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31일!!
약 1년 8개월 간의 내 첫 직장생활에 드디어 종지부를 찍었다.
다가오는 2011년에는 복학을 해야하는 것이 퇴사 이유이기도 했지만,
별 재능도 없는 날 거둬준 회사에게 조금이나마 폐를 덜 끼치고자
개강하는 3월 전까지는 나만의 시간을 갖기로 결심을 하였다!

사실 조금 쉬고 싶기도 했고 ㅠㅠ
어찌됐든 약 2개월동안은 백수로 살아야 할텐데 무얼 하면서 보낸담?
막상 60일이라는 기나긴 시간이 주어지니 무엇부터 해야할지 몰라했다.
본래 하고 있던 밴드 활동을 더 열심히 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만나지 못 했던 사람들도 만나고 가족들과의 시간도 좀 갖도록 해야지..
하지만 이런 사소한 계획들이 쌓여갈 수록 무언가 아쉬움이 늘어갔다.
물론 굉장히 중요한 일들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2개월을 보내기에는
내 일생에 주어진 엄청난 기회를 모르고 그냥 지나치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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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이라는 시간, 그리고 그동안 모았던 얼마 안 되는 돈과 퇴직금! +_+
그래, 상황이 이쯤되면 내가 고를 수 있는 선택은 오로지 단 하나였다.
발길이 닿는대로 길을 나서고, 새로 만난 친구들과 함께 모험을 나서자!!
처음 시작은 어색할지 몰라! 날 지켜줄거라 믿고 있어! 누구라도 얕보단 큰일나!
피카츄가 옆에 있어!! 내 꿈은 포켓몬 마스터!!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지우보다는 그냥 평범한 잉여킹...
내가 사람들한테 안 잡히기나 한다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포켓몬 마스터가 되겠다는 소박한 바람은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아쉽게도..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튼 모험을 하고 싶다는 욕심만큼은 버릴 수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언제 또 이런 여유가 생길지 보장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일단 막무가내로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기 되었다.
그곳이 어디든, 그게 언제가 되었든 우선 이 곳을 떠나기로 말이다.
여행을 떠나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여행지.
우선 국내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가본 나라들을 하나 둘씩 헤아려봤다.
일단 IMF가 터지기 전인 1994년 가족들끼리 휴양 차원으로 떠난 싸이판.
2002년 중남미에서 일을 하시는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간 온두라스.
2006년 휴학을 하고 어머니와 함께 배낭여행으로 떠난 인도와 네팔.
그리고 작년에 공연을 보기 위해 잠시 떠났던 일본의 오사카까지.
생각보다 여러 나라를 다녀오긴 했지만 남들이 흔히 가는 곳은 아니구나...
물론 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에 그 흔한 미국이나 유럽은 안 간 것이지만,
어느새 '조용석은 이상한 나라만 가는 놈'으로 내 자신이 규정되어버린 느낌!!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에 가서 에펠탑 아래서 치즈 퐁듀에 반건 오징어 좀 먹고 오려고"
라고 말했다가는 어디선가 '배신자!!' 라는 말이 들려올 것 같은 죄책감이 들었다.
배신자의 최후는 늘 처참한 법...일단 지금의 상황에서 내가 갈 수 있는 곳, 그리고 가고 싶은 곳을 생각해봤다.
세일러 넵튠이 외롭게 지키고 있는 해왕성처럼 가고 싶으나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고,
정열의 나라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남미 - 차베스 정권의 베네수알라도 가보고 싶었다.
아무튼 여행을 가야겠다고 결심한 이상 나름의 후보를 정해보니 다음과 같이 압축했다.
1) 국내 여행
2) 일본 여행
3) 대만 여행
4) 일본을 공격한다
첫번째 국내 여행. 가장 부담이 적은 계획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구석 구석 찾아가면 정말 볼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부담이 적은 탓에 설렘이 덜하는 것도 사실이다.
또 생각해보니 오동도, 지리산, 제주도 등 국내 여행은 매년 해오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번 기회 보다는 다음에 계획하기로 결정하고, 저는 불합격 드릴게요.
두번째는 일본 여행. 사실 작년 10월 잠깐 일본을 다녀온 적이 있다. 좋아하는 포크 가수의 공연을 보기 위해 아주 짧은 일정으로 다녀왔는데,
수년간의 덕질로 배운 일본어 실력으로 현지인들과 보낸 하루가 너무 즐거웠다.
언어가 수월한 곳에 간다는 것은 굉장히 큰 장점으로 작용되기에 고려해봤다.
이왕 겨울에 여행을 떠나는 것, 제대로 즐겨보자는 마음으로 홋카이도를 알아봤다.
하지만 아련히 떠오르는 군대의 기억...일껏 여행 갔다가 제설 작업만 하고 돌아오면 어쩌나 생각도 되고
무엇보다 아무리 다른 지역이더라도 몇 달 전에 간 곳에 또 간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물론 비싼 비행기 삯과 높은 물가도 마음에 걸렸다.
그러니 일본의 홋카이도 여행도 패쓰. 이번에도 불합격 드릴게요.
세번째로 생각한 여행지는 대만. 이건 아는 형이 같이 가자고 제안을 했다.
내가 어디로 여행을 갈까 한참 고민을 할 때 많은 조언을 해준 원열이형.
이 형도 예전에 회사를 그만두고는 약 100일 간 세계 여행을 떠나셨다.
사실 그 모습에 자극을 받아서 여행을 계획하게 된 이유도 있는데,
그런 조력자와 함께 여행을 가는 것도 나에게는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원열이형의 스케쥴이 맞지 않아서 함께 여행을 가는 것은 취소.
덕분에 원열이형과 내 상황에 맞춰 계획한 대만 여행도 자연스럽게 취소.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 날은 점점 다가오는데 마음은 여전히 갈팡질팡...
에라이, 모르겠다. 그냥 지구본을 돌려서 걸리는 나라로나 떠나버릴까?
일단 난 이 곳을 떠나야겠어!!그렇게 고민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우연히 소설 하나가 떠올랐다.
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이 권해주어서 읽게 된 콘스탄틴 게오르규의 <25시>라는 작품.
1967년 안소니 퀸의 주연으로 영화화 되기도 했던 이 작품을 나는 수년간 좋아했다.
'게오르규가 어느 나라 사람이더라?' 라는 생각으로 들쳐본 책 마지막 페이지에는
"1916년 루마니아에서 태어난 콘스탄틴 게오르규는..." 라는 문장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루마니아!!!그래!! 이 지구 상에는 루마니아라는 나라도 있었구나!!
루마니아로 떠나자!!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삶을 좇아 떠나자!!
루마니아에 가서... 음.. 루마니아에 가서... 으음.. 루마니아에...
.... 근데 루마니아가 어디에 있는 나라지? 유럽인건 알겠는데...
그렇다, 나는 루마니아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그야말로 대충 동유럽 어디쯤에 있는 것은 알겠는데
정확히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경제 수준은 어떠한지
지금의 정치 체제는 어떠한지, 언어는 무엇인지...
루마니아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정말로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 나의 '무지'가 루마니아 여행에 대한 욕구를 더해나갔다.
아무 것도 모르는 나라로 훌쩍 떠난다는 것만큼 설레는 일이 또 있을까?
인도면 인도, 아프리카라면 아프리카, 알래스카라면 알래스카...
잘은 몰라도 그 나라에 대한 어렴풋한 이미지는 대충 알고 있는 우리지만,
정작 루마니아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전혀 알려지지 않은 나라.
그런 나라로 여행을 떠나서 그 사람의 숨결과 문화를 직접 느끼고 온다면
그것만큼이나 '여행'의 순수한 목적을 잘 달성할 수 있는 길이 또 있을까?
주변 사람들에게 루마니아에 대해서 아는 것이 있느냐고 물어봤다.
대부분에 '몰라'로 일관하긴 했지만 그래도 공통적으로 나온 네 가지가 있다.
루마니아의 집시 아이들홍ㅇㅇ (32세 / 노원청년회 탐구생활 팀장) :
"루마니아하면 역시 집시지. 공산주의 정권 시절에 차우세스크가 집시 수용정책을 펼쳤는데 그 결과 약 230만명의 집시가 루마니아에 몰리게 되었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거지.
지금은 공산주의 정권이 무너졌기에 그들은 아무 대책 없이 여전히 루마니아에 머물러 있어."

루마니아의 드라큘라
김ㅇㅇ (27세 / 회사원) : "루마니아 하면 역시 드라큘라 아냐? 드라큘라 이야기의 배경이기도 했고...
왠지 거리의 풍경에서 느껴지는 우울한 기분이 드라큘라와 딱 어울리는 거 같아!
근데 진짜 드라큘라가 존재한건가? 드라큘라는 아니더라도 마녀들은 있을 법 한데.."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세스크
김ㅇㅇ (38세 / 진보언론 <레프트21> 기자) :
"루마니아 하면 독재자 차우세스크를 빼놓을 수 없죠!! 김일성과 호형호제하기도 했던 그는
1989년 12월에 민중의 분로로 일어난 혁명으로 좇겨나는 것은 물론 결국 처형을 당했죠! 독재자의 최후는 언제나 민중에 의해 처벌 받는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됩니다, 투쟁!!"

루마니아의 체조 요정 코마네치
송ㅇㅇ (27세 / 뮤지션 ) :
"체조요정 코마네치가 루마니아 출신 아니었나? 이젠 체조 여신쯤 되었겠지만...
지금도 여전히 체조의 아이콘으로 불리우고 있고 예전에 무한도전에 박명수도 흉내냈지."
루마니아에 대한 이야기들은 보통 이정도, 아니 오직 이것 뿐이었다.
친구들에게 이것 저것 묻다보니 그럼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여행을 떠나면서 만나게될 많은 사람들에게 물어보자.
엄청난 사명감을 갖고 '루마니아에 한국을 알리고 오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우리의 위치는 알아야하지 않겠나?
우선 루마니아로 마음을 정한 이상 빨리 비행기 티켓부터 결제를 하자!
아는 사이트에서 소개 받은 풀잎여행사를 통해서 (해당 여행사는 저와 무관합니다)
'루마니아에 혼자 배낭 여행을 가려고 하는데 항공권 가격이 얼마쯤 할까요?' 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러시아 항공을 이용하는게 가장 저렴한데 티켓이 없네요" 였다.
어차피 우리나라에서 바로 가는 직항은 당연히 없기 때문에 경유는 불가피한 상황.
가는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가능한 싸게 가는 방법을 모색하기로 결심하고
각종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 티켓을 알아봤는데 과연 표를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와이페이모어라는 사이트를 통해서 알아본 결과 (역시 저와 아무 관계 없음)
오스트리아 항공을 이용하면 왕복 74만원에 다녀올 수 있다고 한다!
74만원!! 74만원!!! 비록 유류세가 포함되지 않은 가격이긴 하지만 그깟 유류세..
헐...그깟 유류세가 거의 60만원이군요.... 도합 130만원 정도 되는 가격.
하지만 처음 알아본 여행사에서도 가장 싸게 가봤자 130정도는 든다고 했기에
나름 적정 가격이라고 생각되어서 두 눈 꼭 감고 어금니 꽉 물고 결제!!
이제는 더 이상 빼도 박지도 못 하게 루마니아로 떠나야만 하는 상황!!
에라 모르겠다!! 그냥 떠나는 거야!!그렇게 충동적으로 계획된 루마니아 여행은 1,338,800원을 입금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
여행까지는 약 한달 정도 남아있는 상황. 이제 무엇을 준비해야하고 무얼 공부해야하지?
티켓 결제를 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긴 했는데 또 다른 고민이 스물 스물 든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데 그래도 루마니아에 대해서 조금 공부해야하지 않을까?
용감하기 보다는 무모하고, 지혜롭기 보다는 단순하고, 강하기 보단 나약하게 살아온 조용석.
어느새 20대 중반이 되어버린 27살의 첫 시작을 루마니아에서 결정하기로 한 이상
조금은 더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오기로 다짐한 것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이유이자 목적!!
술과 음악을 늘 허리춤에 낀 채 놀고 먹기 좋아하는 모습을 버리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내가 그렇게 사는 데에 그럴만한 이유와 정당성만큼은 찾아보도록 해야겠다.
바쁜 발걸음에 재촉 당하지 않고 겁 먹은 마음에 주저하지 않는 여행을 만들자!!
이런 다짐으로 하루 하루를 보낼 수록 여행에 대한 설렘은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고
그만큼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도 커져만 갔다. 난 겁쟁이니까. 쳇...
다음 편 "루마니아 여행기 (2) 여행을 준비하다!" 예고)

여행을 위해 구입한 회화책. 하지만 그 내용은?
루마니아의 현재 날씨가...!?
얼마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짐이 막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