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까이 두고 사귀는 벗 가운데 한명인 지혁이는 현재 패션잡지 크래커의 대표로 있는 친구입니다.
경영인임에도 불구하고 패션에 대한 열정만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뿐더러 센스도 뛰어납니다.
하지만 지혁이가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닙니다. 처음 녀석을 봤을 때 패션의 ‘패’자도 모르던 친구였죠.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패션 테러리스트라고 불렸던 게 맞을 겁니다.
그만큼 녀석은 패션에 대해 무신경한 마초였죠.
미국의 심리학자 오슬러는 학습자의 스타일을 3가지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이중에서 처음에는 늦지만 갑자기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타입을 이르러
‘돌연 학습자’라고 지칭하고 있습니다.
이들 돌연 학습자들은 처음에는 남들보다 진보가 느려 보여도
어느 순간부터 비약적인 능력을 보여주기 시작하는데요.
굳이 예를 들자면 지혁이가 이런 케이스일겁니다.
지혁이는 학교를 다니며 법학과 경영학을 전공하며,
락밴드 활동을 즐겼던 자유분방한 친구였습니다.
성공에 대한 열망이 남들보다 강했던 녀석은 일반적인 직장 생활로는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일찍 깨닫고는 바로 사업전선에 뛰어들었죠.
우연인지 운명인지 패션관련 일을 접하게 되면서 녀석은
어느 순간부터 남다른 센스와 재능을 발휘해내더군요.
여기서 크래커 소개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크래커 잡지는 서울을 포함한 해외의 전문 패션 에디터, 포토그래퍼들과의 연계를 통해
세계 각지의 패션사진과 관련 기사들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크래커의 장점은 가십이나 소모성 기사들을 과감하게 배제하고,
패션 자체만을 보여주고 분석함으로써 자료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패션지입니다.
모든 사업이 그러하듯 지혁이 역시 초기에는 동업자들과 의견이 맞지 않아 많은 갈등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싸우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죠.
현 크래커 편집장이자 초창기 창간 멤버인 장석종 편집장은
광고주보다는 콘텐츠에 대한 욕심이 많아 종종 지혁이가 곤욕을 겪곤 했었거든요.
하지만 현재 지혁이는 편집장의 생각이 옳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출간되는 패션잡지들은 독자들의 입 맛보다는
광고주들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죠.
만약 지혁이가 광고주들의 입맛에만 맞췄다면
현재까지 크래커라는 패션 잡지는 살아남지 못했을 겁니다.
지혁이가 생각하는 광고주와 독자들의 비율은 3대7인데요.
이는 어느 정도 고정적인 수입원을 기반으로 독자를 우선시하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눈앞의 이익이 아닌 장기적인 호흡을 통해 진짜 읽을 맛나는 잡지를 만들겠다는 신념이죠.
지혁이가 말하는 크래커의 방향성은 개성, 사실, 재미 이렇게 3가지 입니다.
특히나 크래커 잡지는 개성을 추구하는 부분이 눈에 띄는데요.
무작위성에서 표출되는 개성이 아닌 진정 자신을 표출할 줄 아는
개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높게 살만하더군요.
이는 ‘사실’을 추구하는 방향성과 만나 박제된 패션 아이템이 아닌
실제 생활에서 표현되는 살아있는 이야기들과
볼거리를 추구하는 점과 만나 크래커라는 잡지를 남다른 잡지로 만들어 주고 있더군요.
▲ 심리학적으로 붉은 넥타이를 맬 경우 자신의 마음을 고무시키는 효과가 난다고 합니다.
언제나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는 녀석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의미도 있었군요.
그러고 보니 녀석이 피우는 담배도 진홍의 다비도프군요.
독특한 마인드를 가진 독특한 잡지사 대표
지혁이는 패션잡지 대표이면서도 여타 다른 패션잡지를 보지 않는 걸로도 유명한데요.
이유를 묻자, 현재 광고주 입맛에 맞는 전략으로 승부를 보고 있는 잡지사들을
참고하는 것보다 크래커만의 독창적인 길을 위해 보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한때는 패션 테러리스트에서 이제는 패션잡지 까막눈까지 패션계의 ‘이단아’라고
불릴만한 행보를 계속하는 녀석이지만 이만한 신념이 없었더라면
경쟁이 치열한 패션잡지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겁니다.
물론 녀석의 패션 센스는 현재 장족의 발전을 거둔 것도 사실이고요.
녀석은 사람들이 한번 보면 절대 잊혀지지 않을 포스를 풍기곤 하는데요.
그에 크게 일조하는 것이 그의 공격적인 외모 탓도 있겠지만
이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주는 빡빡머리입니다.
녀석이 빡빡 머리가 된 사연은 다소 독특한데요.
신년부터 집에서 술을 진탕 퍼 마신 녀석은 뭔가 새해 결심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술김에 불현듯 자신의 머리를 가위로 자르고 면도칼로 밀었다고 합니다.
그러곤 잠이 들었는데 다음날 베개가 피범벅이 되어있었다고 하더군요.
과정이야 어쨌든 그 뒤로 그를 접하는 모든 이들의 그의 스타일이
그에게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내린 덕분에 이제까지 자신의 스타일로 고수하게 된 겁니다.
대표만큼이나 크래커는 정말 개성 있는 사람들의 살아있는 이야기가 잠겨있는 잡지인데요.
개성을 추구하는 걸 지향하는 지혁이지만 이런 그도 그 개성 때문에 두려웠던 적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바로 인터뷰 때문에 만났던 온몸에 피어싱을 한 사람이었는데요.
그는 그 사람이야기를 할 때면 아직까지도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이해불가라는 입장입니다.
지혁이의 오른손 바닥을 보면 굳은살이 두텁게 박혀있는걸 볼 수 있는데요.
자신의 가방에 크래커 잡지와 브랜드 관련 책자들을 한 가득 담아
돌아다니는 통에 굳은 살이 사라질 날이 없다고 하더군요.
덕분에 척추도 살짝 휘었지만 녀석의 무거운 가방만큼이나
진중한 열정을 보는듯해 마음 한구석이 흐뭇해지기도 합니다.
녀석이 생각하는 패션이란 상황에 맞게 입되 자신만의 개성을 표출하는 거라고 하는데요.
패션잡지 크래커의 이제까지 행보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크래커만의 개성표출을 마음껏 지켜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출처 : 네이버 블로그 Life Travelogue (http://blog.naver.com/classictas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