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욥........
과제로 핵핵대다가 폭풍처럼 써내려간 스압을 들고 나타나는까미노입니다앙..................
녀석과 저는 각자 일에 미쳐서이 좋은 날씨에 어디도 제대로 못나가고 있습;;;
물론 녀석은 프리해서 실속껏 챙겨 돌아댕기고 있지만
나님은 조촐한 한떨기 고생하는 학생일 뿐;;
뭐 딴나라에서 공부하는게 다 그렇죠 뭐.......ㅋㅋ
아무튼 별거없는 스압을 대령합니다................
요즘 녀석과 나님은 이러고 놀고 있음.
나님을 만나자마자눈을 반짝이면서 천연덕스럽게
것도 큰 소리로;;;
-Ho fame di te. 나 니가 고파.
길 한복판에서 어쩌라고?
녀석은 내 코앞에 얼굴을 들이대고큰소리로 천천히 되풀이;;;
-HO, FAME, DI, TE. 나, 니가, 고프다니깐.
.................
녀석 턱 밑에다가 나님 팔뚝을 들이밀면서
-먹어라 먹어.
녀석 약간 놀라더니 재밌다는 표정이 됨.
-살도 별로 없으면서. 맛 없어 보여.
녀석은 나님 손목을 잡고소매를 걷어올린다음 시커먼 털 부슬부슬한 자기 팔뚝과 막 비교를 함.
당근 나님 손목 두께는 녀석의 절반.....ㅋㅋㅋㅋㅋ
나님과 비교하면녀석의 살색은 많이 어두운 색임.돌아다니기도 많이 돌아다니지만원래도 좀 많이 시커멈.
-손목이 이게 뭐야. 나 정도는 돼야지.
나님 손목 옆에 갖다 댄 녀석의 손목을 찰싹 때려줌.녀석은 나님 손을 낚아채서 손가락을 물어 뜯는 것으로 복수를 함......
길바닥 한복판이라서 나님이 많이 참음.....ㅋㅋㅋㅋㅋ
-니 고기는 먹기 불편해.
-왜?
-털 다 뽑고 먹어야 하거든.
-고기 품질은 최상이거든?
-1kg 만 줘. 불고기 해줄께.
대화가 왜 이럼.....
-직접 뜯어먹어.
그러더니 나님 머리 뒤통수를 잡아서 자기 가슴에 처박고꽉 끌어안아줌.
뭐야... 기름기 없는 가슴살 뜯어먹으라는 거냐 ㅋㅋㅋㅋㅋㅋ
......음........
탕수육 냄새.........................?
나님이나 녀석이나서로의 체취를 왜 꼭 먹는거에 비교하는지 모르겠지만 ㅋㅋㅋㅋ
며칠 전에
둘 다 갑자기 라빈드라나드 타고르에 버닝;;;;;
녀석이 스페인어로 완역한 "기탄잘리" PDF파일을 메일로 날려줌.
나님의 스페인말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근데 녀석은 본격 스페인말을 가르쳐야겠다고 맘먹었는지
가끔 메일이 스페인말로 날아옴.
-Tagore es un escritor maravilloso, dulce, denso, profundo. Hace años, leí casi toda su obra. Será un placer retornar de nuevo a él. Te deseo una noche hermosa. Hasta mañana.타고르는 굉장한 작가야. 감미롭고 풍부하고 심오해. 몇년 전에 나는 그의 거의 모든 작품을 읽었어. 다시 그를 읽어볼 수 있어서 만족해.좋은 밤이 되길 바래. 내일 보자.
.....물론 이 파일을 읽을 수 있을리가 없뜸;;;;나님은 이제 스페인 말을 '나는 먹는다, 너는 먹는다, 우리는 먹는다....'뭐 이런거 외우고 있는 수준임 ㅋㅋㅋㅋ...................
그래서 구글링해가지고 한국말로 된 '기탄잘리'를 찾아서 읽음.
읽으면서 막.................
...................감동적이지만
한편
최강 오글거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난 시인은 아니야.대체 시인들은 어디서 이런 말이 나오는 걸까.나님은 읽으면서 감동할 수는 있지만영원히 시를 쓸 수는 없을꺼 같음.
좌우당간
오밤중에 다국어 사전에서 스페인말 단어 막 찾아서이동네말이랑 섞어서 작문해서 메일을 날림.
-entiendo lo que senti leyendo Tagore..... Buenas noches.니가 타고르를 읽으면서 느끼는 걸 나는 이해해...... 잘 자.
완전 엄격한 스페인말 선생을 자처하는 녀석이1분도 안돼서 답장을 날림.
-entiendo lo que senti (sientes) leyendo (a) Tagore..... Buenas noches.:)
틀린 부분을 막 고쳐놨음.
녀석에게 본격 스페인어를 배우기로 했음.
-난 진지한serio 선생님이야.
.............
푸하하하하하하하~~~
진지한 니얼굴만 봐도 웃긴데 워떡하냐ㅋㅋㅋㅋㅋ
녀석 여전히 진지하게
-너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면서 엄하게 가르칠거야.
나님은 두 손을 모으고 간절하게
-Mio maestro! 스승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흠........
알파벳 이런거 다 뛰어넘고이미 꽤 익숙해진 관사도 뛰어넘고단수 복수 이런거도 대충 뛰어넘고바로 동사변화 시작.
위에서 말한 '나는 먹는다, 너는 먹는다........' 이런 거ㅋㅋㅋㅋ
근데..................
웃을 일이 아님.
에휴...........................동사변화 종류는 이동네말과 같음.
그 말은........................동사변화 종류가 아주 많다는 말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녀석이 그러는데프랑스어도 동사변화가 그만큼 있다고 했음.
........................
으아아아아앙.........ㅜㅜㅜㅜㅜㅜㅜㅜ
다행이다.....프랑스어 하지 않아도 되니까.
녀석한테는 이동네말이랑 프랑스어는 껌이고포르투갈어는 대충 알아듣고 읽으며라틴어책은 그냥 막 읽어나감.루마니아어도 로만짜 언어라서 배우기만 하면 녀석한테는 무지 쉽다고 함;;;;
녀석은 어려운 발음을 가르쳐주느라고무아지경에 빠짐.거참 되게 헷갈리는 발음은 L이 두개 있는 발음임.
아무리 노력해도 녀석의 기준에 못 미침.
녀석이 입 모양과 혀 모양을 보여준다고완전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고 막 발음을 하면서설명을 함.
뭐야 클로즈업 ㅋㅋㅋㅋㅋㅋ니 코에 찔릴거 같아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
수염에 둘러싸인 커다란 입이 움직이는 걸정줄놓고 쳐다봄..........
녀석은 입이 큼.나님의 두 배는 됨.
입이랑.......그 속의 혀와 이빨이랑
또.......
d와 z 발음할 때마다 보이는 혓바닥 끝이랑
입술...........?
녀석 설명이 귀에 안 들어옴.
-어이!
-.......응?
정줄이 돌아옴.
-뭘 보는거야?
-니 입술.
-내 입술?
그 순간 생각 나는대로 솔직하게 말해버림.
-나 배고파.
그냥 왠지 눈앞에서 녀석 입술을 보는데시장기가 돌았;;;;;
진짜 배가 고팠다고요;;;
녀석이 좀 놀라더니
눈이 가늘어지면서 입꼬리가 막 올라감......?
-No, no! 내가 배고픈 건 내추럴한 뜻이야. 은유가 아니라고! 돌체라도 하나 먹을까봐!
왠지 변명처럼 구차스럽게 들림....나님이 생각해도.
-오, 난 돌체 가지고 안돼. 난 니가 고파.
그런 말을 큰소리로 하지 말라고!!!!!!!!
-이거나 먹어.
냅킨통에서 종이냅킨을 뽑아가지고 녀석 입에 쑤셔넣어줬음.
죄송함미다;;;;;
노숙자같은 수염투성이 녀석과이상한 동양여자가 전투적으로 노는거보고약간 놀라셨던 옆자리 아저씨와 아줌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녀석이 '스페인 남자'라는 걸 생각하다 보니까갑자기 인류역사에 길이남은스페인 남자 무리들의 업적(?)이 두 개 떠올랐음.
하나는 월드컵;;;;;;
이때 녀석은 완전 미쳤었음.이 월드컵이 시작할 때는 학기말 셤기간이었고끝날 때는 나님은 영어 하러 딴나라에 있었음.
녀석은 축구에 목숨거는 편은 아님.
앉아서 축구보느니나가서 미치게 돌아다니는걸 더 좋아함.
그래도 월드컵 때는ㅋㅋㅋㅋㅋㅋ
녀석은 공부하면서도스페인사람들이 빌린 바에 가서스페인사람들과 함께 스페인팀을 응원했음.
셤 끝나고 나님은 딴나라에 한 달 가고녀석은 당장 마드리드로 돌아가서이미 막 토너먼트에서 한계단씩 올라가고 있는자기네 나라 팀을 광적으로 응원함.
이때는 나님이 인터넷을 자유롭게 쓸 수가 없는 상황이어서비싼 돈 줘가면서 문자를 했는데스페인이 이길 때마다'올레!' 또는 '비바!'라고만 찍힌 외마디 문자를 받곤 했음.
서로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스페인이 우승했을 때 녀석이 얼마나 미쳤는지는못봤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드리드랑 스페인 전체가 폭발한 거 같았어.
나중에 이렇게 이야기해줬음ㅋㅋㅋㅋㅋㅋ
그래..... 울나라 2002년을 생각하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그래도 축구에 미친 나라 스페인인데......
녀석은 이동네에 돌아와서는 예선탈락한 이동네 애들앞에서 기가 팍팍 살았음.
나님은 축구에 그저 그런...................
녀석이 축구 얘기만 하는 인간이 아니라 다행임.
스페인 남자 무리들의 또 다른 업적 하나는......
음.......업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
남미 정복사...............
아놔;;
이거는 어느날스페인 왕국과 스페인말에 대해 자존심 쩌는 녀석의 행동이 관심있어서갑자기 막 아무거나 구글링하다가 나온 거였음.
뭐 옛날에 배우긴 했지만그땐 스페인이야 뭐..... 완전 머나먼 딴 세상이었으니별 인상이 없었음.
근데 옆에 스페인 남자를 한 명 두고저 정복사를 읽으니.....................................................
ㅎ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아 물론 녀석과 용병대장 에르난 코르테스와 그 일당들하고는 상관이 없지만뭐랄까.............................
스페인 남자에 대한 좀 후덜덜한 그런 느낌에허걱- 하기도 했음.
그리고 녀석은 상당히 찐하게 생긴;;; 녀석임.
......저런 얼굴로 아즈텍 제국을 다 휩쓸어버린거겠지?
에휴......................나님의 지나친 상상력의 결과임...............녀석이 맨날 지적하는대로......................
-니 머리는 항상 생각으로 가득해.
아니 당연하지, 그럼 넌 궁금한 것도 없냐.
하지만 어쨌든 녀석은수줍어하고 내성적이긴 해도논쟁을 하거나 경쟁을 할 때는 완전 전투적인뼛속까지 스페인 인간임.
녀석이 이베리아 종족이라는 걸거의 까먹고 지내지만교수와 논쟁하고 사과를 받아낸 이야기를 할 때면근성과 투쟁심으로 뭉친 스페인 남자의 눈빛을 볼 수 있음;;;
수줍어하기는 해도 그게 상대 앞에서 주눅이 든다는 뜻은 아님.할 말이 없어서 어려워한다는 뜻임.
나님은 녀석의 그런 면을 잘 알고 있음.
이건 녀석이 살면서 참 어려워하는 부분이지만나님과 잘 맞는 부분이기도 함.나님은 녀석의 말하는 스타일이하나도 어렵지 않음.녀석이 별로 안정감없이 떠돌아다니는 걸 좋아해도나님 역시 그러니까 이해가 됨.
나님은 녀석을 사랑하는데
그게 꼭 녀석이 나님을 사랑해서만이 아니라이런 녀석 자체가 그냥 좋아서 그렇기도 함.
그냥..................니가 너라서 좋아.니가 살아가는 방식, 니가 하는 생각, 니가 하는 행동니 사소한 버릇이나 스페인 악센트의 이탈리아어노숙자같이 입은 옷, 주드로에 필적하게 넓어져가는 M자형 탈모시커멓게 덮인 수염, 목소리, 음치 노래니가 말하는 방식...............................................
이거슨 거의 팬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송함미다;;;;돌맞아도 좋습;;
ㅋㅋㅋㅋㅋㅋㅋㅋ
그치만 녀석도나님의 돌발하는 똘끼조차 사랑해 주기 때문에.......
표현을 잘 못하겠는데아무튼 느낄 수가 있음.서로 아무 때나 불쑥 불쑥 아무데로나 튀는 그런게 있어서상대방이 그렇게 해도 하나도 이상하지가 않;;;;
나님의 내면의 떠돌이끼가어떤 사람에게서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가 된다는게참 신기했고녀석한테 고마웠음.
.......하긴
솔직히 말하면녀석과 나님은 서로의 약점이랄까 약한 부분이랄까를완전 잘 알고 있기도 함.
......................
서로 사랑한다기보다는동료의식이나공범자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음.
녀석 생일이 다가왔음.
녀석은 나님보다 약 50일 정도 늦게 태어났음.
녀석을 만난 이후 녀석의 첫번째 생일은 모르고 지나갔음.
녀석도 이동네 자기 친구들한테 자기 생일에 대해 전혀 이야기하지 않았음.
두번째 생일 땐 녀석의 베프 F가 알아냈음.
F는 자기 여친과 나님과 녀석이 함께 점심을 먹자고 했음.아무 말도 안하고 있다가 그날 F가 녀석을 학교에서 잡아오기로 했음.
녀석은 F가 자기 생일을 안다는 사실을 몰랐음.
........................
그날 아침부터 수업도 쌩까고녀석은 연락두절.
평소에 미워하는 핸펀도 아예 꺼두고완전 사라졌음.
F는 섭섭하다 못해 짜증을 냈음.
나님은 F와 그 여친과 같이 주인공 없는 식사를 하는게 좀 그래서괜찮다고 하고 그냥 계속 집에 있었음.
그때만 해도 녀석이 무슨 일이 있는가 싶었음.
또 그때까지는녀석을 그냥 감수성 풍부하고 친절하고 엽기적인 친한 친구뭐 이정도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다른 친구들과 생파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음.
녀석은 두루두루 잘 지내는 편이라서 이동네에 스페인이나 멕시코, 아르헨티나 친구들도 있었음.
그리고 다시 만났을 때녀석은 자기 생일의 ㅅ자도 꺼내지 않았음.
나님도 암말하지 않았음.아마 F가 녀석한테 벌써 잔뜩 설교를 했을것이기 때문이었음.
아무튼 작년 녀석의 생일은 그렇게 넘어갔음.
서로 시치미 뚝 떼고.
아........ 나님 생일은............
첫 생일은 그냥 넘어갔음.녀석을 알고 얼마 안 되었을 때였기 때문임.
둘째 생일도아직 서로 친구 코스프레하고 있었기 때문에녀석에게 메일이 날아오고만났을 때 젤라또 큰 컵 하나씩 해치우는 걸로 때웠음.
.......서로 안주고 안받기였다고나 할까?
막 살갑게 축하해주는게 뭔가 옆구리가 간질간질하게 느껴졌음.
녀석 생일 하루 전날.
저녁밥으로 스파게티국수랑 양상치로 쫄면 만들어 먹고메일을 날렸음.
내일 녀석 집에서 불고기라도 다시 해먹을까?아니면 잡채에 도전을 해 볼까?뭐 이러고 있는 중이었음.
-세상이 너를 맞이한 날이 내일이야. Buon compleanno!
답장이 없었음.
나님도 녀석을 재촉하는 성격은 아니라서약간 궁금했지만 내버려 둠.
녀석과 나님은 여간 급한 일이 아니면전화 통화를 싫어함..................
녀석이 쪼금 더 싫어함.
좌우간
계속 잠잠했음.
계속 내버려뒀음.또 혼자 굴파고 있거나 나가서 돌아댕기고 있거나미친듯이 번역일 중이거나.....................
............그래도 내일이 생일인데좀 걱정은 되는군...............
섭섭해질라고 하다가워낙 아무데로나 튀는 녀석이라걍 버려두기로 함.
밤 11시 반에갑자기 스카이프 창이 뽀로록 뜨더니
'스돌님이 까미노님을 연락처에 추가했슴다'이런 메시지가 뜨는거 아님?
녀석이 이러는 건 굉장한 발전임.녀석은 자기 인생에 채팅을 해 본 적이 없음.
이상함?
나님도 스카이프에 녀석을 추가하겠다는 생각을 이때까지 안했음.
그래봤자 전화를 할 것도 아니고채팅을 할 것도 아니고..........
필요하게 되면 하겠지.......뭐 그런 생각도 있고
솔직히 말하면
서로 좋아죽으면서도막 서로 더이상 가깝고 싶지 않은 몸부림?그런 것도 있음.
왜 있지 않음?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 말 걸기 어려운 거;;;;이게 한구석에서는 아직도 지속되는 중임.나님도 알고 녀석도 알고 있음.
끼리끼리 잘 만났음;;;;;
아무튼빛의 속도로 연락처 추가를 승낙했음.
그랬더니 채팅창에 녀석 메시지가 떴음.
-내일도 평범한 날들 중의 하루야.
..............대체 무슨 소리?
이럴려고 하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Non disprezzarti :(너 자신을 비하하지 마.
이 말에 급소를 찔린 충격을 받았는지한 30초 잠잠.......
-너도 알겠지만나는 많이 내성적이야.
...............
녀석은 생일 챙겨주는게 부담스럽다고 털어놓음.
자기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서부터생일 때마다 혼자 산에 갔다고 함.
..........산에서 바람을 맞으면서 명상이라도 한 걸까?
너 축제를 좋아한다는 스페인 종족 맞냐?
그래.............뭔가 쫌 이해가 가기도 해............
나님과 녀석이 잘 맞는다면이런 게 신기하게 이해가 되기 때문 아닐까....
-그래, 잘 이해해. 내가 고백하는데 나도 생일을 언제나 조용히 지냈어.(전 남친과 1년 반 사귀었을 때한 번 축하받은 거 빼고.......)
- :)
이 미소는 무슨 의미더냐?
-Perché sorridi? 왜 씩 웃고 그래?
-Non disprezzarti :p 너 자신을 비하하지 마.
윽........
-니가 원하는 대로 니 생일을 보내. 난 마음으로부터 축하를 보낼께. 하루종일 네 생각을 하고 너에게 축복이 있기를 기도할께.
-고마워. 이해해 줘서. 나는 산에 갈꺼야.
......왠지 녀석의 심정을 잘 이해할 수 있었음.
되게 이상한 커플;;; 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그치만
서로에게 자신이 가장 편할 수 있는 법을 이해받는게제일 좋은거 아님?
반드시 생일에 꽃과 밥과 카드와 선물과......꼭 이래야 한다는 법은 없지 않음?
상대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게 더 좋은거 아님?
녀석이 녀석 생일에 나님의 계획을 거절해서가 아니라녀석의 마음? 같은게 느껴져서 쬐금 눈물이 났음.
아무튼 참 짠한 감정이라서뭘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겠음;;;;;;;
녀석은 다음날 하루 로마 바깥으로 사라졌고나님은 학교에서 다른 날과 다름없이 지냈음.
F한테 전화가 왔길래이걸 털어놓았더니
-Voi ambedue siete incomprensibili. 너네 둘 다 이해불가야.
이러면서 욕을 하더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 말 말고도 F는 막 열을 내면서 뭐라고 했는데말이 너무 빨라서 알아들을 수가 없었음ㅋㅋㅋㅋㅋmatti 미쳤어, 뭐 그런 말도 막 하는 거 같았음 ㅋㅋㅋㅋㅋ
그날 밤 자정 넘어서 메일이 날아옴.
-Gracias, mi cariña!E grazie perché hai capito che (malgrado quello che sembra) sono una persona timida. Comunque, sento proprio vicino il tuo amore. Un abbraccio, te quiero.고마워, 미 까린냐!그리고 나를 이해해줘서 고마워. 내가 내성적인 인간이라는 걸 이해해 줘서.아무튼 너의 사랑을 아주 가까이 느끼고 있어. 허그를 보내. 사랑해.
-fa niente. Posso capirti bene dal profondo del cuore. Ma non dimenticare: sei una persona degna di essere amata. Ti ringrazio per la belissima persona che sei tu.괜찮아. 난 너를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잊지마: 넌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야. 나는 니가 아름다운 사람이라서 너에게 감사해.
마지막 문장은 녀석이 아주 오래 전에 나님에게 썼던 문장임.
그 문장에 완전 감동이었기 때문에 잊지 않고 나님도 자주 씀.............
녀석과 나님은 걍 이런 식임.
별 거 없음.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어떨지 모름..........
그치만 녀석과 나님은서로가 이런게 너무나 편하고더더더 사랑스러움.................................
그냥 이렇게 살면 안될까?
그냥 이렇게 사랑하면서 살면 안될까?
더 복잡하게 말고
꼭 이렇게.
녀석이 방금 보낸 메일.
- di Kundera
Non certo la necessità, bensì il caso è pieno di magia. Se l'amore deve essere indimenticabile, fin dal primo istante devono posarsi su di esso le coincidenze, come uccelli sulle spalle di Francesco d'Assisi.
쿤데라 인용필연이 아니라 오직 우연만이 마법으로 가득차 있다. 만약 사랑이 잊혀질 수 없는 것이 되려면, 처음 순간부터 그 사랑 위에 우연들이 내려앉아야 한다. 마치 프란체스코 다씨시(이탈리아의 유명한 성자)의 어깨에 내려앉는 새들처럼.
답장을 보내줌.
-Buona notte, tu l'uomo che ha gli occhi con cui sa vedere meravigliose coincidenze in questo mondo.
잘 자, 이 세상 안에서 놀라운 우연들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남자야.
내일은 녀석 집에 쳐들어가서 잡채를.........
맨날 나님이 고프다고 타령인데잡채로 입막음을.......................
기다려랏! 배 안고프게 해줄테닷!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고 주제없는 이야기 읽어주셔서 감사드림미다.....
예전에 녀석이 보내줬던 네루다의 시 '오늘 나는 쓸 수 있다, 가장 슬픈 귀절을...'낭송 링크 다시 할께욤........요즘에는 스페인말 발음 때문에 열심히 듣고 있습;;;;
여기욤!
오늘밤 나는 쓸 수 있다
-파블로 네루다
오늘밤 나는 쓸 수 있다 제일 슬픈 구절을.예컨대 이렇게 말이다: "밤은 산산이 부서지고푸른 별들은 멀리서 떨고 있다"밤바람은 공중에서 선회하며 노래한다.오늘밤 나는 제일 슬픈 구절을 쓸 수 있다.나는 그녀를 사랑했고, 때때로 그녀도 나를 사랑했다.이런 밤이면 나는 그녀를 품에 안고 있었다.끝없는 하늘 아래서 나는 연거푸 그녀와 키스했다.그녀는 나를 사랑했고, 때때로 나도 그녀를 사랑했다.누가 그녀의 그 크고 조용한 눈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오늘밤 나는 제일 슬픈 구절을 쓸 수 있다.나한테 이제 그녀가 없다는 생각을 하며. 그녀를 잃어버렸다는 느낌에 잠겨.
광대한 밤을 듣거니, 그녀 없어 더욱 광막하구나.그리고 詩가 영혼에 떨어진다 목장에 내리는 이슬처럼.내 사랑이 그녀를 붙들어놓지 못한 게 뭐 어떠랴.밤은 산산이 부서지고 그녀는 내 옆에 없다.그게 전부다. 멀리서 누가 노래하고 있다. 멀리서.내 영혼은 그녀를 잃은 게 못마땅하다.내 눈길은 마치 그녀한테 가려는 듯이 그녀를 찾는다.내 가슴은 그녀를 찾고, 그녀는 내 곁에 없다.같은 밤이 같은 나무를 희게 물들인다.그때를 지나온 우리는 이제 똑같지가 않다.나는 이제 그녀를 사랑하지 않고, 그건 그렇지만, 허나 나는 얼마나 그녀를 사랑했던가.내 목소리는 그녀의 귀에 가서 닿을 바람을 찾기도 했다.다른 사람 거. 그녀는 다른 사람 것이 되겠지. 지난날의 키스처럼.
그 목소리. 그 빛나는 몸. 그 무한한 두 눈.나는 이제 그녀를 사랑하지 않고, 그건 그렇지만, 허나 나는 그녀를 사랑하는지도 몰라.사랑은 그다지도 짧고, 잊음은 그렇게도 길다.이런 밤이면 나는 그녀를 품에 안았으므로내 영혼은 그녀를 잃어버린 게 못마땅하다.비록 이게 그녀가 나한테 주는 마지막 고통일지라도그리고 그게 그녀를 위해 쓰는 내 마지막 시일지라도.
¡Buenas Noch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