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다.
알람은 역시 바로 끄고 다시 자는게 제맛.
9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일어나보니 11시 -_-
일단 담배 한대 태우면서 잠을 깨 본다.
담배가 다 녹아, 거의 끄트머리에 가까워질수록 정신이 든다.
일어난 직후에는 피곤하니 잠시 tv앞에 다시 눕는다.
문자가 하나 왔다. 통신사 고객센터다. 내용은 보지 않고 닫는다.
점심을 먹기 전에 예능프로 하나를 일단 틀어놓는다.
연예인들 아무리 웃겨도 실제 내 입꼬리는 전혀 올라가지 않는다.
무표정으로 잠깐 보다보면 서서히 배가 고프다. 밥을 먹는다.
남들은 두번째 끼니일텐데 나는 첫 끼니다.
12시.
식후땡과 동시에 pc전원을 살포시 눌러본다. 바탕화면이 뜨고 서른개쯤 되는 아이콘 중에
하나밖에 보이지 않는다. 'World of warcraft'. 일명 와우다.
손은 눈보다 빠르다고, 나도 모르게 클릭을 해버린다.
캐릭 로그인 하는 동안에 여러가지 생각이 겹쳐진다.
'새로운 일자리가 올라오진 않았을까?' '난 오늘도 게임을 해도 될까?' '시간낭비가 아니던가'
로딩이 끝나면 생각이 사라지고 게임에 집중을 하게 된다.
'나중에 하면 되지..'
나쁜쪽으로 가장 치명적인 생각이지만, 최선의 선택인 듯 스스로 최면을 건다.
5시.
친구놈이 자기 퇴근 후에 당구를 치잔다. 일단 콜을 외친다.
오늘 역시 발라주겠노라며 다시 게임을 하다가............
밥을 먹는다-_-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라는 말을 누가 했던가.
배고프니 밥은 먹고 다녀야 한다.
연락을 기다리며 일자리를 한번 찾아본다.
어라라 전화기가 울린다.
친구다.
7시.
엎치락 뒤치락 역전에 역전을 펼치면서 치열한 승부를 한다.
당구비도 당구비지만, 당구 질 때 기분이 제일 나쁘기 때문이다.
.......
흐억! 웬수같은 친구놈이 마무리를 뽀록으로 빼버렸다. 분하다.
어쩔 수 없지. 인사 안하냐고 애써 웃으면서 갈궈준다. (뽀록일땐 죄송하다고 고개를 살짝 숙여야 예의)
쿨하게 당구비를 낸다. 물론 겉으로만.
사실은 돈이 좀 아깝다. -_-
시간이 얼마 안됐으니 술 한잔 하잔다. 그래 좋다.
내심 친구가 사주길 바라지만, 그런거 없다. 더치페이다.
10시.
술이 적당히 됐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또다시 지금 위치에 있는 잉여상태의 내가 스스로 작아지는걸 느낀다.
12시.
집에 가면서 노래를 흥얼거려 본다. 하늘도 한번 처다본다.
오만 잡생각이 든다.
백수 생활은 어디까지인지,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것인지는 통장 잔고가 말 해준다.
큰일났다는 생각이 몇 백 단위의 실시간 검색어를 다 제치고 1위로 올라오는 듯 갑자기 떠오른다.
그렇다. 큰일났다.
백수 3년째쯤 정말 크게 느꼈지만 4년을 향해 가는 지금도 항상 느낀다.
내가 원하는게 무엇인가 다시한번 곱씹어본다.
지금은 잉여백수지만 서민적인 작은 꿈이 있었더랬다.
사. 업.
빨리 돈을 모아서 서른이 되면 내 가게를 차려, 사업을 하겠다는
이십대 초반 꼬꼬마의 꿈이 서른하나를 바라보는 지금에도 변함이 없는건,
그게 정말 내 꿈인지, 거의 대부분의 남자들이 꿈꾸는 이상향인지
사실은 나도 지금 헷갈린다.
12시 30분.
집안 문을 연다. 부모님이 주무시니까 까치발로 소리가 나지 않게 방까지 걸어간다.
pc전원을 켜고, 다시 담배 한가치를 다시 물고 아까 그 생각을 다시 해본다.
거의 매일 드는 생각이니만큼, 면역이 되었지만 그래도 좀 우울하다.
갑자기 친구놈이 자기회사 올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던게 생각이 난다.
월급은 120정도. 버스 두 번 타야하는 거리에 위치한 회사다.
'아무 일이나 해볼까?'
'일단 시작이나 해볼까?'
하는 생각은 2만번쯤 해본것같다.
눈을 낮춘다지만 120은 너무했다며 다시 접어두지만
마음 한켠으로는 그 회사의 항상 결원을 바라고 있긴 하다.
메일을 확인하고, 인사담당자가 내 이력서를 열람했는지 한 번 본다.
몇군데는 봤고 한두군데는 인사담당자가 일을 뻘로 하는지
내 이력서를 보지 않았다. 망할-_-
노냐? 응? 노냐? 응?
1시.
잠이 오지 않는다. '보통사람' 의 10시에 해당하는 시간인것 같다.
와우를 다시 틀어버린다. 확인하지 않아도 잘 있었을 내 캐릭을 보고 잠깐 멍때린다.
이러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하면서도 종료시킬 수 없다.
바보다.
2시.
내일은 조금 일찍 일어나서 조금 더 긴 하루를 살아보겠다며
일찍(?) 잠을 청해본다.
이불을 덮는순간 다시 오만 잡생각이 든다.
내일도 분명 똑같을 하루일거고, 그걸 알면서도 변하지 않을거다.
단지 취업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회사에 이력서를 넣어놨다는 생각에
자신을 달래어 본다. 좋은 일자리 구할거라고. 백수생활은 조만간 끝일거라고.
그치만 난 알고있다.
회사에서 먼저 콜? 하는 경우도 별로 없었고.
콜? 했을때 나도 콜! 하는 경우도 백수 생활동안 없었다.
나만 콜을 외친 경우야 다반사다.
고로, 내일도 똑같을거다. 젠장.
자기전에 폰을 만지작 거린다. 그러다 아침에 온 문자를 우연히 발견한다.
고객센터에서 미납으로 내 폰을 정지 시키겠단다.
망할.
휴대폰 요금 낼 돈도 없는데-_ -;;
당장 알바를 해야될것인가,
알바는 잠시 미뤄두고 직장을 찾을것인가,
두가지 생각이 교차하면서 한쪽씩 내 팔을 잡고 날 꿈나라로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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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평범한 하루인데,
이건 뭐 일기도 아니고-_- 막글이네요 막글
한심하게도 이러고 있습니다. 당장 알바라도 해야될 것 같은데
알바 하다보면 일자리를 못 구할것같고.. 그러다보면 무직상태가 길어질것같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네요.
백수, 백조 여러분
모두 힘 냅시다.
(급 마무리?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