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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오빠들서른두번째이야기야◀

뚱뇨 |2011.05.12 15:19
조회 5,549 |추천 62

오늘도 이러다가 밤까지 숙제하는건 아닐까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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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비디오 좀 빌려보려고 AV코너에 들어가서

한참을 고르고 있는데 4세 정도의 작은 사내 아이가 혼자 들어 왔다.
아무래도 엄마를 찾고 있는 것 같길래 몇번이나

꼬마야, 엄마는 어디 계시니? 라고 물었지만 대답이 없었다.

'엄마가 이런 코너에 있을리가 없지.'
나는 아이에게 신경을 끊고, 비디오를 계속 골랐다.

한참이 지나도 그 아이가 계속 돌아다니길래,

정서교육에도 좋지 않다싶어 내쫓으려고 아이한테 다가갔는데

무려! 유부녀 AV를 집어 보고 있었다.

'겉에 야한 사진도 나와있는데 저런 걸 막 보고.. 괜찮을까.'

너무 당당하게 보니까, 오히려 뭐라고 할 수 없는 상황.

그 때 AV를 보고 있던 그 아이가,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린 한마디.

 

 

 

 

 

 

 

 

 

 

 

 

"엄마 찾았다"

 

 

*

 

 

<실화임>

 

 

무슨 개인적인 일 때문에 3교시때 조퇴를 했어 (난참고로 고1)

버스정류장으로 터벅터벅 갔지.

 

한손에는 파리바게트에서 파는 소시지 핫도그르 들고 (젤사랑함)

버스정류장으로 갔는데

 

교회홍보하는것 같은아줌마 2명이랑

엠피듣고있는 20대로보이는남자. 그리고 원피스입은 여자한명.

빈장바구니를 들고있는 아줌마 2명이 있었어.

 

뭐 별로 놀라운 광경도 아니고 그냥 흘깃보고 앉았찌.

 

아니나다를까 고회 홍보하는 아줌마 2명이 나한테 말을 거는거야

학생교회다녀? 라고가볍게시작하고

 

왜안나가냐 우리교회에 고등학생들많다

이러다가 냉커피를 마시래

 

근데내가어제 핫이슈 방에서 인신매매글을봤꺼든?

뭔가괜히먹기가 찝찝해지는거야

 

일단받고 냉커피를 유심히보면서

조용히 생각하는데 순간 그런생각이드는거야

지금이버스정류장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한패거리고 지금 나를 인신매매하는거라면?

이런생각이드는거야.

 

별생각 다하네 하면서도 반대편 도로를 봤지. 그냥 승용차만 있더라고. 그래도 내가 A형 인지라 한번 떠보는심정으로

냉커피를 바닥에 부었어.

근데 교회아줌마 2명이 당황을하는거야. 근데 이건

갑자기 받은아이가 커피를부었으니 당황할수있다고 생각하고

좀더과감하게 하기로했어.

 

교회아줌마 둘이서 요즘 세상이 흉흉하네 이런얘기를 하더라고.

얼마전에 우리 학교 근처 똥강에서 시체가 나왔거든.

"학생도 조심해 요즘 세상이무서워. 아무도 믿으면안돼"

"저승용차도 의심해야 하는건가.."

혼자그냥중얼거렸는데 아줌마 2명이랑 앞에 서있는 여자가 움찔하는거야 진짜 설마설마 하면서 또한번 날렸어.

 

"요즘 인신매매도 장난 아니더라고요"

"그렇지..."

"학생 커피쏟은 것 같은데 더 마셔"

"아줌마는 왜 안드세요?"

진짜 대화만 보면 내가 이상해 보이는데

 

저러니까 진심 아줌마 2명표정이 사색이 되더라고.

초보거나 고용된 사람인가봐. 아줌마한테 커피를 들이댔어

안먹더라고. 그래서 이번에는 미친척하고

엠피듣고잇는 남자한테 권햇는데 엄청 당황하더라고

 

거기가 종점 다음정거장이라서 그런지 버스가 5분동안 서있느라

오지를 않더라고. 그래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마지막 확인차

장바구니 들고있는 아줌마 2명옆에섯다? 허..내두팔을잡는거야

 

젠장 평일인데다 시간도 시간이고 우리동네주위엔 다 학교뿐이라서

사람이 아무도 없는거야. 내가완전세게 뿌리쳣어.

근데 힘이 얼마나 센지 안풀리더라고.

그때 반대도로에 승용차 문이 열리더라고.

나를 태울작정인가봐.

순간정말 생존본능으로 남자는 거기를치는데

여자는 어디를쳐야할지 모르겠는거야

정말 아무런생각없이 가슴을쳤는데

 

아줌마 두명이 너무아픈지 무너지더라고 그 상태에서

버스가 오는거야.

진심 그때는 버스도 믿지 못하겠더라고. 그래도 일단 택시도

안보이고 조카 달려서 버스를 탔어. 다행이 그 누구도 쫒아오지

않았고...

 

진짜 설마설마 했는데 저 앞 승용차랑 지금 이 버스정류장에

있는 사람들이 한패거리 인거 같더라고

진짜 무서운게 이제는 사람들이 똑똑해져서

웬만한 상황 다 파악하고 대처하니까 완전 일상처럼

자연스러운 상황을 만드는거잖아..

 

내가 그냥 그 냉커피마시고 아무런 의심없이

그 주위사람들을 의식 안했으면 난 지금쯤

거꾸로 매달려서 피쏠리고 있겠지.

 

언니들조심해.

 

이제는 하다하다못해 완전 일상상황극까지 만들어버리잔아.

그리고 봉고차도 아니고 이제는 승용차라니..

자작아니니까 조심해

진심요즘은 호신기구는 필수 그냥밖에서는 긴장상태로 있어야하나봐

 

 

*

 

 

너무 무서운이야기만있어 감정매말르면안되니까

 

나한테는 두 다리가 없는 형이 하나 있었다. 형이라고 부르기에도 상당히 부끄러운, 내 인생에 있어서

도움은커녕 짐밖에 되지 않는 못난 형. 온몸을 방바닥에 문대며 두 팔로 기어가는,

혼자서는 화장실변기에 앉지도 못하는, 그렇게 자기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면서 항상 형 노릇을 하려는

못난 형이 있었다.










어렸을 때는 형이 있다는 사실이 마냥 좋았다. 항상 내 옆에서 같이 TV를 보고, 밥도 같이 먹고,

잠도 같이 자고. 같이 나가서 뛰어 놀 수만 없었을 뿐이지, 그 외의 다른 모든 것들을 형과 함께 했고,

그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했다. 비록 다른 형제들처럼 손잡고 함께 학교에 가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지만,

형은 어머니의 등에 업혀 특수학교에 갈 때마다 혼자서 학교에 가는 내 걱정에 항상 이렇게 말하곤 했다.





“차 조심하고, 누가 괴롭히면 형한테 말해. 형이 꼭 지켜줄게.”











그런 형이 작아 보이기 시작한 건 중학교를 들어가고서 부터였다.

물론 덩치는 형이 다리가 없어서 나보다 항상 작았지만 형의 존재가 작게 느껴진 건 그 때부터였다.

중학교 2학년 때, 우연히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친구랑 같은 반이 되었다.

그리고 그 때 알았다.

다른 사람들이 장애인을 어떻게 대하는지. 같은 반 친구들은 장애를 가진 친구가 엉뚱한 짓을 할 때마다

친구를 도와주기는커녕 장애인이라고 무시하며, 빙 둘러싸고 욕을 하고, 심지어는 때리기까지 했다.

그리고 선생님은 그 사실을 버젓이 알면서도 항상 주의만 주고 끝냈다.

그렇게 반 친구들의 괴롭힘이 계속되자 학기가 끝나기 전에 그 장애를 가진 친구는 견디지 못하고

전학을 갔다. 하지만 전학을 갔어도 소용없을 것이다.

특수학교에 가지 않는 한 일반학생과 다르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그나마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비교적 양심이 있던 그 시절의 나는 장애를 가진 친구가

괴롭힘을 당할 때마다 형이 생각나서 도와주려고 했지만,

분위기, 장애를 가진 친구를 놀림감으로 여기는 분위기에 휩쓸려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식으로 장애인에 대한 관념이 머릿속에 잡혀버린 나는 장애인 형을 가지고 있다는 게

점점 창피해지기 시작했다. 학창시절 내내 집으로 친구들을 초대하지 않은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

형이 창피해서.

하지만 형은 내 생각도 모르고 항상 친구들 좀 집으로 초대하라고 그랬다.





“진수야, 너는 친구도 없냐? 집에 친구들 좀 데려와, 같이 놀게”





형이 그렇게 말할 때마다 나는 친한 친구가 별로 없다고 둘러댔다.





“아, 내가 아직 친한 친구가 없어”





“그래? 너 혹시 왕따야?”





“그런 건 아니야”





“누가 너 따돌리면 말해. 형이 꼭 지켜줄게”





형이 그럴 때마다 형이 조금씩 미워졌다.

모든 게 형 때문인데 내 마음도 모르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고등학교에 들어간 나는 형이 본격적으로 싫어졌다.

순전히 형의 장애 때문에 형이 싫어진 것은 아니었다. 사실 형을 증오하는 마음을 키운 것은

내게 많은 것을 요구하시는 부모님의 탓이 컸다.

내게는 시간이 필요했다. 나를 위한 나만의 시간이.

고등학교에 들어서면서부터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절실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언제나 내게 형의 수발을 들라고 하시면서 강제로 나의 시간을 빼앗으셨다.

고작 지 몸뚱이 하나 제대로 못 가누는 병신 때문에 나는 번번이 내 자신을 억누르고 참아야했다.

한 번은 그런 내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형이 말했다.





“나가도 좋아, 나는 괜찮으니까 하고 싶은 거 하고 와라. 엄마가 뭐라고 하면 형이 꼭 지켜줄게. 걱정 말고 다녀와”





왠지 선심을 쓰듯이 말하는 형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너무나 고마웠다.

나는 그렇게 형을 믿고 나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처음으로 아버지한테 싸대기를 맞았다.

아버지는 내게 실망을 하셨다며 나를 때리셨고,

어머니는 방바닥에 똥을 싸지른 형을 씻기느라 나는 신경 쓰지도 않으셨다.





‘지켜줘? 누가 누구를 지켜줘? 똥오줌도 못 가리는 병신주제에’





그 날 나는 아버지에게 맞은 뺨을 눈물로 쓸어내리며 잠들었다.

한참을 자고 있는데 내 배 위에 누가 앉아 있는 것 같은 답답함에 눈이 떠졌다.

눈을 뜨자 내 배위에 어떤 사람의 등짝이 보였다.

그 사람은 내 배 위에 눌러 앉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나는 답답해서 그 사람을 떨쳐내려고 했지만 그 사람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포기하려고 하는데 그 사람이 나를 돌아봤다.

형이 웃고 있었다.





“으악!!!”





내 생에 가장 끔찍하고 더러운 악몽이었다.










그 날 이후우리 집에는 휴대용 변기가 생겼고, 나는 그 변기를 닦고, 처리하는 일을 도맡았다.

고등학생인 내게 형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쓰는 것은 너무나 곤욕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했다.

만약 내가 어른이 되어도 형이 내 곁에 있다면?










내가 성인이 돼서 독립을 하더라도, 형이 내 발목을 잡는다는 것은 안 봐도 뻔했다.

그래서 나는 형을 죽어야 할 사람으로 취급하고 막대하기 시작했다.

형이 알아서, 눈치껏 떠나주기를 바랬다.

내가 형을 막 대하는 태도에 어머니는 형이 불쌍하지도 않느냐고 하시지만,

그것은 어머니께서 스스로를 옭매는 사슬이었다.

장애인 아들을 낳은 어머니의 죄책감이라는 끊어지지 않는 사슬.

사실 어머니는 불쌍한 여자다.

누구보다 형에게 얽매인 삶을 사셨으니.





‘신발, 망할 놈의 형, 너만 없으면 모두가 행복해질 텐데.’





그리고 나는 오늘 계획을 세웠다.

그 망할 새끼를 패주기로.

어머니와 아버지가 모두 일하러 나가신 오늘.

나는 형에게 슬며시 다가갔다.

형은 공부를 하는지 종이에 뭔가를 적고 있었다.





“병신이 공부해서 뭐하게?”





나는 형의 머리를 발로 툭툭 차며 말했다. 형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일반사람이랑은 말 섞기가 싫냐?”





나는 발로 치는 강도를 높였다. 있는 힘껏 형의 얼굴을 발로 찼다. 형의 코가 옆으로 꺾이면서

시뻘건 코피가 쏟아졌다. 나는 피를 쏟으며 아파하는 형의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형을 밟았다. 지난 17년 동안 억눌려있던 분노를 폭력이라는 이름으로 마음껏 터뜨렸다.

얼마나 두드려 팼을까? 형의 얼굴은 이미 알아 볼 수 없을 만큼 망가져 있었다.

피범벅이 된 얼굴에는 이미 생기가 보이지 않았다.





“죽었나? 몰라, 될 대로 되라지.”





나는 집밖으로 나왔다.

윗배가 아려오는 불쾌한 고통이 느껴졌다.

너무나도 불쾌한 기분을 씻어내 줄 시원한 바람이 필요했다.

나는 정처 없이 돌아다녔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가까워지자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경찰인가? 신발, 몰라 어쩌라고’





사이렌 소리 너머로 구급차에 실려 가는 누군가가 보였다.

형이었다.

온몸이 터져서 알아볼 수는 없지만 형이었다.

그 때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소리쳤다.





“아이고!! 어쩌면 좋아!! 민수가 자살을 했어!! 자살을!!”










다음날 알았다.

형이 유서를 쓰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는 사실을.

그 때 형은 공부를 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다.

형은 모든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를 위해

방안의 내 죄의 증거인 피를 전부 닦아내고 자신이 모든 것을 끌어안고 뛰어내린 것이었다.

형이 어렸을 때부터 줄곧 하던 말이 떠올랐다.





“형이 꼭 지켜줄게”










윗배가 아려왔다.

그 기분 나쁜 고통.

내 신체의 일부가 떼어져 나가는듯한 아련한 고통.










장례식이 끝나고, 며칠이 흘렀다. 어느 정도 충격에서 깨어나서 회복을 하시던 어머니께서

내게 사진 한 장을 건네셨다. 형과 내가 아기 때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아니, 자세히 말하면 형과 내가 함께 붙어있는 사진이었다.

사진 속의 아기는 두 다리는 서로 공유한 채, 상체만 따로 가지고 있었다.

서로 붙어있는 사진을 보고, 당황한 나를 보며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뒤에 있는 게 진수 너고, 네 윗배에 붙어 있는 게 네 형 민수야. 서로가 꼭 붙들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불쌍한지. 사진봐, 서로의 손을 꼭 쥐고 있지? 엄마는 정말 고민 많이 했어. 둘 다 살리려면 하나가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었어.”





울먹이면서 말을 하시더니, 끝내 어머니는 슬픔에 말을 잇지 못하셨다.

윗배가 아려왔다.

내 신체의 일부가 떼어져 나가는듯한 아련한 고통.











아주 먼 옛날에 따뜻하고 포근한 엄마뱃속에 있을 때, 나는 뒤에서 형을 끌어 안으며 말했다.





“형, 무서워”





형은 조그만 두 손으로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걱정마, 형이 꼭 지켜줄게”

 

 

*

 

 

어떤 젊은 여자가 일광욕을 하다가 깜박잠이 들었는데

턱근처에 무언가가 기어다니는 느낌이 들어

손으로 긁다가 잠에서 깨어났다.

일주일정도 지나자 턱에 작은 여드름 같은

종기같은것이 났는데

그것은 날이 갈수록 점점 커져서 혹처럼 되었다.

그러던중 그녀가 무심코 턱을 좀 강하게 건드리자

종기가 터지면서 그 안에서 수많은 거미새끼들이 기어나왔다.

 

 

*

 

 

“딩동, 딩동,”


초인종 소리가 울린다.

문구멍으로 빼꼼히 내다보니 어리숙하게 생긴 집배원이 문 앞에 서있다.





“등기 왔습니다. 여기 사인 좀.”





언뜻 발송인을 보니 아무개다. 모르는 이름이다.

소포는 사절지 크기의 아담한 것이다.

부피도 작은 게 무슨 책이 들은 것 같다.





“옜소”





문을 닫고 소포를 ‘휙‘ 내 팽겨 친 후, 부산스럽게 방안으로 걸음을 옮긴다.

째깍 째깍 시계초침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한참 일에 몰두하고 있는데, 또다시 초인종 소리가 울린다.





“딩동, 딩동, 딩동,”





귀찮아서 반응을 보이지 않으려는데 집요하게 울려 퍼진다.





“옘병할”





혀를 차며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문구멍으로 빼꼼히 내다본다.

웬 낯선 남자가 문 앞에 서있다.

굵은 뿔태안경이 유난히 어색하게 느껴지는 모습이다.





“지금 바쁩니다. 돌아 가시요.”





나는 문을 열지 않고 고함친다.

본새로 보아 틀림없이 잡상인일거라 단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밖의 남자가 심상찮은 목소리로 간촉한다. ]





“아주 위급한 일입니다. 이문 좀 어서 열어주세요.

선생의 신변에 관한 일입니다.”





” 아 일없다니까.”





남자가 언성을 높이며 재촉한다.





“선생이 오늘 괴한에게 살해 당합니다!”




순간 귀가 ‘솔깃‘한다.




“뭐라?”





“선생이 오늘 이 자택에서 괴한에게 살해 당할거란 말입니다! ”





하도 기가 막혀서 남자의 얼굴을 빼꼼히 주시하게 된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회개 망측한 헛소리를 나불대는 거요?”





“헛소리가 아닙니다. 예견입니다. ”





“예견이라? 지금 나에게 사이비 무당 같은 헛소릴 늘어놓겠단 거요?”




남자가 다짜고짜 문손잡이를 움켜잡고 흔들어댄다.

둔탁한 쇠 소리가 귀청을 따갑게 찔러댄다.





“뭐하는 짓이요?”





“선생이 살해되는 장면을 봤습니다.”





어이가 없는 소리가 연거푸 이어지자 이윽고 할말을 잃게 된다.





“선생이 이 집에서 괴한에게 참혹하게 살해당할거란 말입니다.

바로 오늘 이 시간 이 장소에서...”





“돌아가시오. 허무맹랑한 헛소리 그만 읊어대고.”





정신 나간 미친 작자가 틀림없다고 판단하고 일언지하 등을 보이려는데,

뒤에서 초인종소리가 연거푸 귀청을 찔러댄다.




“딩동, 딩동, 딩동,”





“도대체 당신 왜이렇게 사람을 귀찮게 하는거야? ”





“이 문부터 먼저 열어주시죠. 들어가서 자세한 얘길 드리겠습니다.”





마지못해 문의 걸쇠를 풀어준다.

풀기가 무섭게 다짜고짜 남자가 집안으로 몸을 들이민다.

연신 불안한 표정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안절부절 호들갑을 떨어댄다.


나는 그를 본능적으로 경계하게 된다.




“전, 정신과 의사입니다.”





남자가 안주머니에서 명함을 내민다. 그의 말이 거짓말은 아니였다.

그러나 이런 명함 쪼가리 하나 위조 하는게 무슨 대수겠는가?

뭔가 수상쩍은 남자가 틀림없다.




“도대체 이게 무슨 오만불손한 행동이요?”





“최면요법에 대해 좀 아십니까?”





'?'





“정신과에선 우울증 치료를 위해 환자에게 최면요법을 병행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환자에게 최면을 걸면 그 사람의 전생을 볼 수 있습니다.

간혹 지각이 뛰어난 사람들은 미래까지 투시하곤 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노스트라다무스'나 성경의 '요한'같은 예언가들이 그런 범주죠.”





갑자기 말을 뚝 끊은 남자가 심각하게 미간을 일그린다.




“선생님이 살해되는 장면이 투시되었습니다.

바로 얼마전, 최면치료 중에 말입니다.


환자에게 최면치료를 하던 중,

느닷없이 환자가 선생의 최후를 예지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죽는 장면이 예지되었다? 안면부지의 환자에게?”





“그렇습니다.

그 환자는 최면 중에 간혹 생판모르는 타인의 미래를 투시할때가 있습니다.
우리로선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때문에 그 환자에겐 유독 비상한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이를테면 21c 노스트라다무스의 부활이라 할까요. 아니나 다를까,
환자의 예지는 조사해보니, 적중률이 무려 100%입니다.
틀린적이 단 한번도 없다는 겁니다.

물론 아직 정식적으로 학계에 통보되진 않았습니다만. ”




『그럴테지 지금 하는 말 자체가 새빨간 거짓부렁 일 테니』



난 속으로 이렇게 중얼대며 더욱더 그를 미심쩍게 쳐다본다.





“그 환자가 말했습니다. 누군가 위험하다고,

괴한이 침입해 집주인을 사정없이 칼로

찔러대고 있다고,.. ”





난 하도 어이가 없어 한숨을 토했다.





“환자의 말을 추슬러 보니 바로 이곳,

즉 선생이 살고 있는 이 아파트의 이 호수였습니다.

때문에 전 이곳으로 부랴부랴 달려온 겁니다.

그 환자의 예견은 현실과 놀랍도록 적중한

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아는 저이기에 말입니다.”




말을 맺은 남자가 어울리지 않는 뿔태안경을 한번 위로 치켜 올린 후,

심각한 표정으로 날 응시한다.





“얘기 끝났소?”




“선생님, 경솔하게 넘겨버리지 마세요.

이건 선생의 생명이 걸려있는 위급한 문젭니다.”

“이보쇼, 당신. 정신과 치료를 많이 하다보니 정신이 좀 어떻게 된 거 아니요?”




남자가 좀 언짢은 표정으로 날 쏘아본다.

뭔가 주춤하는 기색도 역력하다.

난 다시한번 매몰차게 말을 뱉는다.




“보시오. 의사양반. 쓸데없는 시간낭비 말고 환자치료에나 전념하시오.
그 허무맹랑한 소릴 지금 나보고 믿으란 거요?

내가 그렇게 아둔한 사람으로 보이요!”





“그렇게 받아들이신다니 정말 할말 없군요.”





” 할말 없으면 당장 사라져 주시요.”





내가 윽박지르자 의사가 못내 아쉬운 듯 푸념을 토하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나도 말없이 일어나 현관문을 조용히 열어주며 그의 퇴장을 재촉했다.





“정말 유감입니다. 선생.”





“나 역시 유감이오.”





남자가 신발을 신는다. 나는 물끄러니 그를 바라본다.

그런데 신을 신다 말고,

 

남자가 난데없이 내 쪽을 올려다보며 묘하게 눈을 번뜩인다.

‘이런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 구나’ 싶어 움찔 방어태세를 취하려는데,

남자의 입에서 엉뚱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선생, 혹시 선생 집에 '고흐'의 '해바라기' 모사품이 있지 않나요?”




나는 두서없이 일축한다.




“없소이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




그는 물음푤 붙이기가 무섭게 번뜩이는 시선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뒤이어, 거실 벽의 한쪽에 표구된 '고흐'의 '해바라기' 모사품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




“ 저기 있지 않습니까? 왜 거짓말을 하십니까?”





“...... 내가 신경쓸일이 아니요. 우리 집사람이 가져와 걸은거요.”





“보세요. 그 환자의 예지는 틀림없이 적중합니다.

선생의 아파트 명칭, 호실, 심지어

저 모사품들까지도 꿰뚫고 있지 않습니다.

가령, 고흐의 ‘해바라기’ 뿐 아니라 모네의

‘중국여인’도 표구되어 있다고 저에게 피력했었습니다.

 저기 걸려 있는 그대로 말입니다.”




그는 고흐의 액자가 표구되어있는 바로 옆의 그림을 손가락으로

당차게 가리키며 중얼거린다.





“이래도 제 얘기가 허무맹랑하다고 묵살하실 겁니까?

 지금 선생의 상황은 매우 급박합니다. 제발 제 말대로 따라주세요.”





난 잠깐 동요하게 된다. 그의 말에 은근히 동조하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미심쩍은 구석이 남아있다.

때문에 그의 말에 반박하지 않을 수 없다.


“난 이렇게 멀쩡하지 않소.

그렇다면 그 예견은 애초부터 틀려 먹었다는 반증이 아니요?”





“아닙니다. 틀린게 아닙니다.

아마 조금 뒤에 사건이 발생할 겁니다. 그녀가 예견한 저

모사품이 이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으로 예견은 적중했습니다.

 시간이 급박합니다.

어서 이곳을 피해야 합니다.”




난 잠깐 갈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일리가 있는 말이다.

적어도 저 모사품이 이집에 있다는 걸 간파할수 있는 방법은 추호도 없었다.

미리 봐두지 않는 한 말이다.......잠깐..... 미리........봐둔 .....다...

앗, 그렇다.





이런, 감쪽같이 속을 뻔 했다....




난 그에게 공박하듯 내뱉는다.




“이런, 잘도 날 속이려 수작을 부리는군!

당신, 당초 집에 들어와 자꾸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수상쩍은 행동을 보였던 와중에 저 그림들을 은근슬쩍 기억해 뒀단 걸

내가 모를 줄 아는가!”




놈이 묵묵부답으로 날 노려본다.

아마도 내 예상이 적중했나 보다.

뭔가 불안해 하는 기색을 역력히 드러낸다.

그렇다.

저 어울리지도 않는 뿔태안경으로 얼굴을 가리려 했을때 부터 수상했다.

아마도 음흉한 속셈이 깔려 있는 작자가 틀림없다.

절대 말려들면 안 된다.




“선생, 정말 말이 안 통하는 분이군요. 제가 뭐 하러 그런 짓을 했겠습니까?”





“내가 알 턱이 있나! 무슨 엉큼한 속셈을 숨기고 있을지,

아무튼, 그 안 어울리는

뿔태안경부터가 난 맘에 안 들어 !”




그는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토했다.




“나, 참, 정말 할말이 없군요.”





“나 역시 할말 없긴 매한가지야.

그러니 제발 내 귀중한 시간 그만 뺏고 당장 사라져!”




그는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연신 머리를 저었다.

그리곤 등을 돌려 문손잡이를 움켜쥐었다.

나는 놈의 퇴장을 재촉하기 위해 놈을 시종일관 을씨년스럽게 노려보았다.

그런데 다음순간,



놈이 갑자기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호주머니에서 뭔가 묵직한 것을 꺼내더니 느닷없이

내 머리를 후려갈기는 것이었다.

난 무방비 상태로 넋 놓고 놈의 일격탄을 그대로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눈이 돌아갈 정도의 통증을 느끼며 그대로 바닥에 풀썩 거꾸러질수 밖에 없었다.




『 빌, 빌어먹을, 애초에.....

......문을 열어주지 말것을... 』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엎질러진 물이다.

정신은 일순 몽롱해지더니 이윽고 빠르게 혼미해져 갔다.
먼 발치에서 놈이 뭐라고 중얼거리는 소리만 나즉히 귓가에 맴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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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차게 몸이 흔들린다. 누군가 날 무식하게 흔들어 깨우고 있는게 분명하다.

눈을 뜨니 요란하게 울려대는 싸이렌 소리에 귀가 왕왕거릴 정도다.

난 미친 듯이 사방을 둘러본다.

이윽고 혼란스런 시야에 낯익은 얼굴이 포착된다.

바로 놈이다.





『머린 좀 괜찮습니까?』




놈이 능글맞게 웃으며 날 위로하는 척 가증스러운 위선을 연기한다.




『선생, 제가 선생의 정체를 언제 알았는지 아십니까?』




난 침묵한다. 놈의 능청스런 얼굴에 침이라도 연신 뱉어 주고 싶은 심정이다.




『바로 선생의 집에 '고흐'의 해바라기 모사품이 있지 않냐고 물어보던 순간이였습니다.

선생은 없다고 딱잘라 일축했죠. 전 순간 의아했습니다. 뒤에 선생이 구차하게 '집사람이

걸어놓아서 신경쓸일이 아니다'라고 연유를 달았지만 저에겐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모사품이라고 해도 한두푼 하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작품의 이름까지 모를수가

있나? 하물며 집주인이 말입니다....』




숨을 조절하지 못할 정도로 격분이 치솟는다. 구역질이 날 정도로 허파가 타들어가는

느낌이다.......굴욕적이다. 수치스럽다. 놈을 얼굴이라도 후련하게 갈겨줬으면 여한이

없겠다. 그러나 그럴수 없다.




내 두손은 수갑으로 단단히 포박되어 있기에...

빌어먹을.....







『그래서 전 한번 실험을 해봤습니다.
고흐의 그림 바로 옆에 걸려있던 모네의 '일본여인'을 은근슬쩍 '중국여인'이라고 바꿔 말하며
짐짓 선생의 반응을 주시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선생은 여전히 눈칠 못채더군요.
전 그때 비로소 확신했습니다.
선생이 이집의 주인이 아니란 것을, 그럼 선생은 누굴까요?



해답은 하납니다. 예견이 100% 적중률을 보인다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으니까요.......

즉, 제가 한발 늦었다는 겁니다.



집주인은 이미 괴한에게 살해당했다는 겁니다.


바로 당신에게 말입니다.

 

 

 

 

 

 

.......있잖아........

 

 

 

 

 

 

 

 

 

 

 

빨간버튼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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