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 컴퓨터도 시내도 없는 적막하고 조용한 시골에 있는 엄마의 집을 가기전에 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공지영의 에세이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것이다'에 짧막하게 소개 되어 있는 이 책을 기억하고 있다가 잠깐 서점에 들려 구입하였다.
사실로 말하자면 이 책의 초반부는 왠지 더디고 지루하기만 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글들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고 내 심리 상태가 그러했는지 더 다이나믹하고 자극적인 책을 읽기 원했던 것 같다. 한 1/4 가량을 읽고 며칠을 덮어두고 있다가 오늘에서야 아늑한 침대에 누워 다시금 펼쳐들었다. 만약 이 책을 지루하다고 자만하고 영원히(?) 덮어두었더라면 나는 결단코 후회했으리라..
체로키 인디언의 피를 이어 받은 주인공 '작은 나무'가 인디언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아무 꾸밈없는 자연속에서 삶과 사랑과 영혼의 마음을 배워나가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책의 저자인 포리스트 카터가 어린날의 경험을 자서전 형식으로 집필한 글이였기 때문인지 모든 내용의 전반적으로 자연에 대한 세세한 묘사들이 아름답고 섬세하게 반응하여 녹아 흐르고 있다.
작은 나무는 지저기는 새들과 장난치는 다람쥐와 너구리, 줄곳 머리위에서 노니는 앵무새와 대화를 하고 바람은 작은 나무의 머릿결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지나가고 시냇물들은 노래를 부르며 흐른다.
동틀 새벽 무렵 작은 나무는 할아버지와 함께 칼길을 지나 하늘 협곡에 앉아서 산이 깨어나는 소리를 들었고 온 몸과 영혼으로 대지의 아름다운 생명의 시작을 받아들였다.
비록 5,6살 밖에 안된 어린 꼬마였지만 그는 필히 나보다 강인한 영혼을 가지고 있음을 느꼈다.
그들은 질척이는 세상의 어떤 가치관에도 동요하지 않았으며 그것들과 정면으로 대항하지도 않았다.
그저 순수하고 맑고 가식없는 강한 영혼으로 사람과 문명을 받아 들였고 이해했으며 생각하였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더없이 따뜻한 무언가 내 마음을 휘감았고 이내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한참을 작은 나무가 되어서 상상속 그 숲을 향해 마구 내달렸다.
벅찬 마음이 몰려왔다.
막힌 시대, 막힌 도시, 막힌 건물들과 막힌 공기, 더 꽉 막힌 사람들...
타인과 삶에 대한 진정한 이해 없이는 사랑이 불가능하다는 보니 비(bonnie bee) 할머니의 말대로 한걸음 더 따뜻하고 충만한 삶을 위해 내 자신을 열어아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책갈피를 적어본다-
- 책 갈피-
또 할머니가 이야기를 하다가 "Do ye kin me?" 라고 물으실 때가 있다.
그러면 할아버지는 "I kin ye" 라고 대답하신다.
이해한다는 뜻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사랑과 이해는 같은 것이었다.
할머니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사랑할 수 없고, 또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사랑 할수는
더더욱 없다, 신도 마찬가지라는 라는 이야기를 하시곤 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서로 이해하고 계셨다. 그래서 두 분은 서로 사랑하고 계셨다.
(p.69)
몸이 죽으면 몸을 꾸려가는 마음도 함께 죽는다.
하지만 다른 모든것이 다 없어져도 영혼의 마음만은 그대로 남아 있는다. 그래서
평생 욕심 부리면서 살아온 사람은 죽고 나면 밤톨만한 영혼밖에 남아 있지 않게 된다.
..(중략)..
몸을 꾸려가는 마음이 그보다 더 커지면, 영혼의 마음은 땅콩알만하게 줄어들었다가
결국에는 그것마저도 완전히 사라지고 만다. 말하자면 영혼의 마음을 완전히
잃게 되는 것이다.
..(중략)..
영혼의 마음은 근육과 비슷해서 쓰면 쓸수록 더 커지고 강해진다. 마음을 더 크고
튼튼하게 가꿀 수 있는 비결은 오직 한 가지, 상대를 이해 하는데 마음을 쓰는 것뿐이다.
게다가 몸을 꾸려가는 마음이 욕심부리는 것을 그만두지 않으면 영혼의 마음으로
가는 문은 절대 열리지 않는다.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비로서 이해라는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더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영혼의 마음도 더 커진다.
할머니는 이해와 사랑은 당연히 같은 것이라고 하셨다.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사랑하는 체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그런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고 하시면서.
(p.105-106)
"자, 봐라, 작은 나무야. 나는 네가 하는 대로 내버려둘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단다.
만약 내가 그 송아지를 못 사게 막았더라면 너는 언제까지나 그걸 아쉬워했겠지
그렇지 않고 너더러 사라고 했으면 송아지가 죽은 걸 내 탓으로 돌렸을 테고.
직접 해보고 깨닫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단다."
(p.146)
할머니가 예전에 가르쳐주신 적이 있다. 내가 발톱을 뽑아야 했을 때...
인디언이 고통을 참는 방법을....인디언들은 몸의 마음을 잠재우고, 대신 몸 바깥으로
빠져나간 영혼의 마음으로 고통을 느끼지 않고 고통을 바라본다. 몸의 고통을
느끼는 것은 육체의 마음뿐이고, 영혼의 마음은 영혼의 고통만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매를 맞으면서 몸의 마음을 잠재웠다.
(p.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