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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돌아가시려고 해요.

각오. |2011.05.07 00:00
조회 42,971 |추천 709

긴 글이 될 것 같네요.

 

 

제가 초등학교 2학년때 아버지와 엄마는 이혼을 하셨어요.

이유를 말하자면 아버지가 바람을 폈기 때문이죠.

 

엄마는 아버지를 끝까지 잡으시면서 제발 이혼만은 하지 말아달라고

자기는 괜찮은데 아이들이 받을 상처는 생각하지 않나고

아직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커가면서 받을 상처들을 생각해달라고

 마지막까지 울면서 빌었어요.

아버지는 그런 엄마를 이혼을 안 해준다면서 집안을 다 뒤집어 놓으셨죠.

 

저는 어렸을 적을 잘 기억하지 못해요.

기억해봤자 안 좋은 기억만 있으니까 제 자신이 지워버린것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몇몇가지 떠오르는 것들이 있어요.

 

붙잡고 매달리는 엄마를 아버지가 발로차고 머리채를 휘어잡고 흔드는 모습.

무서워서 방안에서 웅크리고 있던 내 모습.

피아노 학원에서 칭찬받은 이야기를 엄마한테 해주려고 집 계단을 오르는데 떨어져있던 빨간 핏방울들의 모습.

 

결국 엄마는 아버지와 이혼을 하셨어요.

 

엄마는 크게 앓으셨어요.

그리고 원래 간염이 있으시던 엄마는 간경화와 당뇨라는 병을 얻으셨어요.

 

오빠는 자꾸 삐뚫어져 나갔어요.

많이 삐뚫어진건 아니지만 컴퓨터 게임에 빠져들었어요.

엄마는 그런 오빠를 보면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라서 하지말라고 말렸고

오빠는 그래도 했어요.

 

엄마와 오빠는 많이 싸웠어요.

 

엄마는 간암 판정을 받으셨어요.

 

중학생이던 오빠와 저는 아직 초기라니까 괜찮다고 생각했고 엄마도 괜찮다고 했어요.

 

엄마는 남자친구가 생겼어요.

그분은 저와 엄마를 끔찍히도 예뻐하셨어요.

오빠도 물론 예뻐했지만 엄마와 저를 정말 예뻐하셨어요.

 

행복했어요.

 

어렸을적을 잘 기억못하는 저는 아빠라는 존재가 굉장히 낯설었지만 그래도 간질간질거리는 그 기분이 행복이란걸 알았어요.

 

오빠는 군대를 갔고 정신을 차리고 말뚝을 박았어요.

 

하지만 엄마의 몸은 더 안좋아지셨어요.

 

간암 치료약이 새로 나왔어요.

엄마는 그걸 드셨어요.

많이 센 약이라 그런지 부작용이 많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엄마는 손발에 물집이 잡히고 머리가 빠지고 복통과 두통을 견뎌가시면서 그 약을 드셨어요.

 

그리고 CT를 찍었어요.

암은 폐로 전이가 됐어요.

색전술을 했어요.

호전되는 것 같았지만,

암은 온몸으로 전이가 됐어요.

복수가 차오르고 피부는 노랗게 변해가셨어요.

의사가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어요.

 

많이 울었어요.

 

엄마는 남자친구에게 알리지 말라고 하셨어요.

 

엄마는 흐린 의식으로 어제 집으로 가는 저에게 말을 건냈어요.

"아프지말고, 각오하고 있어."

 

그리고 오늘 저는 병원에 갔어요.

 

오빠의 눈가가 붉었어요.

이모와 삼촌도 눈가가 붉었어요.

 

그리고 엄마가 누워있었어요.

 

복수가 가득차고 수많은 붉은 혈전이 배에 퍼져있었어요.

엄마의 눈은 핏줄이 터져 붉었어요.

의식이 없었어요.

 

간에서 해독되지 못한 독들이 엄마의 뇌로 올라가서 간성혼수를 일으켰대요.

 

오빠는 저를 안아주면서 말했어요.

이제 진짜 각오해야한다고.

 

 

 

*

 

저는 이제 고등학교 3학년입니다.

엄마 곁에 붙어있고 싶은데 고3이라는 저의 또다른 이름이 허락하질 않네요.

학교아이들에게는 웃고 다니면서 매일 밤 울면서 부은 눈을 숨깁니다.

내일 학교에 가서 담임 선생님께 말씀드려야겠죠.

 

*

 

부디

울지 않기를.

 

내가 견딜수 있기를.

이겨내기를.

 

엄마,

 

각오할게요.

 

엄마.

 

추천수709
반대수14
베플|2011.05.07 20:48
어머니들은 강하다고들 하시잖아요 힘내요 꼭 잘될거에요
베플..|2011.05.07 15:11
저의 아빠도 위암 말기 이십니다.. 항암 주사 6번 맞으셨고 요번에 항암제가 안들었는지 복수가 찼습니다.지금 다시 병원에 입원중입니다. 항암제를 바꿔 다시 항암 준비중이신데 어제 아빠가 그런말을 하더군요 항암 맞다 죽겠다고.차라리 죽는게 낫겠다고, 암 환자는 선택이 없습니다. 집에서 요양을 할수도, 그렇다고 항암을 받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아빠에게 힘네라는 말밖에 할수없는 제가 원망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글쓴이 분과 제가 비슷한 상황인거 같아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도 19입니다. 대학포기하고 지금 바로 돈벌기위해 자격증 따고 있고요 같이 참고 이겨 내요..
베플아..|2011.05.07 21:29
고1인데요.저희엄마도 대변검사를 했는데 대장암 아니면 용종일수도 있으니11일날 정밀검사하기로했어요.. 저희엄마가 암이 아니기를..그리고 글쓴이 어머니분이꼭 사실수 있기를 1분만 기도해 주세요..부탁합니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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