제 30년 먹어보나-_-)

 

 

기념일이나 이벤트데이에 지나칠 정도로 거부감을 갖고 있는 나.

 

애써 하나도 못 받은 초콜릿(사탕 이던가?...뭐 암튼-_-)에 대한 자위를

 

짜증으로 승화시켜 일을 끝내려는 무렵 온 전화.

 

 

 

그녀였습니다.

 

물론 며칠 전에 삭제해서 누군지는 몰랐죠.

 

몰라본, 그래서 자신의 번호가 없는 것에 대해 은근히 섭섭함을 토로하더군요.

 

그리고 왜 문자를 씹는지에 대한 귀여운 투정 정도?...

 

 

 

'그거 설용 단체문자 아니었어요? 그런데 일일이 답하는 사람도 있나?-_-'

 

 

 

왠지 모르게 드는 반가움을 들키기 싫어 살짝 까칠하게 대했습니다.

 

 

 

초콜릿 많이 받았나고 하더군요.

 

 

 

당신은, 알 거 없어.

 

 

 

라고 해줬습니다.

 

기분 나빠 할 줄 알았는데,

 

헤에~ 웃더군요.

 

오늘따라 왜 이리 까칠하냐며, 약속 없는 줄 다 아니까 만나자고 합니다.

 

-----------------------------------------------------------------------계속...

 

음...

 

손이 떨립니다. 넘 의욕적으로 키보드를 치다 보니.-_-

 

암튼 많이 쓰진 못했지만, 이만 업무 준비를 해야 해서...

 

나머진 담에 올릴께요.

 

걍 있었던 줄거리만 간략하게 쓰려고 했는데,

 

묘사가 디테일 해지네요. 어쨌든 일상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었던 일은 아니라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서 그런가 봅니다.

 

저번에 선택 이후 3년만 이더군요.

 

 

썅...

 

겨울이라 그런가?-_-

 

 

 

 

 

'굉장한 일인 것 같기도 하고, 별 일 아닌 것 같기도 하였다.

기적같기도 하고, 당연한 일인 것 같기도 하였다.

아무튼 나는 말로 표현하자면 사라져버리는 담담한 감동을

가슴에 간직한다...'

 

- 요시모토 바나나 <키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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