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전사고와 그 경과에 대한 속보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 많은 분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뉴스와 기사들에서 원자력과 방사선에 관한 표현들이 그 쓰임과 의미가 잘못된 채 사용되는 경우가 있어 좀 정리해보려 합니다.
“폭발 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 주변에서는 일반인에게 허용되는 양의 400배에 달하는 시간당 최대 400밀리 시버트의 방사선이 검출됐습니다.”
위의 내용은 보도 자료를 그대로 가져온 것 이구요, 많이들 보신 내용일겁니다.
여기서 말하는 “일반인에게 허용되는 양“ 이라는 문구를 잘못 이해하게 되면 위 기사는 굉장히 공포스러운 내용이 됩니다. 허용되는 양의 400배라니!! 이게 무슨 말인지 얘기해보겠습니다.
조금 생소하실지 모르겠지만,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여기서는 전 세계의 방사선전문가들이 모여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되어온 자료들을 바탕으로 방사선방호에 대한 철학과 근간을 세우는 일을 합니다. 이 ICRP라는 곳에서 권고하는 방사선방호에 대한 기본 원칙들이 세계 각국에서 방사선에 대한 규제의 기준으로 삼고있고, 우리나라의 원자력법에서 방사선방호와 관련된 내용 또한 이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ICRP 권고에서 사람에 대한 방사선방호체계 중 “선량한도” 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자...아래 ICRP에서 권고하는 선량한도입니다.
<유효선량한도>
- 직무피폭 : 계획피폭상황에서, 어느 한 해 동안 50 mSv를 초과하지 않는 한도에서 5년간 100 mSv
- 일반인피폭 : 계획피폭상황에서, 연간 1 mSv
보다 복잡한 개념들과 추가 규정들, 등가선량한도에 대한 내용도 있지만 여기선 생략하겠습니다. (“유효선량”과 “등가선량”에 대한 개념은 제가 전에 썼던 글을 참고하시면 될듯합니다. http://mlbpark.donga.com/bbs/view.php?bbs=mpark_bbs_bullpen09&idx=1155150)
여기에서 일반인피폭에 대한 유효선량한도가 연간 1 mSv 라는 것을, 일반인에 허용된 양이라고 위의 기사에서 해석하고 있는 것이죠. 얼핏 듣기에 “허용되는 양”이라는 것이, 마치 그 이상의 방사선량을 피폭하게 되면 당장 어떤 신체적 영향이 발생할 것처럼 느껴지게 하죠. 하지만 ICRP에서 권고하는 이러한 선량한도는 “위험”과 “안전”의 경계가 아닙니다. 이 개념이 중요합니다. 선량한도를 넘었다고 위험하고 그 아래라고 안전한 것이 아니라는 거죠. 선량한도는 이정도 수준 이하로 피폭선량을 유지시킬 수 있으면 적절한 수준의 방사선방호를 하고 있는 것이다...라는 일종의 기준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위의 선량한도의 설명에서 “계획피폭상황에서” 라는 말이 있는데, 말 그대로 계획된 정상적인 생활과 정상적인 방사선작업을 할 경우에 적용되는 원칙이라는 것이죠.
다들 느끼시다시피 이번 상황은 당연히 “계획피폭상황”은 아니겠죠. 예기치 못한 상태, 말그대로 “비상피폭상황”이 됩니다. “비상피폭상황”에서 피폭선량에 따라 어떻게 조치할 것인가 하는 내용도 물론 ICRP의 권고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이 부분도 정리해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은 이 부분이 현재 상황에선 유효한 내용인데, 본 게시물은 잘못 사용되고 있는 개념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자는 의도이니까요.
하고 싶은말이 많으니 글이 계속 길어지고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기도 하네요. 한 가지 더 이해 하셨으면 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위의 계획피폭상황에서의 유효선량한도에서 직무피폭과 일반인피폭이 다른 이유가 뭘까요? 직무피폭은 방사선 관련 작업을 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피폭을 말합니다. 5년간 100 mSv이니 연 평균 20 mSv의 선량한도가 적용되고 이는 일반인과 비교해 20배나 높은 선량값입니다. 이 분들은 일반인과 비교하여 방사선 영향으로부터 특별히 더 튼튼한 신체를 가진 것일까요?
일반적으로 직무피폭의 경우, 직업을 가지고 방사선작업을 할 수 있는 연령대(대략 17세 이상의 성인에 해당)에 적용합니다. 이에 반해 일반인에는 방사선에 특히 민감한 소아나 임산부 등이 포함되죠. 또 직무피폭의 경우 결국은 그 일을 하면서 얻는 수익이 본인의 이득으로 돌아오는 경우이고, 일반인피폭은 대부분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는 피폭이 되죠. 뭐 이러저러한 이유로 인해 방사선작업과 관련한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경우 더 높은 선량의 피폭까지 가능하도록 관리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일반인에게 허용된 양의 수백배에 달하는 방사선이 검출되었다“라는 말은 개념적으로도 실제적으로도 전혀 맞지 않는 말입니다. 물론 ”방사선량이 얼마입니다.“라고만 했을때 그게 어느정도에 해당하는 수치인지 감이 안오기 때문에, 쉽게 와 닿게 하기위해 비교하고자 했겠지만 전혀 맞지 않는 개념과 비교를 했다는 게 잘못이라는 것이죠.
실제 시간당 400 mSv라는 방사선량율은 상당히 높은 수치인 것은 맞습니다. 그 위치에서 1시간을 머물면 400 mSv를 받게 되는 거니까요. 만약 10시간을 머문다면 4 Sv정도. 이정도 선량을 전신에 피폭하면 피폭자의 50%가 수 주내에 사망하는 정도의 영향입니다만, 현재는 주민들을 20 km, 30 km이상 대피시켜 놓았으니 당연히 저 정도의 선량을 주민이 받을리는 없겠죠.
아무튼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계속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 속보로 들어오고 있으니 걱정이 되네요. 아무쪼록 잘 고비를 넘기고 피해가 최소화되었으면 좋겠네요. 쓰고보니 스크롤 압박에, 마치 강의 내용처럼 딱딱하기 그지없군요. 그래도 혹시 이러한 내용에 대해 관심을 가지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고, 방사선과 관련한 보도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