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가 들르는 인터넷 커뮤니티마다 "대학교 신입생인데, 학교 OT 꼭 가야되나요?" 라는 글이 종종 올라옵니다. 올해 뿐 아니라 매년 이 시기면 보게 되는 글입니다. 초중고등학교의 생활과 대학 생활이 판이하게 다르다보니, 매년 갓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이 오리엔테이션이나 수강신청, 학생증 신청 등의 문제로 당황하는 것 같습니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물어볼 만한 친한 선배 따위도 있을 리 만무하고요. 그래서 헌내기 대학생들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하지만 새내기들에게는 낯선, 캠퍼스 라이프를 알려주는 글을 써 볼 생각입니다. 이 첫 번째 글에서는 OT에 대해서 알려드릴게요.
★ OT를 가면 뭘 가르쳐 주지요? 꼭 필요한가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대학 생활은 초중고등학교에서의 생활과 차이점이 아주 많습니다. 수업 스타일과 수강 시간표 같은 것이야 뭐, 직접 수업 들어가면서 익숙해진다 쳐도, 일단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있는 수강신청을 하지 않으면 수업에 들어갈 수가 없는데 수강신청에 대해 알려줄 사람은 있어야겠죠. 대학이 고등학교와 가장 다른 점 하나는, 바로 이런 중요한 공지사항을 스스로 찾아 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등학교라면 이렇게 중요한 문제는 조회나 종례 시간에 일괄적으로 안내문이 나오겠죠. 하지만 대학교는 수업도 각자 듣고 싶은 수업을 듣고, 담임이나 '우리 반 교실' 같은 것도 없기에 이런 일괄적인 안내는 불가능합니다. 동기나 선배들로부터 전해 듣거나 전공 사무실에 찾아가서 조교 선생님께 듣거나, 학교 홈페이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OT에서는 선배들로부터 수강신청 방법, 들을 만한 재미있는 수업들, 우리 학교의 추천 혹은 비추천 동아리들, 게다가 보너스로 어떤 교수님이 과제를 많이 내주시고 어떤 교수님이 학점을 잘 주시는가 등의 요긴한 정보를 들을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외에 뭐든지 대학생활에 관해 궁금한 것을 물어봐도 됩니다.
★ 전 OT를 가기 싫어요. 꼭 가야 하나요?
이런 의문을 가지고 있는 신입생들이 아주 많아 보입니다. 제 경우 캠퍼스라이프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나 커서 OT에 가는 것도 신이 났었지만, 그 뒤에는 내성적인 성격 탓에 언제나 MT에 가기 싫어 했기 때문에 이렇게 물어보는 분들의 마음이 이해가 갑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 가도 됩니다. 아마도 2박 3일 정도의 일정으로 가는 OT 말고도 미리배움터라든가, 새내기 배움터, 교내 OT 같은 이름으로 학교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들을 알려주는 소집일 일정이 OT 이전에 있었을 겁니다. (제가 신입생 때는 학생증 신청서도 그 자리에서 다같이 썼어요. 그렇기 떄문에 잘 모르는 것은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할 수 있었죠.)
OT에 가고 싶지 않은데 가야 되나 고민하는 많은 신입생분들의 대표적인 의문은 "OT 안가면 정말 아싸(아웃사이더) 돼요?" 일 겁니다. 그것도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닙니다. 다만 OT가 신입생 여러분들이 친구를 사귀고 선배들의 귀염둥이 후배가 되는 처음이자 대표적인 기회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사실 OT에 안가면 처음 2주에서 한 달 정도는 친구를 사귀기가 힘듭니다. 무슨 왕따를 시켜서가 아니라, 동기나 선배들과 만날 공식적인 기회 자체가 드물기 때문이죠. 그러나 1학년 때는 동기들과 다같이 듣는 수업이 많고(또 이런 수업들은 대부분 토론수업으로, 팀을 만들어 과제를 수행하는 일이 많습니다), 얼마 안 지나 3월달이 되면 대부분의 과에서 과끼리 가는 MT가 또 있고, 과실(같은 과 사람들끼리만 사용하는 휴게실 같은 공간. 여기서 밥도 먹고 수다도 떨고 과제도 하고 잠도 자고 다 합니다.)에 드나들면서 얼굴을 익힐 수도 있기 때문에 노력만 하면 OT에 가지 않아도 금방 친구들을 사귈 수 있습니다.
다만 수강신청 같은 것은 상당히 복잡하기도 하고, 위에서도 썼듯이 OT에 가면 입이 싼 선배들로부터 많은 유용한 정보도 들을 수 있으므로, 만일 단지 귀찮아서 OT에 가는 것을 망설이는 신입생이라면 되도록이면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뿐 아니라 과의 분위기도 파악할 수 있고, 혹시나 빠뜨리면 안되는 무슨 중요한 행사에 대한 안내를 들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건 나중에 다 알려주겠지 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말했다시피 대학에서는 내가 가만히 있어도 알려주는 사람 같은 건 절대로 없습니다.) OT처럼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모이는 기회는 대학에서 정말로 흔치 않으므로 고마운 기회라고 생각하는 편이 낫습니다.
2008학년도에 제가 신입생이었을 때에는, 60명 가량의 1학년 중에서 단 두 명만이 OT에 불참했습니다. 처음에는 어느 누구도 존재조차 몰랐습니다만, 3월달 들어서 1학년 공통수업이나 과 술자리 등에서 알게 되어 곧 친해졌습니다.
★ OT에는 뭘 가져가면 되죠? 화장이나 옷차림은요?
수없이 많이 들으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정말로 간단하게, 정말 최대한 간단하게 챙겨가셔도 충분합니다. 아래에 리스트를 적어보겠습니다.
1. 평상복: 바지 한 벌과 겉옷 하나(겨울이니까), 윗도리는 하나나 여분까지 두 개 정도면 충분. 치마는 절대 입지 마라. 아무도 입고 오지 않을 테니까.
2. 세면도구: 칫솔과 치약, 비누와 수건, 필요한 사람은 샴푸나 린스. 중고등학교 때의 수학여행 등의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있는 숙박시설에서 샤워 할 타이밍을 잡는 것은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유시간은 훨씬 많으니 수학여행 때보다는 사정이 나을 것이다.
3. 트레이닝복: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실 숙소에 도착한 이후부터 떠나는 버스에 오르기 전까지 거의 모든 시간을 트레이닝복을 입고 생활한다고 보면 된다. 참, 그리고 트레이닝복은 바지와 티셔츠로 이루어진 기본적인 스타일로 준비하도록. 모두가 그렇게 입는다.
4. 필기도구: 작은 수첩과 펜 하나 정도.
5. 기타: 수업 시간표 안내책자(즉석에서 시간표 짜기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핸드폰 충전기 등
화장 같은 것은, 전혀 신경 쓸 필요 없다고 말해도 여전히 많은 새내기들이 맨얼굴보다는 예쁜 얼굴을 보여주고 싶어합니다. 그렇다면 화장을 하는 데에 크게 거리낄 필요는 없습니다. 심하게 꾸민 티가 난다면 주변에서 불편해하기는 하지만요. ‘안 꾸민 듯 예쁘게’, ‘예쁘지만 편안하게’ 이것이 OT 패션의 핵심입니다.
★ OT의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대학교의 OT, MT가 초중고등학교 때의 수학 여행, 극기 훈련 등과 다른 점은 바로 한도끝도 없는 자유시간입니다. 가는 길에는 좀 잠들라치면 수시로 여기저기 멈춰서며 명승지를 답사하고, 숙소에 도착하면 방에 모여 점호를 하고, 밥 먹고 한 두 시간 후에 나가서 운동장에서 온종일 뺑이치고, 들어오면 또 숙소 점호하고... 이런 귀찮은 것들이 대학교 OT, MT에는 없습니다. 숙소에 도착하면 방에 들어가서 각자 자기소개하고 친해지도록 얘기하는 시간, 저녁 먹고 숙소 돌아오면 또 자유시간(을 빙자한 음주시간), 자고 나서 일어나는 시간도 각자 맘대로(대부분 밤새 술을 마셨기 때문에 점심 때가 지나야 일어난다) 입니다.
물론 좀 다른 일정들도 있습니다. 제가 3학년 때였던가, 새내기들을 안내하는 역할로 OT에 참석했을 때의 기억을 되살려 보면, 일단 첫날 밤에는 강당에 모여앉아 모두들 자기소개를 하고 OT에 참석하신 교수님들의 자기소개를 들었고, 사발식(사발에 막걸리를 부어 다같이 나누어 마시는 의식. 과의 단결력을 높이기 위해서 행하는 행사로, 과마다 다른 여러가지 형식이 있습니다.)을 가졌습니다. 둘째날 낮에는 밥을 먹고 난 뒤 다시 강당에 모여서 과의 주요 행사들에 대한 안내를 들었고, 둘째날 밤에는 과 대항 장기자랑 행사가 있었습니다. 마지막인 셋째날은 점심을 먹고 난 뒤 해변가에서 과 대항 체육대회(?)를 했습니다.
OT나 MT에서는 술을 정말로 많이 마십니다. 정말 정말 많이 마십니다. 사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할 일도 없습니다. 각오해 두는 게 좋을 겁니다. ㅠㅠ 요새는 그렇게 무식하게 술을 먹이는 선배들도 많이 없어졌습니다만, 아직도 과 분위기에 따라 심한 강압을 당하는 새내기들도 있을 겁니다. 항상 조심하고, 임기응변으로 현명하게 대처하길 바랍니다.
★ 사랑받는 동기/후배가 되기 위한 조언은 없나요?
가장 간단한 방법이 있죠? 인사를 잘 하는 겁니다. 어떤 선배들이든 이구동성으로 말할 겁니다. 누구인지 잘 모르겠어도, 그냥 웃으면서 인사하세요. 어차피 만나는 사람들은 다 내 동기나 선배니까요.
아마 장기자랑을 준비해가려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잘만 하면 우리 과의 스타가 될 수 있습니다. ㅋㅋㅋ 대부분의 단체 여행에서 그렇겠지만 마지막 밤에는 상품(물론 술)이 준비된 장기자랑 행사가 있습니다. OT의 취지가 있으니만큼 선배들은 주최만 돕고 신입생들끼리만 무대를 준비합니다. 노래나 춤, 기타 개인기가 있는 학생들은 동기들로부터 추앙을 받게 됩니다.
참, 그리고 기본적인 것인데 잊기 쉬운 것이 있습니다. 바로 자기소개입니다. 2박 3일의 OT 일정이라면 아마 그 동안 자기소개를 100번은 하게 될 것입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뿐만 아니라 네다섯 명끼리 어쩌다가 같은 자리에 앉아있기만 해도 선배들은 "자, 우리 돌아가면서 다시 한 번 자기소개 해보자"라고 요구할 것입니다. 이것은 OT에서뿐만이 아니라 1학기 3, 4월 동안은 어딜 가나 그럴 겁니다. 막상 닥쳐서 당황하지 말고 간단하고도 핵심적으로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2~3문장 정도의 멘트를 준비해두는 게 좋습니다. 웃기거나 기발한 멘트를 준비해놓으면 오랫동안 인상에 남을 수 있을 겁니다.
세세하게 쓰려다 보니 아주 긴 글이 된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내기 여러분께 도움이 되고 싶어 쓴 글이니 이 글은 어디든 퍼날라주세요. 앞으로도 수강신청이나 시간표, 과생활, 동아리, CC에 대한 글을 몇 편 더 써볼까 합니다. 여러분의 성공적인 대학생활을 기원합니다. OT 잘 다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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