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와 만난지 100일째 되는 즈음에 올린 글이
요즘 뒤늦게 사랑해주셔서 300일이 가까워 지는 지금 3탄을 올리게 되네요.
그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동안 둘이 싸운적은 정말 정말 없었어요.
제가 삐져있음.
우리 까꽁이, 왜 또 삐졌니? 하고 애교로 무마 무마.
요즘 절실히 느끼는 거지만 오빠는 한국인인 저를 위해
거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딱히 여기에 에피소드를 풀어놓기엔 1,2탄에 비하면 충분하진 않지만
그래도 하나 하나 풀어볼게요 ㅎ
오늘은 제 남동생이 상하이에 왔었을 때 일을 위주로. 해보겠습니다.
1.첫만남.
매주말마다 데이트 코스라고는 쇼핑이 전부인 우리.
아침 10시에 만나서 집에 11시 넘어 들어오는 일이 반복되는 가운데 하루는 내 남동생님이
친히 상하이에 오셨었음.
아직 집에 비밀연애중이지만, 내 동생에게 쿨하게 소개시켜 주었고,
소심한 우리는 첫 날, 누나를 많이 도와주는 중국 남자 형아 라고만 소개시켜줬었음.
우린 더 신나게 싸질러 댕겼고,
그날 밤 내 동생님이 던진 말
"사귀려면 사귀어. 난 찬성이야"
짜식. 이쁜 것.
여기까진 좋았는데 약 2주 동안 내 동생님은 오빠님과 신나게 내 뒷담화를 까시며
급속도로 가까워짐....
2.
내 동생님은 좀 귀여움. 남자애지만 깨방정 웃음소리가 매력적인 유머덩어리임.
그리고 멋쟁이 돋아 하고 싶어하지만
의외로 소심하면서도 자기주관이 뚜렷함.
그래도 외쿡 오면서 신경쓰고 올줄 알았는데
정말 자기만의 세계를 갖고 신경쓰고 오셨음.
혹시나 싶어, 그래도 그동안 사서 보내준 옷이라도 가져왔겠지 싶어
트렁크를 열어보았지만
그 속엔..... 속옷 두장만 들어있었음.
자상하시고 현명하신 우리 어머니가 다정하게 한마디 하셨다고함
"누나가 다 해줄거야. 걱정하지마"
카메라를 사기위해 미친듯이 돈을 모아놓아 돈은 있엇던 나는 식겁.
그러나 금 저 몰골을 오빠님에게 보여주면
"넌 누구? 내가 아는 누구처럼 한족 돋는데?" 라고 할까봐
그동안 모아둔 돈을 들고 주구장창 꾸며드림.
아시다시피 오빠와 나님은 정말 대단한 쇼핑 매니아들임. 주위 사람들이 함께 다니다가 지쳐 포기할정도로 우리는 패션에 대해서는 무한 체력임.
정말 난 나와 다녀서 나보다 더 쌩썡한 남자는 이남자가 처음임. 앞으로도 없을거라고 느껴짐.
1차로 갭 매장서 코트 두벌, 셔츠, 바지, 티셔츠, 장갑 등등 휩쓸고, 유니클로가서 히트퉥 사 입히고, 구두에 모자까지 사드렸지만 내 동생님의 무한 멋남욕구는 멈추실 줄 모르셨음...
그 종착지는 중국여행의 꽃 짝퉁시장이었음.
나는 개인적으로 오빠님이 짝퉁시장에서 살아남는 법을 보는것을 좋아함.
1. 일단 맘에 드는 물건이 있음 그곳을 지나감.
2. 다른데를 둘러보는 척 하고 다시 그곳을 감.
3. 얼마냐고 물어봄.
4. 아무리 합리적인 가격을 대도 돌아섬.
5. 돌아설때마다 주인들은 가격을 내림.
6. 만약 2만원을 불렀다면 오빠는 주인 목소리가 희미해질때쯤 돌아서 만원까지 내려간 가격을 무시하고 씨익 웃으며 3천원을 부름.
7. 아쉬운 자가 승리한다고 오빠는 그걸 결국 3천원에 삼.
목소리가 희미해질때쯤이면, 오빠 목소리도 희미해지기 때문에 손가락으로 가격을 흥정하는데
나는 그 당당함을 사랑함. 생활력 있어보여! 능력 있어보여! ㅋㅋ
내 동생님은 오빠님의 시계를 탐하셨고 더 돈을 쓴다 못쓴다 실랑이 끝에
우린 짝퉁시장에 와있었음.
오빠는 워낙 잘 아는 사이라 깎지도 못하고, 나는 사기쳐가며 또 반으로 깎은 그 짝퉁시계 하나에
내 동생님은 만족하셨음.
빤쓰 한장만 빼고 다 새단장하신 내 동생님은 행복해하셨음.
3. 잔고가 비어가는 내 마음은 허전하지만 그래도 우린 행복했었음...
그러나 평화는 오래 가지 않았음.
매일같이 고기와 해물타령을 부르는 내 동생님을 먹여살리기 위해
피터지게 근무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그날도 4만원치 장을 보고 배달을 시켰음.
하루종일 집에서 신나게 히타를 틀어대고 빈둥거리던 내 동생님에게
나는 오자마자 아무에게도 문을 열어주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터라
배달 아저씨가 가면 문 열어주라고 전화를 했지만
내 동생님의 에이치티 쒸 스마트 폰은 무음이었음....
오기가 발동한 나는 백번도 더 넘게 전화를 걸었고
공포의 횡단보도에서 일이 난거임..
여긴 사람보다 차가 우선임.
사람이 많기도 하고, 차가 비싸기도하고.
운전매너가 완전 개 또옹쓰러운 한족녀가 날 차로 칠뻔한거임.
화가 머리꼭대기 까지 올란 나는
집에 들어서자 말자 외쳤음.
"너 미친거아냐?!!! 전화를 왜 안받아! 죽을뻔했잖아!!! "
당황한 내 동생은 잠깐 당황하다가
전화 좀 안받은걸 가지고 미친거 아니냐 그랬다며
한국 돌아가겠다고 했음.
난 속으로 고마웠음. 2주간 모아돈 돈이 홀랑 날아가는걸 보며
억척 돋는 나는 아까우던 참이었으니까.
그렇게 잘해줬건만 저렇게 대드는 동생이 한심하고 화가난 나는
더 냉정하게 할말 다 해가며 한편 해달라는 해물라면을 열심히 끓이고 있었고
그러던 와중에 오빠님이 도착하셨음.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보고 오빠님은 동생이 어리니 나를 혼내키려고 하셨지만
나 역시 만만치 않게 독설을 퍼부어대니 당황한 모습이었음.
사실.... 내가 이렇게 못됐게 독하게 진실된 내 모습을 까발려도
이남자 괜찮을까. 가 궁금해서 더 독하게 굴었음.
오빠님은 동생에게 가서 동생을 달래주었고,
내게는 회유와 사과를 권유하며 애써 애써 달래줌.
그날 오빠가 없었음 어떻게 마무리가 되었을지 모르겠음.
어떻게 잘 해줬는지 지금 겨울에 있었던 일이라 기억이 잘 안나는데...
그때 느낀 오빠는 정말 '어른'이었고 '내 사람'이었고 내가 바라볼만한 '내 편'이었음.
그 일 이후 내 동생님은 일주일 뒤 귀국하셨고
아직도 내 동생님과 오빠님은 카톡으로 대화하는 사이임.
둘이 뭔얘기 하는지는 몰라도 큭큭 대는걸 보면
내욕하는거같음.......
+ 나님은 한국사람이 맞고, 옷도 한국에서 사온걸로 입고, 신발도 가방도 그렇게 하는데
한국사람들은 의심함.
한국말을 잘 배운 한족으로 의심함.
교포들은 더함. 내게 중국어로 물어보고 지들끼리 연변말을 쓰며 돌아감.
한족들은 더더더 심함.
어떤 한족들은 내가 한국사람인것을 믿을수가 없다며
한국에서 태어나기만 했겠지.
중국에서 대학을 나왔겠지.
심지어 할아버지가 중국인이겠지. 하고 따라다니며 물어봄.
이목구비가 그냥. 한족처럼 생겼다고 함.
오빠 사촌 누나한테 인사했을때도 그랬음.
날.. 심양 사람으로 알고 당연히 한족으로 알고 있었음.
한 두어번 밥먹고 나서 내가 한국사람인걸 알고 깜짝 놀라함.
나님 서럽고 억울함 ㅠㅠ
그래서, 한번은 한족들은 피부도 좋고, 몸매도 장난 아닌데 나는 아닌데도 왜 한족으로 보느냐? 하고
쪼금 희망을 섞어 물어보았음.
그들은 내게.
"물론 넌 아니야. 근데 넌 한족같아" 라고 해줌. 쒯!![]()
오빠는 앞으로 erp 배워 더 좋은 것을 해주겠다고 3개월간 기숙학원에 들어갈 예정이에요.
제가 뭐 이쁘다, 갖고 싶다 할때마다 사주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 미안하다며
디자인 하는 틈틈히 시간 아껴 영어공부하고, erp 공부하는걸 보면 가슴이 찡. 합니다.
6월에 들어갈 예정인데 지금 회사에서 놔주질 않아서
저도 저 역시 제 나름의 일을 해나가고, 학원 다니면서 정신이 없네요.
사귈때의 두근거림, 풋풋함은 사라졌지만
하루한번씩 사랑해! 하고 뽀뽀하는 일만큼은 잊지 않고 있는 저희.
더 지켜봐주세요!
더 여유를 갖고 더 재미있는 글 올려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래도 응원해주시면 정말 재밌는 에피소드만 갖고 4탄으로 돌아오겠습니다!
1탄하고 2탄은 더 재미나요 // ㅁ//
+ 그날 동생놈의 다이어리를 추가합니다.
전 이거읽고 사무실서 빵 터졌거든요ㅋㅋㅋ
오늘의 가장 익스트림한 경험ㅋㅋㅋㅋㅋ
오늘의 목표는 상해박물관이었다.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한다는
소문에 잘차려입고 인민광장으로 갔다. 10호선에서 2호선으로
잘 갈아타고 모든것은 계획대로.
조금 헤맸지만 드디어 상해박물관 앞에 도착!
들어갈려고 하는 찰나에 중국인 여자 두명이 사진을 찍어달라며
사진기를 내민다. 사진기는 니콘 D7000 어찌나 반딱반딱 하든지
감히 만질수가 없을정도. 아무튼 빨리 찍어주고 가려고 하는데
어느나라 사람이냐고 묻는다. 중국어로 한국인이라고 말해줬다.
발음이 굉장히 좋아서 중국인인줄 알았단다. 기분 좋아져쓰.
그러더니 자기는 중국국대체조선수이고 옆 친구는 푸동에서
일을 하고 있단다. 자기들은 방금 박물관을 다 보고 나왔는데
근처에서 하는 중국차(먹는차) 축제가 있어서 그리로 갈꺼란다.
같이 가겠냐고 묻는다. 좋지 콜.
따라갔다. 가면서 우리는 글로벌 젊은이들 답게 영어로 이준기
송중기 이민호 하여튼 한국에 잘생긴남자얘기는 다 했다.
아 이순재도 좋다고 했다.
아무튼 따라가는데 영 심상치 않다. 누나한테 전화를 했다.
누나가 도망치란다. 응?
따라가면 카메라하고 지갑하고 핸드폰 털린단다.
전화하는 와중에 얘네를 쳐다보니 눈빛이 심상치 않아진다.
해맑게 웃어주고 거리를 벌렸다. 천천히 따라가는데
건물이 심상찮다. 슬럼가 같다. 짝퉁시장 느낌이다.
도저히 축제라고는 열릴꺼 같지 않다.
열릴만한 축제는 식육제 정도 일까..
아무튼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걔네가 올라간 틈을 타 재빠르게 에스컬레이터에서
역주행!!
도망쳤다. 익스트림했다.
도망치는데 자꾸 웃음이 났다ㅋㅋㅋㅋㅋㅋㅋ
쓰는 지금도 웃고 있다. 재밌었다ㅋㅋㅋ
아무튼 어릴때 아무나 따라가면 안된다고 했던
어머니 말씀이 생각났다.
오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