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학원 강사입니다.
어제, 수능을 보고 11학번으로 입학하게 될 학생 하나가 찾아왔습니다.
당일 저녁 7시에 원하던 대학에 추가합격 발표가 났으니, 다음날(오늘)까지 등록을 해야한답니다.
추가합격의 경우, 이 학생이 등록여부를 빨리 결정해야 다음 순번 학생의 당락이 결정됩니다.
그래서 '입학금+등록금'을 낼 수 있는 기한이 단 하루로 정해졌지요.
학생은 이미 합격한 한북대(경기도 동두천시) 입학처에 전화를 걸어
등록포기서를 제출할 테니, '등록금+입학금'을 반환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한북대 측에서는
1. 등록포기서를 직접 작성해서 학교에 와서 제출할 것과,
2. 등록금+입학금은 다음 주 월요일에 학교에 직접와서 받아갈 것
을 요구했답니다.
등록포기서를 접수하고, 등록금과 입학금을 반환하지 않으면,
원하는 대학에 등록금과 입학금을 내도, 이중합격이 되어 두 곳 모두 갈 수가 없게 됩니다.
그 사정을 이야기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고 합니다.
등록금과 입학금은 모두 합해 400만원이 넘습니다.
그 돈을 하루에 마련하는 것도 어렵거니와,
이중등록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마땅히 그 전에 반환을 받아야 하는데
학교측에서는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된,
'등록포기서를 팩스로 제출할 수 있음'이란 규정을 어겨가면서까지
학생을 상대로 골탕을 먹이더군요.
저는
1. 추가합격된 대학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이야기하고, 꼭 등록을 할 테니 등록금+입학금 납부를 며칠만 유예해줄 것과
2. 한북대에 계속 전화를 걸어-그 뒤로는 통화 자체가 안 되었다고 함-사정을 이야기하고, 원하는 학교에 갈 수 없게 됐을 경우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에 관해 물어볼 것을
권했습니다.
이 학생은 수능 이 후, 등록금을 벌어야겠다고,
한 달 가까이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최근에 경미한 교통사고로 학원 근처 병원에 입원 중이었습니다. 학생은 병원으로 돌아가고, 어머니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등록금을 마련하고 계시다는 말을 듣고, 하루가 지났습니다.
오늘 오후에 학생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1. 한북대에서는 여전히 등록금+입학금을 환불해 주지 않았고,
2. 등록포기서를 제출하러 학교에 가는 중에 어머니와 통화를 한 학교측에서 팩스로 보내도 된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합니다.
3. 원하는 대학에 사정을 이야기하고, 등록금+입학금을 따로 마련해 등록을 했고,
이중등록이 되어 취소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합니다.
수능 이 후 두 달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꼬박 모아도 400만원은 어림도 없는 돈입니다.
단 하루지만,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할까봐 초조해하던 학생과
선뜻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처지 때문에 속상했을 어머니를 생각하니,
화가 납니다.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등록포기서를 팩스로 받을 수 없다는 교직원의 심술과,
받을 때는 빨리 받으려고 은행이체를 받더니,
줄 때는 귀찮고 주기 싫어서 직접 와서 받으라고 하는 학교의 태도.
단체나 기관에 소속됨이 의무나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권위를 행사하려는 교직원의 태도 때문에 하루 종일 노심초사했을 학생을 생각하니
쉽게 마음이 가라앉질 않네요.
&&이 학생이 앞으로 이 사회에서 겪게 될 부당한 일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나 아닌 타인을 위해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면서 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