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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여행기 (4) 부카레스트에서의 첫 날

조용석 |2011.02.07 17:53
조회 3,149 |추천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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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여행기 (1) 여행을 결심하다.루마니아 여행기 (2) 여행을 준비하다!루마니아 여행기 (3) 루마니아 가는 길루마니아 여행기 (4) 부카레스트에서의 첫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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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처음으로 인도로 여행을 떠났던 22살의 봄,설렘과 두려움을 품은채 델리공항에 도착하여 밖으로 나서자겁탈하듯 나를 엄습했던 그 느낌을 분명히 기억한다.
뜨거우면서도 눅눅했던 인도 특유의 공기와'코리아! 코리아!'를 외치며 나에게 손을 흔들던 사람들,이 곳은 분명히 낯선 땅이라는 것을 각인시켜주던인도 특유의 향신료 냄새와 짙게 베어있는 그들의 사람 내음.
압도당할만큼 커다랗던 인도의 바람은 나를 이방인으로 만들었다.하지만 이 소외받는 느낌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의 기분이라 생각하며떨리는 발걸음을 하나 하나 옮기던 그 기분은 분명 짜릿함 이상이었다.
2006년의 인도 여행
2011년, 나는 이제 루마니아라는 동유럽의 낯선 나라에 도착했다.5년 전 느꼈던 그 기분을 다시 한 번 받아들일 준비를 하며루마니아의 수도 부카레스트 공항에 도착하여 밖으로 나섰다.여행자에게 손을 흔들고 있을 무수한 현지인들의 틈으로,처음으로 내 코끝에 스치게 될 루마니아의 차가운 공기 속으로,다시 한 번 설렘과 두려움을 가슴에 품은 채 그렇게 밖으로 나섰지만..


여긴 아무 것도 없잖아~♪♬(BGM : 장기하와 얼굴들 - 아무 것도 없잖아)
아, 공항부터가 굉장히 조촐하다..입국 과정도  아무 것도 생각이 안 날 정도..애초에 루마나아에 온 사람이 얼마 없긴 했지만충청북도 증평군에 위치한 터미널에 온 듯 한 이 기분...
그래도 실망했다거나 얕보았다는 것은 아니다.루마니아가 인도와 같을리는 없는 법,아니, 그 어느 나라하고도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루마니아는 루마니아다운 것 뿐이다.
이제부터 루마니아에서의 생활이 시작될 터이니우선 당장에 쓸 돈을 환전하는 것이 우선이었다.공항에서 환전을 하면 손해라는건 만물의 진리이지만,당장 어디서 환전을 하면 좋을지, 그리고 환율은 얼만큼이 적당한지지금의 나로써는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공항에서 조금만 환전하고자50유로를 환전했다. 공항환율은 1유로당 4레이. 총 200레이 (약 8만원)나중에야 알게되었지만 이건 굉장히 안 좋은 환율이었다. 보통 시내 은행에서 환전하면 1유로당 4.25레이는 받는다.
Sosiri : 도착루마니어는 영어와 완전 다르다.
베이징 공항에서 당황했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정작 루마니아에 오니까 하나도 긴장되지 않았다.우선 부카레스트에 만날 카우치서핑에게 연락을 하기 위해공중전화를 찾아 갔더니 전화카드로만 통화를 할 수 있다.
마침 뒤를 돌아보니 매점이 보이길래 당당하게 다가가"텔레폰 카드!"를 외치니까 10레이 (약 4천원)이라고 한다.보통 몇 분 정도 쓸 수 있냐고 물어보니까 카드에 적힌 숫자,100,000을 가리킨다. 정확한 단위의 정체는 알 수 없지만대충 저만큼을 쓸 수 있는 모양인가 보다 싶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휴대폰에 거느냐, 일반 전화에 거느냐에 따라100,000의 수치가 떨어지는 정도와 시간이 다르다.

루마니아 전화카드. 카드 뒷면은 우리나라랑 별 차이가 없다.
 부카레스트에서 신세를 지게 될 카우치서핑 유승완군에게 전화. 우선 전화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아직 회사에서 일하는 중인데, 곧 퇴근시간이니 7시에 Gara de Nord에 있는 KFC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Gara de Nord는 부카레스트에 있는 기차역. 그의 집도 그 근처라고 한다. 공항에서 그 곳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는 것쯤은 사전에 알아놨기 때문에 걱정되는 일은 없었다. 시간도 여유가 있었으니 마음 급한 일도 없었다.
 공항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버스를 타려고 하니까 그제야 호객꾼들이 보인다. 나보고 어디 가느냐고 묻길래 Gara de Nord에 간다고 하니까 18레이(약 7,200원)를 부른다. 버스가 왕복 8레이(약 4천원)인데 택시가 18레이라니! 편하게 택시를 탈까 하다가 호사 부리려고 여행에 온 것은 아니고, 가급적 대중 교통만을 이용하면서 루마니아 사람들과 부대껴보고 싶었기 때문에 쿨하게 거절했다.
 나중에 이 이야기를 친구에게 했더니 가격이 18레이일리 없다면서 아마도 80레이를 잘 못 들은 것 아니냐고 말한다. 에잇틴과 에잇티의 차이. 80레이면 약 3만 2천원. 그래도 보통 100레이 부르는데 그 기사는 양심적이었다고...
벤츠 버스의 위엄나중에서야 왜 시내 버스가 벤츠일 수 밖에 없는지 알게 되었다.
왕복으로 이용이 가능한 버스티켓, 8레이 (약 3,200원)
 가이드 북에는 공항에서 시내로 갈거면 783번을 타라고 했다. Gara de Nord가 시내라고 생각했던 나는 783번에 오르면서 기사에게 'Gara de Nord? Gara de Nord?' 을 물었지만 그는 의아해했다.
 용석 : 가라 데 노르드! 가라 데 노르드! 기사 : 응? 가라 데 노르드? 이건 안 가는데? 용석 : 시내 가는 버스 아니에요? 이 책에는 그렇게 나와있는데.. 기사 : 시내 가는 건 맞는데, 가라 데 노르드는 안 가.. 용석 : 시내랑 가라 데 노르드랑 달라요? 기사 : 응, 다르지. 가라 데 노르드에 갈거면 앞에 있는 780번을 타야해.
 기사는 바로 앞에 있는 780번 버스를, 정확히 말하면 이제 막 출발을 하려고 문을 닫는 780번 버스를 가리켰다.
 여행을 하면서 현지인의 말과 가이드북의 말이 다르면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 것인가는 늘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확답을 내릴 수는 없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체적으로는 현지인의 말을 믿는 편이 정확하다고 생각되기는 한다. 가이드북의 내용은 언제라도 바뀔 수가 있으니 말이다.
 눈 앞에서 780번 버스를 놓친 나는 천천히 정류장을 살펴봤다. 표지판을 보니 과연 783번은 시내 광장(Central)을 가는 버스이고, 가라 데 노르드 (Gara de Nord)에 가기 위해서는 780번을 타야 했다.
 780 버스가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금방 올것 같지는 않아서 공항 주변이나 구경할 생각으로 주위를 어슬렁 거렸다. 마침 공항 구석에 자그마한 슈퍼마켓이 하나 있었다. 그 나라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알아보기에는  여기만큼 좋은 곳은 없다고 생각하여 주저없이 입장!
루마니아 사람들이 즐겨 먹는 소세지들.가격은 보통 500~1000원 정도.
맥주! 맥주! 500캔이 800원정도 박에 안 한다!!
루마니아 담배를 하나 사보고 싶었는데 없었다.담배를 끊기는 했지만 호기심에 유럽 담배 하나 구입.이 담배는 나중에 굉장히 요긴하게 쓰였다.
 백화점에 처음 와본 애처럼 휘둥그레한 눈으로 여기저기를 들쑤시며 구경하다가 또 버스를 놓칠까봐 정류장으로 나가보니 곧 780번 버스가 왔다.
 버스 티켓은 한번 구입하면 왕복으로 혹은 2명이 쓸 수 있다. 부카레스트에서 또 시내버스를 탈 일이 또 있을까 싶다가 여행을 마치고 공항으로 돌아갈 때에 쓸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부디 여행하는 보름 간 티켓을 안 잃어버리길 간절하기 소망했다. 잃어버려서 또 사게 된다면 난 그 티켓의 절반 밖에 못 쓰게 될테니..
잃어버리지 않게 해주세요! 제발!!
 버스 티켓은 우리나라처럼 단말기에 찍으면 된다. 다만 이 티켓이 사용된 것인지, 한번 더 쓸 수 있는건지 알 수 있는 없다.  그냥 파란불이 들어오면 제대로 찍힌 것. 따로 표기되는 것은 없다. 행여 우왕좌왕하다가 나도 모르게 두번 찍었으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여행의 처음부터 이런 저런 걱정에 휩싸이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든 되겠지.
 버스 안에는 나와 같은 외국인 여행자 두 명, 그리고 이웃 나라에서 온 건지 다른 지방에서 온 것인지 나로써는 구분하기 힘든 동유럽 사람들이 몇 명 타있었다. 꼬마 아이가 할아버지와 함께 자리를 못 잡고 서있길래 가방 때문에 두 자리나 차지하고 있던 내 자신이 못나 보여서 그들에게 자리를 양보해주니 마음이 훨씬 더 편해졌다. 호의를 베풀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어디서나 마찬가지였다.
 버스 안에는 전광판이 있어서 현재 역과 다음 역을 알 수 있었다. 벤츠 버스라는 외관뿐만 아니라 내부 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었다. 모든 지역에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부카레스트에서만큼은 버스가 전부 벤츠 버스라서 많이 놀랐었다. 벤츠가 우리나라에서만 고급인가?
 나중에 친구를 통해서 알게 되었지만 최근에 가입한 EU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부카레스트 시내 버스를 전부 벤츠로 버스로 바꾸었다고 한다. 덕분에 겉으로 보기에는 고급스러워 보이고 또 무언가 있어 보이기도 하고 나같은 외국인이 봤을 때 루마니아에 대한 인상이 좋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나라에 살고 있는 현지인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일이다.  다른 지방에서는 1.5 레이(약 600원)에서 비싸봤자 3레이(약 1200원)지만 벤츠 버스로 통일된 부카레스트에서는 8레이(약 3,200원)을 내야한다는 것이다. 물론 왕복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절반 가격으로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버스를 타려면 일단 8레이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같은 의미로 보기는 힘들다. 서울에서도 지하철의 요금은 900원이지만 기본적으로는 1,400원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아직 준비가 안 된 사람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금액임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그냥 마음 편하게 먹고 살아야 하나?
 한 시간 정도 쯤 갔을까? 어느새 다음 역은 Gara de Nord. 부카레스트에 큰 기차역이기 때문인지 대부분의 사람들과 같이 내렸다. 기차역에 도착하니 정말로 우리나라 여느 역과 같은 부산함이 느껴졌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노숙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도 보였고  나와 같은 여행자들이 무거운 가방을 들고 이리 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아마 나도 내일이면 이 곳에서 기차를 타고 먼 지방으로 떠나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 속에 나 자신이 섞여있으니 그제서야 나를 바라보는 현지인들의 신기한 시선이 느껴졌다. 아무리 한 나라의 수도라고 하지만, 그 수도의 기차역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곳에 동양인이 혼자 서 있는 건 평소에 보기 힘든 경험이었을 것이다.
 저 멀리 맥도널드도 보이고 약속 장소인 KFC도 보인다. 낯선 땅에서 처음 보내는 저녁 시간에 마냥 약속만 기다리는엔 좀이 쑤셨지만 그래도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건 첫인상이기에 차분한 모습으로 KFC 앞에서 사람 구경을 하면서 승완군을 기다렸다. 저..정확히 말하면 루마니아 여자들은 어떻게 생겼는지 보면서..
오..오오...오오옷
 그렇게 여자사람 구경을 하고 있는데 멀리서 동양인 한 명이 다가온다. 서로 눈이 마주치자 씨익 웃는다, 그것만으로 내 마음이 고스란히 채워진다. 반갑게 다가와 악수를 건네는 그는, 나를 이곳에서 재워줄 친구 유승완. 서글서글한 인상에 훤칠한 키, 붙임성 있어 보이는 성격에 행동가짐도 시원하다. 내일이 토요일이기도 하니 자세한 이야기는 뭐라도 먹으며 이야기하기로 하고, 퇴근 후 바로 왔고 또 때마침 장도 봐야한다고 하니 일단 같이 마켓으로 향했다.
 아, 그 전에 환전부터 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이런건 현지인의 도움을 받는게 최고. 1유로당 4.28 레이를 쳐주는 곳에서 200 유로 쯤 환전을 했다. 수수료는 당연 0% 약 30만원쯤 되는 이 돈으로 보름을 버틸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지는 않았지만 환율 정보도 얻었으니 부족할 즈음에 환율을 꼼꼼히 따져보고 환전하기로 했다.
그의 애마. 실제로 루마니아에서는 한국 차들을 많이 볼 수 있다.다만 나는 스포츠와 자동차에는 1g도 관심 없는 유니크한 남자라서정확히 무슨 무슨 차종이 있는지까지는 모르겠더라.
간단하게 귤을 몇 개 샀고
치즈도 좀 샀다!
국내 도입이 시급한 2.5L 맥주!!
거의 내륙 지방에 가까운 루마니아에서 생선은 어떻게 파나 궁금했는데이런식으로 통조림 비슷하게 가공하여 판매되고 있었다
너무나도 휘양찬란하게 진열된 햄과 소세지들!!
 마트에서 생필품 몇 개를 좀 사고 오늘 밤 함께 마실 맥주도 샀다. 또 돌아가는 길에 노점상에서 '미찌'라는 바베큐와 소세시, 빵도 구입. 그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에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여행의 첫날을 그 곳에서 살고있는 한국인과 함께 보낸다는건 정말 행운이었다. 내 여행 계획이 얼마나 현실성 있는 것인지 검증을 받을 수 있을뿐만 아니라 조심해야하는 것이나 꼭 가볼만한 곳 혹은 추천하는 음식들 얘기도 들을 수 있고... 더구나 그런 한국인이 다른 사람도 아닌 유승완이라는 친절한 친구라서 더욱 좋았다.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혹은 한국인이기 때문에? 아니면 루마니아에 왔기 때문에? 이런 단편적인 이유들만으로는 우리가 여행을 즐기고 응원하는 까닭은 알 수 없었다. 다만 정확한 것은 '여행'이라는 것이 우리를 얼마나 즐겁게 해주는지 잘 알기 때문에 여행을 하는 사람은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면서 그 기쁨을 흩뿌리며 다니고 그를 지켜보는 사람도 그 기꺼운 마음에 감염되어, 혹은 그 흔적만으로도 도취되어 언젠가 자신도 느껴보고 말 것이라 생각하며 그 즐거움을 응원해주는 것이 아닐까?
집에 도착해서 미찌와 소세지를 안주 삼아 맥주!

루마니아식 바베큐 '미찌'이렇게 설명해서 감 떨어지지만, 떡갈비와 맛이 비슷하다

이것은 그냥 흔한 소세지!
 서로가 동갑인 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언제 말을 놔야할지 곤란해하고 있던 낯선 소개팅같은 분위기. 맥주 한 캔을 들어 올리며 "이 건배에 이제 말을 놓기로 할까?"
 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 승완이는 교환학생으로 루마니아에 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 때에는 클루즈 나포카에 머물면서 한 학기 생활을 했었는데, 짧은 시간이었지만 좋은 관계로 지내온 사람들과의 인연으로 마침 자리가 비어있던 대우의 인턴 직원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제 이곳에 온지는 2년이 조금 안 됐는데 곧 생활을 정리하고 2월달에는 자신도 보름 정도 여행을 다녀올 생각이었다고 한다. 지금으로써는 루마니아 인근 나라들을 다녀올 생각이라고 하는데 내가 루마니아만을 여행한다는 계획을 듣고는 조금 솔깃해했다.
 그가 추천하는 곳은 클루즈 나포카. 다행히 내 여행코스에도 있다. 젊은 학생들이 많은 곳으로 유명한 곳이기에 활기가 넘치는 곳이다. 그런 사실을 익히 알고 그러했던 것은 아니지만 정말로 우연히도 그 곳에서 나를 재워줄 카우치서핑 친구는 스물 한살의 학생! 쉽게 쉽게 마음 가는대로 세운 여행 계획이 이리도 잘 맞아 떨어지다니!
 에구 신난다! 에구 신난다!!
 정신 없이 맥주를 비워내다가 승완이가 건넨 제안. "금요일인데 클럽이라도 한 번 가줘야 하지 않겠어?" 내일 아침부터 부카레스트 시내 관광을 할 생각이긴 하지만 밤 12시라니는 루마니아 시간에 아랑곳하지 않고 저녁 7시라는 한국 시간에만 익숙해져 있는 나의 몸뚱아리. 이대로는 쉽게 잠도 오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클럽으로 출동!  우리나라에서는 뮤지션이라는 못난 허세 의식 때문에 춤추는 클럽은 자주 가보지는 않았지만, 이 곳은 루마니아! 루마니아의 클럽 문화가 우리처럼 '부비부비' 일리도 없고, 두 귀를 가득 채우는 음악에 모두가 몸을 흔드는 것만큼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길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망성일 이유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기대만 가득해져 갔다.
루마니아 수도 부카레스트의 밤거리

 10레이(약 4,000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클럽. 이 입장권으로 한 잔의 술을 바꿔 마시고 내부를 두리번 두리번. 아직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사람들로 가득찼다. 승완이와 나는 계속 맥주와 무기또, 잭콕 등의 칵테일을 마시면서 이 사람 저 사람에 말을 건네면서 루마니아 사람들과 함께 춤을 췄다.
 새벽 3시가 넘어서는 홀은 사람들로 가득 찼고 어느새 따로 놀고 있던 우리는 서로를 아랑곳 하지 않고 미친듯 놀았다.
 루마니아 男 : 뭐야 ㅋㅋ 외국인이네 ㅋㅋ 어디서 왔어? 루마니아 女 : 중국??? 일본?? 용석 : 나 한국에서 왔어 ㅋㅋ 루마니아 男 : 와우!! 한국? 루마니아 女 : 남쪽? 북쪽? 용석 : 남쪽!! 수드 꼬레(sud coreea)!! 루마니아 男&女 : Welcome to ROMANIA!!!!!!!!!!
 그렇게 그들은 나를 끌어안으면서 더 큰 음악 속으로 이끌었다. 한창 춤을 추다가 그들이 나에게 담배 있느냐고 묻자 아까 샀던 담배를 꺼내 건네주자 역시나 포옹으로 대꾸한다. 음악, 술, 담배, 춤... 소위 유흥으로 대변되는 이 모든 것들이 사람과 사람을 더욱 가깝게 해준다는 사실을 몸소 느끼면서 더 이상 루마니아를 낯설지 않은 곳으로 만들어 나간다.
나중에는 이 홀이 꽉 찰 정도로 사람들이 가득했다.
 정신이 없이 놀고 새벽 4시쯤 집으로 돌아왔다. 페이스북에 오늘 하루를 자랑하려고 인터넷에 접속을 하니 친한 누나 동생분의 갑작스러운 부고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정신이 아득해져서 다른 친구들에게 우선 연락을 해보고는 조심스레 누나에게 가보지 못 해 죄송하다는 말을 전했다.
 누나는 꼭 살아 돌아오라고 했다.
 오늘로써 본격적으로 시작된 루마니아의 여행. 나는 이 여행을 통해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우겠지만 나를 소중히 여기는 인연을 위해서라도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반드시 살아 돌아가기 - 지금의 나를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이 소중한 인연 속에서 나를 비롯하여 모두가 영원히 행복하기.
 자칫하면 소홀할 수 있던 그 목표가 여행의 첫날 깊숙이 내 가슴이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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