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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톡되면有)90kg 뚱녀, 이런 저를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4년 되가는 외국인 남친이 있어요

jojobi |2011.05.08 08:51
조회 5,245 |추천 15
안녕하세요 어릴때 가족과 미국에 이민와서 살고있는 미국나이로 20살 여자입니다.부모님께서 한국인은 한국어를 알아야 한다며 한국 신문과 책을 통해서 한국을 접해왔지만, 그래도 저의 문법은 한국에서 자라고 한국 학교에서 국어를 배운 여러분보다 부족합니다. 무시하시지 마시고 고쳐주세요. 네이트 판을 보면서 '나 뚱뚱한 여잔데 훈남 남친있다~' 라는 글을 많이 봐왔어요. 그래서 한국에서는 뚱뚱한 여자들은 연애도 힘들게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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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고등학교 때 까지는 집에서 한식을 먹고 자란 덕에 그렇게 비만...은 아니였어요. 고등학교때 한 65키로 까지 간 적은 있었지만요. 하지만 미국 고등학교의 꽃 이라는 prom party 가 다가오자 엄마가 너도 이쁜 드레스는 한번 입어봐야 하지 않겠냐-시며 혹독한 다이어트와 운동을 시키신 끝에, 한달안에 50키로로 내려갔어요. 
그 시점에 한국에서 유학온 오빠와 사귀기 시작했고, 한국의 최신 문화에 대해서는 그 오빠에게 배웠어요.그 오빠는 자상했지만 제 생김새 와 옷차림에 대해 많이 신경쓰는 듯 했고,제가 2키로가 쪄서 남모르게 스트레스 받고 있을때, 그 오빠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야~ 너 이러다가 돼지 되겠다 돼지. 너 그렇게 뚱뚱해지면 나 쪽팔려서 너랑 같이 못다닌다! 그러니까 니가 알아서 관리해라" 라고 하곤 했어요.그오빠는 저에게 '여자가~' '자고로 여자는 말이야...' 이런 식으로 자신의 관념이 모든 한국사람들의 관념 인듯 저에게 제 자신을 저에게 맞추도록 강요했고, 저는 그럴 수록 제 자신을 잃고 '한국인이 되려면 이렇게까지 내 자신을 낮추고 밟아야 한다니, 나는 더이상 한국인이 아닌걸까?' 라고 수없이 질문을 했어요. 그럴때마다 그 오빠는 '여자는 날씬하기만 하면 돼. 공부 안해도 결혼해 줄 한국남자 수두룩해. 안그럼 너 돼지같이 살찌면 뭐, 누가 결혼이라도 해주겠냐?" 라는 위로아닌 위로를 해줄 뿐이었어요.
그 오빠는 저에게서 멀리 있는 대학교에 갔고, 둘 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서로에게 연락이 소원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오빠가 저에게 전화 해서 그만 하자고 말 했습니다. 함께 하기에는 너무 먼 곳으로 갔고, 자신도 다른 이쁜 여자애들이 주위에 생기니까 눈 안돌릴 자신 없다고....
그런데 그때 저와 대학교에서 만나자마자 친해졌던 미국남자아이가 있었어요제가 남자친구와 헤어져서 슬퍼할때 옆에 와서 말없이 위로해주던...이 애는 제가 좋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전 남자친구를 잊을때까지 옆에서 기다려주겠다고 했어요.이렇게 더더욱 친해지면서, 저도 이 애를 좋아하게 됐고, 몇달후 사귀자고 할때 저는 yes 라고 할 수 밖에 없었어요. 비록 다른애들이 '대학교에서 만나는 거는 얼마 안가. 얼마 안가서 깨질걸?' 이라고 해도, 그냥 좋았으니까요.
그래서 저희 둘은 사귀게 됐고, 이제 10월이면 4년이네요. 맨 처음에 만났을 때 저는 사교성 좋고 활발하며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그때만 해도 55키로 정도? 였어요.그런데 이 애랑 만나면서 너무 편하고 잘 해줘서 그런지 저는 갈수록 몸무게가 늘어, 현재 90키로에 육박하게 됐어요. 갈수록 주눅만 늘고, 피해망상이 잔뜩 생기고, '아 쟤네가 나를 파티에 안부르는거는 내가 뚱뚱해서 그런가보다' 이런 생각이 들고, 사진을 찍을 때 마다, 자신있게 맨 앞에 자리를 차지하고 친구들을 부둥켜안던 저는, 어느새 사진 맨 뒤 구석에 거무튀튀한 옷을 입고 침울한 표정으로 어깨를 움추리고 찍히는 애가 되어있었어요. 친구들과 놀 때도 '그래, 성격 좋다는 얘기라도 들어야지' 라는 생각으로 개그캐릭터가 되었구요. 
언제나 나를 괴롭히던 생각은 '이 애도 전 남자친구처럼 내가 챙피하겠지. 얘도 언젠가 떠날거야.' 라고, 언제나 얘가 저를 떠날 것을 생각하고 마음속으로 준비했어요.하지만 이 애는 제가 언젠가 퉁명스럽게 '내가 살쪄서, 챙피해서 그런거지?' 라고 툭 말을 던졌을때, 가만히 저를 껴안고 '맨 처음에는 니가 웃는 얼굴이 너무 예뻐서 반했어. 난 있지, 너보다 이쁜애들은 많이 봤지만, 너처럼 웃는 얼굴이 환한 애는 처음인것 같아' 라고 (오글오글하지만 진짜로 이렇게 말했답니다 ^^;;) 그리고는 '그래, 너는 내가 맨 처음에 만났을 때보다 살이 쪘어. 하지만 살은 시간을 갖고 빼면 빠지는거고, 내가 널 도와줄 수 있어. 처음에는 니 모습에 끌렸지만, 너를 알게 된 후로는 니 마음에 반해서, 살찌고 뭐고, 너는 예전에 처음 만났던 그대로야.'라고 해줬어요. (손발 피세요 ^^;;) 이렇게 말해줬을때, 펑펑 울수밖에 없었네요. 제 마음속에 피해망상이 미안해질 정도 였어요.
저와 다니면서 한국어를 많이 익혀서 그런지, 왠만한 대화 다 알아듣고 말 할 수도 있는 정도인데,주위에 있는 한국 유학생분들- 그렇게 대놓고 수군대는거 아니예요. 다 들리거든요 ^^그 애랑 손잡고 밖에 나가면 외국인들은 그냥 뭐 지나치지만 한국 학생들....남자가 아깝다느니, 저를 위아래로 훑어보시고 뒤로 지나가서도 고개돌려 빤히 쳐다보는 시선....정말 버거워요. 그럴때마다 남자친구는 주눅들어 움추러드는 제 손을 꽉 잡고 '니가 쟤네들 화장 떡칠한거보다 훨씬 더 이쁘니까 어깨펴' 라고 하고 품에 꽉 안아줘요. 사라졌던 자신감을 이 아이덕분에 그나마 많이 되찾은 것 같아요. 물론, 자신감을 자신이 아닌 타인에 의해 되찾는거는 장기적인 회복이 아닌 걸 알아요. 자신의 가치는 남에 의해 결정 되는게 아니라는걸... 남이 이쁘다고 부추겨서 마음이 풍선같이 부풀면, 그 풍선은 거울을 보는 순간 터질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아니야 넌 안이뻐' 라는 알량한 말 하나 때문에 터질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자신을 사랑해주고 좋은점은 좋은점으로 인정해 칭찬해주고 나쁜점은 나쁜점이다 라고 충고해줄수있는 사람들을 만나야지 그 울타리 속에서 자신감을 구축하고 자신의 가치를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건 제 생각일 뿐 이예요. 턱없이 부족한 제가 감히 누구를 가르치려고 들겠어요)
고등학교에서 월반을 한 터라, 미국나이로 16살에 대학교에 들어왔어요. 그래서 이번에 저보다 나이가 두살 많은 남자친구와 대학교를 함께 졸업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얘가 갑자기 말하는게, 자기가 지금까지 몇년동안 여름마다 알바해서 모아둔 돈이 있대요. 그 돈으로 이번에 대학원 들어가기 전에 저와 단 둘이 한국에 몇개월 여행갔다오자고 하네요. 그래서 저 이번에 한국가요! 이제 공부도 다 끝났고 하니, 건강을 위해서라도 운동도 하고 다이어트도 해서 이쁜 모습으로 한국 갈께요.만약에 다이어트에 실패해서 가더라도, 저희 둘을 길거리에서 마주치시면 아는척 해주세요!
사진은 (그럴리는 없겠지만) 톡 되면 올릴께요. 저희 학교에 한국 학생분들이 볼까 ;ㅅ;
원하시는 분들 있으면 저희 연애 에피소드도 올려드릴께요 ;;

언니 오빠 동생들 많이 부족한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수15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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