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아마도 처음으로
그에게 그리도 모진 말들을 퍼부었다.
문자로 그리고 또 메일로.
자존심을 건드는 칼날같은 몇마디들을....내 화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단 몇분만에 써내리고는, 잠깐, 단 몇초간의 망설임 이후에, 메일보내기 클릭을 해버리는 순간 나는 생각했다.
"이렇게 하면, 결국 나도 거역할 수 없는, 돌이킬 수 없는, 진짜 이별이 올지도 모른다. 그래,그래도 좋다"
"13년인가, 14년인가...그 긴 시간이 이렇게 끝날수도 있다"
"아니 끝나버려도 좋다"
"차라리 이렇게 하면 끝난다"
"이 놈의 우라질, 모질고 질긴 사랑, 끝나라, 이렇게라도.."
"당신이 뭔데 언제나 내 삶을 그렇게 점령하고 있나.."
휘갈기며 내뱉은 그 몇마디들이 그의 하늘같은 자존심을 아주 험하게, 깊이...상처 내버릴 것이다.
누구보다도 그를 잘아는 내가 그를 건들었다, 아주 겁없이 건들었다.
건들지 말아야 할 부분을, 나는 그렇게 건들었다.
웃기는, 불쌍한 팔자려니, 좀 더 곱게 말해서 내게 주어진 그런 운명이려니 하고 살기로 했었다.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비참한 시간들을 보냈었나...
그가 없이 사느니 그냥 이렇게라도 살자하고, 많은 것들을, 포기아닌 포기를 하고 살았다.
언제부터인가 만들어진,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의 안에서, 그냥 이렇게 나는 나대로, 그는 그대로 각자의 삶을 살고자 했었다. 그래도 그 사랑이란건 모질게도 사라지지 않더라. 살아남아 나를 가두고 옭아메고, 그렇게 내 심장은 가져가 있더라.. 그 날 이후로 내 심장을 찾아온 적이 없다...그 오래전 그 겨울 이후로...
그 무엇도 버릴 수가 없으니, 당신 생각하는 이 말안듣는 가슴도, 말라비틀어져 냉기밖에 남아있지 않은 가정이란 것조차, 버리고 당신에게 가는 것도 아니었다. 그걸 원한 순간은 단 1초도 없었다..그 어느 것도 버려지지가 않으니.. 그냥 인정하자고, 정말 지랄같은 사랑이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표면적으로는, 나이와 체면과 사회적 위치와 그리고 각자의 이름과 현실에 걸맞게, 그 누구보다도 더 위선적인 이중의 삶을 너무도 잘 살아냈었다.
온기라고는 조금도 없는 내 울타리를, 언제 사라졌는지 불씨조차 없을 것 같은...나의집.... 그래도 지켜야 했던 그 많은 여러가지 이유..
사랑이 별거냐..그 지랄같은 사랑이 별거가 아니어서 이다지도 건조한 내 가정을 지켜온건 아니다.
당신에게 그렇게 험하고 모진말을 해버리고나니 알수없는 감정들이 밀어닥친다.
격렬하게 솟구치던 당신에 대한 내 속의 화가 가라앉은 지금.
나는 이 미친 사랑이 거추장 스럽고 방해스럽다.
나를 바보로 만들어내고, 내 자존심을 구기고, 가장 도도한 얼굴로 살아내야 하는 내 일상을 내 속에서 화나게 한다.
위선이 되어버리는 나의 모범스런 표정이 싫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